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스마트폰과 푸아그라…‘급속 충전’의 비극

입력 2015.05.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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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고급 요리 ‘푸아그라’의 진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주제이긴 한데 다소 엉뚱한 얘기를 먼저 해 보겠습니다. 프랑스에서 고급 요리로 알려진 '푸아그라(Foie gras)'. 바로 거위의 간인데요. 각종 정상회담 만찬에도 등장하는 프랑스 고급요리지만 그 이면에는 수백년 이어온 거위 학대 잔혹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거위의 간을 부드럽고 기름지게 하려면 일단 많이 먹여야 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맛있는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해 거위들을 옴짝달싹 못 하게 쇠로 된 곳에 고정해 놓고 깔때기를 이용해 먹이를 입속에 강제로 주입합니다. 사육장에는 수백 마리의 거위들이 감금된채 먹는 것을 강요당해 온몸이 먹이로 뒤범벅돼 있고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갑니다. 오직 인간에게 맛있는 한끼 식사로 자신의 간을 제공하기 위해서 말이죠. 이것은 먹고 싶을때 먹고 배부르면 더 이상 먹지 않는 순리를 거스르고 거위들에게 살아 숨쉬는 상태 자체를 지옥처럼 느껴지게 극단의 고통을 안겨주는 반인륜적 동물 학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배터리 급속 충전을 취재하면서 갑자기 이 '푸아그라' 거위 학대가 생각난 것은 급속 충전을 시킨 배터리가 이 거위들의 처지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는 상상 때문이었습니다.

http://m.blog.naver.com/saskian/40162831085

■ 배터리 빨리 닳는 스마트폰…급속 충전이 해법?

저도 직업상 통화가 많고 이동간에도 항상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검색하기때문에 배터리 소모량이 많습니다. 그래서 여분의 배터리와 충전기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 빨리 충전이 되지 않으면 많이 불편할 수 밖에 없죠. 저는 갤럭시 노트4를 사용해 다행히 배터리가 닳게 되면 여분의 배터리로 교체가 가능한데 이번에 나온 갤럭시 S6는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는 일체형이라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폰의 일체형을 따라한 것 같은데 좋은 결정이었는지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봐야 알겠죠. 급속 충전이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요, 아이폰 사용자들을 보면 커피숍에서도 전원을 찾아 충전에 여념이 없고 공항 같은 곳에서도 보면 전원이 있는 곳에 아이폰을 꽂아놓고 그 옆에 바닥에 앉아 있는 여행객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최단기간내에 충전이 되는 게 사용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편리하고 좋을수 밖에 없는데요, 과연 그렇다면 급속 충전이 해법일까요?

■ 급속 충전이 배터리를 파괴한다!

우연히 독일의 한 온라인 기사를 접했습니다. Fast Charging Destroys Batteries 라는 가장 큰제목이 눈에 띄더군요.

http://www.hamburg-news.hamburg/en/cluster/trade-finances/fast-charging-cycles-destroys-batteries/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급속 충전을 하면 저장용량이 적어진다고 세간에 알려져 있는데 이것을 독이 연구팀이 과학적으로 검증해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독일 전자가속기연구소(DESY) 울리케 보이센베르그 박사팀이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를 느림과 보통 속도, 그리고 급속 등 3가지 속도로 25번씩 충전과 방전을 시키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는 X선을 쏴 흡수 스펙트럼을 분석해 전극의 구조 변화를 추적했는데, 놀랍게도 급속 충전할 때 충전물질이 산화되면서 전극에 최대 지름이 0.1mm에 해당하는 구멍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http://www.desy.de/news/news_search/index_eng.html?openDirectAnchor=763&two_columns=1

화면에서 보는 것처럼 시퍼렇게 멍이 든 상태로 보이는 그 구멍은 손상이 심하게 된 영역으로 더이상 저장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자꾸 급속 충전을 하게 되면 비례해 이 구멍이 더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의 비율이 작아지기 때문에 급속 충전을 자주 하면 저장 용량이 작아진다는 세간의 추측은 사실로 판명이 난 겁니다.


▲사진 설명: 급속 충전한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를 촬영한 화면. 전극 지름이 최대 0.1mm정도로 큰 구멍이 여기저기 생겼다. 이 구멍들은 파괴된 영역으로 더이상 에너지를 저장할수 없는 공간으로 남게된다.

