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슬픈 은퇴 선수들, 갈 곳이 없다

입력 2015.06.05 (15:59) 수정 2015.06.05 (16: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피겨의 김연아가 지난해 **억을 벌어들여, 세계에서 가장 수입이 많은 스포츠 스타 순위 *위에 들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를 비롯해 언론들이 발표하는 자료를 보면 스포츠 스타들은,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을 벌어들인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화려한 조명과 무수한 카메라 플래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국가대표들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부와 명예를 얻는 몇몇 최정상급 선수들을 통해 비춰지는 허상일 뿐 대다수가 은퇴를 하고 나면 사실상 갈곳이 없다. 실업팀의 감독, 코치직은 한계가 있고 IMF이후 그마저도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운동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운동선수들은 일반인들의 직장생활을 하는 기간에 비해 선수생명도 짧고, 부상때문에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택해 벼랑끝에 내몰리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대한체육회 국정감사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자 10명 가운데 4명이상이 무직이고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운동과는 관계 없는 사무직과 자영업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들도 은퇴 이후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한다. 선후배들 가운데 은퇴 이후 설 곳이 없어 방황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 이들의 걱정, 생활체육으로 확산되지 않은 비인기 종목의 경우는 그 고민이 더 깊다.

■ 왜 운동 선수를 지원해야 하는가?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생긴 건 직장 정년이 60살이기 때문인데, 운동 선수들에게는 '인생은 30부터'라는 말이 더 맞는 듯하다. 혹자는 운동 선수들에게만 제도적인 특혜를 주느냐고 지적하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에 가깝다.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들 가운데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선수는 0.04%에 불과하다. 운동만 바라보고 학교에서 공부도 포기했지만, 운동 선수로서 성공하지 못할 경우 운동을 하면서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 그렇다면 대안은?…선진국의 교육 프로그램이 핵심

사회적 약자라 하더라도 단순히 '돈'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임시방편일뿐이다. 이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호에서는 90년대 정부주도의 '에이스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데.. Athlete Career and Education의 약자인 에이스 프로그램의 핵심은 선수들의 직업 전환을 돕는 것이다. 은퇴 시점부터 1년간 은퇴선수 사후관리를 하면서 직접적으로 구직 준비까지 도와준다. 일본 J리그에서도 경력 지원 센터를 운영하는데, 은퇴선수를 전원 가입시켜 체계적인 진로 교육과 관리를 해준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인 셈이다.

■ 공부가 인생의 보험

사실 그동안 한국의 운동선수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운동만 하면서 보내왔다.

4년에 한번 있는 올림픽 출전에 모든것을 걸기 때문에, 그것이 좌절되면 방황하고 인생을 포기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의사나 선생님, 직장인 신분으로 올림픽에 출전해 출전 자체를 즐기는 외국 선수들과는 다른 구조에서 살아왔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면 0.04%에 불과한 태극마크의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한 나머지 99.96%의 선수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성공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플랜B라는 대안마련이 중요하다. 학교를 다니며 최소한의 지적능력을 쌓아야 사회 적응이 한결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는 공부를 인생의 보험으로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정해진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면 훈련 금지, 출전 금지, 퇴학 등의 조치를 취하는데 운동선수들은 30대까지가 전성기이기 때문에 은퇴이후의 성공적인 삶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행동강령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하면서도 이 대학은 지금까지 올림픽에서만 135개의 금메달을 따내, 미국 대학 가운데 올림픽 메달 최다 획득 1위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스포츠 기자로서 현장을 다녀보면 스포츠 국가대표들만큼 무엇인가에 미쳐서 인생을 거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졌고, 올림픽 등 국제대회를 지켜보는 즐거움이 생겼다. 운동만을 바라보며 살다 전성기가 끝난 뒤 벼랑끝에 내몰리는 이들을 위한 정책적인 대안을 찾아야 함은 분명하다.

