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의 수행자들, 깨달음 향한 염원

입력 2015.06.06 (08:29) 수정 2015.06.0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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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국 서쪽 변경에는 여러 소수 민족들이 자치주를 이루며 살고 있죠.

달라이 라마의 망명정부로 잘 알려져 있는 티베트인들도 그들 가운데 하납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티베트인들은 하나로 결속해 줄기차게 저항하고 있는데요.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의 원천이 바로 티베트 불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서부 쓰촨성에는 이 티베트 불교의 승려들이 집단으로 모여 수행하는 불교 학원이 있습니다.

해발 4천 미터의 고원에 수행자들의 쪽방이 모여 하나의 도시를 이루고 있죠.

이곳에는 티베트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 한족 승려들도 함께 비폭력과 평화를 추구하는 티베트 불교의 가르침을 배우고 있습니다.

오명불학원으로 불리는 티벳 불교 수행 도시에 김명주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동티베트 지방이라 불리는 중국 쓰촨성 서북부 고산 지대..

낮 기온이 섭씨 20도 넘게 올라가지만, 산 정상 부근엔 아직도 눈이 하얗게 쌓여 있습니다.

한 쪽에선 야크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그대로 청정 자연 지역입니다.

표지판도 없는 비포장 산길 주변엔 티베트인 집단 거주 마을이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쓰촨성 수도인 청두에서 꼬박 하루 넘게 걸려 도착한 세계 최대 티베트 불교학원..

파란 하늘 아래 성냥갑처럼 생긴 붉은 토막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드넓은 초원과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 같습니다.

오명불학원은 해발 4천미터 고산 지대에 위치해 있습니다.

좀처럼 접근하기 힘든 오지중의 오지인데요.

이 마을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스님 만여 명이 티베트 불교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마을 한 가운데 대법당은 오명불학원의 상징입니다.

이 곳의 역사는 지난 1980년 티베트 고승인 직메푼촉 린포체가 32명의 제자를 가르치면서 시작됐습니다.

2천년대 초반 수행자들이 크게 몰려들면서, 불학원을 없애려는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녹취> 수다지(오명불학원 큰스님) : "이 곳에서는 티베트족 전통 문화를 배우고 불교 교육도 받습니다. 그 이외에 현대 문명에 대해서도 수행을 통해 익혀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활용합니다."

티베트 불교 경전을 읽고 있는 이시 쟈초 스님.

가족 곁을 떠나 수행의 길에 접어든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녹취> 이시 자쵸(티베트족 수도승) : "제가 불교에 진정으로 융합돼 능력 있는 불교 제자가 되려고 합니다. 불법에서 배운 지식으로 다른 중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지린성이 고향인 원기 스님은 불학원에서 딱 3명 뿐인 조선족 수행자입니다.

오전 2시간 동안 법당에서 강의를 들은 뒤 하루 종일 집에서 수행을 합니다.

<녹취> 원기(조선족 수도승) : "여기 와보니까 진짜로 불교를 많이 배우게 되고 큰스님도 만나게 되고 시간이 오래되니까 불교에 대해서도 차츰 인식이 생기게 된 것 같아요."

수행자들로 항상 붐비는 불학원 최대 중심가..

산간 오지 마을에도 휴대전화 대리점과 은행 등 외부 세계 문화가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각종 생활용품과 식료품을 파는 슈퍼마켓은 수행자들에게 도시 백화점이나 다름 없습니다.

판매 수익은 고스란히 수행자들을 위해 쓰여집니다.

<녹취> 루정꿍부(티베트족 수도승) : "예전엔 물건을 사려면 너무 불편했는데, 지금은 상점들이 많이 생겨서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불학원 외곽 야산에 독수리 수백 마리가 모여들었습니다.

티베트 문화권 전통 장례의식인 천장(天葬)입니다.

티베트 사람들은 신성한 독수리가 사람의 시체를 먹어 치워야 승천을 해서 환생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의 마지막 공양인 셈입니다.

<녹취> 웬리(한족 수도승) : "티베트 불교 신도들은 사람이 죽으면 다음 세상에서 환생한다고 믿기 때문에 신체에 집착을 하지 않습니다. 사후에 자신의 신체를 다른 중생에게 주는 것은 불경에서 큰 공덕으로 간주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불학원 '탄청(壇城)'.

불학원 창시자의 신위가 봉안돼 있는 제단입니다.

