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거센 상업화에 ‘먹자골목’으로 바뀐 한옥마을

입력 2015.05.08 (21:16) 수정 2015.05.0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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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고풍스러운 한옥 6백여 채가 모여있는 전주 한옥마을입니다.

지난해 이 곳을 찾은 관광객은 593만 명으로 6년 전보다 4배 넘게 늘었습니다.

관광객 열 명 가운데 7명이 다시 방문하겠다고 할 만큼 인기가 높은데요.

전국 백70여 곳의 한옥마을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친 상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조경모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한옥마을 체험이 맛집 탐방? 반쪽 특수?▼

<리포트>

주말이면 더욱 붐비는 전주 한옥마을.

거리 노점마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안효정(전주 한옥마을 관광객) : "페이스북 같은 데도 주전부리들이 워낙 많이 올라와서 그런 것들 한 번 찾아서 먹어볼까 싶기도 해요."

아이스크림과 완자꼬치 등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굳이 한옥마을이 아니어도 먹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인터뷰> 박초원(전주 한옥마을 관광객) : "옛날 한옥이나 골목들만 있는 마을이라고 생각해서 왔는데 생각한 것과 다르게 가게들만 많아서 좀 실망했어요."

주민들이 살거나,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던 많은 가게가 외지인 상인들에게 넘어갔습니다.

이 음식점도 4년 전에는 한 서예가의 작업실이었습니다.

<인터뷰> 홍성덕(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문화시설이 상업화의 영향을 끌어안을 만큼 확장되어있지 못하다는 점, 실제로 관광객들을 유입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도 필요하고요."

전주 한옥마을이 자칫 먹자골목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옥마을 양산 우려, 전국에 13조 투입▼

<기자 멘트>

전주 한옥마을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한옥마을 주민은 지난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40%가 줄어든 반면, 2006년, 80여 곳에 불과했던 상업시설은 2013년 3백50여 곳으로 4배 이상 늘었습니다.

전국에서 한옥마을 관련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다보니, 이미 투입했거나 투입 예정인 예산이 13조 원을 넘어섰는데요.

이 많은 돈으로 상업화에 치우친 한옥마을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덕(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 "문화의 진정성 이런 것들을 한옥마을 내부에서는 좀 더 강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고요. 매력을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가까운 중국은 어떨까요?

전통을 지키면서도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국의 한 고성마을을 찾아봤습니다.

▼전통 지키는게 경쟁력, 중국 고성에서 배운다▼

<리포트>

중국 윈난성의 리장시.

여의도의 절반에 가까운 3.8 제곱킬로미터가 중국 전통가옥으로 빼곡합니다.

지난 1997년, 고성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뒤 중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습니다.

<인터뷰> 왕위(리장고성 관광객) : "사진으로만 봤는데 실제로 보니까 사진과 같이 아름답습니다. 민족만의 특색이 있고, 사람들이 아주 친절합니다."

중국 정부는 전통을 살려 가게를 운영하는 원주민들에게 세금을 감면해 주고, 특정 구역에서는 전통문화와 밀접한 업종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과도한 상업화를 막고 있습니다.

외지에서 온 상인들에게는 원주민의 의식과 가치를 알려주며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스바오시엔(리장고성보호관리국 과장) : "고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외부 문화를 제한시킵니다. 이렇게 보호해 나가고 있습니다."

원주민과 외지인간의 상생, 그리고 적절한 지원과 규제가 고성의 전통을 지키는 핵심입니다.

KBS 뉴스 한주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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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08 21:19:39
    • 수정2015-05-08 21: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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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한옥 6백여 채가 모여있는 전주 한옥마을입니다.

지난해 이 곳을 찾은 관광객은 593만 명으로 6년 전보다 4배 넘게 늘었습니다.

관광객 열 명 가운데 7명이 다시 방문하겠다고 할 만큼 인기가 높은데요.

전국 백70여 곳의 한옥마을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친 상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조경모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한옥마을 체험이 맛집 탐방? 반쪽 특수?▼

<리포트>

주말이면 더욱 붐비는 전주 한옥마을.

거리 노점마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안효정(전주 한옥마을 관광객) : "페이스북 같은 데도 주전부리들이 워낙 많이 올라와서 그런 것들 한 번 찾아서 먹어볼까 싶기도 해요."

아이스크림과 완자꼬치 등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굳이 한옥마을이 아니어도 먹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인터뷰> 박초원(전주 한옥마을 관광객) : "옛날 한옥이나 골목들만 있는 마을이라고 생각해서 왔는데 생각한 것과 다르게 가게들만 많아서 좀 실망했어요."

주민들이 살거나,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던 많은 가게가 외지인 상인들에게 넘어갔습니다.

이 음식점도 4년 전에는 한 서예가의 작업실이었습니다.

<인터뷰> 홍성덕(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문화시설이 상업화의 영향을 끌어안을 만큼 확장되어있지 못하다는 점, 실제로 관광객들을 유입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도 필요하고요."

전주 한옥마을이 자칫 먹자골목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옥마을 양산 우려, 전국에 13조 투입▼

<기자 멘트>

전주 한옥마을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한옥마을 주민은 지난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40%가 줄어든 반면, 2006년, 80여 곳에 불과했던 상업시설은 2013년 3백50여 곳으로 4배 이상 늘었습니다.

전국에서 한옥마을 관련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다보니, 이미 투입했거나 투입 예정인 예산이 13조 원을 넘어섰는데요.

이 많은 돈으로 상업화에 치우친 한옥마을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덕(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 "문화의 진정성 이런 것들을 한옥마을 내부에서는 좀 더 강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고요. 매력을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가까운 중국은 어떨까요?

전통을 지키면서도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국의 한 고성마을을 찾아봤습니다.

▼전통 지키는게 경쟁력, 중국 고성에서 배운다▼

<리포트>

중국 윈난성의 리장시.

여의도의 절반에 가까운 3.8 제곱킬로미터가 중국 전통가옥으로 빼곡합니다.

지난 1997년, 고성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뒤 중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습니다.

<인터뷰> 왕위(리장고성 관광객) : "사진으로만 봤는데 실제로 보니까 사진과 같이 아름답습니다. 민족만의 특색이 있고, 사람들이 아주 친절합니다."

중국 정부는 전통을 살려 가게를 운영하는 원주민들에게 세금을 감면해 주고, 특정 구역에서는 전통문화와 밀접한 업종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과도한 상업화를 막고 있습니다.

외지에서 온 상인들에게는 원주민의 의식과 가치를 알려주며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스바오시엔(리장고성보호관리국 과장) : "고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외부 문화를 제한시킵니다. 이렇게 보호해 나가고 있습니다."

원주민과 외지인간의 상생, 그리고 적절한 지원과 규제가 고성의 전통을 지키는 핵심입니다.

KBS 뉴스 한주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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