[뉴스 따라잡기] 보이스피싱 인출책 잡고보니 현직 목사

입력 2015.04.20 (08:31) 수정 2015.04.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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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7일, 서울의 한 은행입니다.

창구 앞에 있던 한 중년 남성이 출동한 2명의 경찰관에게 연행되는 장면인데요.

이 남성은 보이스 피싱 사기에 당한 피해자들의 돈 수천만 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 조사를 해봤더니 뜻밖에도 한 교회의 담임목사였습니다.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성직자가 어쩌다가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전락한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사연을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7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은행입니다.

창구 앞에서 통장에 든 돈을 찾는 중년의 남성.

두툼한 현금을 쇼핑백에 담아 들고는 이내 사라집니다.

남성이 인출한 돈은 무려 3천7백만 원.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은행 직원이) 이 돈을 어디에 쓸 건지 물어봤습니다. ‘가게하고 집 구입하는데 그 돈이 필요하다’ 라고 하면서 그 돈을 창구 직원한테 받은 겁니다.”

어딘가 좀 수상한 이 남성을 좀 더 따라가보겠습니다.

이번엔 근처의 한 커피숍에 들른 남성.

한 젊은 남성을 만나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건넵니다.

그리고는 또 바삐 어딘가로 향합니다.

남성이 들른 곳은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은행이었습니다.

벌써 두 시간째, 여러 번 반복해서 은행을 방문하고 있는 이 남성.

도대체 이 남성의 정체는 뭘까?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고 경찰에 112신고를 했어요. (출동한) 경찰관들이 인출한 은행에 갔고….”

출동한 경찰에게 현장에서 연행되는 피의자.

알고 봤더니, 이 남성 보이스피싱 사기에 대한 피해자들이 보낸 돈을 통장에서 빼내는 인출책이었습니다.

범행 도중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게 2시간여 만에 덜미를 잡히게 된 겁니다.

<인터뷰> 이성규(00은행 보안조사부장) : "경찰에서 용의자를 쫓고 있었는데 저희 은행에서 적시에 경찰에 신고하여 용의자를 현장에서 잡을 수 있었습니다.”

경찰이 검거한 피의자는 50대 남성 정모 씨였습니다.

정 씨는 이날 하루에만 무려 8천 7백여만 원의 돈을 찾아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조사 도중 좀 의외의 사실이 드러납니다.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지방에서 담임 목사로 목회 활동을 하는 목사입니다.”

피의자인 정 씨는 뜻밖에도 현직 목사였습니다.

한 지방 중소 교회의 담임 목사 신분인 정 씨.

성직자가 어쩌다가 보이스피싱 인출책이 된 걸까?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정 씨는 그동안 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왔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급여를 180만원 씩 받습니다. 그거 가지고 5명이 생활하기에는 어렵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고…. 대학교 등록금이나 그런 것 때문에 좀 어려워했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었던 정 씨.

교회에서 받는 급여로는 세 자녀의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했는데요,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아이들 셋을 키우면서 (학비 때문에) 2천만 원 빚을 지게 됐고, 이 빚을 갚기 위해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그러던 정 씨가 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된 건 지난 2일, 한 통의 광고 문자를 받으면서 부터였습니다.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문자가 왔습니다. 대출 해준다는 문자를 받고 070전화로 통화를 했어요. 1금융권에서 목사라는 신분이 대출이 안 됩니다. 2금융권 거기서 대출을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고.”

싼 이자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대부업체의 광고문자.

그런데 실제 문자를 보낸 건 대부업자가 아닌 보이스 피싱 조직이었습니다.

생활고에 빠진 정 씨에게 이들의 유혹은 달콤했습니다.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자기 통장에 돈이 입금이 되면 인출 금액의 1퍼센트를 주겠다, 제의를 하니까 대출 금액보다 그게 더 돈이 되니까 거기에 현혹돼가지고 넘어가게 된 거죠.”