전국 각지서 찾아 온 일반 신도들이 정성스레 합장 기도를 올리며,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녹취> 르뤄(티베트족 신도) : "2백 킬로 미터 떨어진 곳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 왔어요. 건강이 좋지 않아서 몹쓸 병이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탄청 안에서 관세음보살 주문이 든 '좐징룬(轉經輪)'을 돌리면, 자신의 업보를 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녹취> 바이링(한족 신도) : "'좐징룬'을 돌리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경문을 읽으면서 해탈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습니다."

불학원 수행자와 일반 신도들이 야외 언덕에 가득 모였습니다.

불법을 전수해 줄 큰스님을 부르기 위해 나팔 소리에 맞춰 일제히 흰색 천을 흔듭니다.

티베트 불교 신자라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관딩(灌頂)'이란 의식입니다.

<녹취> 웬빙(한족 신도) : "이 곳에 정말 어렵게 도착했어요. 기진맥진한 상태였는데 승려들이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고 숙소도 찾아줬어요. 참 우호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연중 최대 법회가 열리는 부처님 오신 날.

불학원 골목마다 수행자들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 대법회를 앞두고 법당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크게 붐비고 있습니다.

한족 신도들도 5천여 명이 몰려들면서 불학원 측은 이들을 위한 대법회 공간을 따로 마련했습니다.

불학원 창시자 사진이 내걸린 법당 안에는 수행자들로 꽉 들어찼습니다.

'짬바'라는 티베트 전통 음식이 아침 식사로 제공됩니다.

법회가 시작되자 저마다 조그만 '좐징룬'을 돌리며 불경을 낭독합니다.

<녹취> 쟝추(티베트족 법회 참가자) : "제 자신의 죄악을 참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이번 법회에 참석한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족 신도들도 부처님 사진과 불경을 앞에 놓고 법회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티베트 불교 규율에 따라, 남녀 신도의 법회 공간은 엄격히 분리돼 있습니다.

<녹취> 좡옌쉬(한족 법회 참가자) : "전에는 욕망과 걱정이 많았는데 불교를 접하고 나서 전신이 편안해졌고, 사람의 생로병사와 인생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됐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금도 오명불학원에 거주하는 수행자 수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티베트 사람들은 민족의 전통과 종교를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티베트 불교학원이 그 중심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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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원의 수행자들, 깨달음 향한 염원
    • 입력 2015-06-06 08:59:25
    • 수정2015-06-06 09:26:4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중국 서쪽 변경에는 여러 소수 민족들이 자치주를 이루며 살고 있죠.

달라이 라마의 망명정부로 잘 알려져 있는 티베트인들도 그들 가운데 하납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티베트인들은 하나로 결속해 줄기차게 저항하고 있는데요.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의 원천이 바로 티베트 불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서부 쓰촨성에는 이 티베트 불교의 승려들이 집단으로 모여 수행하는 불교 학원이 있습니다.

해발 4천 미터의 고원에 수행자들의 쪽방이 모여 하나의 도시를 이루고 있죠.

이곳에는 티베트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 한족 승려들도 함께 비폭력과 평화를 추구하는 티베트 불교의 가르침을 배우고 있습니다.

오명불학원으로 불리는 티벳 불교 수행 도시에 김명주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동티베트 지방이라 불리는 중국 쓰촨성 서북부 고산 지대..

낮 기온이 섭씨 20도 넘게 올라가지만, 산 정상 부근엔 아직도 눈이 하얗게 쌓여 있습니다.

한 쪽에선 야크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그대로 청정 자연 지역입니다.

표지판도 없는 비포장 산길 주변엔 티베트인 집단 거주 마을이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쓰촨성 수도인 청두에서 꼬박 하루 넘게 걸려 도착한 세계 최대 티베트 불교학원..

파란 하늘 아래 성냥갑처럼 생긴 붉은 토막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드넓은 초원과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 같습니다.

오명불학원은 해발 4천미터 고산 지대에 위치해 있습니다.

좀처럼 접근하기 힘든 오지중의 오지인데요.

이 마을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스님 만여 명이 티베트 불교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마을 한 가운데 대법당은 오명불학원의 상징입니다.

이 곳의 역사는 지난 1980년 티베트 고승인 직메푼촉 린포체가 32명의 제자를 가르치면서 시작됐습니다.

2천년대 초반 수행자들이 크게 몰려들면서, 불학원을 없애려는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녹취> 수다지(오명불학원 큰스님) : "이 곳에서는 티베트족 전통 문화를 배우고 불교 교육도 받습니다. 그 이외에 현대 문명에 대해서도 수행을 통해 익혀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활용합니다."

