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대화 ‘하루 30분’…23%는 ‘10분 이하’
입력 2015.06.15 (06:49)
수정 2015.06.15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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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부들은 주로 배우자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 측면이 강한 대화를 나누고 산다. 또 가정생활이나 결혼생활이 질보다는 가정의 안정을 중요시해 이견이 생기면 자기의견이 정당한데도 이를 억제하고 배우자의 의견을 동조해주는 형태의 대화를 주로 하고 산다.”
1991년 대한가정학회지에 실린 「부부간 커뮤니케이션 유형에 관한연구」는 국내 가정에서 부부간 합리적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부부 301쌍을 대상으로 대화유형 분석을 한 이 논문은 당시 주요 일간지에 소개되며 관심을 모았다.
조사 결과 남편과 부인 모두 ‘독선형(남:31.5%, 여:30.9%)’이 가장 많았다. 독선형은 부부간 대화에 무관심하고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고, 객관성이 없는 유형이라고 정의했다.
남성은 독선형에 이어 순종형(29.9%)이 많았는데, 이 유형은 남성적이지 못해 무조건 양보하고 의견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으며 말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 스타일이다. 부인의 경우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지도 않고 남편을 탓하지도 않는 무관심형(24.2%)이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남편의 경우 내면에는 전통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외형으로는 대놓고 권위적이지도 못한 ‘권위지향형’도 14%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20년 지난 요즘의 부부간 대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명대학교 구현정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발표한 「분야별 화법 분석 및 향상 방안 연구: 가정 내 대화법」 연구 보고서에서 남편과 아내 총 300명의 대화유형을 분석했다.
◆ “생각과 고민 나눠” vs “상투적 말만”
남편과 아내는 자신의 배우자와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존 파월(Powell)의 대화의 5단계를 활용한 분석 결과, 생각과 고민에 대해 나누는 수준(3단계)의 응답자가 26.7%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가장 낮은 수준인 상투적인 말만 하는 단계가 23.3%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자신의 느낌이나 기분 22.0%, 다른 사람 이야기 14.7%, 그리고 진심과 필요를 이야기하는 최고 수준의 단계는 11.3%에 불과했다.
배우자와 상투적인 말을 한다는 응답은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한다는 응답은 여성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 “배우자와 하루 30분 대화”
배우자와의 대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조사결과 하루 30분 정도 대화한다는 응답이 34.3%로 가장 많았고, 1시간 이상도 25.3%로 나타났다. 하지만 응답자 중 22.7%는 배우자와 하루에 10분 이하의 대화를 나눈다고 답했다.
부부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화 시간은 1시간 이상(3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1시간 이상(28.3%)’, ‘30분 정도(26.7%)’, 10분 정도(10.0%) 순으로 나타나 대부분 하루 평균 30분 이상의 대화를 원하고 있었다. 성별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더 긴 시간을 대화 적정 시간이라고 응답했다.
대화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직장 업무 때문(47.3%)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자신의 성격(21.3%), 배우자의 성격(17.7%), 배우자와의 갈등(8.3%) 순으로 나타났다.
◆ 잔소리가 아니야, 관심이야?
잔소리와 관심은 한 끗 차이다. 관심이 있으니 하는 말이겠지만, 비평이나 지적은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그래도 부인이 남편에게, 또 남편이 부인에게 잔소리하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조사결과 과반수의 응답자가 배우자를 위해서 비평이나 지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비평과 지적을 더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의 비평을 배우자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믿고 있었다.
◆ 부부싸움? 피하거나 폭발하거나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다. 모든 의미 있는 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갈등인 만큼,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 역시 중요하다.
먼저 의견 충돌 시 회피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우선 상황을 피하여 순간을 모면하려는 것이다. 이번 조사 역시 응답자 과반수가 갈등을 회피한다고 답했다. 신혼부부보다는 결혼 연수가 많아질수록 갈등이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피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또 남성이 여성보다 배우자와의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이 높았다.
