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가 노예? 왜곡된 ‘갑을관계’

입력 2015.07.15 (17:32) 수정 2015.07.15 (20: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조교가 교수에게 안 됩니다라고 말하기가 참 어렵다고 합니다.

자신의 내일이 그 교수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겠죠.

또 학교 사회가 좁다 보니까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디 가서 말할 데도 없다고 합니다.

-교수가 제자에게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또 인분까지 먹였다고 해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대학계에 만연한 이른바 갑질교수, 왜 이런 일들이 끊이지 않는 건지 알아보겠습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교수님들의 이른바 갑질을 얘기하려고 하는데 모신 분이 교수님이세요.

우리 구 교수님도 같이 일하는 조교분들이 있어요?

-그럼요.

제가 지도하는 대학원생이 7명입니다.

그리고 한 너댓 명은 제가 돈을 주고 조교로 고용을 해서 일을 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면 시키는 대로 다 합니까?

-제 학생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잘 호흡을 맞춰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조교분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요?

-그건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거기까지만 듣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그런 사건이 일어났죠.

해외토픽에나 나와야 될 것 같은 아주 가혹한, 끔찍한 가혹행위들이 있는데요.

화면으로 보시겠습니다.

현직 대학 교수가 대표로 있는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경찰.

피해자는 사무실 직원이었던 20대 남성 김 모씨였습니다.

경찰의 설득 끝에 무겁게 입을 연 김 씨.

자신의 생활은 노예나 다름없었다고 했습니다.

-처음 일하기 시작한 건 2010년 때 교수님이 회사에 무슨 일이 있으니까 좀 도와라, 그때부터 일하기 시작한 거예요.

-자신의 다른 제자이자 김 씨와 함께 일하는 직원 3명까지 폭행에 가담시켰다는 교수.

자신이 사무실을 비울 때면 다른 직원들에게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김 씨를 때릴 것을 지시하고 또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실시간 방송으로 이를 중계까지 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에 녹화된 방송 화면입니다.

A4 용기가 가득 들어 있는 무거운 박스를 든 채 얼차려를 받는 김 씨의 모습 보이시죠?

-손과 발을 묶고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운 다음 그 비닐봉지에 구멍을 뚫어서 호신용 최루 스프레이를 분사합니다.

-수십차례 이어진 스프레이 고문에 피부가 녹아내리는 화상까지 입게 됐다고 합니다.

-참 저는...

요즘에 군대에서도 이런 일이 없는데 대학가에서 상아탑이라 그러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분은, 이 제자분은 왜 이렇게 참았을까요?

그렇게 참을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입니까?

-제가 볼 때는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는 불이익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논문 지도도 받아야 하고 학점도 받아야 하고 당장 조교비가 끊기면 생활이 어렵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교수가 추천을 하면 교수가 되는 데 유리하겠다라고 하는 약간은 허황된 판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가 그렇게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런 허황된 꿈을 심어준 사람이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런 환경에서 살고 늘 맞고 그러면 그냥 맞는 건가 보다 하면서 또 그 상황에 익숙해졌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이건 제가 볼 때는 단순한 인권침해 수준이 아니고 인류에 대한 범죄 수준이라고 봅니다.

▼제자는 왜 가혹행위 참았나?▼

이거는 현대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류의,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것이고 실제로 고문이 일어났거든요.

스프레이 고문, 인분 고문들이 일어났는데 이런 것들은 정말 현대판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부를 만한 정도로 참담한 일이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 보여드린 이 사건은 아주 극단적인 사건 중의 하나였는데요.

실제로 많은 대학생과 대학원생들, 실제로 부당한 경험을 또 처우를 당했는지 저희가 물어봤습니다.

조사 결과를 준비했는데요.

보시죠.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와 전국 13개 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조사한 대학원생 연구환경실태 보고서입니다.

대학원생의 45.5%는 언어, 신체, 성적 폭력, 사적 노동, 저작권 편취 등 부당한 처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는 65.3%가 그냥 넘어갔고 9.9%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했습니다.

그냥 넘어간 이유가 무엇이었냐라고 물어봤는데요.

두려워서 그리고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습니다.