티베트 불교 경전을 읽고 있는 이시 쟈초 스님.

가족 곁을 떠나 수행의 길에 접어든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녹취> 이시 자쵸(티베트족 수도승) : "제가 불교에 진정으로 융합돼 능력 있는 불교 제자가 되려고 합니다. 불법에서 배운 지식으로 다른 중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지린성이 고향인 원기 스님은 불학원에서 딱 3명 뿐인 조선족 수행자입니다.

오전 2시간 동안 법당에서 강의를 들은 뒤 하루 종일 집에서 수행을 합니다.

<녹취> 원기(조선족 수도승) : "여기 와보니까 진짜로 불교를 많이 배우게 되고 큰스님도 만나게 되고 시간이 오래되니까 불교에 대해서도 차츰 인식이 생기게 된 것 같아요."

수행자들로 항상 붐비는 불학원 최대 중심가..

산간 오지 마을에도 휴대전화 대리점과 은행 등 외부 세계 문화가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각종 생활용품과 식료품을 파는 슈퍼마켓은 수행자들에게 도시 백화점이나 다름 없습니다.

판매 수익은 고스란히 수행자들을 위해 쓰여집니다.

<녹취> 루정꿍부(티베트족 수도승) : "예전엔 물건을 사려면 너무 불편했는데, 지금은 상점들이 많이 생겨서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불학원 외곽 야산에 독수리 수백 마리가 모여들었습니다.

티베트 문화권 전통 장례의식인 천장(天葬)입니다.

티베트 사람들은 신성한 독수리가 사람의 시체를 먹어 치워야 승천을 해서 환생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의 마지막 공양인 셈입니다.

<녹취> 웬리(한족 수도승) : "티베트 불교 신도들은 사람이 죽으면 다음 세상에서 환생한다고 믿기 때문에 신체에 집착을 하지 않습니다. 사후에 자신의 신체를 다른 중생에게 주는 것은 불경에서 큰 공덕으로 간주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불학원 '탄청(壇城)'.

불학원 창시자의 신위가 봉안돼 있는 제단입니다.

전국 각지서 찾아 온 일반 신도들이 정성스레 합장 기도를 올리며,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녹취> 르뤄(티베트족 신도) : "2백 킬로 미터 떨어진 곳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 왔어요. 건강이 좋지 않아서 몹쓸 병이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탄청 안에서 관세음보살 주문이 든 '좐징룬(轉經輪)'을 돌리면, 자신의 업보를 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녹취> 바이링(한족 신도) : "'좐징룬'을 돌리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경문을 읽으면서 해탈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습니다."

불학원 수행자와 일반 신도들이 야외 언덕에 가득 모였습니다.

불법을 전수해 줄 큰스님을 부르기 위해 나팔 소리에 맞춰 일제히 흰색 천을 흔듭니다.

티베트 불교 신자라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관딩(灌頂)'이란 의식입니다.

<녹취> 웬빙(한족 신도) : "이 곳에 정말 어렵게 도착했어요. 기진맥진한 상태였는데 승려들이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고 숙소도 찾아줬어요. 참 우호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연중 최대 법회가 열리는 부처님 오신 날.

불학원 골목마다 수행자들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 대법회를 앞두고 법당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크게 붐비고 있습니다.

한족 신도들도 5천여 명이 몰려들면서 불학원 측은 이들을 위한 대법회 공간을 따로 마련했습니다.

불학원 창시자 사진이 내걸린 법당 안에는 수행자들로 꽉 들어찼습니다.

'짬바'라는 티베트 전통 음식이 아침 식사로 제공됩니다.

법회가 시작되자 저마다 조그만 '좐징룬'을 돌리며 불경을 낭독합니다.

<녹취> 쟝추(티베트족 법회 참가자) : "제 자신의 죄악을 참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이번 법회에 참석한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족 신도들도 부처님 사진과 불경을 앞에 놓고 법회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티베트 불교 규율에 따라, 남녀 신도의 법회 공간은 엄격히 분리돼 있습니다.

<녹취> 좡옌쉬(한족 법회 참가자) : "전에는 욕망과 걱정이 많았는데 불교를 접하고 나서 전신이 편안해졌고, 사람의 생로병사와 인생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됐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금도 오명불학원에 거주하는 수행자 수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티베트 사람들은 민족의 전통과 종교를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티베트 불교학원이 그 중심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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