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망상이 만든 현대판 노예 사건들
입력 2015.07.16 (16:21)
수정 2015.07.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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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교수에 폭행 당한 피해자 사진과 협박 메시지
최근 국내의 한 대학 교수가 한 제자를 폭행하거나 인분을 먹이는 등 2년 넘게 끔찍한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교수는 공증을 받은 1억여 원의 채무 이행 각서를 통해 제자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면서 사실상 사무실에 감금을 해왔는데, 외부에 있을 때는 다른 제자를 시켜 피해자를 폭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처럼 한 개인의 다른 개인의 자유를 속박해 마음대로 부리는 이른바 '현대판 노예' 사건은 예전부터 있었다.
지난 2004년 전남 신안군에서는 어린이를 납치한 뒤 40여 년간 일을 시키며 노예처럼 부린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1960년 목포역에서 5살이던 어린이를 "밥을 주겠다"는 말로 유인해 자기 집으로 데려온 뒤 44년간 임금을 주지 않고 농사일 등을 시키며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이 남성은 피해자가 도망칠 때마다 "재산을 모두 주겠으니 열심히 일만 하라"는 말로 자신 곁에 머물게 했다. 피해자는 수십 년 동안 전기와 난방 시설이 없는 폐가에서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 같은 지역에서는 40대 지적 장애인을 감금하고 폭행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잡혔다.
김 양식업을 하는 이 남성은 2003년 12월 한 직업소개소에 300만 원을 주고 지적 장애인을 인계받았다.
그 후 이 남성은 피해자를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게 했으며 일거리가 없으면 다른 집으로 보내 일을 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피해자가 일을 잘 못 하거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갈고리로 머리를 쳐 큰 상처를 냈으며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치아를 부러뜨리는 등 폭행도 일삼았다.
특히 피해자는 일하는 중 손가락 두 마디가 절단됐지만 봉합 수술을 받지 못해 그대로 손가락을 잃었다.
감금
◆독사·투견과 한 방에 가두기도
현대판 노예 사건은 외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2013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는 20대 지적 장애인 여성과 그녀의 딸을 감금하고 노예처럼 다룬 20·30대 남녀 3명이 체포됐다.
이 일당은 2011년 5월 피해 모녀에게 "동물들이 많은 곳에서 함께 지내자"고 말하며 자신들의 집으로 유인했다.
그 후 일당은 모녀들을 시멘트 바닥의 지하실에서 생활하도록 했고 청소, 빨래, 세탁 등 집안일을 시켰다. 독사, 투견 등을 모녀가 지내는 방에 풀어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은 어머니가 딸을 때리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이들은 어머니가 딸을 때리는 장면을 촬영한 뒤 '경찰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했다.
같은 해 11월 영국 런던에서는 수십 년간 감금된 채 생활해 온 여성 3명이 구출됐다. 이들 여성은 인도, 탄자니아 출신의 60대 부부로부터 30년간 감금당한 채 상습적인 폭행을 당해 왔다. 또 가해자의 허락 없이는 집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피해 여성 중 2명은 가해자와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하면서 같이 생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피해자 1명은 그곳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경찰은 "보이지 않는 수갑이 피해자들의 삶을 감금했다"며 "'세뇌를 당했다'고 하는 게 가장 간단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권력에 취한 가해자, 신이라고 느꼈을 것”
전문가들은 권력이 주는 쾌감에 심취한 자들이 '현대판 노예'와 같은 비정상적인 일을 벌인다고 말한다.
감금 등을 통해 사회와 격리된 환경이 피해자의 합리적 판단을 통한 문제 해결을 막았을 가능성도 높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현대판 노예 사건의 가해자들은 자기 마음대로 상대방을 움직이는 데서 우월감을 느끼고 자신의 권력에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피해자는 힘, 사회·경제적 지위가 월등히 큰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주종 관계로 예속돼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주관적인 판단보다 가해자의 지시를 따르는 게 더 편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가해자는 다른 사람은 힘이 없고 자신에게만 힘이 있다는 생각에 빠져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며 "그러면서 자신이 신(神)과 같이 전지전능하다는 감정에 사로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점점 폭력 빈도가 높아지면 그 잔혹성에 둔감해지게 돼 더 강한 폭력을 행사한다"며 "상대에게 더 큰 고통을 줘야 자신의 지위가 더 강해진다는 생각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격리된 집단에서는 부당한 권력 남용이 쉽게 일어난다"며 "합리적인 사람이 이처럼 독특한 집단에 들어가면 부당함을 이겨내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의 한 대학 교수가 한 제자를 폭행하거나 인분을 먹이는 등 2년 넘게 끔찍한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교수는 공증을 받은 1억여 원의 채무 이행 각서를 통해 제자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면서 사실상 사무실에 감금을 해왔는데, 외부에 있을 때는 다른 제자를 시켜 피해자를 폭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처럼 한 개인의 다른 개인의 자유를 속박해 마음대로 부리는 이른바 '현대판 노예' 사건은 예전부터 있었다.