-제가 20여 년 전에 대학 다닐 때 교수님들을 뵈면 안녕하세요 이랬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선배 조교, 대학원생 선배들은 안녕하십니까, 교수님?이러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원생들은 교수님들을 되게 존경하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더랬어요.

그런데 이게 그렇게 다 이상한 관계만은 아닌 거 아니에요?

단순히 같이 지내면서 상명하복이 약간 있을 수는 있어도 다 이렇게 문제들이 조금씩은 있어요?

-대체로 대학원생과 교수와의 관계가 일종의 도제관계 같은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기술을 전달하는 자, 기술을 전달받는 자.

이런 측면이 있고 그러다 보니까 의존관계가 높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학점이라든가 논문이라든가 취업 이런 문제에서 교수의 역할이 막강하죠.

그런데 이걸 다 우리가 일반화할 수는 없고요.

그러나 문제가 분명히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확실히 있기는 있다?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 같은그런 절대권력 앞에서 작아지는 학생들의 모습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 우리나라만 이렇게 특별한 건지아니면 다른 나라도 그런지 궁금한데요.

▼교수·학생 관계, 외국 대학은?▼

-우리는 제가 봤을 때는 교수와 대학원생 간의 접촉 빈도가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제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9년을 했는데요.

교수들이랑 일을 해보면 대체로 교수와 학생과의 관계가 좀 합리적인 편이에요.

일주일의 정해진 시간 이상을 일을 못 하게 돼 있고 교수들의 어떤 성희롱이라든가 이런 것에 대한 관념이 굉장히 높은 편이고요.

그래서 합리적으로 정착이 돼 있는데 우리는 교수와 학생 간의 접촉 빈도가 많다 보니까 방도 같이 쓰고 밥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마시는 상황이 되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여러 가지 부당 처우를 느낄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그러면 교수님이 퇴근하라고 할 때까지는 퇴근이 아니네요.

밥 먹는 자리도 그렇고 술 마시는 자리도 그렇고.

다 일의 연장선상이 될 수 있지 않습니까?

-그 경계가 상당히 모호합니다.

교수들도 보면 정해진 시간에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주말에도 일을 하게 되고 밤에도 일을 하게 되고.

그렇다면 아무래도 조교나 이런 친구들이 보조를 맞춰주기를 바라는 측면이 있는데요.

그걸 다 문제 삼는다기보다는 그게 학생이 어떻게 느끼느냐.

부당하다고 느끼느냐, 아니면 침해당하고 있다고 느끼느냐.

이런 부분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지금 아까 보고서를 보면 유형별로 부당처우 사례가 나옵니다.

한번 잠깐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보시죠.

정장을 입고 온 여학생에게 교수님이 도우미 같다 이런 발언을 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듣기에 따라서 조금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그다음에 술자리에 참여한 여학생들을 외모로 등급을 매겨서 모욕감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게 얘기하신 분은 재미삼아 하신 줄은 모르지만 듣는 사람들은 매우 모욕적일 수 있는 거죠.

다음은 자기결정권 침해 사례인데요.

교수님 이삿짐을 나른 적이 있다.

그다음에 운전, 설거지, 쇼핑도 해줬다.

그다음에 말이죠.

교수님 아이들 숙제도 대신 했다.

개인적 종교행사에도 동원된 적이 있다.

그러니까 집사도 아니고 하여튼 이런 일을 다 했다는 건데요.

또 볼까요?학업연구권 침해 사례인데요.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인건비가 나오지만 통장과 도장을 강제로 걷어가서 월 30만원밖에 못 받는다.

100만원에서 70만원 떼고 30만원 받았다는 얘기네요.

명절에 선물을 드리지 않으면 아주 분위기가 불편해진다.

이런 얘기입니다.

혹시 교수님도 이 중에 혹시 해당되시는 게 있어요? 도우미 같다는 발언을 했다든가...

하여튼 어떤 경우에는 악의를 갖지 않고 했을 경우도 있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이건 심각한 성차별적인 발언이거든요.

-저는...

저도 대학원생 때 교수님 개인적인 이사 할 때 이삿짐을 날라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방 청소도 많이 했던 기억이 있고요.

그런데 이사했을 때는 하루 종일 했는데 지금 기억에는 다 끝나고 나서 함께 탕수육, 짜장면을 먹으면서 즐거웠던 기억으로...

