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거부권 파동이 남긴 것

입력 2015.07.08 (07:35) 수정 2015.07.08 (10: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김진수 해설위원]

거부권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국회법 개정안이 결국 폐기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새누리당의 재의 표결 불참으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결괍니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합의를 위해 탄생한 국회법 개정안은 내년 5월이면 자동 폐기됩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법제처에서 위헌 의견을 내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집권여당으로서는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사과했습니다.

집권여당으로서는 불가피한 차선의 선택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애매한 행보로 국회의 권위는 크게 추락했습니다. 당초 거부권 행사는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것이었지만 지금 결과를 보면 오히려 그 반대 경우를 걱정해야 할 형국입니다.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청와대로부터 거부되자 바로 폐기 수순에 돌입한 것은 누가 봐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행정부의 힘에 눌린 결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배신의 정치로 지목된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여당 내 분란 역시 그렇습니다. 물론 거부권 정국을 만든 원인이 국회법 개정안에 있는 만큼 그 합의의 중심에 섰던 유승민 원내대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결자해지하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어떻게 보면 내년 총선을 앞둔 당내 계파 간 힘겨루기로 비쳐진다는 점을 여당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국회의 위상은 또 한 번 추락했지만 거기에 공천권을 둘러싼 집권여당의 이전투구 양상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식상함만 깊게 할 뿐이라는 점입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오늘 의원총회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의원총회의 결과에 따라 거부권 정국은 일단 봉합될 수도 있고 더 확대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민주주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실천하는 일일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해설] 거부권 파동이 남긴 것
    • 입력 2015-07-08 07:41:11
    • 수정2015-07-08 10:57:36
    뉴스광장
[김진수 해설위원]

거부권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국회법 개정안이 결국 폐기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새누리당의 재의 표결 불참으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결괍니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합의를 위해 탄생한 국회법 개정안은 내년 5월이면 자동 폐기됩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법제처에서 위헌 의견을 내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집권여당으로서는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사과했습니다.

집권여당으로서는 불가피한 차선의 선택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애매한 행보로 국회의 권위는 크게 추락했습니다. 당초 거부권 행사는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것이었지만 지금 결과를 보면 오히려 그 반대 경우를 걱정해야 할 형국입니다.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청와대로부터 거부되자 바로 폐기 수순에 돌입한 것은 누가 봐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행정부의 힘에 눌린 결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배신의 정치로 지목된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여당 내 분란 역시 그렇습니다. 물론 거부권 정국을 만든 원인이 국회법 개정안에 있는 만큼 그 합의의 중심에 섰던 유승민 원내대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결자해지하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어떻게 보면 내년 총선을 앞둔 당내 계파 간 힘겨루기로 비쳐진다는 점을 여당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국회의 위상은 또 한 번 추락했지만 거기에 공천권을 둘러싼 집권여당의 이전투구 양상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식상함만 깊게 할 뿐이라는 점입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오늘 의원총회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의원총회의 결과에 따라 거부권 정국은 일단 봉합될 수도 있고 더 확대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민주주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실천하는 일일 것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