고민 끝에 정 씨는 자신의 은행 계좌를 보이스 피싱 조직에게 넘겼고, 며칠 뒤, 이들이 있는 서울로 와서 수천만 원의 돈을 인출해 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경찰의 추적에 곧바로 덜미를 잡힌 정 씨는 결국, 금융 범죄에 연루된 피의자가 되어 무거운 죗값을 치르게 됐습니다.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사기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10년 이하 (징역) 3천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문제는 보이스 피싱 조직이 취업난과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노리고 있다는 겁니다.

닷새 전, 인천에서도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현금 인출책 22명이 붙잡혔는데요.

대부분이 취업난을 겪고 있던 20대 청년 구직자들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종배(팀장/인천남부경찰서 지능팀) : “전과가 전혀 없고 취직 못하고 그래서 경제가 어려워가지고 꼬임에 빠져가지고 구속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들이 인출한 돈이 확인된 것만 6억 4천만 원.

고스란히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취업난, 경제난을 겪는 일부 사람들이 보이스 피싱 범죄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피해를 더 키우고 있는 상황인겁니다.

<인터뷰> 박종배(팀장/인천남부경찰서 지능팀) : “예전에는 통장 명의자는 대포 통장을 빌려줬는데 요즘에는 단속 강화되고 1일 인출할 수 있는 금액 을 한도 제한해 놨기 때문에 돈을 한꺼번에 인출하 기 위해서 통장 명의자를 범행에 끌어들이는 수법. 그래서 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포섭 합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통장 대여나 현금 대리 인출을 큰 범죄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터뷰> 이기동(소장/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 “통장 만들어준 과실이 인정 돼서 사기 당한 금액의 50퍼센트까지 갚으라고 배상 판결까지 내립니다. 무슨 돈인지 모르고 찾은 사람도 사기 방조죄로 처벌을 받게 되니까….“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발생한 전화금융사기 피해액은 319억 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3%나 늘었습니다.

보이스 피싱 조직이 경제적 약자들을 범죄에 끌어 들이면서, 피해 규모는 여전히 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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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보이스피싱 인출책 잡고보니 현직 목사
    • 입력 2015-04-20 08:33:49
    • 수정2015-04-20 09: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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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7일, 서울의 한 은행입니다.

창구 앞에 있던 한 중년 남성이 출동한 2명의 경찰관에게 연행되는 장면인데요.

이 남성은 보이스 피싱 사기에 당한 피해자들의 돈 수천만 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 조사를 해봤더니 뜻밖에도 한 교회의 담임목사였습니다.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성직자가 어쩌다가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전락한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사연을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7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은행입니다.

창구 앞에서 통장에 든 돈을 찾는 중년의 남성.

두툼한 현금을 쇼핑백에 담아 들고는 이내 사라집니다.

남성이 인출한 돈은 무려 3천7백만 원.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은행 직원이) 이 돈을 어디에 쓸 건지 물어봤습니다. ‘가게하고 집 구입하는데 그 돈이 필요하다’ 라고 하면서 그 돈을 창구 직원한테 받은 겁니다.”

어딘가 좀 수상한 이 남성을 좀 더 따라가보겠습니다.

이번엔 근처의 한 커피숍에 들른 남성.

한 젊은 남성을 만나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건넵니다.

그리고는 또 바삐 어딘가로 향합니다.

남성이 들른 곳은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은행이었습니다.

벌써 두 시간째, 여러 번 반복해서 은행을 방문하고 있는 이 남성.

도대체 이 남성의 정체는 뭘까?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고 경찰에 112신고를 했어요. (출동한) 경찰관들이 인출한 은행에 갔고….”

출동한 경찰에게 현장에서 연행되는 피의자.

알고 봤더니, 이 남성 보이스피싱 사기에 대한 피해자들이 보낸 돈을 통장에서 빼내는 인출책이었습니다.

범행 도중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게 2시간여 만에 덜미를 잡히게 된 겁니다.

<인터뷰> 이성규(00은행 보안조사부장) : "경찰에서 용의자를 쫓고 있었는데 저희 은행에서 적시에 경찰에 신고하여 용의자를 현장에서 잡을 수 있었습니다.”