-즐거웠던 기억으로 갖고 있어요?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말씀드리는 것처럼 그게 피해자가 어떻게 느낄 수 있는가.

그러니까 학생들이 잠재적인 피해자가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고요.

-그러니까 지금 말씀 듣다 보면 교수님이 본인이 더 젊었던 시절에 나는 그거 즐겁게 했는데, 그리고 그때는 더 심한 말도 들었는데 뭐 이 정도 말 가지고...

그러니까 교수님들의 의식이 어떻게 보면 정체, 과거 생각을 갖고 있는 이런 게 좀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요?

-굉장히 정확한 지적이신데요.

학생들의 인권의식은 상당히 올라간 것 같아요.

일반 국민들의 인권의식도 상당히 올라갔고.

그런데 교수님들이...

▼이삿짐 나르기에 과외까지?▼

저도 교수이지만 저를 돌아봐야 되는 자리이기도 한데 대체로 성폭력, 성희롱 이런 것을 포함해서 윤리의식에 대해서 큰 어떤 인식이 아직까지 좀 없는 것 같아요.

좀 불충분한 측면이 있는 것 같고.

-농담했다.

농담한 것 가지고 저러냐 이런 생각 하시는데 저는 그런 걱정이 들어서.

-만약에 이 학생들이 10년, 20넌 후에 잘 성장을 해서 저희와 함께 교육을 하고 연구를 할 수 있는 잠재적인 동료가 될 수 있다라고 한다면, 그런 인식이 있으면 절대로 도우미 같다, 예쁘다, 섹시하다 이런 얘기 못 하거든요.

그리고 밤에 같이 학생하고 저녁에 술자리 같이 못 하거든요.

-그럼 만약에 조교가 불쾌함을 느꼈어요.

그런데 교수님한테 말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기는 있습니까?

-그 부분은 교수에 따라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런데 대체로 교수님들이 그런 시간을 갖고 그런 문제에 대해서 경청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경우는 아직까지 좀 많지는 않은 것 같고요.

-학생들도 말하기를 꺼려하겠죠, 아무래도?

-제가 볼 때는 그런 개인적인 해결책보다는 조금 더 근본적인 제도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해결책이 있습니까?

-인권센터라든가 인권위원회라든가 대학 내에...

-학교 안에.

-대학 내에 그런 기구들이 상설화가 돼서 그런 침해에 관련된 진정을 받는 거죠, 상시로.

거기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조사를 하고.

그다음에 결과에 따라서 가해자에 대해서 권고를 하고 사과를 요청하고 재발방지를 약속 받고.

그리고 이제 교육적으로 활용하고.

이런 식의 제도적인 접근이 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희 회사는 성희롱 예방교육 받거든요, 저도 받았고.

교수님들도 받으세요?

-저희도 받습니다.

저희도 전체 교수회의 할 때 어떤 비디오 같은 것도 보고요.

그다음에 그런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되는 의무조항이 있습니다.

그래서 받고 있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그게 네이버에서 지식을 배우면 그게 생활에 녹아납니까?안 나죠.

그런 것처럼 그렇게 비디오 보고 어떤 프로그램을 보고 하는 것은 지식은 얻을지 몰라도 몸으로 체화가 안 되는 거거든요.

-그런 문제가 있군요.

-말씀하신 대로 성폭력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아요.

대학원에서 가해자의 40%가 교수와 강사였다는 결과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학교 때보다는 대학원에서의 그런 일들이 더 많다는 건데요.

그게 아무래도 교수님들이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겠죠?

▼성추행·성희롱까지…교수니까 참아라?▼

-그렇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접촉빈도가 많아요.

그리고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많은 걱정을 하게 되고 아무래도 그러한 불평등한 관계에 대한 그런 의식을 갖기 마련인데요.

그런데 저는 약간 양날의 검 같아요.

접촉 빈도가 높으면 그만큼 학생 입장에서는 교수로부터 생생한 지식을 전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거든요.

그러나 그것이 다르게 적용이 되면 학생들이 오히려 침해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진다고 볼 수 있겠죠.