쌓인 감정을 표출하는 유형도 있다. 어떤 문제로 갈등이 생겼을 때, 이전에 있었던 좋지 못한 일을 다 끄집어내는 것이다. 다만 이런 유형은 문제 해결보다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조사결과 신혼보다 중년과 노년으로 갈수록 갈등 상황에서 쌓인 감정을 표출하는 정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또, 여성이 남성보다 화가 나면 배우자의 과거 일을 많이 언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하루 한 시간 이상 대화하기”, “경청하기”, “갈등 회피하지 말기” 등 20가지 부부 대화 지침을 제안했다. 특히 노년 부부에게는 자신의 공을 드러내지 말 것과 잠들기 전에는 대화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1991년 대한가정학회지에 실린 「부부간 커뮤니케이션 유형에 관한연구」는 국내 가정에서 부부간 합리적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부부 301쌍을 대상으로 대화유형 분석을 한 이 논문은 당시 주요 일간지에 소개되며 관심을 모았다.
조사 결과 남편과 부인 모두 ‘독선형(남:31.5%, 여:30.9%)’이 가장 많았다. 독선형은 부부간 대화에 무관심하고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고, 객관성이 없는 유형이라고 정의했다.
남성은 독선형에 이어 순종형(29.9%)이 많았는데, 이 유형은 남성적이지 못해 무조건 양보하고 의견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으며 말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 스타일이다. 부인의 경우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지도 않고 남편을 탓하지도 않는 무관심형(24.2%)이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남편의 경우 내면에는 전통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외형으로는 대놓고 권위적이지도 못한 ‘권위지향형’도 14%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20년 지난 요즘의 부부간 대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명대학교 구현정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발표한 「분야별 화법 분석 및 향상 방안 연구: 가정 내 대화법」 연구 보고서에서 남편과 아내 총 300명의 대화유형을 분석했다.
◆ “생각과 고민 나눠” vs “상투적 말만”
남편과 아내는 자신의 배우자와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존 파월(Powell)의 대화의 5단계를 활용한 분석 결과, 생각과 고민에 대해 나누는 수준(3단계)의 응답자가 26.7%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가장 낮은 수준인 상투적인 말만 하는 단계가 23.3%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자신의 느낌이나 기분 22.0%, 다른 사람 이야기 14.7%, 그리고 진심과 필요를 이야기하는 최고 수준의 단계는 11.3%에 불과했다.
배우자와 상투적인 말을 한다는 응답은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한다는 응답은 여성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 “배우자와 하루 30분 대화”
배우자와의 대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조사결과 하루 30분 정도 대화한다는 응답이 34.3%로 가장 많았고, 1시간 이상도 25.3%로 나타났다. 하지만 응답자 중 22.7%는 배우자와 하루에 10분 이하의 대화를 나눈다고 답했다.
부부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화 시간은 1시간 이상(3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1시간 이상(28.3%)’, ‘30분 정도(26.7%)’, 10분 정도(10.0%) 순으로 나타나 대부분 하루 평균 30분 이상의 대화를 원하고 있었다. 성별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더 긴 시간을 대화 적정 시간이라고 응답했다.
대화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직장 업무 때문(47.3%)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자신의 성격(21.3%), 배우자의 성격(17.7%), 배우자와의 갈등(8.3%) 순으로 나타났다.
◆ 잔소리가 아니야, 관심이야?
잔소리와 관심은 한 끗 차이다. 관심이 있으니 하는 말이겠지만, 비평이나 지적은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그래도 부인이 남편에게, 또 남편이 부인에게 잔소리하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조사결과 과반수의 응답자가 배우자를 위해서 비평이나 지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비평과 지적을 더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의 비평을 배우자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믿고 있었다.
◆ 부부싸움? 피하거나 폭발하거나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다. 모든 의미 있는 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갈등인 만큼,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 역시 중요하다.
먼저 의견 충돌 시 회피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우선 상황을 피하여 순간을 모면하려는 것이다. 이번 조사 역시 응답자 과반수가 갈등을 회피한다고 답했다. 신혼부부보다는 결혼 연수가 많아질수록 갈등이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피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또 남성이 여성보다 배우자와의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이 높았다.
쌓인 감정을 표출하는 유형도 있다. 어떤 문제로 갈등이 생겼을 때, 이전에 있었던 좋지 못한 일을 다 끄집어내는 것이다. 다만 이런 유형은 문제 해결보다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조사결과 신혼보다 중년과 노년으로 갈수록 갈등 상황에서 쌓인 감정을 표출하는 정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또, 여성이 남성보다 화가 나면 배우자의 과거 일을 많이 언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하루 한 시간 이상 대화하기”, “경청하기”, “갈등 회피하지 말기” 등 20가지 부부 대화 지침을 제안했다. 특히 노년 부부에게는 자신의 공을 드러내지 말 것과 잠들기 전에는 대화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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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06-15 06:49:12
- 수정2015-06-15 07:46:05

“한국의 부부들은 주로 배우자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 측면이 강한 대화를 나누고 산다. 또 가정생활이나 결혼생활이 질보다는 가정의 안정을 중요시해 이견이 생기면 자기의견이 정당한데도 이를 억제하고 배우자의 의견을 동조해주는 형태의 대화를 주로 하고 산다.”
