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는 DMZ

입력 2015.08.02 (23:58) 수정 2015.08.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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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폭 4킬로미터, 길이 248킬로미터의 띠, DMZ, 비무장지대.

60여년 간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아 '육지의 섬'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향노루와 산양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100여 종을 포함해 5천여 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이자, 우리에겐 분단과 전쟁의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합니다.

<리포트>

전쟁과 분단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DMZ 비무장지대는 이제 생태의 보고로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DMZ 주변 민간인통제선 부근은 이미 많은 개발이 이뤄졌고, 정부는 DMZ 내에까지 공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민족의 아픔이 담긴 역사적 공간이자, 동시에 보존이 필요한 한반도 생태의 축 DMZ를 어떻게 보호하고 활용해야 할지 취재했습니다.

북녘땅이 훤히 내다보이는 통일전망대.

전망대 남쪽엔 지난 2009년 개관한 'DMZ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DMZ와 관련된 유물과 사진 등이 전시돼있습니다.

그런데, 박물관 주차장 한쪽이 텅 비어있습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지만 전시장에도 관람객은 그리 많지 않아보입니다.

박물관은 당초 하루 최대 만여 명, 연간 10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현재 방문객은 예상치의 5분의 1인 연 20만 명 선에 머물고 있습니다.

<녹취> "하루에 몇 명쯤 오나요?" "요즘에는 천 명 정도..."

축구장 21개 크기 부지에 3층 건물을 짓는데 450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녹취> 관람객 : "내용 면에서 너무 사진 스크랩 정도고, 좀 흥미있고 감명있고 실감있게 더 보완해줬으면 어떤가..."

<녹취> 관람객 : "너무 사진만 이렇게 붙어있는 것 같고, 특별히 볼 거 없는 느낌도 들었고요."

민간인 통제선을 지나 차로 5분 거리.

축구장 2개 반 크기의 커다란 광장이 나타납니다.

철원 DMZ 평화문화광장은 비무장지대와 불과 100여 미터 떨어져있습니다.

광장 한 켠엔 3층 규모의 DMZ평화문화관이 들어섰습니다.

DMZ에서 촬영한 조류 사진이 전시돼 있지만 취재진이 찾아갔을때에는 관람객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녹취> DMZ평화문화관 관계자 : "몇 명이나 방문하나요?" "1년에 한 2만 명? 이게 강원도에서 지은 건물인데 아직까지는 철원군에서 관리만 하는 거예요. 안보관광 코스로는 아직까지는 정해져있지 않고 그래서..."

이 광장을 짓는 데는 264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이 광장을 찾으려면 군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녹취> "DMZ평화문화광장 가려고 하는데요 이쪽으로 가면 되나요?" "공문이나 이런 거 보내주신 거 있습니까?"

DMZ 관련 시설들은 대부분 민간인통제선 북쪽에 있기 때문에 방문객의 접근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방문객 유치는 커녕 기본적인 관리조차 안 되는 곳이 많습니다.

DMZ 부근에 있는 평화의 댐 인근에 조성된 세계평화의종 공원.

바닥에 깔린 벽돌 사이로 풀이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녹취> "아무 소리 안 나는데요?"

안내에 따라 단추를 눌러도 종 소리는 들리지 않고, 전시 공간에 걸려있어야 할 아이들의 그림은 바닥에 나뒹굽니다.

안내판은 수풀에 가려졌고, 전시물은 보관함에 낀 물방울 때문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습기를 머금고 부러진 데크는 방문객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입니다.

얼핏 보면 버려진 공원처럼 보일 정도지만 지난 2009년 화천군은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을 초청해 성대한 준공식을 열었습니다.

<녹취> 인근주민 : "사람들이 좀 와요?" "사람이요? 그렇게는 뭐... 별로 없어요. 사실 공원 돈 그만큼 들여놔서 그만한 관광효과는..."

이 공원을 짓는 데 들어간 돈은 모두 46억 원.

당시 화천군의 일년 세입액이 240억 원이었으니까, 한해 수입의 5분의 1을 이 공원에 쏟아부은 셈입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선 또 다른 공원 공사가 한창입니다.

