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 논란…언론 ‘시각차’

입력 2015.08.02 (17:09) 수정 2015.08.0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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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가정보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과 관련해 민간인 감청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정원 내 핵심 관계자가 민간인 사찰과 관련이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도 일부 언론은 민간인 감청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는데요,

국익을 위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과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만큼 모든 의혹이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오늘은 먼저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 내용을 박현진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박 기자, 먼저 국정원이 해외에서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게 된 과정부터 살펴볼까요?

<답변>
네, 이번 사안은 해외에서부터 알려졌는데요.

보통 외신이 보도하면 우리나라와 관련된 내용은 국내 언론이 받아쓰면서 알려지게 되죠.

그런데 이번 사안은 초기에는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달 6일, 이탈리아의 IT 감시 전문업체, ‘해킹팀’이 사이버 공격을 당해 400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방대한 내부 자료가 유출됐습니다.

유출된 자료에는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세계 각국의 고객 명단과 거래 내역이 포함됐습니다.

외신들은 고객 명단에 우리나라의 5163부대가 들어 있다고 잇달아 보도했습니다.

이 소식을 처음 국내에 전한 건 IT 전문지들이었습니다.

<녹취> 기사 : "감시 툴을 구입해 간 우리나라 기관은 5163부대다. 5163부대는 정보기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 기사 : "한국이 포함된 정부기관 고객 리스트까지 모두 인터넷에 공개됐다. 세계 네티즌들이 해당 자료를 내려 받으려 혈안이다."

이틀 뒤 한국일보가 주요 언론 가운데는 처음으로 관련 내용을 다루며 사찰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원격조정장치 RCS는 타인의 컴퓨터나 스마트 폰에 침입해 흔적없이 이메일,메신저,전화통화내용을 해킹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우리 정부기관이 이 프로그램을 구매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이버 사찰의혹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 네티즌은 유출된 자료를 분석해 한국 5163 부대가 지출한 상세 비용 등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준행 (프로그래머) : "본질적으로 이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출된 자료였죠 400기가짜리 유출자료가 인터넷에 떠다니고 있는데 그래서 제가 다운받아 가지고 분석하기 시작했고요"

한국일보 보도 이틀 뒤, 한겨레 신문은 1면 머릿기사로 해킹프로그램 구입이 2012년 대선 직전이었다며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1면 (7.11) : "국가정보원이 컴퓨터와 스마트 폰을 해킹해 실시간으로 도.감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대선이 있던 해인 2012년에 구입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다수 언론은 관련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겨레 보도 사흘 뒤 이병호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에서 해킹 프로그램 구입을 시인하자 대부분 언론이 기사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해킹 논란의 핵심 관계자인 국정원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언론들은 일제히 톱뉴스로 다루며 기사를 늘렸습니다.

<녹취> MBC뉴스데스크 (7.19) : "어제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직원의 유서가 공개됐습니다. 내국인이나 선거와 관련된 사찰은 없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국내 5대 일간지의 기사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 사건 초기엔 한겨레를 제외하곤 거의 다루지 않다, 14일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시인과 18일 국정원 직원의 자살을 기점으로 보도량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국정원장의 입장 발표가 있기 전까진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 "사건 초기에 3개 정도의 언론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거의 보도를 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그런 사안에 대해서 파악조차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대다수의 언론사들은 국정원 직원의 자살이라는 사건이 있은 후에야 본격적으로 보도를 하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질문>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관련해 언론사별로 보도량도 달랐지만 민간인 사찰 의혹등 쟁점에 대해서도 기사 내용과 방향 역시 큰 차이를 보였죠?