지난 2004년 전남 신안군에서는 어린이를 납치한 뒤 40여 년간 일을 시키며 노예처럼 부린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1960년 목포역에서 5살이던 어린이를 "밥을 주겠다"는 말로 유인해 자기 집으로 데려온 뒤 44년간 임금을 주지 않고 농사일 등을 시키며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이 남성은 피해자가 도망칠 때마다 "재산을 모두 주겠으니 열심히 일만 하라"는 말로 자신 곁에 머물게 했다. 피해자는 수십 년 동안 전기와 난방 시설이 없는 폐가에서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 같은 지역에서는 40대 지적 장애인을 감금하고 폭행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잡혔다.
김 양식업을 하는 이 남성은 2003년 12월 한 직업소개소에 300만 원을 주고 지적 장애인을 인계받았다.
그 후 이 남성은 피해자를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게 했으며 일거리가 없으면 다른 집으로 보내 일을 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피해자가 일을 잘 못 하거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갈고리로 머리를 쳐 큰 상처를 냈으며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치아를 부러뜨리는 등 폭행도 일삼았다.
특히 피해자는 일하는 중 손가락 두 마디가 절단됐지만 봉합 수술을 받지 못해 그대로 손가락을 잃었다.

◆독사·투견과 한 방에 가두기도
현대판 노예 사건은 외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2013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는 20대 지적 장애인 여성과 그녀의 딸을 감금하고 노예처럼 다룬 20·30대 남녀 3명이 체포됐다.
이 일당은 2011년 5월 피해 모녀에게 "동물들이 많은 곳에서 함께 지내자"고 말하며 자신들의 집으로 유인했다.
그 후 일당은 모녀들을 시멘트 바닥의 지하실에서 생활하도록 했고 청소, 빨래, 세탁 등 집안일을 시켰다. 독사, 투견 등을 모녀가 지내는 방에 풀어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은 어머니가 딸을 때리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이들은 어머니가 딸을 때리는 장면을 촬영한 뒤 '경찰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했다.
같은 해 11월 영국 런던에서는 수십 년간 감금된 채 생활해 온 여성 3명이 구출됐다. 이들 여성은 인도, 탄자니아 출신의 60대 부부로부터 30년간 감금당한 채 상습적인 폭행을 당해 왔다. 또 가해자의 허락 없이는 집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피해 여성 중 2명은 가해자와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하면서 같이 생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피해자 1명은 그곳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경찰은 "보이지 않는 수갑이 피해자들의 삶을 감금했다"며 "'세뇌를 당했다'고 하는 게 가장 간단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권력에 취한 가해자, 신이라고 느꼈을 것”
전문가들은 권력이 주는 쾌감에 심취한 자들이 '현대판 노예'와 같은 비정상적인 일을 벌인다고 말한다.
감금 등을 통해 사회와 격리된 환경이 피해자의 합리적 판단을 통한 문제 해결을 막았을 가능성도 높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현대판 노예 사건의 가해자들은 자기 마음대로 상대방을 움직이는 데서 우월감을 느끼고 자신의 권력에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피해자는 힘, 사회·경제적 지위가 월등히 큰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주종 관계로 예속돼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주관적인 판단보다 가해자의 지시를 따르는 게 더 편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가해자는 다른 사람은 힘이 없고 자신에게만 힘이 있다는 생각에 빠져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며 "그러면서 자신이 신(神)과 같이 전지전능하다는 감정에 사로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점점 폭력 빈도가 높아지면 그 잔혹성에 둔감해지게 돼 더 강한 폭력을 행사한다"며 "상대에게 더 큰 고통을 줘야 자신의 지위가 더 강해진다는 생각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격리된 집단에서는 부당한 권력 남용이 쉽게 일어난다"며 "합리적인 사람이 이처럼 독특한 집단에 들어가면 부당함을 이겨내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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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15-07-16 16:54:41

▲ 대학 교수에 폭행 당한 피해자 사진과 협박 메시지
최근 국내의 한 대학 교수가 한 제자를 폭행하거나 인분을 먹이는 등 2년 넘게 끔찍한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교수는 공증을 받은 1억여 원의 채무 이행 각서를 통해 제자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면서 사실상 사무실에 감금을 해왔는데, 외부에 있을 때는 다른 제자를 시켜 피해자를 폭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처럼 한 개인의 다른 개인의 자유를 속박해 마음대로 부리는 이른바 '현대판 노예' 사건은 예전부터 있었다.