■ 급속 충전한다고 배터리 수명이 단축되진 않는다?

지난해 삼성종합기술원 미국 연구소와 미국 스탠퍼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공동 연구진은 배터리를 급속 충전하거나 방전한다고 해서 배터리 수명이 단축되지는 않는다고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발표한 적 있습니다. 배터리의 수명은 양극 사이에서 이온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동안 전극이 부풀고 수축하기를 반복하는 현상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독일 연구팀의 발표는 지난해 한미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것과 정반대로 배치되는 연구 결과여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편의점에 가서 급할 때 1,000원이나 1,500원을 주고 급속 충전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급속 충전기가 있어 잠깐 화장실 가고 밥을 먹는 사이에 충전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보통 이런 급속 충전기들은 전압 이상을 휴대폰에 주입해 빨리 충전하는 방법을 쓰는 것인데요, 이럴 경우 배터리 안에 있는 전해질이나 전극에 무리가 가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어서 그렇게 한번 고전압에 노출된 배터리 같은 경우에는 다시 성능이 되돌아 오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심하게 손상을 입게 된다는 것이지요. 급속 충전의 의미는 큰 물탱크에 물을 부어 채우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천천히 물을 부으면 찰랑거리지 않고 차분하게 물이 채워지지만 급한 마음에 물을 한꺼번에 부으면 물탱크 수위가 출렁거리며 물이 밖으로 튀기도 하고 작은 파도(?)가 일면서 불안정하게 물이 채워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정격 전압이 4.4v인데 이게 4.3v로 내려가기도 하고 4.5v로 올라가면서 출렁거리게 되는데 이런 전압의 불규칙한 변화가 배터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하지만 배터리도 수명이 있기에 1,000번의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배터리의 수명이 다 한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니 1,2년 스마트폰을 사용함녀서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는거 아니냐고 생각되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면 될듯합니다. 단 급속 충전은 가급적 삼가하는 것이 배터리를 오래 쓸수 있는 방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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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9] [앵커&리포트] ‘휴대전화 급속 충전시 배터리 손상’ 독일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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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스마트폰과 푸아그라…‘급속 충전’의 비극
    • 입력 2015-05-09 09:00:37
    취재후
■ 프랑스 고급 요리 ‘푸아그라’의 진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주제이긴 한데 다소 엉뚱한 얘기를 먼저 해 보겠습니다. 프랑스에서 고급 요리로 알려진 '푸아그라(Foie gras)'. 바로 거위의 간인데요. 각종 정상회담 만찬에도 등장하는 프랑스 고급요리지만 그 이면에는 수백년 이어온 거위 학대 잔혹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거위의 간을 부드럽고 기름지게 하려면 일단 많이 먹여야 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맛있는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해 거위들을 옴짝달싹 못 하게 쇠로 된 곳에 고정해 놓고 깔때기를 이용해 먹이를 입속에 강제로 주입합니다. 사육장에는 수백 마리의 거위들이 감금된채 먹는 것을 강요당해 온몸이 먹이로 뒤범벅돼 있고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갑니다. 오직 인간에게 맛있는 한끼 식사로 자신의 간을 제공하기 위해서 말이죠. 이것은 먹고 싶을때 먹고 배부르면 더 이상 먹지 않는 순리를 거스르고 거위들에게 살아 숨쉬는 상태 자체를 지옥처럼 느껴지게 극단의 고통을 안겨주는 반인륜적 동물 학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배터리 급속 충전을 취재하면서 갑자기 이 '푸아그라' 거위 학대가 생각난 것은 급속 충전을 시킨 배터리가 이 거위들의 처지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는 상상 때문이었습니다. http://m.blog.naver.com/saskian/40162831085 ■ 배터리 빨리 닳는 스마트폰…급속 충전이 해법? 저도 직업상 통화가 많고 이동간에도 항상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검색하기때문에 배터리 소모량이 많습니다. 그래서 여분의 배터리와 충전기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 빨리 충전이 되지 않으면 많이 불편할 수 밖에 없죠. 저는 갤럭시 노트4를 사용해 다행히 배터리가 닳게 되면 여분의 배터리로 교체가 가능한데 이번에 나온 갤럭시 S6는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는 일체형이라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폰의 일체형을 따라한 것 같은데 좋은 결정이었는지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봐야 알겠죠. 