<답변>
네, 이번 사안이 국가 정보기관과 관련돼 있고, 또 한편으론 사생활 보호라는 국민의 기본권이 걸려있는 만큼 언론사별로 논조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사건 초기부터 한겨레와 경향,J-TBC등은 유출된 자료의 자체 분석 등을 통해 다양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7.13 1면 : "해킹 프로그램 산 국정원 '카톡 검열' 기능도 요청"

<녹취> 경향 7.14 1면 : "국정원 ‘해킹 장치’ 대선 때 활용 의혹"

<녹취> JTBC 7.12 뉴스룸 :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5163부대는 이탈리아 업체에 감청프로그램 사용 사실이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정원장이 해킹 프로그램은 북한과의 해외 정보전에 대비한 연구용일 뿐 내국인 사찰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들 언론은 게속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07.15 1면 (제목) : “대북용”이라지만...‘맛집 블로그’ 위장 해킹 정황까지 드러나

<녹취> 경향신문 07.16 1면 (제목) : 국정원, 천안함 폭침설 반박한 재미 과학자 해킹하려 했다
<녹취> 경향신문 07.16 1면 (기사) : ‘대북 공작용’이라던 국정원 해명과 달리 해킹 프로그램이 민간인 사찰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대다수 언론은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는 국정원의 해명을 전하거나,

<녹취> 국민 4면 07.15 : 국정원 “스마트폰 해킹 SW 구입은 사실...국민에 사용 안 했다”

이 문제를 놓고 벌어진 여야 간 공방을 주로 다뤘습니다.

<녹취> 동아 4면 07.15 : 국정원 “사이버전에 대비한 것”...야당 ”선거 앞두고 구입 수상”

국정원 직원의 자살 보도에서도 언론사별 시각차는 뚜렷했습니다.

대다수 언론은 내국인 사찰은 없었다는 유서 내용을 중심으로 해킹 프로그램이 대북 감시용이었음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7.20 1면 : '해킹' 국정원 직원 자살, 유서 공개 “대북자료 삭제... 내국인 사찰 안 했다”

반면 의혹 제기를 주도해온 언론들은 자살한 국정원 직원이 삭제한 파일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경향신문 07.20 3면 : 야 “죽기 전 자료 삭제, 증거 인멸...불법 사찰 의혹 더 커져”

<녹취> 한겨레 7.20 3면 : “오해 일으킬 자료”내용 뭐길래 서둘러 지웠을까

지상파 방송 3사는 관련의혹을 제기하기보다는 국정원의 입장이나 여야간 공방을 전달하는데 치중했습니다.

<인터뷰> 김경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정치권은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언론은 정치권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사건을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거죠. 그런데 오히려 그냥 단순 전달 수준에 머물게 되면 그것은 정치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그런 언론밖에 될 수 없는..."

<질문>
박 기자! 그런데 취재 대상이 가장 폐쇄적인 조직인 국정원인데다 사안이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다 보니까, 취재 자체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습니까?

<답변>
네, 핵심 취재원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보니까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의혹을 제기한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런 경우 사실상 기사 내용에 대한 확인이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국정원 해킹 의혹 관련 기사 가운데는 익명의 관계자가 취재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 언론사별 논조에 따라 방향은 달랐습니다.

국정원이나 여야 관계자를 통한 익명 보도가 때론 내국인 사찰 의혹의 근거로 쓰이기도 하고, 반대로 내국인 사찰은 가능성이 낮다는 근거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각종 의혹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보안 전문가들 역시 기명보다는 익명으로 처리된 경우가 많았고,

<녹취> "한국정보보학회장을 지낸 A교수는 보안업체에서 30년 넘게 일한 전문가 B씨는 국내 최고의 정보 보호 전문가로 꼽히는 대학교수 C씨는 ..."

사실상 확인이 어려운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한 단독 기사까지 등장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07.16 : <단독>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감청 대상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외국 국적의 친북 인사들로 대공 혐의점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어떤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해서 뉴스를 생산하느냐에 따라서 사건을 바라보는 성격이 달라지거든요. 지금 주요 신문의 뉴스에 사용된 취재원은 정보기관 취재원들이 가장 많고요. 그리고 정보기관 취재원조차 실명 취재원보다는 익명 취재원이 훨씬 많아요."