지난 2004년 전남 신안군에서는 어린이를 납치한 뒤 40여 년간 일을 시키며 노예처럼 부린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1960년 목포역에서 5살이던 어린이를 "밥을 주겠다"는 말로 유인해 자기 집으로 데려온 뒤 44년간 임금을 주지 않고 농사일 등을 시키며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이 남성은 피해자가 도망칠 때마다 "재산을 모두 주겠으니 열심히 일만 하라"는 말로 자신 곁에 머물게 했다. 피해자는 수십 년 동안 전기와 난방 시설이 없는 폐가에서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 같은 지역에서는 40대 지적 장애인을 감금하고 폭행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잡혔다.
김 양식업을 하는 이 남성은 2003년 12월 한 직업소개소에 300만 원을 주고 지적 장애인을 인계받았다.
그 후 이 남성은 피해자를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게 했으며 일거리가 없으면 다른 집으로 보내 일을 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피해자가 일을 잘 못 하거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갈고리로 머리를 쳐 큰 상처를 냈으며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치아를 부러뜨리는 등 폭행도 일삼았다.
특히 피해자는 일하는 중 손가락 두 마디가 절단됐지만 봉합 수술을 받지 못해 그대로 손가락을 잃었다.

◆독사·투견과 한 방에 가두기도
현대판 노예 사건은 외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2013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는 20대 지적 장애인 여성과 그녀의 딸을 감금하고 노예처럼 다룬 20·30대 남녀 3명이 체포됐다.
이 일당은 2011년 5월 피해 모녀에게 "동물들이 많은 곳에서 함께 지내자"고 말하며 자신들의 집으로 유인했다.
그 후 일당은 모녀들을 시멘트 바닥의 지하실에서 생활하도록 했고 청소, 빨래, 세탁 등 집안일을 시켰다. 독사, 투견 등을 모녀가 지내는 방에 풀어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은 어머니가 딸을 때리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이들은 어머니가 딸을 때리는 장면을 촬영한 뒤 '경찰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했다.
같은 해 11월 영국 런던에서는 수십 년간 감금된 채 생활해 온 여성 3명이 구출됐다. 이들 여성은 인도, 탄자니아 출신의 60대 부부로부터 30년간 감금당한 채 상습적인 폭행을 당해 왔다. 또 가해자의 허락 없이는 집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피해 여성 중 2명은 가해자와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하면서 같이 생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피해자 1명은 그곳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경찰은 "보이지 않는 수갑이 피해자들의 삶을 감금했다"며 "'세뇌를 당했다'고 하는 게 가장 간단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권력에 취한 가해자, 신이라고 느꼈을 것”
전문가들은 권력이 주는 쾌감에 심취한 자들이 '현대판 노예'와 같은 비정상적인 일을 벌인다고 말한다.
감금 등을 통해 사회와 격리된 환경이 피해자의 합리적 판단을 통한 문제 해결을 막았을 가능성도 높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현대판 노예 사건의 가해자들은 자기 마음대로 상대방을 움직이는 데서 우월감을 느끼고 자신의 권력에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피해자는 힘, 사회·경제적 지위가 월등히 큰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주종 관계로 예속돼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주관적인 판단보다 가해자의 지시를 따르는 게 더 편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가해자는 다른 사람은 힘이 없고 자신에게만 힘이 있다는 생각에 빠져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며 "그러면서 자신이 신(神)과 같이 전지전능하다는 감정에 사로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점점 폭력 빈도가 높아지면 그 잔혹성에 둔감해지게 돼 더 강한 폭력을 행사한다"며 "상대에게 더 큰 고통을 줘야 자신의 지위가 더 강해진다는 생각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격리된 집단에서는 부당한 권력 남용이 쉽게 일어난다"며 "합리적인 사람이 이처럼 독특한 집단에 들어가면 부당함을 이겨내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의 한 대학 교수가 한 제자를 폭행하거나 인분을 먹이는 등 2년 넘게 끔찍한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교수는 공증을 받은 1억여 원의 채무 이행 각서를 통해 제자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면서 사실상 사무실에 감금을 해왔는데, 외부에 있을 때는 다른 제자를 시켜 피해자를 폭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처럼 한 개인의 다른 개인의 자유를 속박해 마음대로 부리는 이른바 '현대판 노예' 사건은 예전부터 있었다.