[연관기사]

☞ [뉴스9] ‘생활고에 두 번 우는’ 은퇴 선수들…대안 없나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슬픈 은퇴 선수들, 갈 곳이 없다
    • 입력 2015-06-05 15:59:52
    • 수정2015-06-05 16:00:44
    취재후·사건후
"피겨의 김연아가 지난해 **억을 벌어들여, 세계에서 가장 수입이 많은 스포츠 스타 순위 *위에 들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를 비롯해 언론들이 발표하는 자료를 보면 스포츠 스타들은,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을 벌어들인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화려한 조명과 무수한 카메라 플래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국가대표들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부와 명예를 얻는 몇몇 최정상급 선수들을 통해 비춰지는 허상일 뿐 대다수가 은퇴를 하고 나면 사실상 갈곳이 없다. 실업팀의 감독, 코치직은 한계가 있고 IMF이후 그마저도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운동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운동선수들은 일반인들의 직장생활을 하는 기간에 비해 선수생명도 짧고, 부상때문에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택해 벼랑끝에 내몰리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대한체육회 국정감사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자 10명 가운데 4명이상이 무직이고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운동과는 관계 없는 사무직과 자영업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들도 은퇴 이후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한다. 선후배들 가운데 은퇴 이후 설 곳이 없어 방황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 이들의 걱정, 생활체육으로 확산되지 않은 비인기 종목의 경우는 그 고민이 더 깊다.

■ 왜 운동 선수를 지원해야 하는가?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생긴 건 직장 정년이 60살이기 때문인데, 운동 선수들에게는 '인생은 30부터'라는 말이 더 맞는 듯하다. 혹자는 운동 선수들에게만 제도적인 특혜를 주느냐고 지적하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에 가깝다.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들 가운데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선수는 0.04%에 불과하다. 운동만 바라보고 학교에서 공부도 포기했지만, 운동 선수로서 성공하지 못할 경우 운동을 하면서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 그렇다면 대안은?…선진국의 교육 프로그램이 핵심

사회적 약자라 하더라도 단순히 '돈'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임시방편일뿐이다. 이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호에서는 90년대 정부주도의 '에이스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데.. Athlete Career and Education의 약자인 에이스 프로그램의 핵심은 선수들의 직업 전환을 돕는 것이다. 은퇴 시점부터 1년간 은퇴선수 사후관리를 하면서 직접적으로 구직 준비까지 도와준다. 일본 J리그에서도 경력 지원 센터를 운영하는데, 은퇴선수를 전원 가입시켜 체계적인 진로 교육과 관리를 해준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인 셈이다.

■ 공부가 인생의 보험

사실 그동안 한국의 운동선수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운동만 하면서 보내왔다.

4년에 한번 있는 올림픽 출전에 모든것을 걸기 때문에, 그것이 좌절되면 방황하고 인생을 포기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의사나 선생님, 직장인 신분으로 올림픽에 출전해 출전 자체를 즐기는 외국 선수들과는 다른 구조에서 살아왔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면 0.04%에 불과한 태극마크의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한 나머지 99.96%의 선수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성공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플랜B라는 대안마련이 중요하다. 학교를 다니며 최소한의 지적능력을 쌓아야 사회 적응이 한결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는 공부를 인생의 보험으로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정해진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면 훈련 금지, 출전 금지, 퇴학 등의 조치를 취하는데 운동선수들은 30대까지가 전성기이기 때문에 은퇴이후의 성공적인 삶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행동강령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하면서도 이 대학은 지금까지 올림픽에서만 135개의 금메달을 따내, 미국 대학 가운데 올림픽 메달 최다 획득 1위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스포츠 기자로서 현장을 다녀보면 스포츠 국가대표들만큼 무엇인가에 미쳐서 인생을 거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졌고, 올림픽 등 국제대회를 지켜보는 즐거움이 생겼다. 운동만을 바라보며 살다 전성기가 끝난 뒤 벼랑끝에 내몰리는 이들을 위한 정책적인 대안을 찾아야 함은 분명하다.

[연관기사]

☞ [뉴스9] ‘생활고에 두 번 우는’ 은퇴 선수들…대안 없나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