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정은 ‘공포정치’…무얼 노리나?

입력 2015.05.09 (08:15) 수정 2015.05.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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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올 들어서만 북한의 고위관리 15명이 처형된 사실이 확인되는 등 김정은식 공포정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처형된 사람 대부분이 김정은의 지시에 이견을 제기하거나 불만을 토로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날로 강도가 심해지는 분위기인데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김정은 시대 새로운 통치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북한의 공포 정치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7일, 평양의 강건종합군관학교 상공-

일렬로 배치된 흐릿한 물체들, 그 앞엔 뚜렷한 검은 점 여러 개가 줄지어 서 있다.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가 공개한 위성사진으로, 대공포를 이용한 공개처형 장면이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역시, 이 공개처형이 실제 이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여기 목표물, 처형당하는 사람들을 여기 세워놨습니다. 30m 떨어진 곳에 이게 대공포입니다. 북한에서는 사신 기관총이라고 이제 부르는데 14.5mm 중기관총 4개를 묶은 그런 고사총을 6문을 이렇게 배치해놨죠."

불과 30미터 앞에 있는 처형대상자를 향해 비행기나 장갑차를 요격할 때 쓰이는 '대공포'를 발사하는 잔혹함...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30m에서 아마 시체를 완전히 훼손하기 위해서, 남기지 않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처형을 한 것 같고요."

오랫동안 처형을 정권유지 수단으로 활용해온 북한에서도 상당히 잔혹하고 이례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처형 장소에서 눈에 띄는 버스. 북한 당국이 처형 공개를 위한 주민 동원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여기 보이는 게 아마 군용트럭일 겁니다. 사형 당하는 사람들을 태우고 왔을 거고요. 여기에 아마 버스 비슷한 게 보이는데 이 주변에 또 많이 있겠죠. (참관단 버스가)서 있겠죠. 이걸 보는 사람들, 간부들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말하자면 반역하는 그런 일이 있지 않게끔 하려는 목적에서 한 겁니다."

올해 들어서도 북한 내 고위 간부를 대상으로 한 처형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남한의 산림청장에 해당하는 임업성 부상이 산림녹화 사업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가 처형됐다.

2월에는 과학기술 전당의 지붕 모양을 ‘김일성화 꽃 모양’으로 바꾸라는 김정은 제 1위원장 지시에 이견을 냈다는 이유로,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대에 올랐다.

또 3월엔 리설주가 한때 몸담았던 은하수관현악단 예술인 4명을 간첩혐의로 처형하는 등 올 들어 처형된 북한 고위간부의 수는 열다섯 명에 달한다.

불만이나 이견이 표출되면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처형하는, 이른바 김정은 식 ‘공포정치’인 것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공포정치의 서막은 2013년 전국적으로 시행된 대규모 공개처형이었다고 한 탈북자는 기억한다.

<인터뷰> 김미영(가명/탈북자/지난 해 탈북) : "김정은이가 들어와서 첫 대형 처형은 2013년 9월부터 10월 사이에 이루어진 처형이었어요. 김정은이가 들어와서 처음으로 시작된 거였어요. 대량 처형. 그 때 각 도별로 진행 됐는데 날짜를 정해놓고 했거든요. 예를 들어, 무슨 이번 주 월요일, 다음 주 월요일은 황해도에서 집행하시오. 다음 주 화요일은 황해남도에서 집행하시오 이런 식으로 각 도별로 다 했습니다."

처형 장면을 직접 목격한 주민들의 공포감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한다.

<인터뷰> 김미영(가명/탈북자/지난 해 탈북) : "허리가 뚝 꺾어지고 그 다음에 마지막에 다리를 쏘면 탁 넘어지는 거죠. 심장이 좀 약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사람도 있고 막 이렇게 안 보는 사람도 있고 눈 싸매고 안 보는 사람도 있고 다 끝났을 때 사람들의 인상들을 보면 막 이렇게 소름이 끼쳐하는 인상. 정말 막."