-하여튼 교수님들이 조교, 대학원생들을 학문의 동반자로 여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제자가 노예? 왜곡된 ‘갑을관계’
    • 입력 2015-07-15 17:35:52
    • 수정2015-07-15 20:01:26
    시사진단
-조교가 교수에게 안 됩니다라고 말하기가 참 어렵다고 합니다.

자신의 내일이 그 교수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겠죠.

또 학교 사회가 좁다 보니까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디 가서 말할 데도 없다고 합니다.

-교수가 제자에게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또 인분까지 먹였다고 해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대학계에 만연한 이른바 갑질교수, 왜 이런 일들이 끊이지 않는 건지 알아보겠습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교수님들의 이른바 갑질을 얘기하려고 하는데 모신 분이 교수님이세요.

우리 구 교수님도 같이 일하는 조교분들이 있어요?

-그럼요.

제가 지도하는 대학원생이 7명입니다.

그리고 한 너댓 명은 제가 돈을 주고 조교로 고용을 해서 일을 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면 시키는 대로 다 합니까?

-제 학생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잘 호흡을 맞춰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조교분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요?

-그건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거기까지만 듣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그런 사건이 일어났죠.

해외토픽에나 나와야 될 것 같은 아주 가혹한, 끔찍한 가혹행위들이 있는데요.

화면으로 보시겠습니다.

현직 대학 교수가 대표로 있는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경찰.

피해자는 사무실 직원이었던 20대 남성 김 모씨였습니다.

경찰의 설득 끝에 무겁게 입을 연 김 씨.

자신의 생활은 노예나 다름없었다고 했습니다.

-처음 일하기 시작한 건 2010년 때 교수님이 회사에 무슨 일이 있으니까 좀 도와라, 그때부터 일하기 시작한 거예요.

-자신의 다른 제자이자 김 씨와 함께 일하는 직원 3명까지 폭행에 가담시켰다는 교수.

자신이 사무실을 비울 때면 다른 직원들에게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김 씨를 때릴 것을 지시하고 또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실시간 방송으로 이를 중계까지 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에 녹화된 방송 화면입니다.

A4 용기가 가득 들어 있는 무거운 박스를 든 채 얼차려를 받는 김 씨의 모습 보이시죠?

-손과 발을 묶고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운 다음 그 비닐봉지에 구멍을 뚫어서 호신용 최루 스프레이를 분사합니다.

-수십차례 이어진 스프레이 고문에 피부가 녹아내리는 화상까지 입게 됐다고 합니다.

-참 저는...

요즘에 군대에서도 이런 일이 없는데 대학가에서 상아탑이라 그러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분은, 이 제자분은 왜 이렇게 참았을까요?

그렇게 참을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입니까?

-제가 볼 때는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는 불이익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논문 지도도 받아야 하고 학점도 받아야 하고 당장 조교비가 끊기면 생활이 어렵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교수가 추천을 하면 교수가 되는 데 유리하겠다라고 하는 약간은 허황된 판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가 그렇게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런 허황된 꿈을 심어준 사람이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런 환경에서 살고 늘 맞고 그러면 그냥 맞는 건가 보다 하면서 또 그 상황에 익숙해졌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이건 제가 볼 때는 단순한 인권침해 수준이 아니고 인류에 대한 범죄 수준이라고 봅니다.

▼제자는 왜 가혹행위 참았나?▼

이거는 현대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류의,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것이고 실제로 고문이 일어났거든요.

스프레이 고문, 인분 고문들이 일어났는데 이런 것들은 정말 현대판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부를 만한 정도로 참담한 일이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 보여드린 이 사건은 아주 극단적인 사건 중의 하나였는데요.

실제로 많은 대학생과 대학원생들, 실제로 부당한 경험을 또 처우를 당했는지 저희가 물어봤습니다.

조사 결과를 준비했는데요.

보시죠.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와 전국 13개 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조사한 대학원생 연구환경실태 보고서입니다.

대학원생의 45.5%는 언어, 신체, 성적 폭력, 사적 노동, 저작권 편취 등 부당한 처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는 65.3%가 그냥 넘어갔고 9.9%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했습니다.

그냥 넘어간 이유가 무엇이었냐라고 물어봤는데요.

두려워서 그리고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습니다.