이번에도 37억 원의 세금이 투입됩니다.

<인터뷰> 정인철(생태지평 정책팀장) : "DMZ 일원에다 개발을 하면 희귀한 공간이라는 전제 하에 당연히 이게 흥행이 될 거다, 이런 맹목적 접근법들이 그동안 있어다. 그러다 보니까 실제 시설들이 설치되고 운영 단계에 오면 이게 운영이 절대 안 되는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라는 거고요."

이미 만들어졌거나 현재 공사가 진행되는 DMZ 관련 사업은 줄잡아 60여 개.

상당수는 공원과 도로, 박물관 등 건설 사업입니다.

DMZ박물관을 짓기 위해 일대 습지를 밀어냈고, DMZ평화문화광장 부지는 천연기념물 203호이자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의 국내 최대 도래지였습니다.

<인터뷰>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한반도 생태축으로서 백두대간이 종축, DMZ를 횡축으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백두대간은 보호법에 의해서 관리하고 있는데 DMZ는 지금까지 그런 구체적인 보존 수단이나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주시가 지난 2012년부터 110억 원을 들여 DMZ 일원에 단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생태관광지입니다.

그런데 생태교육장은 언제 사용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수풀이 우거졌고,

생태 탐방로를 알리는 표지판은 망가진 채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제 국내에서 찾기 힘든 자연하천인 수내천과 세월천은 시멘트와 철망으로 덮이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승호(DMZ생태연구소 소장) : "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자연 하천 그대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을텐데 DMZ 생태탐방로 사업을 하면서 아주 형편없는 하천으로 바껴버린 거죠. 너무 안타까운 장소 중에 하나에요."

DMZ 일원의 개발사업이 대부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정부는 또 다시 DMZ 개발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이번엔 DMZ 내에 세계평화생태공원을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정부의 목표는 DMZ를 신뢰와 협력의 장소로 활용해 남북 관계 개선과 함께 평화 정착을 이끌겠다는 겁니다.

파주와 철원, 고성 등 DMZ 인근 지자체들은 일찌감치 유치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2016년까지 공원 조성을 마친다는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지난해 예산 302억 원이 책정됐지만, 진척은 없었습니다.

DMZ는 정전협정에 따라 남과 북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학교 북한학과) : "남북관계 차원에서 신뢰 회복이 가장 밑바탕이 되어야 되고 또 UN사령부가 동의를 해야되는 부분이고, 현재 남북관계는 강대강의 대결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런 점에서 DMZ세계평화생태공원의 현재적 현실성은 극히 낮다."

결국 북한의 태도가 관건이란 겁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DMZ를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등재하려다 실패한 이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을 설득한다는 전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경웅(한반도통일연구원 원장) : "DMZ세계생태평화공원의 국제화라는 큰 그림 속에서 가야한다. 하나는 UN을 비롯한 국제기구, 또 UN 참전국들도 참여를 하고, 그러면 한 단계씩 접근할 수 있지 않겠나..."

하지만 계속되는 DMZ 개발은 60년 이상 보존된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환경운동가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인철(생태지평 정책팀장) : "그 도로설치에 따른 차량 유입이라든지 그리고 어떤 기타 부속 시설물들에 대해서 확장 가능성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DMZ 내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치 클 것으로 저희는 판단하고 있는 거고요."

역대 정부의 DMZ 활용 정책 역시 활로를 찾지 못하다 결국 DMZ 주변의 개발 사업으로 후퇴했다는 겁니다.

때문에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예를 들자면 판문점 같은 공간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세계가 주목했던 공간이고 한반도 역사과정에서 많은 남북교류의 실질적인 통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세계평화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판문점을 그럼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개발 부지를 선정하고 공원 조성 계획을 만들기에 앞서서 남북이 공동으로 DMZ 생태를 조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오충현(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 "남북의 대치상황이 해소되지 않는 한 사실은 누가 들어가서 조사를 하더라도 그것은 부분적인 조사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 보다는 남과 북이 협력해서 우선 그 지역에 대한 정확한 자연환경 조사가 선행이 되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개발이나 보전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됩니다."

