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흑인 행세’ 백인 운동가…인종도 선택?

입력 2015.06.18 (18:06) 수정 2015.06.18 (19: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요즘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은 백인이면서 흑인 행세를 해 온 인권운동가 '레이첼 돌레잘'입니다.

돌레잘은 백인처럼 보이고 싶어했던 기존의 흑인 사례들과는 정반대의 경우인데요.

백인이란 사실이 드러났지만, 돌레잘은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자신은 흑인이 맞다'라면서 미국의 인종 논쟁을 촉발시켰습니다.

오늘은 이 소식,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김 기자, 어서오세요.

<질문>
흑인이 아니면서 자기가 흑인이라고 주장한다고요? 무슨 사정입니까

<답변>
네 지금 보시는 사람이 바로 레이첼 돌레잘입니다.

NAACP,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권 단체의 지부장을 맡아 흑인 인권 운동을 해 왔던 사람입니다.

사진 한 번 보시죠.

까무잡잡한 피부에 곱슬거리는 파마 머리,

외모로 볼 때는 흑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죠?

그런데 돌레잘의 부모가 과거 그녀를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정체'가 탄로났습니다.

주근깨 많은 하얀 피부에 생 머리... 전형적인 백인 외모였기 때문입니다.

흑인처럼 보이는 건 피부를 태우고 레게 파마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러스안(레이첼 돌레잘 어머니) : "그녀는 다른 사람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잘못된 정체성을 주입시켜온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자기가 진짜 흑인이라고 믿게된 거죠."

사건 직후 '언제부터 우리를 속인 거냐', '사기꾼 아니냐'며 돌레잘에 대한 비난이 일었고요.

돌레잘이 몸 담고 있었던 인권단체에서도 놀랍고 실망했다는 성명서가 발표됐습니다.

결국 돌레잘은 흑인 인권운동 단체 지부장 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질문>
돌레잘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해명을 하고 있습니까?

<답변>
그동안 명확히 답변을 안 하고 피해 왔었거든요.

그런데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은 흑인이 맞다고 재차 주장했습니다.

돌레잘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레이첼 돌레잘(흑인 인권운동가) : "(스스로를 아프리카 미국인으로 인식한 건가요?) 전 흑인이라고 생각합니다. 5살 때부터 복숭아색 대신 갈색 크레파스로 제 모습을 그렸고요. 머리도 검고 꼬불꼬불하게 그렸어요.."

생물학적으로 백인인 건 맞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기가 흑인이라고 믿어 왔고, 흑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동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인종은 흑인이라는 겁니다.

돌레잘은 비교적 복잡한 가족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백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돌레잘의 집에는 부모가 입양한 4명의 흑인 형제자매들이 있습니다.

본인은 흑인 남성과 결혼을 했었고 피부색이 검은 두 아들을 낳아서 키우고 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흑인 인권 운동을 해 왔고요.

<녹취> 레이첼 돌레잘(흑인인권 운동가) : "실은 어제 아들이라 얘기를 했는데 애가 그러더군요. '엄마, 엄마는 인종적으로는 인간(human)이고 문화적으로는 흑인이잖아' 우리는 몇 년 동안 이런 대화를 해 왔고, 우리 애들은 나를 이해하고 지지합니다."

<질문>
이런 돌레잘의 이야기에 대해 미국 사회는 어떤 반응인가요?

<답변>
'거짓말쟁이의 궤변일 뿐이다'라는 비판적인 입장이 있지만, '인종은 고정불변이 아니다'라며 옹호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 비판적인 쪽에서는 돌레잘이 흑인 인권운동가로 성공하고 싶은 야심 때문에 인종마저 속인 것 아니냐,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우월한 백인이 흑인들을 기만한 일종의 '위선'이라는 것이죠.

- 반면에 옹호하는 쪽에서는 인종을 구분하는 기준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트렌스젠더가 성별을 선택하는 것처럼 트렌스 레이셜, 즉 인종을 선택하는 것도 이제는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를 둘러싸고 미국 사회에서는 그야말로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컨던(스포켄 시장) : "(인종을 속인)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고 해당 집단에 속해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동입니다."

<녹취> 카멜리 기어 리치(USC 로스쿨 교수) : "저는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신이 흑인 인권운동에 헌신하면서 '인종적 정체성'을 깨닫게 된 것이죠."

워싱턴 포스트는 돌레잘의 의도와 상관 없이 이번 사건은 인종 이슈를 촉발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인종은 정확히 무엇인가?"

심지어 "인종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는 겁니다.

<녹취> 질 솔로웨이(작가 겸 PD) : "더 이상 이분법적 사고로는 우리의 복잡하고 민감한 문화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논란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거죠."

<질문>
참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네요.

어찌 보면 미국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답변>
맞습니다.

미국은 인종의 도가니라고 불리지만, 흑인의 피가 단 한 방울만 흘러도 흑인으로 간주하는 이른바 '한 방울 법칙'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곳입니다.

미국의 노예제를 유지시켜온 원칙이기도 하지요.

그동안 백인 행세를 하는 흑인 사례들은 많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하고 판단해야 하는지, 미국 사회가 합의를 하지 못하는 겁니다.

