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미스터리’ 농약 음료수 사건 재구성…의문 여전

입력 2015.07.22 (08:32) 수정 2015.07.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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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경북 상주의 평화롭던 농촌 마을.

이곳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독극물 음료수 사건’의 파문이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사건 당일 피해자들과 함께 있던 80대 할머니를 지목했고, 법원은 경찰이 제시한 증거를 인정해 할머니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하지만 피의자는 여전히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과연 할머니는 이 끔찍한 사건의 범인이 맞는걸까요?

미스터리한 독극물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재구성해봤습니다.

<리포트>

전체 주민이 6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

6명의 할머니가 쓰러진 건 여드레 전인 지난 14일입니다.

<녹취> 최초 신고자(음성변조) : “(할머니 한 분이) 온몸을 떨더라고요. 사람이 이상하다고 119에 빨리 오라고 했지.”

마을 회관, 냉장고 안에 들어 있던 사이다.

그 안에서는 판매가 금지된 맹독성의 농약이 검출됐습니다.

도대체 누가 음료수 안에 독극물을 넣은 걸까.

사건 직후, 제작팀이 만난 범죄 전문가는 사이다병에 원래 뚜껑 대신 닫혀 있던, 자양강장제 뚜껑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지난 16일) : “병뚜껑은 노인이란 걸 정확하게 표시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젊은 사람들은 치밀하기 때문에 마개를 새 것으로 리캡을 해서 포장을 한다든가……. 그 병(자양강장제)에 보통 농약을 많이 넣으시거든요. 그 병을 들고 와서 집어넣은 다음에 마개를 막는 과정에서 실수로…….”

실제로 얼마 뒤 경찰에 검거된 용의자는 82살 박모 할머니였습니다.

사건 당일, 마을회관에 있었던 7명의 할머니 가운데 유일하게 사이다를 마시지 않았던 박 할머니.

박 할머니의 집 주변에서는 정말로 농약 성분이 들어 있는 자양 강장제 병이 발견됐습니다.

<녹취> 이규봉(수사과장/경북 상주경찰서) : "추가로 할 것은 피의자 당일 행적이랑 범행 동기에 대해서 명확하게 지금 수사할 예정에 있습니다.”

하지만 박 씨는 사건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녹취> 피의자 가족(음성변조) : “지나치게 엉뚱한 수사를 했거든요. 처음부터 초점을 잘못 맞춰서. 범인 잡으라고 했는데 범인을 만들고 있는 거예요.”

박 씨 측이 무죄를 주장하는 근거는 명확한 범행 동기와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우선, 농약 성분이 검출된 자양강장제병.

박 씨의 집 주변에서 발견됐다는 이 드링크 병에서는 박 씨의 지문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지문을 일부러 지울 정도로 치밀한 사람이라면, 과연 자신의 집 주변에 농약이 묻은 드링크병을 버렸을까 하는 추론까지도 가능하게 합니다.

<녹취> 피의자 가족(음성변조) : “누가 갖다 버려놓은 거지 지문 없이 해서. 우리 집이 집안이 아니고 울타리라 그냥 대문 밖에 사방팔방으로 다 뚫려 있어. 집 안만 집안이지 밖에 버려 놓은 거라니까.”

또 하나의 증거.

박 씨의 옷과 스쿠터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녹취> 피의자 가족(음성변조) : “그건 엄마가 (피해자들) 토사물을 닦고 했을 때 당연히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녹취> 피의자 가족(음성변조) : “농약이 없어요. (해당 농약은) 몇 년 전에 단종되고 20년 동안 농사도 안 지은 집이야.”

범행 동기도 의문입니다.

박 씨의 주변 사람들, 그리고 사건 당일 농약을 마셨다 의식을 회복한 피해자마저도 박 씨의 평소 성품이 그런 일을 꾸밀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괜찮았어요. 남한테 해코지하고 괴롭히고 이런 것도 없고. 그런 분은 아닌데."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안타까운 마음이 들죠. 동민들은. 그분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런데, 경찰이 추가적인 증거를 제시하면서 상황은 반전이 됩니다.

먼저 박 할머니의 옷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

박 씨 측은 이걸 피해자의 토사물을 닦아주다가 묻은 거라 했지만, 정작 피해자의 토사물에서는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규봉(수사과장/경북 상주경찰서) : “살충제가 든 사이다를 마시면서 쓰러지고 나서 입에서 나온 거품이에요. 입에서 나온 거품에서는 뭐 그게 양이 적어서 검출이 안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출해 보니까 살충제 성분을 확인할 수가 없었어요.”

경찰조사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된 곳이 박 씨의 바지 주머니 안쪽과 상의 단추 부분, 다시 말해 토사물을 닦다가 묻혔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도 경찰의 이런 수사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건 당일 밝혀지게 된 박 씨의 행동.

