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타’ 조동화, 어버이날에도 큰 선물 할까

입력 2015.05.08 (09:31) 수정 2015.05.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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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타수 4안타(1홈런) 3득점 2타점 3도루로 펄펄 날았던 지난 5일.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조동화(34)는 경기를 마치고 지방에 있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는 대뜸 손자·손녀 얘기를 했다.

"어린이날에 네가 애들한테 큰 선물을 줬구나. 그런 선물이 또 어디 있니"라며 감격해하는 어머니에게 조동화는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께 큰 선물을 해 드릴게요"라고 약속했다.

약속한 날인 8일 조동화는 "말은 그렇게 했는데,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잘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우선 (김용희) 감독님이 출장을 시켜주셔야죠"라며 웃었다.

어머니는 조동화를 야구선수로 만든 주인공이다.

운동을 잘해서 친구들한테 인기가 많고 육상대회에서 상까지 타오자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가 "너 야구 해볼래?"라며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큰아들을 데리고 갔고, 그렇게 인생이 바뀌었다.

"어려운 살림에 큰아들은 운동시키고, 작은아들은 공부시키려고 하셨어요. 동생은 공부를 잘했거든요. 근데 오산이었죠."

수화기 너머로 조동화의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잘 알려졌듯이 조동화의 동생은 삼성 라이온즈 조동찬(32)이다.

조동찬은 두 살 터울 형이 운동하는 곳에 따라가 처음에는 멍하게 쳐다보다가 차츰 방망이도 휘둘러보고 공도 던져봤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동생의 야구 인생도 시작됐다.

부모님은 형제가 야구를 시작하기 전부터 충남 공주에서 계란 도매업을 했다. 처음에는 손수레를 끌고 다니다가 지금은 동네 작은 가게를 얻어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계란을 팔아 손에 쥐는 돈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많이 먹고 비싼 장비를 써야만 하는 두 아들은 밑 빠진 독이었다. 부모님은 고개를 숙여가며 주변 사람들한테서 돈을 꿨다.

"계란 장사만으로는 어림도 없었어요. 어머니는 알바(아르바이트)로 목욕탕 청소를 하셨어요. 그렇게 번 꼬깃꼬깃한 만원짜리를 저희한테 쥐어주셨어요. 어머니가 목욕탕에서 번 돈으로 저희는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풀었어요."

조동화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부모님은 두 아들을 연봉 수억원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로 키워냈다. 고생 끝에 행복 같은데, 요즘 가족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형은 올 시즌 꾸준한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동생은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조동찬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도중 무릎을 크게 다쳐 아직 언제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조동화는 "형제가 번갈아가면서 아프니 부모님께 죄송할 따름이죠. 항상 저희한테 '야구 잘 못해도 좋으니 다치지만 마라'고 하셨거든요. 전 부모가 돼보니 애들 감기만 걸려도 너무 속상하던데"라고 말했다.

조동화가 어린이날에 이어 어버이날에도 가족에 큰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까. 프로야구 팬들의 시선이 이날 저녁 인천 SK행복드림구장으로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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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타’ 조동화, 어버이날에도 큰 선물 할까
    • 입력 2015-05-08 09:31:05
    • 수정2015-05-08 10:36:06
    연합뉴스
5타수 4안타(1홈런) 3득점 2타점 3도루로 펄펄 날았던 지난 5일.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조동화(34)는 경기를 마치고 지방에 있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는 대뜸 손자·손녀 얘기를 했다. "어린이날에 네가 애들한테 큰 선물을 줬구나. 그런 선물이 또 어디 있니"라며 감격해하는 어머니에게 조동화는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께 큰 선물을 해 드릴게요"라고 약속했다. 약속한 날인 8일 조동화는 "말은 그렇게 했는데,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잘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우선 (김용희) 감독님이 출장을 시켜주셔야죠"라며 웃었다. 어머니는 조동화를 야구선수로 만든 주인공이다. 운동을 잘해서 친구들한테 인기가 많고 육상대회에서 상까지 타오자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가 "너 야구 해볼래?"라며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큰아들을 데리고 갔고, 그렇게 인생이 바뀌었다. "어려운 살림에 큰아들은 운동시키고, 작은아들은 공부시키려고 하셨어요. 동생은 공부를 잘했거든요. 근데 오산이었죠." 수화기 너머로 조동화의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잘 알려졌듯이 조동화의 동생은 삼성 라이온즈 조동찬(32)이다. 조동찬은 두 살 터울 형이 운동하는 곳에 따라가 처음에는 멍하게 쳐다보다가 차츰 방망이도 휘둘러보고 공도 던져봤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동생의 야구 인생도 시작됐다. 부모님은 형제가 야구를 시작하기 전부터 충남 공주에서 계란 도매업을 했다. 처음에는 손수레를 끌고 다니다가 지금은 동네 작은 가게를 얻어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계란을 팔아 손에 쥐는 돈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많이 먹고 비싼 장비를 써야만 하는 두 아들은 밑 빠진 독이었다. 부모님은 고개를 숙여가며 주변 사람들한테서 돈을 꿨다. "계란 장사만으로는 어림도 없었어요. 어머니는 알바(아르바이트)로 목욕탕 청소를 하셨어요. 그렇게 번 꼬깃꼬깃한 만원짜리를 저희한테 쥐어주셨어요. 어머니가 목욕탕에서 번 돈으로 저희는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풀었어요." 조동화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부모님은 두 아들을 연봉 수억원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로 키워냈다. 고생 끝에 행복 같은데, 요즘 가족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형은 올 시즌 꾸준한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동생은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조동찬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도중 무릎을 크게 다쳐 아직 언제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조동화는 "형제가 번갈아가면서 아프니 부모님께 죄송할 따름이죠. 항상 저희한테 '야구 잘 못해도 좋으니 다치지만 마라'고 하셨거든요. 전 부모가 돼보니 애들 감기만 걸려도 너무 속상하던데"라고 말했다. 조동화가 어린이날에 이어 어버이날에도 가족에 큰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까. 프로야구 팬들의 시선이 이날 저녁 인천 SK행복드림구장으로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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