<녹취> 조선중앙TV(2013년 12월) :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음모가이며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혁명의 이름으로, 인민의 이름으로 준렬히 단죄 규탄하면서 공화국형법 제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은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정점이었다.

북한 당국은 장성택을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로 낙인찍은 지 나흘 만에 신속히 처형하고,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기 이른다.

<녹취> 조선중앙TV(2013년 12월) : "세월은 흐르고 세대가 열백 번 바뀌여도 변할 수도 바뀔 수도 없는 것이 백두의 혈통이다. 이 하늘 아래서 감히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영도를 거부하고 원수님의 절대적 권위에 도전하며 백두의 혈통과 일 개인을 대치시키는 자들을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절대로 용서치 않고.."

북한 내 명실상부한 2인자를 처형함으로써 백두의 혈통으로 대변되는 유일영도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김정은 1인 체제를 공고히 한 것이다.

이후 장성택 잔여 세력 숙청에 나섰는데, 2012년 17명, 2013년 10명이던 처형 횟수가 장성택 처형 이후인 2014년엔 41명으로 급증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장성택과 관련된 인사들에 대한 처형이 대체로 작년에 마무리 되고 올해는 김정은의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지 않는 간부들의 기강을 잡기위해 김정은이 공개처형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산림녹화 사업에 불만을 제기한 임업성 간부와 과학기술전당의 지붕모양설계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한 내각간부 등을 처형한 것은 김정은이 올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가시적인 성과에 매우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집권 4년차를 맞은 지금까지도 마식령 스키장, 문수 물놀이장 등 전시성 위락시설 건설 외에 뚜렷한 업적이 없는 김정은의 ‘정책적 조바심’이 공포정치로 발현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즉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김정은의 성격 역시,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일찍이 김일성이 집권 초기 자신의 경쟁 세력을 축출했던 '8월 종파사건',

1990년대 김정일이 반대 세력들을 대거 숙청한 ‘심화조 사건’ 등 독재 체제 유지를 위한 공포정치는 이미 선대부터 자행돼 왔다.

하지만 좌천, 혁명화 과정을 거쳐 재기라는 수순을 밟았던 선대와는 달리, 용서 없이 처형하는 김정은의 스타일은 그의 성격과도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김정은이 그의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지 않는 간부들에 대해 처형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그가 매우 권위적이고 제왕적, 폭군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고 포용력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정은이 비록 경제적으로는 개혁적이고 개방적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전체주의적이고 폭군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유독 ‘엘리트 고위층’을 대상으로 총을 휘두르는 데는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는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김정은에게 ‘권위’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은의 짧은 권력 승계 과정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1년 12월) :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셨다는 것을 정중히 선포하였다."

2009년을 전후해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채 3년이 안돼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오른다.

약 30년에 걸친 권력 이양 기간에 자신의 측근을 직접 선발하고 길들여 온 김정일과 달리, 잔뼈가 굵은 원로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해야 했던 김정은으로선 공포정치가 불가피했을 거란 관측이다.

처형이 정치의 수단이 되면서 북한 내 고위 간부들이 느끼는 위협감과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올해 1월 달에 도하훈련, 김정은이 직접 참가해서 했었죠. 그 때 황병서 총정치국장, 그리고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장갑차, 그 다음에 자주포에 직접 탑승을 해서 도하작전을 진두에서 지휘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이거는 과거에 없던 일입니다. 그러니까 군 장군들이 납작 엎드려서 이제는 훈련에 직접 참가하는 정도로 군기가 잡혔다. 이렇게 공포스럽게 살고 있다, 이렇게 보고요."

특히 김정은 앞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격의 없는 모습을 보여 왔던 최룡해조차, 장성택 처형 이후엔 웃을 때 두 손을 공손히 모으거나, 김정은의 말을 수첩에 적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북한 고위층의 긴장감을 대변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2014년 4월) :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포사격훈련을 주의 깊게 보시고/전투사격속도를 높이기 위한 훈련을 잘하지 못하였다고 하시면서 구분대의 싸움준비가 잘되지 않았다고 엄하게 지적하시였습니다."