60여 년 전, 죽음의 땅이었던 이곳은 이제 역동하는 생명이 가득한 땅으로 변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도, DMZ 생태계 보존도,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비무장지대의 환경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이 곳을 평화의 땅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추진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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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살 앓는 DMZ
    • 입력 2015-08-02 23:58:38
    • 수정2015-08-03 00:15:13
    취재파일K
<프롤로그>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폭 4킬로미터, 길이 248킬로미터의 띠, DMZ, 비무장지대.

60여년 간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아 '육지의 섬'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향노루와 산양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100여 종을 포함해 5천여 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이자, 우리에겐 분단과 전쟁의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합니다.

<리포트>

전쟁과 분단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DMZ 비무장지대는 이제 생태의 보고로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DMZ 주변 민간인통제선 부근은 이미 많은 개발이 이뤄졌고, 정부는 DMZ 내에까지 공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민족의 아픔이 담긴 역사적 공간이자, 동시에 보존이 필요한 한반도 생태의 축 DMZ를 어떻게 보호하고 활용해야 할지 취재했습니다.

북녘땅이 훤히 내다보이는 통일전망대.

전망대 남쪽엔 지난 2009년 개관한 'DMZ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DMZ와 관련된 유물과 사진 등이 전시돼있습니다.

그런데, 박물관 주차장 한쪽이 텅 비어있습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지만 전시장에도 관람객은 그리 많지 않아보입니다.

박물관은 당초 하루 최대 만여 명, 연간 10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현재 방문객은 예상치의 5분의 1인 연 20만 명 선에 머물고 있습니다.

<녹취> "하루에 몇 명쯤 오나요?" "요즘에는 천 명 정도..."

축구장 21개 크기 부지에 3층 건물을 짓는데 450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녹취> 관람객 : "내용 면에서 너무 사진 스크랩 정도고, 좀 흥미있고 감명있고 실감있게 더 보완해줬으면 어떤가..."

<녹취> 관람객 : "너무 사진만 이렇게 붙어있는 것 같고, 특별히 볼 거 없는 느낌도 들었고요."

민간인 통제선을 지나 차로 5분 거리.

축구장 2개 반 크기의 커다란 광장이 나타납니다.

철원 DMZ 평화문화광장은 비무장지대와 불과 100여 미터 떨어져있습니다.

광장 한 켠엔 3층 규모의 DMZ평화문화관이 들어섰습니다.

DMZ에서 촬영한 조류 사진이 전시돼 있지만 취재진이 찾아갔을때에는 관람객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녹취> DMZ평화문화관 관계자 : "몇 명이나 방문하나요?" "1년에 한 2만 명? 이게 강원도에서 지은 건물인데 아직까지는 철원군에서 관리만 하는 거예요. 안보관광 코스로는 아직까지는 정해져있지 않고 그래서..."

이 광장을 짓는 데는 264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이 광장을 찾으려면 군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녹취> "DMZ평화문화광장 가려고 하는데요 이쪽으로 가면 되나요?" "공문이나 이런 거 보내주신 거 있습니까?"

DMZ 관련 시설들은 대부분 민간인통제선 북쪽에 있기 때문에 방문객의 접근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방문객 유치는 커녕 기본적인 관리조차 안 되는 곳이 많습니다.

DMZ 부근에 있는 평화의 댐 인근에 조성된 세계평화의종 공원.

바닥에 깔린 벽돌 사이로 풀이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녹취> "아무 소리 안 나는데요?"

안내에 따라 단추를 눌러도 종 소리는 들리지 않고, 전시 공간에 걸려있어야 할 아이들의 그림은 바닥에 나뒹굽니다.

안내판은 수풀에 가려졌고, 전시물은 보관함에 낀 물방울 때문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습기를 머금고 부러진 데크는 방문객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입니다.

얼핏 보면 버려진 공원처럼 보일 정도지만 지난 2009년 화천군은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을 초청해 성대한 준공식을 열었습니다.