<질문>
네...이제 본질로 돌아가서 국가안보가 중요하냐 국민의 기본권 보호기 중요하냐, 이 문제와 관련해 국가기관과 언론의 역할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답변>
네,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도 진행되고 있고요. 검찰도 서울지검 공안2부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도 본격화 될텐데요.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 규명이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7일, 국정원은 자살한 직원이 삭제한 파일을 복구해, 분석 내용을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이후 대다수 언론은 국정원의 해명 내용을 1면에서 전하며 민간인 사찰은 하지 않았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 등은 ‘셀프 조사’ ‘셀프 검증’ ‘셀프 면죄부’라는 용어를 써가며 국정원이 어떠한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의혹이 제기된 뒤 20여 일, 언론들의 입장은 이처럼 명확히 양분돼 있습니다.

기본권 보호를 위해 해킹 대상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로그파일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과 공개할 경우 우리 정보당국의 접점이 노출돼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국익 우선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겁니다.

국정원 직원들은 사이버 작전은 국가안보를 지키는 데 꼭 필요한 대상으로만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언론의 반응은 유보적이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 07.21 29면 : "그들이 느끼는 억울함에 국민이 선뜻 공감하지 못하는 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된 국정원의 ‘흑역사’ 때문이다."

<녹취> 조선일보 07.21 35면 : "이렇게 된 데는 국정원의 책임이 크다. 불법 도청과 정치 개입으로 얼룩진 국정원의 과거가 음모론의 온상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정보기관은 국가안보를 앞세우며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했고 언론은 이런 정보기관의 권한 남용을 제대로 감사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국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시민들 혹은 국민의 어떤 권리 침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거잖아요. 어떤 권력 남용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시민의 권익을 침해한 것인지 이런 문제제기는 당연하다고 봅니다. 차라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보기관이 조금 더 명확하게 해명을 해낸다면 오히려 정부기관의 신뢰를 높일 수 있거든요."

정보기관이 앞장서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보화 사회, 국가 기관에 의한 개인의 사생활 침해 논란은 언제든 또 제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기관은 국가안보나 국익을 위한 것일지라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최소화해야 합니다.

언론도 국가기관이 권한을 남용하며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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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 해킹 논란…언론 ‘시각차’
    • 입력 2015-08-02 16:05:59
    • 수정2015-08-02 22:24:25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국가정보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과 관련해 민간인 감청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정원 내 핵심 관계자가 민간인 사찰과 관련이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도 일부 언론은 민간인 감청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는데요,

국익을 위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과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만큼 모든 의혹이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오늘은 먼저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 내용을 박현진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박 기자, 먼저 국정원이 해외에서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게 된 과정부터 살펴볼까요?

<답변>
네, 이번 사안은 해외에서부터 알려졌는데요.

보통 외신이 보도하면 우리나라와 관련된 내용은 국내 언론이 받아쓰면서 알려지게 되죠.

그런데 이번 사안은 초기에는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달 6일, 이탈리아의 IT 감시 전문업체, ‘해킹팀’이 사이버 공격을 당해 400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방대한 내부 자료가 유출됐습니다.

유출된 자료에는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세계 각국의 고객 명단과 거래 내역이 포함됐습니다.

외신들은 고객 명단에 우리나라의 5163부대가 들어 있다고 잇달아 보도했습니다.

이 소식을 처음 국내에 전한 건 IT 전문지들이었습니다.

<녹취> 기사 : "감시 툴을 구입해 간 우리나라 기관은 5163부대다. 5163부대는 정보기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 기사 : "한국이 포함된 정부기관 고객 리스트까지 모두 인터넷에 공개됐다. 세계 네티즌들이 해당 자료를 내려 받으려 혈안이다."

