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미래로] 미완의 광복, 북한을 보는 세가지 시선

입력 2015.08.01 (08:20) 수정 2015.08.0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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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예술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시선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분단에 따른 ‘미완의 광복’, 북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이를 극복하자는 ‘북한 프로젝트’인데요.

북한 주민들의 일상, 그리고 통일을 얘기하는 다양한 작품들...

이현정 리포터가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무더운 여름,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았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피아노 한대가 관객들을 맞이하는데요.

최전방 휴전선의 철조망으로 현을 만든 ‘통일 피아노’.

녹슨 철조망 가닥이 내는 둔탁한 소리가 마치 분단의 현실을 노래하는 듯합니다.

광복 70주년 기념전 ‘북한프로젝트’.

가깝지만 먼 나라 ‘북한’을 만나러 갑니다.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북한 미술을 직접 만나러 온 관객들.

<녹취> 황승호(관람객) : "참 새롭고 뭐라고 그럴까, 참 보고 싶었어요. 특히 북한 포스터와 북한의 그런 유화 작품들을 보고 싶었는데. 오늘 보니까 뭐랄까, 묘한 느낌이 드네요."

지금 보시는 게 북한의 유화 작품인데요.

주민들의 생활과 인물을 소재로 사상과 이념을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흔히 접할 수 없었던 2백 여 점의 북한 우표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끕니다.

<녹취> 이성우(미술 해설사) : "김일성의 초상이 있는데 뒤에는 태극기가 그려져 있어요. (제작 연도가) 1946년도이기 때문에 북한에 아직 인공기가 만들어지기 전이고요. 태극기가 대한민국을, 그러니까 북한이나 남한이나 다 상징했던 국기로 쓰였을 때, 국기를 배경으로 해서 만든 우표입니다."

아리랑 축전 등 오늘의 북한을 상징하는 모습부터, 독도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 등 우리도 공감할 수 있는 도안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녹취> 윤브니엘(관람객) : "포스터, 저는 포스터가 재미있더라고요. 좀 억압적인 그런 것이 느껴져서..."

‘이를 철저히 박멸하자.’ ‘첫 전투에서 승리하자.’

붉은 계열의 강렬한 색감과 선동적인 문구.

줄지어 걸린 포스터에선 북한의 시대별 ‘당면 과제’를 한 눈에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파마 모자를 뒤집어쓰고 미용실에 둘러앉은 여성들.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북한’의 오늘입니다.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북한’이 아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평양지하철 안 해맑은 표정의 어린이.

늘 경직돼있을 것 같던 여군은 수줍게 미소를 짓고, 해변에선 공놀이에 푹 빠진 주민들이 렌즈에 잡혔습니다.

<녹취> 이성우(미술 해설사) : "북한의 이 학생도 이 만원 버스에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학생도 지금 타다가 넘어진 것 같은데, 이렇게 공부해야 돼요."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영국의 사진작가 닉 댄지거의 작품들입니다.

지난해 런던에서 첫 북한 사진전을 열었던 그는, 전시장을 찾은 탈북자의 눈물을 보며 작게나마 통일을 염원했다고 합니다.

<녹취> 닉 댄지거(영국 사진작가) : "(남과 북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문화 등 많은 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정치적 이유로 분단되어 만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작가들은 어떤 시선으로 북한을 바라봤을까요.

‘우리가 상상하는 북한’.

신구 세대를 아우르는 탈북 작가와 남한 작가들도 전시에 참여했는데요.

‘북한’이라는 주제를 넘어, 남북만의 이야기, ‘분단의 현실’을 담아냈습니다.

피아노를 치는 두 연주자.

함께 연주하고 있는데도 불협화음이 들려옵니다.

탈북 피아니스트와 남한 피아니스트가 협연을 펼치는데요.

<녹취> 전소정(‘먼저 온 미래’ 작가) : "각자 받아온 다른 음악 교육에 대한 견해 차이들도 있고, 또 어떻게 이 곡을 풀어 나갈 것인지, 그리고 또 이것이 대립의 상황, 갈등의 상황과 마지막에 어떤 화합의 상황들을 조화롭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 담겨 있어요."

이렇게 하나의 곡이 완성돼가는 과정을 담은 영상작품이 ‘먼저 온 미래’ 입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시작한 음악, 작품을 해석하는 기준도 달라 제작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전소정(‘먼저 온 미래’ 작가) : "‘엄마야 누나야’도 그렇고 ‘용강기나리’도 그렇고 ‘과거에는 만약에 이렇게 분단의 상황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함께 부르는 노래였지 않을까’라는 상상들을 가지고 시작을 했고요. 곡을 완성하면서 나눴던 대화들은 우리가 함께 부를 수 있는,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생겨서 참 좋다, 라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남과 북도 불협화음을 넘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가길 바라봅니다.

<녹취> 미칸다 제프먼(관람객/영국인) : "매우 흥미롭습니다. (예전에) 모든 한국인이 갖고 있는 통일 지향에 대해 깨닫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모든 사람 마음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녹취> 허창성(관람객) : "나는 14살 때 단독으로 남하한 사람 중에 한 사람입니다. 참 감개가 무량합니다. 젊은이들이 와서 마음껏 볼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줘서 감사합니다."

‘미완의 광복’을 전하고자 했던 ‘북한프로젝트’는 8.15를 지나 다음 달까지 계속될 예정인데요.