사건 직후,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마을 회관 밖으로 뛰쳐 나오고, 목격자의 신고를 받은 119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도, 박 씨가 마을회관 안에 다른 피해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당시 목격자(음성변조) : “한 사람만 그런 줄 알고 한 사람만 병원에 보내고 왜 얘길 안 해줬나 이거예요. 방에도 사람이 있다고. 한 40분 동안 방에 사람들 (있었잖아요.) 그런데 자기도 거기 있었어요. 그런데 신고를 안 했나 이거지.”

경찰은 출동한 구급차량의 블랙박스에 마을 회관 계단에 걸터앉아 먼 산을 바라보는 박 씨의 모습이 촬영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구급)차가 오면 밖에도 환자분 있고 쓰러져있고 안에 있으면 소방 직원들한테 안에도 사람 있다고 고지를 하거나 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이 없었어요. 흔히 올 때 사람이 구조를 필요로 할 때는 알리잖아요.”

하지만 박 씨가 왜 이런 일을 했을까 하는 범행 동기는 여전히 명확히 설명되고 있지 않습니다.

박 할머니는 이 마을의 오랜 토박이.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자식들 나이가) 57~58세 정도 됐을 거예요. (마을에서 산 게) 50년은 넘었다고 봐야 하지.”

할머니들끼리 종종 화투를 치다 다퉜다는 증언이 나오긴 했지만,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화투 치면서 십 원이라도 안 주면 안 준다고 고함지르고 십 원 안 준다고 다투고 그랬지.”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치고받고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서로 화투 치다가 그냥 말다툼 그냥 하고 말았다고.”

이 정도의 다툼이 50년 지기 이웃을 해칠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웅혁(교수/건국대 경찰학과) : “주민 전부가 모두 다 사실을 이야기기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이 작은 지역 마을에 일정한 명성과 평판도 사실은 상당히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내부인들만 아는 갈등 자체는 가급적 이야기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됩니다.”

농약 음료수를 마신 6명 할머니 가운데 2명이 숨지고, 3명은 여전히 위독한 상황.

박 할머니가 정말 이웃을 살해한 범인인지, 아니면 억울한 누명을 쓴 또 다른 피해자인지 최종 수사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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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미스터리’ 농약 음료수 사건 재구성…의문 여전
    • 입력 2015-07-22 08:34:16
    • 수정2015-07-22 10: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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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경북 상주의 평화롭던 농촌 마을.

이곳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독극물 음료수 사건’의 파문이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사건 당일 피해자들과 함께 있던 80대 할머니를 지목했고, 법원은 경찰이 제시한 증거를 인정해 할머니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하지만 피의자는 여전히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과연 할머니는 이 끔찍한 사건의 범인이 맞는걸까요?

미스터리한 독극물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재구성해봤습니다.

<리포트>

전체 주민이 6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

6명의 할머니가 쓰러진 건 여드레 전인 지난 14일입니다.

<녹취> 최초 신고자(음성변조) : “(할머니 한 분이) 온몸을 떨더라고요. 사람이 이상하다고 119에 빨리 오라고 했지.”

마을 회관, 냉장고 안에 들어 있던 사이다.

그 안에서는 판매가 금지된 맹독성의 농약이 검출됐습니다.

도대체 누가 음료수 안에 독극물을 넣은 걸까.

사건 직후, 제작팀이 만난 범죄 전문가는 사이다병에 원래 뚜껑 대신 닫혀 있던, 자양강장제 뚜껑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지난 16일) : “병뚜껑은 노인이란 걸 정확하게 표시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젊은 사람들은 치밀하기 때문에 마개를 새 것으로 리캡을 해서 포장을 한다든가……. 그 병(자양강장제)에 보통 농약을 많이 넣으시거든요. 그 병을 들고 와서 집어넣은 다음에 마개를 막는 과정에서 실수로…….”

실제로 얼마 뒤 경찰에 검거된 용의자는 82살 박모 할머니였습니다.

사건 당일, 마을회관에 있었던 7명의 할머니 가운데 유일하게 사이다를 마시지 않았던 박 할머니.

박 할머니의 집 주변에서는 정말로 농약 성분이 들어 있는 자양 강장제 병이 발견됐습니다.

<녹취> 이규봉(수사과장/경북 상주경찰서) : "추가로 할 것은 피의자 당일 행적이랑 범행 동기에 대해서 명확하게 지금 수사할 예정에 있습니다.”

하지만 박 씨는 사건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녹취> 피의자 가족(음성변조) : “지나치게 엉뚱한 수사를 했거든요. 처음부터 초점을 잘못 맞춰서. 범인 잡으라고 했는데 범인을 만들고 있는 거예요.”