지난 2004년 전남 신안군에서는 어린이를 납치한 뒤 40여 년간 일을 시키며 노예처럼 부린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1960년 목포역에서 5살이던 어린이를 "밥을 주겠다"는 말로 유인해 자기 집으로 데려온 뒤 44년간 임금을 주지 않고 농사일 등을 시키며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이 남성은 피해자가 도망칠 때마다 "재산을 모두 주겠으니 열심히 일만 하라"는 말로 자신 곁에 머물게 했다. 피해자는 수십 년 동안 전기와 난방 시설이 없는 폐가에서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 같은 지역에서는 40대 지적 장애인을 감금하고 폭행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잡혔다.
김 양식업을 하는 이 남성은 2003년 12월 한 직업소개소에 300만 원을 주고 지적 장애인을 인계받았다.
그 후 이 남성은 피해자를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게 했으며 일거리가 없으면 다른 집으로 보내 일을 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피해자가 일을 잘 못 하거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갈고리로 머리를 쳐 큰 상처를 냈으며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치아를 부러뜨리는 등 폭행도 일삼았다.
특히 피해자는 일하는 중 손가락 두 마디가 절단됐지만 봉합 수술을 받지 못해 그대로 손가락을 잃었다.

◆독사·투견과 한 방에 가두기도
현대판 노예 사건은 외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2013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는 20대 지적 장애인 여성과 그녀의 딸을 감금하고 노예처럼 다룬 20·30대 남녀 3명이 체포됐다.
이 일당은 2011년 5월 피해 모녀에게 "동물들이 많은 곳에서 함께 지내자"고 말하며 자신들의 집으로 유인했다.
그 후 일당은 모녀들을 시멘트 바닥의 지하실에서 생활하도록 했고 청소, 빨래, 세탁 등 집안일을 시켰다. 독사, 투견 등을 모녀가 지내는 방에 풀어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은 어머니가 딸을 때리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이들은 어머니가 딸을 때리는 장면을 촬영한 뒤 '경찰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했다.
같은 해 11월 영국 런던에서는 수십 년간 감금된 채 생활해 온 여성 3명이 구출됐다. 이들 여성은 인도, 탄자니아 출신의 60대 부부로부터 30년간 감금당한 채 상습적인 폭행을 당해 왔다. 또 가해자의 허락 없이는 집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피해 여성 중 2명은 가해자와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하면서 같이 생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피해자 1명은 그곳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경찰은 "보이지 않는 수갑이 피해자들의 삶을 감금했다"며 "'세뇌를 당했다'고 하는 게 가장 간단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권력에 취한 가해자, 신이라고 느꼈을 것”
전문가들은 권력이 주는 쾌감에 심취한 자들이 '현대판 노예'와 같은 비정상적인 일을 벌인다고 말한다.
감금 등을 통해 사회와 격리된 환경이 피해자의 합리적 판단을 통한 문제 해결을 막았을 가능성도 높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현대판 노예 사건의 가해자들은 자기 마음대로 상대방을 움직이는 데서 우월감을 느끼고 자신의 권력에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피해자는 힘, 사회·경제적 지위가 월등히 큰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주종 관계로 예속돼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주관적인 판단보다 가해자의 지시를 따르는 게 더 편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가해자는 다른 사람은 힘이 없고 자신에게만 힘이 있다는 생각에 빠져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며 "그러면서 자신이 신(神)과 같이 전지전능하다는 감정에 사로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점점 폭력 빈도가 높아지면 그 잔혹성에 둔감해지게 돼 더 강한 폭력을 행사한다"며 "상대에게 더 큰 고통을 줘야 자신의 지위가 더 강해진다는 생각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격리된 집단에서는 부당한 권력 남용이 쉽게 일어난다"며 "합리적인 사람이 이처럼 독특한 집단에 들어가면 부당함을 이겨내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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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hono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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