경찰이 검거한 피의자는 50대 남성 정모 씨였습니다.

정 씨는 이날 하루에만 무려 8천 7백여만 원의 돈을 찾아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조사 도중 좀 의외의 사실이 드러납니다.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지방에서 담임 목사로 목회 활동을 하는 목사입니다.”

피의자인 정 씨는 뜻밖에도 현직 목사였습니다.

한 지방 중소 교회의 담임 목사 신분인 정 씨.

성직자가 어쩌다가 보이스피싱 인출책이 된 걸까?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정 씨는 그동안 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왔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급여를 180만원 씩 받습니다. 그거 가지고 5명이 생활하기에는 어렵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고…. 대학교 등록금이나 그런 것 때문에 좀 어려워했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었던 정 씨.

교회에서 받는 급여로는 세 자녀의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했는데요,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아이들 셋을 키우면서 (학비 때문에) 2천만 원 빚을 지게 됐고, 이 빚을 갚기 위해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그러던 정 씨가 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된 건 지난 2일, 한 통의 광고 문자를 받으면서 부터였습니다.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문자가 왔습니다. 대출 해준다는 문자를 받고 070전화로 통화를 했어요. 1금융권에서 목사라는 신분이 대출이 안 됩니다. 2금융권 거기서 대출을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고.”

싼 이자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대부업체의 광고문자.

그런데 실제 문자를 보낸 건 대부업자가 아닌 보이스 피싱 조직이었습니다.

생활고에 빠진 정 씨에게 이들의 유혹은 달콤했습니다.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자기 통장에 돈이 입금이 되면 인출 금액의 1퍼센트를 주겠다, 제의를 하니까 대출 금액보다 그게 더 돈이 되니까 거기에 현혹돼가지고 넘어가게 된 거죠.”

고민 끝에 정 씨는 자신의 은행 계좌를 보이스 피싱 조직에게 넘겼고, 며칠 뒤, 이들이 있는 서울로 와서 수천만 원의 돈을 인출해 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경찰의 추적에 곧바로 덜미를 잡힌 정 씨는 결국, 금융 범죄에 연루된 피의자가 되어 무거운 죗값을 치르게 됐습니다.

<인터뷰> 임현욱(팀장/송파경찰서 지능2팀) : “사기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10년 이하 (징역) 3천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문제는 보이스 피싱 조직이 취업난과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노리고 있다는 겁니다.

닷새 전, 인천에서도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현금 인출책 22명이 붙잡혔는데요.

대부분이 취업난을 겪고 있던 20대 청년 구직자들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종배(팀장/인천남부경찰서 지능팀) : “전과가 전혀 없고 취직 못하고 그래서 경제가 어려워가지고 꼬임에 빠져가지고 구속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들이 인출한 돈이 확인된 것만 6억 4천만 원.

고스란히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취업난, 경제난을 겪는 일부 사람들이 보이스 피싱 범죄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피해를 더 키우고 있는 상황인겁니다.

<인터뷰> 박종배(팀장/인천남부경찰서 지능팀) : “예전에는 통장 명의자는 대포 통장을 빌려줬는데 요즘에는 단속 강화되고 1일 인출할 수 있는 금액 을 한도 제한해 놨기 때문에 돈을 한꺼번에 인출하 기 위해서 통장 명의자를 범행에 끌어들이는 수법. 그래서 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포섭 합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통장 대여나 현금 대리 인출을 큰 범죄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터뷰> 이기동(소장/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 “통장 만들어준 과실이 인정 돼서 사기 당한 금액의 50퍼센트까지 갚으라고 배상 판결까지 내립니다. 무슨 돈인지 모르고 찾은 사람도 사기 방조죄로 처벌을 받게 되니까….“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발생한 전화금융사기 피해액은 319억 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3%나 늘었습니다.

보이스 피싱 조직이 경제적 약자들을 범죄에 끌어 들이면서, 피해 규모는 여전히 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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