1991년 대한가정학회지에 실린 「부부간 커뮤니케이션 유형에 관한연구」는 국내 가정에서 부부간 합리적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부부 301쌍을 대상으로 대화유형 분석을 한 이 논문은 당시 주요 일간지에 소개되며 관심을 모았다.
조사 결과 남편과 부인 모두 ‘독선형(남:31.5%, 여:30.9%)’이 가장 많았다. 독선형은 부부간 대화에 무관심하고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고, 객관성이 없는 유형이라고 정의했다.
남성은 독선형에 이어 순종형(29.9%)이 많았는데, 이 유형은 남성적이지 못해 무조건 양보하고 의견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으며 말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 스타일이다. 부인의 경우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지도 않고 남편을 탓하지도 않는 무관심형(24.2%)이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남편의 경우 내면에는 전통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외형으로는 대놓고 권위적이지도 못한 ‘권위지향형’도 14%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20년 지난 요즘의 부부간 대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명대학교 구현정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발표한 「분야별 화법 분석 및 향상 방안 연구: 가정 내 대화법」 연구 보고서에서 남편과 아내 총 300명의 대화유형을 분석했다.
◆ “생각과 고민 나눠” vs “상투적 말만”
남편과 아내는 자신의 배우자와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존 파월(Powell)의 대화의 5단계를 활용한 분석 결과, 생각과 고민에 대해 나누는 수준(3단계)의 응답자가 26.7%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가장 낮은 수준인 상투적인 말만 하는 단계가 23.3%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자신의 느낌이나 기분 22.0%, 다른 사람 이야기 14.7%, 그리고 진심과 필요를 이야기하는 최고 수준의 단계는 11.3%에 불과했다.
배우자와 상투적인 말을 한다는 응답은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한다는 응답은 여성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 “배우자와 하루 30분 대화”
배우자와의 대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조사결과 하루 30분 정도 대화한다는 응답이 34.3%로 가장 많았고, 1시간 이상도 25.3%로 나타났다. 하지만 응답자 중 22.7%는 배우자와 하루에 10분 이하의 대화를 나눈다고 답했다.
부부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화 시간은 1시간 이상(3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1시간 이상(28.3%)’, ‘30분 정도(26.7%)’, 10분 정도(10.0%) 순으로 나타나 대부분 하루 평균 30분 이상의 대화를 원하고 있었다. 성별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더 긴 시간을 대화 적정 시간이라고 응답했다.
대화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직장 업무 때문(47.3%)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자신의 성격(21.3%), 배우자의 성격(17.7%), 배우자와의 갈등(8.3%) 순으로 나타났다.
◆ 잔소리가 아니야, 관심이야?
잔소리와 관심은 한 끗 차이다. 관심이 있으니 하는 말이겠지만, 비평이나 지적은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그래도 부인이 남편에게, 또 남편이 부인에게 잔소리하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조사결과 과반수의 응답자가 배우자를 위해서 비평이나 지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비평과 지적을 더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의 비평을 배우자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믿고 있었다.
◆ 부부싸움? 피하거나 폭발하거나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다. 모든 의미 있는 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갈등인 만큼,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 역시 중요하다.
먼저 의견 충돌 시 회피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우선 상황을 피하여 순간을 모면하려는 것이다. 이번 조사 역시 응답자 과반수가 갈등을 회피한다고 답했다. 신혼부부보다는 결혼 연수가 많아질수록 갈등이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피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또 남성이 여성보다 배우자와의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이 높았다.
쌓인 감정을 표출하는 유형도 있다. 어떤 문제로 갈등이 생겼을 때, 이전에 있었던 좋지 못한 일을 다 끄집어내는 것이다. 다만 이런 유형은 문제 해결보다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조사결과 신혼보다 중년과 노년으로 갈수록 갈등 상황에서 쌓인 감정을 표출하는 정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또, 여성이 남성보다 화가 나면 배우자의 과거 일을 많이 언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하루 한 시간 이상 대화하기”, “경청하기”, “갈등 회피하지 말기” 등 20가지 부부 대화 지침을 제안했다. 특히 노년 부부에게는 자신의 공을 드러내지 말 것과 잠들기 전에는 대화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1991년 대한가정학회지에 실린 「부부간 커뮤니케이션 유형에 관한연구」는 국내 가정에서 부부간 합리적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부부 301쌍을 대상으로 대화유형 분석을 한 이 논문은 당시 주요 일간지에 소개되며 관심을 모았다.