-제가 20여 년 전에 대학 다닐 때 교수님들을 뵈면 안녕하세요 이랬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선배 조교, 대학원생 선배들은 안녕하십니까, 교수님?이러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원생들은 교수님들을 되게 존경하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더랬어요.

그런데 이게 그렇게 다 이상한 관계만은 아닌 거 아니에요?

단순히 같이 지내면서 상명하복이 약간 있을 수는 있어도 다 이렇게 문제들이 조금씩은 있어요?

-대체로 대학원생과 교수와의 관계가 일종의 도제관계 같은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기술을 전달하는 자, 기술을 전달받는 자.

이런 측면이 있고 그러다 보니까 의존관계가 높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학점이라든가 논문이라든가 취업 이런 문제에서 교수의 역할이 막강하죠.

그런데 이걸 다 우리가 일반화할 수는 없고요.

그러나 문제가 분명히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확실히 있기는 있다?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 같은그런 절대권력 앞에서 작아지는 학생들의 모습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 우리나라만 이렇게 특별한 건지아니면 다른 나라도 그런지 궁금한데요.

▼교수·학생 관계, 외국 대학은?▼

-우리는 제가 봤을 때는 교수와 대학원생 간의 접촉 빈도가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제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9년을 했는데요.

교수들이랑 일을 해보면 대체로 교수와 학생과의 관계가 좀 합리적인 편이에요.

일주일의 정해진 시간 이상을 일을 못 하게 돼 있고 교수들의 어떤 성희롱이라든가 이런 것에 대한 관념이 굉장히 높은 편이고요.

그래서 합리적으로 정착이 돼 있는데 우리는 교수와 학생 간의 접촉 빈도가 많다 보니까 방도 같이 쓰고 밥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마시는 상황이 되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여러 가지 부당 처우를 느낄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그러면 교수님이 퇴근하라고 할 때까지는 퇴근이 아니네요.

밥 먹는 자리도 그렇고 술 마시는 자리도 그렇고.

다 일의 연장선상이 될 수 있지 않습니까?

-그 경계가 상당히 모호합니다.

교수들도 보면 정해진 시간에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주말에도 일을 하게 되고 밤에도 일을 하게 되고.

그렇다면 아무래도 조교나 이런 친구들이 보조를 맞춰주기를 바라는 측면이 있는데요.

그걸 다 문제 삼는다기보다는 그게 학생이 어떻게 느끼느냐.

부당하다고 느끼느냐, 아니면 침해당하고 있다고 느끼느냐.

이런 부분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지금 아까 보고서를 보면 유형별로 부당처우 사례가 나옵니다.

한번 잠깐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보시죠.

정장을 입고 온 여학생에게 교수님이 도우미 같다 이런 발언을 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듣기에 따라서 조금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그다음에 술자리에 참여한 여학생들을 외모로 등급을 매겨서 모욕감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게 얘기하신 분은 재미삼아 하신 줄은 모르지만 듣는 사람들은 매우 모욕적일 수 있는 거죠.

다음은 자기결정권 침해 사례인데요.

교수님 이삿짐을 나른 적이 있다.

그다음에 운전, 설거지, 쇼핑도 해줬다.

그다음에 말이죠.

교수님 아이들 숙제도 대신 했다.

개인적 종교행사에도 동원된 적이 있다.

그러니까 집사도 아니고 하여튼 이런 일을 다 했다는 건데요.

또 볼까요?학업연구권 침해 사례인데요.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인건비가 나오지만 통장과 도장을 강제로 걷어가서 월 30만원밖에 못 받는다.

100만원에서 70만원 떼고 30만원 받았다는 얘기네요.

명절에 선물을 드리지 않으면 아주 분위기가 불편해진다.

이런 얘기입니다.

혹시 교수님도 이 중에 혹시 해당되시는 게 있어요? 도우미 같다는 발언을 했다든가...

하여튼 어떤 경우에는 악의를 갖지 않고 했을 경우도 있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이건 심각한 성차별적인 발언이거든요.

-저는...

저도 대학원생 때 교수님 개인적인 이사 할 때 이삿짐을 날라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방 청소도 많이 했던 기억이 있고요.

그런데 이사했을 때는 하루 종일 했는데 지금 기억에는 다 끝나고 나서 함께 탕수육, 짜장면을 먹으면서 즐거웠던 기억으로...

