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병호, 저보다 위대할지도 몰라요”

입력 2015.06.04 (18:36) 수정 2015.06.0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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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39·삼성 라이온즈)은 4일 포항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종운 롯데 감독을 찾아갔다.

전날 정정당당한 승부로 자신에게 대망의 400홈런을 달성할 기회를 주고, 대기록 달성 뒤에는 더그아웃에서 나와 아낌없이 축하를 해줬던 롯데 선수단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였다.

이승엽의 인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감독은 이승엽에게 "네가 대기록을 세운 것은 좋지만 우리가 져서 기분이 안 좋다"고 말했줬다지만 직접 찾아와서 예의를 갖춰준 이승엽의 행동이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대기록을 수립하고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돌아온 이승엽을 만났다. 이승엽은 "아무래도 홀가분하죠. 불편한 건 없었는데 최근 4~5일간 워낙 관심이 많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평상시로 돌아와서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살짝 웃었다.

이승엽은 전날 롯데 선발 구승민을 상대로 3회말 솔로 홈런을 쳐내고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개인 통산 400홈런을 달성했다. 물론 대기록을 축하하는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이승엽은 "구단주(이수빈 삼성생명 회장)님이 전화를 주셨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고 소개했다.

이승엽을 설명하는 말이 있다. 이승엽의 좌우명이기도 한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이다.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아무나 400홈런을 쳐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400홈런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꾸준함이 없이는 불가능한 기록이다.

이승엽은 이에 대해 "그 생각은 마찬가지인데, 문제는 진정한 노력이 안 된다는 거죠"라며 웃으며 말했다.

"나이가 들면 예전보다 게을러지고 나태해지죠. 조금씩 하면서 결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예전보다는 노력이 부족해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족한 노력 대신에 야구에 대한 애착이나 몰입도는 젊었을 때보다는 조금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야구를 생각하는 마음도 커졌고, 야구를 대하는 예의가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이승엽의 실패보다는 성취만을 기억한다. 이승엽이 그만큼 빠르게 슬럼프를 털어내고 모두가 기대하는 바로 이승엽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야구가 잘될 때는 오버 페이스만 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면 성적이 잘 나니까 평정심만 유지하면 된다"며 "하지만 야구가 안 될 때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때는 뭐라도 해보죠. 연습을 많이 해보기도 하고 많이 뛰기도 하고 반대로 아예 야구 연습을 안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해본다"며 "결론은 배팅이 안 됐을 때는 배팅으로 연습해서 문제점을 찾는 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다른 걸로, 예를 들어 기분전환을 해서 감이 돌아왔다면 다시 슬럼프가 올 수 있는 계기가 생길 수 있다. 그건 그저 기분전환이니까"라고 부연했다.

그는 "더 노력을 해서 원인을 찾은 다음에 타이밍이 안 맞으면 타이밍 연습을 하고, 공이 포인트가 안 맞으면 포인트 연습을 하고, 스윙이 안 돌아가면 많은 연습량으로 슬럼프를 이겨내야 한다"며 "제일 간단한 방법이고, 제일 재미없는 대답일 수 있지만, 그저 많이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승엽은 잠정적으로 내후년까지 뛰고 나서 현역 생활을 그만둘 계획이다. 그는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며 "준비를 하고 그만두는 것하고 준비 안 하고 자의가 아닌 타의로 그만두면 충격일 것 같다. 그때쯤이 적기가 아닐까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승엽은 전날 대기록을 수립한 뒤 자신 다음으로 400홈런에 도전할 수 있는 타자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를 꼽은 바 있다.