조사 결과 남편과 부인 모두 ‘독선형(남:31.5%, 여:30.9%)’이 가장 많았다. 독선형은 부부간 대화에 무관심하고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고, 객관성이 없는 유형이라고 정의했다.
남성은 독선형에 이어 순종형(29.9%)이 많았는데, 이 유형은 남성적이지 못해 무조건 양보하고 의견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으며 말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 스타일이다. 부인의 경우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지도 않고 남편을 탓하지도 않는 무관심형(24.2%)이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남편의 경우 내면에는 전통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외형으로는 대놓고 권위적이지도 못한 ‘권위지향형’도 14%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20년 지난 요즘의 부부간 대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명대학교 구현정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발표한 「분야별 화법 분석 및 향상 방안 연구: 가정 내 대화법」 연구 보고서에서 남편과 아내 총 300명의 대화유형을 분석했다.
◆ “생각과 고민 나눠” vs “상투적 말만”
남편과 아내는 자신의 배우자와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존 파월(Powell)의 대화의 5단계를 활용한 분석 결과, 생각과 고민에 대해 나누는 수준(3단계)의 응답자가 26.7%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가장 낮은 수준인 상투적인 말만 하는 단계가 23.3%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자신의 느낌이나 기분 22.0%, 다른 사람 이야기 14.7%, 그리고 진심과 필요를 이야기하는 최고 수준의 단계는 11.3%에 불과했다.
배우자와 상투적인 말을 한다는 응답은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한다는 응답은 여성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 “배우자와 하루 30분 대화”
배우자와의 대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조사결과 하루 30분 정도 대화한다는 응답이 34.3%로 가장 많았고, 1시간 이상도 25.3%로 나타났다. 하지만 응답자 중 22.7%는 배우자와 하루에 10분 이하의 대화를 나눈다고 답했다.
부부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화 시간은 1시간 이상(3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1시간 이상(28.3%)’, ‘30분 정도(26.7%)’, 10분 정도(10.0%) 순으로 나타나 대부분 하루 평균 30분 이상의 대화를 원하고 있었다. 성별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더 긴 시간을 대화 적정 시간이라고 응답했다.
대화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직장 업무 때문(47.3%)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자신의 성격(21.3%), 배우자의 성격(17.7%), 배우자와의 갈등(8.3%) 순으로 나타났다.
◆ 잔소리가 아니야, 관심이야?
잔소리와 관심은 한 끗 차이다. 관심이 있으니 하는 말이겠지만, 비평이나 지적은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그래도 부인이 남편에게, 또 남편이 부인에게 잔소리하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조사결과 과반수의 응답자가 배우자를 위해서 비평이나 지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비평과 지적을 더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의 비평을 배우자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믿고 있었다.
◆ 부부싸움? 피하거나 폭발하거나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다. 모든 의미 있는 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갈등인 만큼,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 역시 중요하다.
먼저 의견 충돌 시 회피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우선 상황을 피하여 순간을 모면하려는 것이다. 이번 조사 역시 응답자 과반수가 갈등을 회피한다고 답했다. 신혼부부보다는 결혼 연수가 많아질수록 갈등이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피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또 남성이 여성보다 배우자와의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이 높았다.
쌓인 감정을 표출하는 유형도 있다. 어떤 문제로 갈등이 생겼을 때, 이전에 있었던 좋지 못한 일을 다 끄집어내는 것이다. 다만 이런 유형은 문제 해결보다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조사결과 신혼보다 중년과 노년으로 갈수록 갈등 상황에서 쌓인 감정을 표출하는 정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또, 여성이 남성보다 화가 나면 배우자의 과거 일을 많이 언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하루 한 시간 이상 대화하기”, “경청하기”, “갈등 회피하지 말기” 등 20가지 부부 대화 지침을 제안했다. 특히 노년 부부에게는 자신의 공을 드러내지 말 것과 잠들기 전에는 대화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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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혜원 기자 hey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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