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의문의 세 자매 사망 사건…이들은 왜?

입력 2015.05.27 (08:32) 수정 2015.05.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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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세 명의 자매가 한 아파트에서 잇따라 숨지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33살과 31살, 그리고 29살 한창 젊은 나이인 세 자매.

이들은 아파트 주차장 입구와 집 안에서 각각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의문의 세 자매 사망 사건을 놓고, 경찰은 어제 부검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죽음에 이르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또 남겨진 의문점은 없는 건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그제 새벽 4시쯤.

동이 트기 전, 고요하기만 했던 아파트에 갑자기 커다란 충돌음이 울려 퍼집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순찰하려고 나오려는데 ‘쾅’하더라고요. 변압기 터진 줄 알고 이쪽으로 오다 보니까 통로에 보니까 사람이 떨어져 있더라고요."

소리가 난건 주차장 입구 쪽이었습니다.

부상자를 목격한 경비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또 한 번의 굉음이 울립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112에 신고하는데 또 ‘쾅’하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크게. 한 2분 있다가요. 그래서 또 가봤지. 신고하고 가봤더니 또 떨어진 거예요. 여자더라고요."

2분 간격으로 같은 장소에 잇따라 추락한 두 명의 여성.

경찰과 소방대원이 곧바로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부상자들은 의식을 잃은 뒤였습니다.

<녹취>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현장에 도착해서 환자를 확인하기 전부터 이미 외상이 너무 심해서 상태가 안 좋았는데, 저희가 의식과 맥박을 확인했더니 이미 사망을 하신 상태였고."

현장 상황으로 미뤄볼 때 두 명의 여성은 이 아파트 고층에서 플라스틱으로 된 주차장 지붕 위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녹취>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외상이 너무 심하셔서 나이 추정이 안됐어요. 두 분 중에 한 분은 속옷만 입고 계셨고요, 한 분은 옷을 입고 계셨는데······."

옷차림 등으로 미뤄, 혹시 두 여성에게 범죄 피해 같은 위급 상황이 발생했던 건 아닐까?

경찰은 우선 이들이 추락한 곳이 어딘지부터 확인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떨어진 위치하고 투신 지점에 창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그 집일 것이다. 우리가 판단했죠. 그 집에 사는 딸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올라갔죠.)"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누르자, 문을 열고 나온 집주인.

막 잠에서 깨어난 듯한 중년의 여성은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어머니가 자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경찰관이 가서 확인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됐죠. 방에 가서 확인을 하니까 딸 셋이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막내딸만 자고 있고, 두 사람은 없으니까."

집주인은 추락한 두 여성의 어머니였습니다.

그제서야 끔찍한 상황을 인지하게 된 집주인.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는 줄로만 알았던 막내딸 역시 방안에 누워 숨져 있었던 겁니다.

<녹취>소방 관계자 : "(막내딸은) 안방에 가지런히 하늘을 본 상태로 누워 있었고, 목에 좀 졸린 것 같은 흔적이 (있었습니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막내딸은 두 언니보다 두 시간 전쯤 먼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녹취>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일단은 양 팔하고, 턱 쪽에 (사후) 강직이 온 상태였고요, 최소 두 시간 이상 되지 않았을까 (하는데) 사인에 따라 정도가 달라서요."

주차장으로 추락해 숨진 두 명의 언니와 방안에서 숨진 막냇동생.

도대체 이들 자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은 사망 원인을 다각도로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25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살던 세 자매.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밤 11시쯤, 직장에서 돌아온 어머니는 거실에서 TV를 보는 딸들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합니다.

세 자매의 모습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아무 일도 없었다 하잖아요. (딸들이) 엄마 일찍 주무시라고, 피곤하니까 일찍 주무시라고 그래서 자기는 그냥 거실에서 누워 잤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경찰은 집안에서 이들 자매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다름 아닌 유서였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유서는 (세 자매가) 각자 A4용지에 간단하게 썼는데, ‘삶이 힘들다,’ ‘화장해서 뿌려달라’ 구체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확인했는데 따님들의 필적이 맞다. 각자 세 글씨체가 다 다르고 그래서 본인들이 쓴 것으로 판단하고."

현장에는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어제 긴급하게 실시한 부검에서도 타살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이들 세 자매가 함께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잠정 결론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두 명은) 추락에 의한 다발성 손상으로 (인한) 사망으로, 막내딸은 질식사. 목에 외상이나 반항 흔적이 없고, 내부적으로 출혈이 없는 것으로 봐서 스스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부검 소견이 (있었습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으로 일해 왔던 세 자매는 최근 석 달 사이에 모두 한꺼번에 실직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겪어 왔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실직한 시점이 거의 비슷한 때에 셋이서 모두 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게 된 그 와중에 여러 가지 비관을 하는 그런 과정이 있지 않았겠는가. 청년 실업의 문제가 아마 이들에게는 매우 절망적으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점점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요."

하지만 이들 자매의 사망을 둘러싼 의문이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닙니다.

일자리를 잃긴 했지만, 빚더미에 시달리거나,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것도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자기네 집이고, 융자 한 푼 안 받고 다 자기 살만해요. 대출 하나도 없는 집인데."

숨지기 직전까지도, 세 자매 모두 집안에서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생활한 것으로 알려져 의문은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구김살 없어 보였던 세 자매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그것도 한꺼번에 했다는 걸, 이웃들도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청바지랑 면바지 같은 것만 입고 수수하게 하고 다니고, 성실하고 착하고 얼마나 인사성도 바르고 아이들이 그랬는데 그렇게 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경찰은 세 자매의 명확한 자살 경위를 밝히기 위해 통신과 금전거래는 물론, 실직 배경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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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의문의 세 자매 사망 사건…이들은 왜?
    • 입력 2015-05-27 08:40:29
    • 수정2015-05-27 15: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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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자매가 한 아파트에서 잇따라 숨지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33살과 31살, 그리고 29살 한창 젊은 나이인 세 자매.