"박병호 선수는 그 잠재력을 이제 나타내고 있지만, 저보다 더 위대한 선수일지도 몰라요. 저는 2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이 돼서 이런 결과를 남기고 있지만, 박병호 선수가 얼마나 더 선수 생활을 할지 몰라도 제 연륜이 되면 저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돼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승엽은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도전 대신 한국프로야구에 남아서 자신의 뒤를 이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하길 원하느냐고 묻자 "거기에 대해서는 해줄 말이 없고 또 시즌 중이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병호 선수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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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엽 “병호, 저보다 위대할지도 몰라요”
    • 입력 2015-06-04 18:36:23
    • 수정2015-06-04 19:40:52
    연합뉴스
이승엽(39·삼성 라이온즈)은 4일 포항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종운 롯데 감독을 찾아갔다. 전날 정정당당한 승부로 자신에게 대망의 400홈런을 달성할 기회를 주고, 대기록 달성 뒤에는 더그아웃에서 나와 아낌없이 축하를 해줬던 롯데 선수단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였다. 이승엽의 인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감독은 이승엽에게 "네가 대기록을 세운 것은 좋지만 우리가 져서 기분이 안 좋다"고 말했줬다지만 직접 찾아와서 예의를 갖춰준 이승엽의 행동이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대기록을 수립하고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돌아온 이승엽을 만났다. 이승엽은 "아무래도 홀가분하죠. 불편한 건 없었는데 최근 4~5일간 워낙 관심이 많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평상시로 돌아와서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살짝 웃었다. 이승엽은 전날 롯데 선발 구승민을 상대로 3회말 솔로 홈런을 쳐내고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개인 통산 400홈런을 달성했다. 물론 대기록을 축하하는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이승엽은 "구단주(이수빈 삼성생명 회장)님이 전화를 주셨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고 소개했다. 이승엽을 설명하는 말이 있다. 이승엽의 좌우명이기도 한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이다.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아무나 400홈런을 쳐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400홈런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꾸준함이 없이는 불가능한 기록이다. 이승엽은 이에 대해 "그 생각은 마찬가지인데, 문제는 진정한 노력이 안 된다는 거죠"라며 웃으며 말했다. "나이가 들면 예전보다 게을러지고 나태해지죠. 조금씩 하면서 결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예전보다는 노력이 부족해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족한 노력 대신에 야구에 대한 애착이나 몰입도는 젊었을 때보다는 조금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야구를 생각하는 마음도 커졌고, 야구를 대하는 예의가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이승엽의 실패보다는 성취만을 기억한다. 이승엽이 그만큼 빠르게 슬럼프를 털어내고 모두가 기대하는 바로 이승엽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야구가 잘될 때는 오버 페이스만 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면 성적이 잘 나니까 평정심만 유지하면 된다"며 "하지만 야구가 안 될 때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때는 뭐라도 해보죠. 연습을 많이 해보기도 하고 많이 뛰기도 하고 반대로 아예 야구 연습을 안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해본다"며 "결론은 배팅이 안 됐을 때는 배팅으로 연습해서 문제점을 찾는 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다른 걸로, 예를 들어 기분전환을 해서 감이 돌아왔다면 다시 슬럼프가 올 수 있는 계기가 생길 수 있다. 그건 그저 기분전환이니까"라고 부연했다. 그는 "더 노력을 해서 원인을 찾은 다음에 타이밍이 안 맞으면 타이밍 연습을 하고, 공이 포인트가 안 맞으면 포인트 연습을 하고, 스윙이 안 돌아가면 많은 연습량으로 슬럼프를 이겨내야 한다"며 "제일 간단한 방법이고, 제일 재미없는 대답일 수 있지만, 그저 많이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승엽은 잠정적으로 내후년까지 뛰고 나서 현역 생활을 그만둘 계획이다. 그는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며 "준비를 하고 그만두는 것하고 준비 안 하고 자의가 아닌 타의로 그만두면 충격일 것 같다. 그때쯤이 적기가 아닐까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승엽은 전날 대기록을 수립한 뒤 자신 다음으로 400홈런에 도전할 수 있는 타자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를 꼽은 바 있다. "박병호 선수는 그 잠재력을 이제 나타내고 있지만, 저보다 더 위대한 선수일지도 몰라요. 저는 2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이 돼서 이런 결과를 남기고 있지만, 박병호 선수가 얼마나 더 선수 생활을 할지 몰라도 제 연륜이 되면 저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돼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승엽은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도전 대신 한국프로야구에 남아서 자신의 뒤를 이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하길 원하느냐고 묻자 "거기에 대해서는 해줄 말이 없고 또 시즌 중이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병호 선수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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