이틀 뒤 한국일보가 주요 언론 가운데는 처음으로 관련 내용을 다루며 사찰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원격조정장치 RCS는 타인의 컴퓨터나 스마트 폰에 침입해 흔적없이 이메일,메신저,전화통화내용을 해킹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우리 정부기관이 이 프로그램을 구매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이버 사찰의혹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 네티즌은 유출된 자료를 분석해 한국 5163 부대가 지출한 상세 비용 등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준행 (프로그래머) : "본질적으로 이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출된 자료였죠 400기가짜리 유출자료가 인터넷에 떠다니고 있는데 그래서 제가 다운받아 가지고 분석하기 시작했고요"

한국일보 보도 이틀 뒤, 한겨레 신문은 1면 머릿기사로 해킹프로그램 구입이 2012년 대선 직전이었다며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1면 (7.11) : "국가정보원이 컴퓨터와 스마트 폰을 해킹해 실시간으로 도.감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대선이 있던 해인 2012년에 구입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다수 언론은 관련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겨레 보도 사흘 뒤 이병호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에서 해킹 프로그램 구입을 시인하자 대부분 언론이 기사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해킹 논란의 핵심 관계자인 국정원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언론들은 일제히 톱뉴스로 다루며 기사를 늘렸습니다.

<녹취> MBC뉴스데스크 (7.19) : "어제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직원의 유서가 공개됐습니다. 내국인이나 선거와 관련된 사찰은 없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국내 5대 일간지의 기사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 사건 초기엔 한겨레를 제외하곤 거의 다루지 않다, 14일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시인과 18일 국정원 직원의 자살을 기점으로 보도량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국정원장의 입장 발표가 있기 전까진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 "사건 초기에 3개 정도의 언론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거의 보도를 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그런 사안에 대해서 파악조차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대다수의 언론사들은 국정원 직원의 자살이라는 사건이 있은 후에야 본격적으로 보도를 하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질문>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관련해 언론사별로 보도량도 달랐지만 민간인 사찰 의혹등 쟁점에 대해서도 기사 내용과 방향 역시 큰 차이를 보였죠?

<답변>
네, 이번 사안이 국가 정보기관과 관련돼 있고, 또 한편으론 사생활 보호라는 국민의 기본권이 걸려있는 만큼 언론사별로 논조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사건 초기부터 한겨레와 경향,J-TBC등은 유출된 자료의 자체 분석 등을 통해 다양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7.13 1면 : "해킹 프로그램 산 국정원 '카톡 검열' 기능도 요청"

<녹취> 경향 7.14 1면 : "국정원 ‘해킹 장치’ 대선 때 활용 의혹"

<녹취> JTBC 7.12 뉴스룸 :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5163부대는 이탈리아 업체에 감청프로그램 사용 사실이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정원장이 해킹 프로그램은 북한과의 해외 정보전에 대비한 연구용일 뿐 내국인 사찰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들 언론은 게속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한겨레 07.15 1면 (제목) : “대북용”이라지만...‘맛집 블로그’ 위장 해킹 정황까지 드러나

<녹취> 경향신문 07.16 1면 (제목) : 국정원, 천안함 폭침설 반박한 재미 과학자 해킹하려 했다
<녹취> 경향신문 07.16 1면 (기사) : ‘대북 공작용’이라던 국정원 해명과 달리 해킹 프로그램이 민간인 사찰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대다수 언론은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는 국정원의 해명을 전하거나,

<녹취> 국민 4면 07.15 : 국정원 “스마트폰 해킹 SW 구입은 사실...국민에 사용 안 했다”

이 문제를 놓고 벌어진 여야 간 공방을 주로 다뤘습니다.

<녹취> 동아 4면 07.15 : 국정원 “사이버전에 대비한 것”...야당 ”선거 앞두고 구입 수상”

국정원 직원의 자살 보도에서도 언론사별 시각차는 뚜렷했습니다.

대다수 언론은 내국인 사찰은 없었다는 유서 내용을 중심으로 해킹 프로그램이 대북 감시용이었음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 7.20 1면 : '해킹' 국정원 직원 자살, 유서 공개 “대북자료 삭제... 내국인 사찰 안 했다”

반면 의혹 제기를 주도해온 언론들은 자살한 국정원 직원이 삭제한 파일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경향신문 07.20 3면 : 야 “죽기 전 자료 삭제, 증거 인멸...불법 사찰 의혹 더 커져”

<녹취> 한겨레 7.20 3면 : “오해 일으킬 자료”내용 뭐길래 서둘러 지웠을까

지상파 방송 3사는 관련의혹을 제기하기보다는 국정원의 입장이나 여야간 공방을 전달하는데 치중했습니다.