지난 해 4월, 포병부대를 찾은 김정은이 크게 진노했다는 소식이 북한 매체를 통해 전달됐다.

시찰을 간 군부대의 포사격 명중률이 떨어지고 조준시간이 더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김정은 질타에 군부대 해산까지 이 사건으로 상급 부대 군단장이 별 3개 상장에서 1개 소장으로 내려앉고, 군 간부 167명이 강등된 데 이어 부대가 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공포정치를 통한 김정은의 군 장악력이 그만큼 확고해진 것이다.

김정은은 나아가 군, 당 고위층 관료들의 계급 강등과 복권을 반복하며 충성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 3년 사이 대장, 중장, 다시 대장을 거쳐 상장으로 네 번이나 계급이 오르내린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2인자 자리를 놓고 최룡해, 황병서가 세 번이나 강등과 복권을 반복하는 등 자신 외 권력 실세를 키우지 않으려는 김정은 식 통치술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충동적인 인사와 즉흥적인 숙청은 권력층 내부의 불만을 일으켜 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공포정치가 강화될수록 앞에서는 찍 소리 못하겠죠, 당연히. 하지만 속으로는 자기 속을 아니까. 속으로는 불만이 많을 것이고 그 다음에 속을 안 주겠죠. 자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의견이 있는지, 어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드러내지 않을 겁니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은 충신들이 많지 않다는 얘기고 간신들, 주위에 간신들만 이제 득실거릴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김정은은 최근 들어 부쩍 백두혈통을 강조하고 공포정치를 강화하며 유일 권력 체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백두혈통을 부각해 체제 결속을 시도하고, 공포정치로 권력을 장악하려는 김정은의 통치 방법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북한체제가 최고지도자의 개인 절대권력을 정당화하는 스탈린주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 같은 통치방식은 북한체제의 경직성을 심화시켜 북한 경제발전과 개방에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집권 이후, 유일체제 확립을 위해 선택한 공포정치는 이제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로 확고히 굳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거듭된 처형과 숙청은 권력의 불안감을 키워 결국은 체제 불안을 부르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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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김정은 ‘공포정치’…무얼 노리나?
    • 입력 2015-05-09 08:57:58
    • 수정2015-05-09 09:45:36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올 들어서만 북한의 고위관리 15명이 처형된 사실이 확인되는 등 김정은식 공포정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처형된 사람 대부분이 김정은의 지시에 이견을 제기하거나 불만을 토로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날로 강도가 심해지는 분위기인데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김정은 시대 새로운 통치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북한의 공포 정치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7일, 평양의 강건종합군관학교 상공-

일렬로 배치된 흐릿한 물체들, 그 앞엔 뚜렷한 검은 점 여러 개가 줄지어 서 있다.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가 공개한 위성사진으로, 대공포를 이용한 공개처형 장면이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역시, 이 공개처형이 실제 이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여기 목표물, 처형당하는 사람들을 여기 세워놨습니다. 30m 떨어진 곳에 이게 대공포입니다. 북한에서는 사신 기관총이라고 이제 부르는데 14.5mm 중기관총 4개를 묶은 그런 고사총을 6문을 이렇게 배치해놨죠."

불과 30미터 앞에 있는 처형대상자를 향해 비행기나 장갑차를 요격할 때 쓰이는 '대공포'를 발사하는 잔혹함...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30m에서 아마 시체를 완전히 훼손하기 위해서, 남기지 않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처형을 한 것 같고요."

오랫동안 처형을 정권유지 수단으로 활용해온 북한에서도 상당히 잔혹하고 이례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처형 장소에서 눈에 띄는 버스. 북한 당국이 처형 공개를 위한 주민 동원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여기 보이는 게 아마 군용트럭일 겁니다. 사형 당하는 사람들을 태우고 왔을 거고요. 여기에 아마 버스 비슷한 게 보이는데 이 주변에 또 많이 있겠죠. (참관단 버스가)서 있겠죠. 이걸 보는 사람들, 간부들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말하자면 반역하는 그런 일이 있지 않게끔 하려는 목적에서 한 겁니다."