박 씨 측이 무죄를 주장하는 근거는 명확한 범행 동기와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우선, 농약 성분이 검출된 자양강장제병.

박 씨의 집 주변에서 발견됐다는 이 드링크 병에서는 박 씨의 지문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지문을 일부러 지울 정도로 치밀한 사람이라면, 과연 자신의 집 주변에 농약이 묻은 드링크병을 버렸을까 하는 추론까지도 가능하게 합니다.

<녹취> 피의자 가족(음성변조) : “누가 갖다 버려놓은 거지 지문 없이 해서. 우리 집이 집안이 아니고 울타리라 그냥 대문 밖에 사방팔방으로 다 뚫려 있어. 집 안만 집안이지 밖에 버려 놓은 거라니까.”

또 하나의 증거.

박 씨의 옷과 스쿠터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녹취> 피의자 가족(음성변조) : “그건 엄마가 (피해자들) 토사물을 닦고 했을 때 당연히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녹취> 피의자 가족(음성변조) : “농약이 없어요. (해당 농약은) 몇 년 전에 단종되고 20년 동안 농사도 안 지은 집이야.”

범행 동기도 의문입니다.

박 씨의 주변 사람들, 그리고 사건 당일 농약을 마셨다 의식을 회복한 피해자마저도 박 씨의 평소 성품이 그런 일을 꾸밀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괜찮았어요. 남한테 해코지하고 괴롭히고 이런 것도 없고. 그런 분은 아닌데."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안타까운 마음이 들죠. 동민들은. 그분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런데, 경찰이 추가적인 증거를 제시하면서 상황은 반전이 됩니다.

먼저 박 할머니의 옷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

박 씨 측은 이걸 피해자의 토사물을 닦아주다가 묻은 거라 했지만, 정작 피해자의 토사물에서는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규봉(수사과장/경북 상주경찰서) : “살충제가 든 사이다를 마시면서 쓰러지고 나서 입에서 나온 거품이에요. 입에서 나온 거품에서는 뭐 그게 양이 적어서 검출이 안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출해 보니까 살충제 성분을 확인할 수가 없었어요.”

경찰조사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된 곳이 박 씨의 바지 주머니 안쪽과 상의 단추 부분, 다시 말해 토사물을 닦다가 묻혔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도 경찰의 이런 수사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건 당일 밝혀지게 된 박 씨의 행동.

사건 직후,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마을 회관 밖으로 뛰쳐 나오고, 목격자의 신고를 받은 119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도, 박 씨가 마을회관 안에 다른 피해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당시 목격자(음성변조) : “한 사람만 그런 줄 알고 한 사람만 병원에 보내고 왜 얘길 안 해줬나 이거예요. 방에도 사람이 있다고. 한 40분 동안 방에 사람들 (있었잖아요.) 그런데 자기도 거기 있었어요. 그런데 신고를 안 했나 이거지.”

경찰은 출동한 구급차량의 블랙박스에 마을 회관 계단에 걸터앉아 먼 산을 바라보는 박 씨의 모습이 촬영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구급)차가 오면 밖에도 환자분 있고 쓰러져있고 안에 있으면 소방 직원들한테 안에도 사람 있다고 고지를 하거나 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이 없었어요. 흔히 올 때 사람이 구조를 필요로 할 때는 알리잖아요.”

하지만 박 씨가 왜 이런 일을 했을까 하는 범행 동기는 여전히 명확히 설명되고 있지 않습니다.

박 할머니는 이 마을의 오랜 토박이.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자식들 나이가) 57~58세 정도 됐을 거예요. (마을에서 산 게) 50년은 넘었다고 봐야 하지.”

할머니들끼리 종종 화투를 치다 다퉜다는 증언이 나오긴 했지만,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화투 치면서 십 원이라도 안 주면 안 준다고 고함지르고 십 원 안 준다고 다투고 그랬지.”

<녹취> 마을 주민(음성변조) : “치고받고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서로 화투 치다가 그냥 말다툼 그냥 하고 말았다고.”

이 정도의 다툼이 50년 지기 이웃을 해칠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웅혁(교수/건국대 경찰학과) : “주민 전부가 모두 다 사실을 이야기기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이 작은 지역 마을에 일정한 명성과 평판도 사실은 상당히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내부인들만 아는 갈등 자체는 가급적 이야기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됩니다.”

농약 음료수를 마신 6명 할머니 가운데 2명이 숨지고, 3명은 여전히 위독한 상황.

박 할머니가 정말 이웃을 살해한 범인인지, 아니면 억울한 누명을 쓴 또 다른 피해자인지 최종 수사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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