단순한 '인종 사기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던 사건이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에 대해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이슈] ‘흑인 행세’ 백인 운동가…인종도 선택?
    • 입력 2015-06-18 18:54:20
    • 수정2015-06-18 19:19:35
    글로벌24
<앵커 멘트>

요즘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은 백인이면서 흑인 행세를 해 온 인권운동가 '레이첼 돌레잘'입니다.

돌레잘은 백인처럼 보이고 싶어했던 기존의 흑인 사례들과는 정반대의 경우인데요.

백인이란 사실이 드러났지만, 돌레잘은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자신은 흑인이 맞다'라면서 미국의 인종 논쟁을 촉발시켰습니다.

오늘은 이 소식,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김 기자, 어서오세요.

<질문>
흑인이 아니면서 자기가 흑인이라고 주장한다고요? 무슨 사정입니까

<답변>
네 지금 보시는 사람이 바로 레이첼 돌레잘입니다.

NAACP,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권 단체의 지부장을 맡아 흑인 인권 운동을 해 왔던 사람입니다.

사진 한 번 보시죠.

까무잡잡한 피부에 곱슬거리는 파마 머리,

외모로 볼 때는 흑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죠?

그런데 돌레잘의 부모가 과거 그녀를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정체'가 탄로났습니다.

주근깨 많은 하얀 피부에 생 머리... 전형적인 백인 외모였기 때문입니다.

흑인처럼 보이는 건 피부를 태우고 레게 파마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러스안(레이첼 돌레잘 어머니) : "그녀는 다른 사람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잘못된 정체성을 주입시켜온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자기가 진짜 흑인이라고 믿게된 거죠."

사건 직후 '언제부터 우리를 속인 거냐', '사기꾼 아니냐'며 돌레잘에 대한 비난이 일었고요.

돌레잘이 몸 담고 있었던 인권단체에서도 놀랍고 실망했다는 성명서가 발표됐습니다.

결국 돌레잘은 흑인 인권운동 단체 지부장 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질문>
돌레잘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해명을 하고 있습니까?

<답변>
그동안 명확히 답변을 안 하고 피해 왔었거든요.

그런데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은 흑인이 맞다고 재차 주장했습니다.

돌레잘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레이첼 돌레잘(흑인 인권운동가) : "(스스로를 아프리카 미국인으로 인식한 건가요?) 전 흑인이라고 생각합니다. 5살 때부터 복숭아색 대신 갈색 크레파스로 제 모습을 그렸고요. 머리도 검고 꼬불꼬불하게 그렸어요.."

생물학적으로 백인인 건 맞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기가 흑인이라고 믿어 왔고, 흑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동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인종은 흑인이라는 겁니다.

돌레잘은 비교적 복잡한 가족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백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돌레잘의 집에는 부모가 입양한 4명의 흑인 형제자매들이 있습니다.

본인은 흑인 남성과 결혼을 했었고 피부색이 검은 두 아들을 낳아서 키우고 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흑인 인권 운동을 해 왔고요.

<녹취> 레이첼 돌레잘(흑인인권 운동가) : "실은 어제 아들이라 얘기를 했는데 애가 그러더군요. '엄마, 엄마는 인종적으로는 인간(human)이고 문화적으로는 흑인이잖아' 우리는 몇 년 동안 이런 대화를 해 왔고, 우리 애들은 나를 이해하고 지지합니다."

<질문>
이런 돌레잘의 이야기에 대해 미국 사회는 어떤 반응인가요?

<답변>
'거짓말쟁이의 궤변일 뿐이다'라는 비판적인 입장이 있지만, '인종은 고정불변이 아니다'라며 옹호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 비판적인 쪽에서는 돌레잘이 흑인 인권운동가로 성공하고 싶은 야심 때문에 인종마저 속인 것 아니냐,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우월한 백인이 흑인들을 기만한 일종의 '위선'이라는 것이죠.

- 반면에 옹호하는 쪽에서는 인종을 구분하는 기준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트렌스젠더가 성별을 선택하는 것처럼 트렌스 레이셜, 즉 인종을 선택하는 것도 이제는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를 둘러싸고 미국 사회에서는 그야말로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컨던(스포켄 시장) : "(인종을 속인)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고 해당 집단에 속해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동입니다."

<녹취> 카멜리 기어 리치(USC 로스쿨 교수) : "저는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신이 흑인 인권운동에 헌신하면서 '인종적 정체성'을 깨닫게 된 것이죠."

워싱턴 포스트는 돌레잘의 의도와 상관 없이 이번 사건은 인종 이슈를 촉발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인종은 정확히 무엇인가?"

심지어 "인종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는 겁니다.

<녹취> 질 솔로웨이(작가 겸 PD) : "더 이상 이분법적 사고로는 우리의 복잡하고 민감한 문화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논란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거죠."

<질문>
참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네요.

어찌 보면 미국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답변>
맞습니다.

미국은 인종의 도가니라고 불리지만, 흑인의 피가 단 한 방울만 흘러도 흑인으로 간주하는 이른바 '한 방울 법칙'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곳입니다.

미국의 노예제를 유지시켜온 원칙이기도 하지요.

그동안 백인 행세를 하는 흑인 사례들은 많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하고 판단해야 하는지, 미국 사회가 합의를 하지 못하는 겁니다.

단순한 '인종 사기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던 사건이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에 대해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