이들은 아파트 주차장 입구와 집 안에서 각각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의문의 세 자매 사망 사건을 놓고, 경찰은 어제 부검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죽음에 이르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또 남겨진 의문점은 없는 건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그제 새벽 4시쯤.

동이 트기 전, 고요하기만 했던 아파트에 갑자기 커다란 충돌음이 울려 퍼집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순찰하려고 나오려는데 ‘쾅’하더라고요. 변압기 터진 줄 알고 이쪽으로 오다 보니까 통로에 보니까 사람이 떨어져 있더라고요."

소리가 난건 주차장 입구 쪽이었습니다.

부상자를 목격한 경비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또 한 번의 굉음이 울립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음성변조) : "112에 신고하는데 또 ‘쾅’하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크게. 한 2분 있다가요. 그래서 또 가봤지. 신고하고 가봤더니 또 떨어진 거예요. 여자더라고요."

2분 간격으로 같은 장소에 잇따라 추락한 두 명의 여성.

경찰과 소방대원이 곧바로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부상자들은 의식을 잃은 뒤였습니다.

<녹취>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현장에 도착해서 환자를 확인하기 전부터 이미 외상이 너무 심해서 상태가 안 좋았는데, 저희가 의식과 맥박을 확인했더니 이미 사망을 하신 상태였고."

현장 상황으로 미뤄볼 때 두 명의 여성은 이 아파트 고층에서 플라스틱으로 된 주차장 지붕 위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녹취>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외상이 너무 심하셔서 나이 추정이 안됐어요. 두 분 중에 한 분은 속옷만 입고 계셨고요, 한 분은 옷을 입고 계셨는데······."

옷차림 등으로 미뤄, 혹시 두 여성에게 범죄 피해 같은 위급 상황이 발생했던 건 아닐까?

경찰은 우선 이들이 추락한 곳이 어딘지부터 확인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떨어진 위치하고 투신 지점에 창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그 집일 것이다. 우리가 판단했죠. 그 집에 사는 딸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올라갔죠.)"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누르자, 문을 열고 나온 집주인.

막 잠에서 깨어난 듯한 중년의 여성은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어머니가 자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경찰관이 가서 확인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됐죠. 방에 가서 확인을 하니까 딸 셋이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막내딸만 자고 있고, 두 사람은 없으니까."

집주인은 추락한 두 여성의 어머니였습니다.

그제서야 끔찍한 상황을 인지하게 된 집주인.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는 줄로만 알았던 막내딸 역시 방안에 누워 숨져 있었던 겁니다.

<녹취>소방 관계자 : "(막내딸은) 안방에 가지런히 하늘을 본 상태로 누워 있었고, 목에 좀 졸린 것 같은 흔적이 (있었습니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막내딸은 두 언니보다 두 시간 전쯤 먼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녹취>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일단은 양 팔하고, 턱 쪽에 (사후) 강직이 온 상태였고요, 최소 두 시간 이상 되지 않았을까 (하는데) 사인에 따라 정도가 달라서요."

주차장으로 추락해 숨진 두 명의 언니와 방안에서 숨진 막냇동생.

도대체 이들 자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은 사망 원인을 다각도로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25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살던 세 자매.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밤 11시쯤, 직장에서 돌아온 어머니는 거실에서 TV를 보는 딸들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합니다.

세 자매의 모습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아무 일도 없었다 하잖아요. (딸들이) 엄마 일찍 주무시라고, 피곤하니까 일찍 주무시라고 그래서 자기는 그냥 거실에서 누워 잤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경찰은 집안에서 이들 자매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다름 아닌 유서였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유서는 (세 자매가) 각자 A4용지에 간단하게 썼는데, ‘삶이 힘들다,’ ‘화장해서 뿌려달라’ 구체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확인했는데 따님들의 필적이 맞다. 각자 세 글씨체가 다 다르고 그래서 본인들이 쓴 것으로 판단하고."

현장에는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어제 긴급하게 실시한 부검에서도 타살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이들 세 자매가 함께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잠정 결론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두 명은) 추락에 의한 다발성 손상으로 (인한) 사망으로, 막내딸은 질식사. 목에 외상이나 반항 흔적이 없고, 내부적으로 출혈이 없는 것으로 봐서 스스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부검 소견이 (있었습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으로 일해 왔던 세 자매는 최근 석 달 사이에 모두 한꺼번에 실직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겪어 왔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실직한 시점이 거의 비슷한 때에 셋이서 모두 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게 된 그 와중에 여러 가지 비관을 하는 그런 과정이 있지 않았겠는가. 청년 실업의 문제가 아마 이들에게는 매우 절망적으로 느껴졌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점점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요."

하지만 이들 자매의 사망을 둘러싼 의문이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닙니다.

일자리를 잃긴 했지만, 빚더미에 시달리거나,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것도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자기네 집이고, 융자 한 푼 안 받고 다 자기 살만해요. 대출 하나도 없는 집인데."

숨지기 직전까지도, 세 자매 모두 집안에서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생활한 것으로 알려져 의문은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구김살 없어 보였던 세 자매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그것도 한꺼번에 했다는 걸, 이웃들도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청바지랑 면바지 같은 것만 입고 수수하게 하고 다니고, 성실하고 착하고 얼마나 인사성도 바르고 아이들이 그랬는데 그렇게 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경찰은 세 자매의 명확한 자살 경위를 밝히기 위해 통신과 금전거래는 물론, 실직 배경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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