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1억 짜리 지폐가 있다고? 허망하게 끝난 ‘위조 달러의 꿈’

입력 2015.07.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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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만 달러의 존재

10만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1억 원'이라는 거액이 달랑 지폐 한 장에 표기된 지폐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현재 100달러까지만 발행되는 것과 비교해 보면 더 놀라운데요. 10만 달러는 미국 대공황 시기였던 1934년, 연방준비은행에서 미국 내 은행 간 거래에 사용하기 위해 발행한 지폐입니다. 지금은 발행되지 않는 이 지폐는 워낙 희귀 화폐이고 소장가치가 높다 보니 위조 지폐도 종종 나온다고 합니다.

정교하게 위조된 위조 지폐정교하게 위조된 위조 지폐


■ 전문가도 놀란 정교한 10만 달러 위조 지폐

궁금하실 겁니다. 이번에 적발된 10만 달러짜리 위조 지폐가 얼마나 정교했는지 말입니다. 세계화폐연구소의 배원준 화폐 전문가를 찾았습니다. (10만 달러짜리 진폐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에 1934년에 발행된 다른 지폐들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전자 현미경으로 보니 세 가지 정도가 달랐습니다.

첫째, 진폐는 인물의 눈매 부분이나, 여백 장식 부분이 한 땀 한 땀 칼로 새긴 듯이 또렷한데 비해 위폐는 그림이 깨져 있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둘째, 글씨체가 다른 부분도 있었습니다. 일련번호의 글씨체가 다르고, 사인의 연결 부분, 점의 유무 등이 진폐와 달랐습니다. 셋째로, 종이의 재질이 달랐는데 기자가 만져 보니 위폐가 좀 더 뻣뻣하고 두꺼웠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는 일반인이었다면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이야 위조 지폐를 막기 위해 홀로그램 등 각종 위조 방지 요소가 곳곳에 숨겨져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 같은 위조 방지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쉽게 위조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또 통상적으로 일반 위조지폐의 경우 똑같은 번호를 찍어내 위조 여부가 판별되기 쉬웠다면, 이번 건은 일련번호가 연속적으로 쭉 새겨져 있어 의심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 합니다.

10만 달러 위조 지폐10만 달러 위조 지폐


■ 위조된 10만 달러 지폐 어떻게 됐나?

그래서 10만 달러 위조 지폐를 산 사람이 있었냐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행히 그 전에 적발됐습니다.

그 시작은 이렇습니다. 지난 2009년 72살 노 모 씨는 A 씨에게서 위조된 미화 10만 달러권 1,000매를 입수해 국내로 밀반입했습니다. 미국에서 대공황 시절 발행된 고가의 화폐이고 희소해 구입해 놓으면 투자 가치가 높다는 말로 투자자를 모집해 고가에 팔아 넘기려고 한 겁니다.

하지만 노 씨의 뜻대로 일이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수 많은 투자자와 접촉했지만 정작 산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노 씨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54살 박 모 씨 등과 함께 이 위조 지폐 판매를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위조 지폐를 일련번호 별로 100매씩 분류하여 띠지로 묶은 뒤, 미국 재무성 인장 등이 새겨진 10개의 청동함에 밀봉해 마치 진폐인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4월, 기업가 B 씨는 박 씨 등에게서 10만 달러권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리고 박 씨 측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박 씨는 B씨의 경제력을 운운하며 위조 지폐를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5월 말, B씨와 박 씨 등은 다시 만났습니다. 이때 B 씨는 경찰에게 제보했습니다. 혹시 진폐가 아닐 경우를 대비해서였습니다. 역시나였습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만나 위조 지폐를 보여주다 그 자리에서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경찰은 이들을 곧 송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위조통화를 유통 목적으로 취득하면 형법 208조 등에 따라 처벌된다고 합니다.