올해 들어서도 북한 내 고위 간부를 대상으로 한 처형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남한의 산림청장에 해당하는 임업성 부상이 산림녹화 사업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가 처형됐다.

2월에는 과학기술 전당의 지붕 모양을 ‘김일성화 꽃 모양’으로 바꾸라는 김정은 제 1위원장 지시에 이견을 냈다는 이유로,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대에 올랐다.

또 3월엔 리설주가 한때 몸담았던 은하수관현악단 예술인 4명을 간첩혐의로 처형하는 등 올 들어 처형된 북한 고위간부의 수는 열다섯 명에 달한다.

불만이나 이견이 표출되면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처형하는, 이른바 김정은 식 ‘공포정치’인 것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공포정치의 서막은 2013년 전국적으로 시행된 대규모 공개처형이었다고 한 탈북자는 기억한다.

<인터뷰> 김미영(가명/탈북자/지난 해 탈북) : "김정은이가 들어와서 첫 대형 처형은 2013년 9월부터 10월 사이에 이루어진 처형이었어요. 김정은이가 들어와서 처음으로 시작된 거였어요. 대량 처형. 그 때 각 도별로 진행 됐는데 날짜를 정해놓고 했거든요. 예를 들어, 무슨 이번 주 월요일, 다음 주 월요일은 황해도에서 집행하시오. 다음 주 화요일은 황해남도에서 집행하시오 이런 식으로 각 도별로 다 했습니다."

처형 장면을 직접 목격한 주민들의 공포감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한다.

<인터뷰> 김미영(가명/탈북자/지난 해 탈북) : "허리가 뚝 꺾어지고 그 다음에 마지막에 다리를 쏘면 탁 넘어지는 거죠. 심장이 좀 약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사람도 있고 막 이렇게 안 보는 사람도 있고 눈 싸매고 안 보는 사람도 있고 다 끝났을 때 사람들의 인상들을 보면 막 이렇게 소름이 끼쳐하는 인상. 정말 막."

<녹취> 조선중앙TV(2013년 12월) :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음모가이며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혁명의 이름으로, 인민의 이름으로 준렬히 단죄 규탄하면서 공화국형법 제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은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정점이었다.

북한 당국은 장성택을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로 낙인찍은 지 나흘 만에 신속히 처형하고,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기 이른다.

<녹취> 조선중앙TV(2013년 12월) : "세월은 흐르고 세대가 열백 번 바뀌여도 변할 수도 바뀔 수도 없는 것이 백두의 혈통이다. 이 하늘 아래서 감히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영도를 거부하고 원수님의 절대적 권위에 도전하며 백두의 혈통과 일 개인을 대치시키는 자들을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절대로 용서치 않고.."

북한 내 명실상부한 2인자를 처형함으로써 백두의 혈통으로 대변되는 유일영도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김정은 1인 체제를 공고히 한 것이다.

이후 장성택 잔여 세력 숙청에 나섰는데, 2012년 17명, 2013년 10명이던 처형 횟수가 장성택 처형 이후인 2014년엔 41명으로 급증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장성택과 관련된 인사들에 대한 처형이 대체로 작년에 마무리 되고 올해는 김정은의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지 않는 간부들의 기강을 잡기위해 김정은이 공개처형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산림녹화 사업에 불만을 제기한 임업성 간부와 과학기술전당의 지붕모양설계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한 내각간부 등을 처형한 것은 김정은이 올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가시적인 성과에 매우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집권 4년차를 맞은 지금까지도 마식령 스키장, 문수 물놀이장 등 전시성 위락시설 건설 외에 뚜렷한 업적이 없는 김정은의 ‘정책적 조바심’이 공포정치로 발현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즉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김정은의 성격 역시,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일찍이 김일성이 집권 초기 자신의 경쟁 세력을 축출했던 '8월 종파사건',

1990년대 김정일이 반대 세력들을 대거 숙청한 ‘심화조 사건’ 등 독재 체제 유지를 위한 공포정치는 이미 선대부터 자행돼 왔다.