-즐거웠던 기억으로 갖고 있어요?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말씀드리는 것처럼 그게 피해자가 어떻게 느낄 수 있는가.

그러니까 학생들이 잠재적인 피해자가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고요.

-그러니까 지금 말씀 듣다 보면 교수님이 본인이 더 젊었던 시절에 나는 그거 즐겁게 했는데, 그리고 그때는 더 심한 말도 들었는데 뭐 이 정도 말 가지고...

그러니까 교수님들의 의식이 어떻게 보면 정체, 과거 생각을 갖고 있는 이런 게 좀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요?

-굉장히 정확한 지적이신데요.

학생들의 인권의식은 상당히 올라간 것 같아요.

일반 국민들의 인권의식도 상당히 올라갔고.

그런데 교수님들이...

▼이삿짐 나르기에 과외까지?▼

저도 교수이지만 저를 돌아봐야 되는 자리이기도 한데 대체로 성폭력, 성희롱 이런 것을 포함해서 윤리의식에 대해서 큰 어떤 인식이 아직까지 좀 없는 것 같아요.

좀 불충분한 측면이 있는 것 같고.

-농담했다.

농담한 것 가지고 저러냐 이런 생각 하시는데 저는 그런 걱정이 들어서.

-만약에 이 학생들이 10년, 20넌 후에 잘 성장을 해서 저희와 함께 교육을 하고 연구를 할 수 있는 잠재적인 동료가 될 수 있다라고 한다면, 그런 인식이 있으면 절대로 도우미 같다, 예쁘다, 섹시하다 이런 얘기 못 하거든요.

그리고 밤에 같이 학생하고 저녁에 술자리 같이 못 하거든요.

-그럼 만약에 조교가 불쾌함을 느꼈어요.

그런데 교수님한테 말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기는 있습니까?

-그 부분은 교수에 따라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런데 대체로 교수님들이 그런 시간을 갖고 그런 문제에 대해서 경청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경우는 아직까지 좀 많지는 않은 것 같고요.

-학생들도 말하기를 꺼려하겠죠, 아무래도?

-제가 볼 때는 그런 개인적인 해결책보다는 조금 더 근본적인 제도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해결책이 있습니까?

-인권센터라든가 인권위원회라든가 대학 내에...

-학교 안에.

-대학 내에 그런 기구들이 상설화가 돼서 그런 침해에 관련된 진정을 받는 거죠, 상시로.

거기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조사를 하고.

그다음에 결과에 따라서 가해자에 대해서 권고를 하고 사과를 요청하고 재발방지를 약속 받고.

그리고 이제 교육적으로 활용하고.

이런 식의 제도적인 접근이 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희 회사는 성희롱 예방교육 받거든요, 저도 받았고.

교수님들도 받으세요?

-저희도 받습니다.

저희도 전체 교수회의 할 때 어떤 비디오 같은 것도 보고요.

그다음에 그런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되는 의무조항이 있습니다.

그래서 받고 있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그게 네이버에서 지식을 배우면 그게 생활에 녹아납니까?안 나죠.

그런 것처럼 그렇게 비디오 보고 어떤 프로그램을 보고 하는 것은 지식은 얻을지 몰라도 몸으로 체화가 안 되는 거거든요.

-그런 문제가 있군요.

-말씀하신 대로 성폭력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아요.

대학원에서 가해자의 40%가 교수와 강사였다는 결과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학교 때보다는 대학원에서의 그런 일들이 더 많다는 건데요.

그게 아무래도 교수님들이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겠죠?

▼성추행·성희롱까지…교수니까 참아라?▼

-그렇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접촉빈도가 많아요.

그리고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많은 걱정을 하게 되고 아무래도 그러한 불평등한 관계에 대한 그런 의식을 갖기 마련인데요.

그런데 저는 약간 양날의 검 같아요.

접촉 빈도가 높으면 그만큼 학생 입장에서는 교수로부터 생생한 지식을 전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거든요.

그러나 그것이 다르게 적용이 되면 학생들이 오히려 침해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진다고 볼 수 있겠죠.

-하여튼 교수님들이 조교, 대학원생들을 학문의 동반자로 여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