급속 충전이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요, 아이폰 사용자들을 보면 커피숍에서도 전원을 찾아 충전에 여념이 없고 공항 같은 곳에서도 보면 전원이 있는 곳에 아이폰을 꽂아놓고 그 옆에 바닥에 앉아 있는 여행객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최단기간내에 충전이 되는 게 사용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편리하고 좋을수 밖에 없는데요, 과연 그렇다면 급속 충전이 해법일까요? ■ 급속 충전이 배터리를 파괴한다! 우연히 독일의 한 온라인 기사를 접했습니다. Fast Charging Destroys Batteries 라는 가장 큰제목이 눈에 띄더군요. http://www.hamburg-news.hamburg/en/cluster/trade-finances/fast-charging-cycles-destroys-batteries/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급속 충전을 하면 저장용량이 적어진다고 세간에 알려져 있는데 이것을 독이 연구팀이 과학적으로 검증해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독일 전자가속기연구소(DESY) 울리케 보이센베르그 박사팀이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를 느림과 보통 속도, 그리고 급속 등 3가지 속도로 25번씩 충전과 방전을 시키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는 X선을 쏴 흡수 스펙트럼을 분석해 전극의 구조 변화를 추적했는데, 놀랍게도 급속 충전할 때 충전물질이 산화되면서 전극에 최대 지름이 0.1mm에 해당하는 구멍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http://www.desy.de/news/news_search/index_eng.html?openDirectAnchor=763&two_columns=1 화면에서 보는 것처럼 시퍼렇게 멍이 든 상태로 보이는 그 구멍은 손상이 심하게 된 영역으로 더이상 저장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자꾸 급속 충전을 하게 되면 비례해 이 구멍이 더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의 비율이 작아지기 때문에 급속 충전을 자주 하면 저장 용량이 작아진다는 세간의 추측은 사실로 판명이 난 겁니다. ▲사진 설명: 급속 충전한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를 촬영한 화면. 전극 지름이 최대 0.1mm정도로 큰 구멍이 여기저기 생겼다. 이 구멍들은 파괴된 영역으로 더이상 에너지를 저장할수 없는 공간으로 남게된다. ■ 급속 충전한다고 배터리 수명이 단축되진 않는다? 지난해 삼성종합기술원 미국 연구소와 미국 스탠퍼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공동 연구진은 배터리를 급속 충전하거나 방전한다고 해서 배터리 수명이 단축되지는 않는다고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발표한 적 있습니다. 배터리의 수명은 양극 사이에서 이온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동안 전극이 부풀고 수축하기를 반복하는 현상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독일 연구팀의 발표는 지난해 한미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것과 정반대로 배치되는 연구 결과여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편의점에 가서 급할 때 1,000원이나 1,500원을 주고 급속 충전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급속 충전기가 있어 잠깐 화장실 가고 밥을 먹는 사이에 충전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보통 이런 급속 충전기들은 전압 이상을 휴대폰에 주입해 빨리 충전하는 방법을 쓰는 것인데요, 이럴 경우 배터리 안에 있는 전해질이나 전극에 무리가 가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어서 그렇게 한번 고전압에 노출된 배터리 같은 경우에는 다시 성능이 되돌아 오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심하게 손상을 입게 된다는 것이지요. 급속 충전의 의미는 큰 물탱크에 물을 부어 채우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천천히 물을 부으면 찰랑거리지 않고 차분하게 물이 채워지지만 급한 마음에 물을 한꺼번에 부으면 물탱크 수위가 출렁거리며 물이 밖으로 튀기도 하고 작은 파도(?)가 일면서 불안정하게 물이 채워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정격 전압이 4.4v인데 이게 4.3v로 내려가기도 하고 4.5v로 올라가면서 출렁거리게 되는데 이런 전압의 불규칙한 변화가 배터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하지만 배터리도 수명이 있기에 1,000번의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배터리의 수명이 다 한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니 1,2년 스마트폰을 사용함녀서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는거 아니냐고 생각되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면 될듯합니다. 단 급속 충전은 가급적 삼가하는 것이 배터리를 오래 쓸수 있는 방법이겠죠. [연관 기사] ☞ [뉴스9] [앵커&리포트] ‘휴대전화 급속 충전시 배터리 손상’ 독일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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