예술 작품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

남과 북이 오해와 편견을 걷고 서로가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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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미래로] 미완의 광복, 북한을 보는 세가지 시선
    • 입력 2015-08-01 08:21:06
    • 수정2015-08-01 08:41:59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예술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시선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분단에 따른 ‘미완의 광복’, 북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이를 극복하자는 ‘북한 프로젝트’인데요.

북한 주민들의 일상, 그리고 통일을 얘기하는 다양한 작품들...

이현정 리포터가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무더운 여름,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았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피아노 한대가 관객들을 맞이하는데요.

최전방 휴전선의 철조망으로 현을 만든 ‘통일 피아노’.

녹슨 철조망 가닥이 내는 둔탁한 소리가 마치 분단의 현실을 노래하는 듯합니다.

광복 70주년 기념전 ‘북한프로젝트’.

가깝지만 먼 나라 ‘북한’을 만나러 갑니다.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북한 미술을 직접 만나러 온 관객들.

<녹취> 황승호(관람객) : "참 새롭고 뭐라고 그럴까, 참 보고 싶었어요. 특히 북한 포스터와 북한의 그런 유화 작품들을 보고 싶었는데. 오늘 보니까 뭐랄까, 묘한 느낌이 드네요."

지금 보시는 게 북한의 유화 작품인데요.

주민들의 생활과 인물을 소재로 사상과 이념을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흔히 접할 수 없었던 2백 여 점의 북한 우표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끕니다.

<녹취> 이성우(미술 해설사) : "김일성의 초상이 있는데 뒤에는 태극기가 그려져 있어요. (제작 연도가) 1946년도이기 때문에 북한에 아직 인공기가 만들어지기 전이고요. 태극기가 대한민국을, 그러니까 북한이나 남한이나 다 상징했던 국기로 쓰였을 때, 국기를 배경으로 해서 만든 우표입니다."

아리랑 축전 등 오늘의 북한을 상징하는 모습부터, 독도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 등 우리도 공감할 수 있는 도안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녹취> 윤브니엘(관람객) : "포스터, 저는 포스터가 재미있더라고요. 좀 억압적인 그런 것이 느껴져서..."

‘이를 철저히 박멸하자.’ ‘첫 전투에서 승리하자.’

붉은 계열의 강렬한 색감과 선동적인 문구.

줄지어 걸린 포스터에선 북한의 시대별 ‘당면 과제’를 한 눈에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파마 모자를 뒤집어쓰고 미용실에 둘러앉은 여성들.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북한’의 오늘입니다.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북한’이 아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평양지하철 안 해맑은 표정의 어린이.

늘 경직돼있을 것 같던 여군은 수줍게 미소를 짓고, 해변에선 공놀이에 푹 빠진 주민들이 렌즈에 잡혔습니다.

<녹취> 이성우(미술 해설사) : "북한의 이 학생도 이 만원 버스에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학생도 지금 타다가 넘어진 것 같은데, 이렇게 공부해야 돼요."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영국의 사진작가 닉 댄지거의 작품들입니다.

지난해 런던에서 첫 북한 사진전을 열었던 그는, 전시장을 찾은 탈북자의 눈물을 보며 작게나마 통일을 염원했다고 합니다.

<녹취> 닉 댄지거(영국 사진작가) : "(남과 북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문화 등 많은 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정치적 이유로 분단되어 만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작가들은 어떤 시선으로 북한을 바라봤을까요.

‘우리가 상상하는 북한’.

신구 세대를 아우르는 탈북 작가와 남한 작가들도 전시에 참여했는데요.

‘북한’이라는 주제를 넘어, 남북만의 이야기, ‘분단의 현실’을 담아냈습니다.

피아노를 치는 두 연주자.

함께 연주하고 있는데도 불협화음이 들려옵니다.

탈북 피아니스트와 남한 피아니스트가 협연을 펼치는데요.

<녹취> 전소정(‘먼저 온 미래’ 작가) : "각자 받아온 다른 음악 교육에 대한 견해 차이들도 있고, 또 어떻게 이 곡을 풀어 나갈 것인지, 그리고 또 이것이 대립의 상황, 갈등의 상황과 마지막에 어떤 화합의 상황들을 조화롭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 담겨 있어요."

이렇게 하나의 곡이 완성돼가는 과정을 담은 영상작품이 ‘먼저 온 미래’ 입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시작한 음악, 작품을 해석하는 기준도 달라 제작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전소정(‘먼저 온 미래’ 작가) : "‘엄마야 누나야’도 그렇고 ‘용강기나리’도 그렇고 ‘과거에는 만약에 이렇게 분단의 상황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함께 부르는 노래였지 않을까’라는 상상들을 가지고 시작을 했고요. 곡을 완성하면서 나눴던 대화들은 우리가 함께 부를 수 있는,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생겨서 참 좋다, 라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남과 북도 불협화음을 넘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가길 바라봅니다.

<녹취> 미칸다 제프먼(관람객/영국인) : "매우 흥미롭습니다. (예전에) 모든 한국인이 갖고 있는 통일 지향에 대해 깨닫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모든 사람 마음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녹취> 허창성(관람객) : "나는 14살 때 단독으로 남하한 사람 중에 한 사람입니다. 참 감개가 무량합니다. 젊은이들이 와서 마음껏 볼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줘서 감사합니다."

‘미완의 광복’을 전하고자 했던 ‘북한프로젝트’는 8.15를 지나 다음 달까지 계속될 예정인데요.

예술 작품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

남과 북이 오해와 편견을 걷고 서로가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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