<인터뷰> 김경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정치권은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언론은 정치권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사건을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거죠. 그런데 오히려 그냥 단순 전달 수준에 머물게 되면 그것은 정치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그런 언론밖에 될 수 없는..."

<질문>
박 기자! 그런데 취재 대상이 가장 폐쇄적인 조직인 국정원인데다 사안이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다 보니까, 취재 자체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습니까?

<답변>
네, 핵심 취재원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보니까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의혹을 제기한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런 경우 사실상 기사 내용에 대한 확인이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국정원 해킹 의혹 관련 기사 가운데는 익명의 관계자가 취재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 언론사별 논조에 따라 방향은 달랐습니다.

국정원이나 여야 관계자를 통한 익명 보도가 때론 내국인 사찰 의혹의 근거로 쓰이기도 하고, 반대로 내국인 사찰은 가능성이 낮다는 근거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각종 의혹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보안 전문가들 역시 기명보다는 익명으로 처리된 경우가 많았고,

<녹취> "한국정보보학회장을 지낸 A교수는 보안업체에서 30년 넘게 일한 전문가 B씨는 국내 최고의 정보 보호 전문가로 꼽히는 대학교수 C씨는 ..."

사실상 확인이 어려운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한 단독 기사까지 등장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07.16 : <단독>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감청 대상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외국 국적의 친북 인사들로 대공 혐의점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어떤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해서 뉴스를 생산하느냐에 따라서 사건을 바라보는 성격이 달라지거든요. 지금 주요 신문의 뉴스에 사용된 취재원은 정보기관 취재원들이 가장 많고요. 그리고 정보기관 취재원조차 실명 취재원보다는 익명 취재원이 훨씬 많아요."

<질문>
네...이제 본질로 돌아가서 국가안보가 중요하냐 국민의 기본권 보호기 중요하냐, 이 문제와 관련해 국가기관과 언론의 역할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답변>
네,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도 진행되고 있고요. 검찰도 서울지검 공안2부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도 본격화 될텐데요.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 규명이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7일, 국정원은 자살한 직원이 삭제한 파일을 복구해, 분석 내용을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이후 대다수 언론은 국정원의 해명 내용을 1면에서 전하며 민간인 사찰은 하지 않았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 등은 ‘셀프 조사’ ‘셀프 검증’ ‘셀프 면죄부’라는 용어를 써가며 국정원이 어떠한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의혹이 제기된 뒤 20여 일, 언론들의 입장은 이처럼 명확히 양분돼 있습니다.

기본권 보호를 위해 해킹 대상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로그파일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과 공개할 경우 우리 정보당국의 접점이 노출돼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국익 우선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겁니다.

국정원 직원들은 사이버 작전은 국가안보를 지키는 데 꼭 필요한 대상으로만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언론의 반응은 유보적이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 07.21 29면 : "그들이 느끼는 억울함에 국민이 선뜻 공감하지 못하는 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된 국정원의 ‘흑역사’ 때문이다."

<녹취> 조선일보 07.21 35면 : "이렇게 된 데는 국정원의 책임이 크다. 불법 도청과 정치 개입으로 얼룩진 국정원의 과거가 음모론의 온상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정보기관은 국가안보를 앞세우며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했고 언론은 이런 정보기관의 권한 남용을 제대로 감사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국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시민들 혹은 국민의 어떤 권리 침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거잖아요. 어떤 권력 남용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시민의 권익을 침해한 것인지 이런 문제제기는 당연하다고 봅니다. 차라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보기관이 조금 더 명확하게 해명을 해낸다면 오히려 정부기관의 신뢰를 높일 수 있거든요."

정보기관이 앞장서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보화 사회, 국가 기관에 의한 개인의 사생활 침해 논란은 언제든 또 제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기관은 국가안보나 국익을 위한 것일지라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최소화해야 합니다.

언론도 국가기관이 권한을 남용하며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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