[연관 기사]

☞ 1,000억 원대 위조 달러 유통 시도 일당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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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1억 짜리 지폐가 있다고? 허망하게 끝난 ‘위조 달러의 꿈’
    • 입력 2015-07-18 09:01:35
    취재후
■ 10만 달러의 존재 10만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1억 원'이라는 거액이 달랑 지폐 한 장에 표기된 지폐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현재 100달러까지만 발행되는 것과 비교해 보면 더 놀라운데요. 10만 달러는 미국 대공황 시기였던 1934년, 연방준비은행에서 미국 내 은행 간 거래에 사용하기 위해 발행한 지폐입니다. 지금은 발행되지 않는 이 지폐는 워낙 희귀 화폐이고 소장가치가 높다 보니 위조 지폐도 종종 나온다고 합니다.
정교하게 위조된 위조 지폐
■ 전문가도 놀란 정교한 10만 달러 위조 지폐 궁금하실 겁니다. 이번에 적발된 10만 달러짜리 위조 지폐가 얼마나 정교했는지 말입니다. 세계화폐연구소의 배원준 화폐 전문가를 찾았습니다. (10만 달러짜리 진폐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에 1934년에 발행된 다른 지폐들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전자 현미경으로 보니 세 가지 정도가 달랐습니다. 첫째, 진폐는 인물의 눈매 부분이나, 여백 장식 부분이 한 땀 한 땀 칼로 새긴 듯이 또렷한데 비해 위폐는 그림이 깨져 있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둘째, 글씨체가 다른 부분도 있었습니다. 일련번호의 글씨체가 다르고, 사인의 연결 부분, 점의 유무 등이 진폐와 달랐습니다. 셋째로, 종이의 재질이 달랐는데 기자가 만져 보니 위폐가 좀 더 뻣뻣하고 두꺼웠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는 일반인이었다면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이야 위조 지폐를 막기 위해 홀로그램 등 각종 위조 방지 요소가 곳곳에 숨겨져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 같은 위조 방지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쉽게 위조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또 통상적으로 일반 위조지폐의 경우 똑같은 번호를 찍어내 위조 여부가 판별되기 쉬웠다면, 이번 건은 일련번호가 연속적으로 쭉 새겨져 있어 의심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 합니다.
10만 달러 위조 지폐
■ 위조된 10만 달러 지폐 어떻게 됐나? 그래서 10만 달러 위조 지폐를 산 사람이 있었냐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행히 그 전에 적발됐습니다. 그 시작은 이렇습니다. 지난 2009년 72살 노 모 씨는 A 씨에게서 위조된 미화 10만 달러권 1,000매를 입수해 국내로 밀반입했습니다. 미국에서 대공황 시절 발행된 고가의 화폐이고 희소해 구입해 놓으면 투자 가치가 높다는 말로 투자자를 모집해 고가에 팔아 넘기려고 한 겁니다. 하지만 노 씨의 뜻대로 일이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수 많은 투자자와 접촉했지만 정작 산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노 씨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54살 박 모 씨 등과 함께 이 위조 지폐 판매를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위조 지폐를 일련번호 별로 100매씩 분류하여 띠지로 묶은 뒤, 미국 재무성 인장 등이 새겨진 10개의 청동함에 밀봉해 마치 진폐인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4월, 기업가 B 씨는 박 씨 등에게서 10만 달러권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리고 박 씨 측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박 씨는 B씨의 경제력을 운운하며 위조 지폐를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5월 말, B씨와 박 씨 등은 다시 만났습니다. 이때 B 씨는 경찰에게 제보했습니다. 혹시 진폐가 아닐 경우를 대비해서였습니다. 역시나였습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만나 위조 지폐를 보여주다 그 자리에서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경찰은 이들을 곧 송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위조통화를 유통 목적으로 취득하면 형법 208조 등에 따라 처벌된다고 합니다. [연관 기사] ☞ 1,000억 원대 위조 달러 유통 시도 일당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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