하지만 좌천, 혁명화 과정을 거쳐 재기라는 수순을 밟았던 선대와는 달리, 용서 없이 처형하는 김정은의 스타일은 그의 성격과도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김정은이 그의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지 않는 간부들에 대해 처형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그가 매우 권위적이고 제왕적, 폭군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고 포용력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정은이 비록 경제적으로는 개혁적이고 개방적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전체주의적이고 폭군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유독 ‘엘리트 고위층’을 대상으로 총을 휘두르는 데는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는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김정은에게 ‘권위’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은의 짧은 권력 승계 과정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1년 12월) :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셨다는 것을 정중히 선포하였다."

2009년을 전후해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채 3년이 안돼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오른다.

약 30년에 걸친 권력 이양 기간에 자신의 측근을 직접 선발하고 길들여 온 김정일과 달리, 잔뼈가 굵은 원로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해야 했던 김정은으로선 공포정치가 불가피했을 거란 관측이다.

처형이 정치의 수단이 되면서 북한 내 고위 간부들이 느끼는 위협감과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올해 1월 달에 도하훈련, 김정은이 직접 참가해서 했었죠. 그 때 황병서 총정치국장, 그리고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장갑차, 그 다음에 자주포에 직접 탑승을 해서 도하작전을 진두에서 지휘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이거는 과거에 없던 일입니다. 그러니까 군 장군들이 납작 엎드려서 이제는 훈련에 직접 참가하는 정도로 군기가 잡혔다. 이렇게 공포스럽게 살고 있다, 이렇게 보고요."

특히 김정은 앞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격의 없는 모습을 보여 왔던 최룡해조차, 장성택 처형 이후엔 웃을 때 두 손을 공손히 모으거나, 김정은의 말을 수첩에 적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북한 고위층의 긴장감을 대변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2014년 4월) :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포사격훈련을 주의 깊게 보시고/전투사격속도를 높이기 위한 훈련을 잘하지 못하였다고 하시면서 구분대의 싸움준비가 잘되지 않았다고 엄하게 지적하시였습니다."

지난 해 4월, 포병부대를 찾은 김정은이 크게 진노했다는 소식이 북한 매체를 통해 전달됐다.

시찰을 간 군부대의 포사격 명중률이 떨어지고 조준시간이 더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김정은 질타에 군부대 해산까지 이 사건으로 상급 부대 군단장이 별 3개 상장에서 1개 소장으로 내려앉고, 군 간부 167명이 강등된 데 이어 부대가 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공포정치를 통한 김정은의 군 장악력이 그만큼 확고해진 것이다.

김정은은 나아가 군, 당 고위층 관료들의 계급 강등과 복권을 반복하며 충성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 3년 사이 대장, 중장, 다시 대장을 거쳐 상장으로 네 번이나 계급이 오르내린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2인자 자리를 놓고 최룡해, 황병서가 세 번이나 강등과 복권을 반복하는 등 자신 외 권력 실세를 키우지 않으려는 김정은 식 통치술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충동적인 인사와 즉흥적인 숙청은 권력층 내부의 불만을 일으켜 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공포정치가 강화될수록 앞에서는 찍 소리 못하겠죠, 당연히. 하지만 속으로는 자기 속을 아니까. 속으로는 불만이 많을 것이고 그 다음에 속을 안 주겠죠. 자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의견이 있는지, 어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드러내지 않을 겁니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은 충신들이 많지 않다는 얘기고 간신들, 주위에 간신들만 이제 득실거릴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김정은은 최근 들어 부쩍 백두혈통을 강조하고 공포정치를 강화하며 유일 권력 체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백두혈통을 부각해 체제 결속을 시도하고, 공포정치로 권력을 장악하려는 김정은의 통치 방법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 "북한체제가 최고지도자의 개인 절대권력을 정당화하는 스탈린주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 같은 통치방식은 북한체제의 경직성을 심화시켜 북한 경제발전과 개방에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집권 이후, 유일체제 확립을 위해 선택한 공포정치는 이제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로 확고히 굳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거듭된 처형과 숙청은 권력의 불안감을 키워 결국은 체제 불안을 부르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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