<녹취> 인근주민 : "사람들이 좀 와요?" "사람이요? 그렇게는 뭐... 별로 없어요. 사실 공원 돈 그만큼 들여놔서 그만한 관광효과는..."

이 공원을 짓는 데 들어간 돈은 모두 46억 원.

당시 화천군의 일년 세입액이 240억 원이었으니까, 한해 수입의 5분의 1을 이 공원에 쏟아부은 셈입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선 또 다른 공원 공사가 한창입니다.

이번에도 37억 원의 세금이 투입됩니다.

<인터뷰> 정인철(생태지평 정책팀장) : "DMZ 일원에다 개발을 하면 희귀한 공간이라는 전제 하에 당연히 이게 흥행이 될 거다, 이런 맹목적 접근법들이 그동안 있어다. 그러다 보니까 실제 시설들이 설치되고 운영 단계에 오면 이게 운영이 절대 안 되는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라는 거고요."

이미 만들어졌거나 현재 공사가 진행되는 DMZ 관련 사업은 줄잡아 60여 개.

상당수는 공원과 도로, 박물관 등 건설 사업입니다.

DMZ박물관을 짓기 위해 일대 습지를 밀어냈고, DMZ평화문화광장 부지는 천연기념물 203호이자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의 국내 최대 도래지였습니다.

<인터뷰>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한반도 생태축으로서 백두대간이 종축, DMZ를 횡축으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백두대간은 보호법에 의해서 관리하고 있는데 DMZ는 지금까지 그런 구체적인 보존 수단이나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주시가 지난 2012년부터 110억 원을 들여 DMZ 일원에 단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생태관광지입니다.

그런데 생태교육장은 언제 사용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수풀이 우거졌고,

생태 탐방로를 알리는 표지판은 망가진 채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제 국내에서 찾기 힘든 자연하천인 수내천과 세월천은 시멘트와 철망으로 덮이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승호(DMZ생태연구소 소장) : "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자연 하천 그대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을텐데 DMZ 생태탐방로 사업을 하면서 아주 형편없는 하천으로 바껴버린 거죠. 너무 안타까운 장소 중에 하나에요."

DMZ 일원의 개발사업이 대부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정부는 또 다시 DMZ 개발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이번엔 DMZ 내에 세계평화생태공원을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정부의 목표는 DMZ를 신뢰와 협력의 장소로 활용해 남북 관계 개선과 함께 평화 정착을 이끌겠다는 겁니다.

파주와 철원, 고성 등 DMZ 인근 지자체들은 일찌감치 유치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2016년까지 공원 조성을 마친다는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지난해 예산 302억 원이 책정됐지만, 진척은 없었습니다.

DMZ는 정전협정에 따라 남과 북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학교 북한학과) : "남북관계 차원에서 신뢰 회복이 가장 밑바탕이 되어야 되고 또 UN사령부가 동의를 해야되는 부분이고, 현재 남북관계는 강대강의 대결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런 점에서 DMZ세계평화생태공원의 현재적 현실성은 극히 낮다."

결국 북한의 태도가 관건이란 겁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DMZ를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등재하려다 실패한 이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을 설득한다는 전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경웅(한반도통일연구원 원장) : "DMZ세계생태평화공원의 국제화라는 큰 그림 속에서 가야한다. 하나는 UN을 비롯한 국제기구, 또 UN 참전국들도 참여를 하고, 그러면 한 단계씩 접근할 수 있지 않겠나..."

하지만 계속되는 DMZ 개발은 60년 이상 보존된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환경운동가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인철(생태지평 정책팀장) : "그 도로설치에 따른 차량 유입이라든지 그리고 어떤 기타 부속 시설물들에 대해서 확장 가능성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DMZ 내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치 클 것으로 저희는 판단하고 있는 거고요."

역대 정부의 DMZ 활용 정책 역시 활로를 찾지 못하다 결국 DMZ 주변의 개발 사업으로 후퇴했다는 겁니다.

때문에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예를 들자면 판문점 같은 공간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세계가 주목했던 공간이고 한반도 역사과정에서 많은 남북교류의 실질적인 통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세계평화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판문점을 그럼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개발 부지를 선정하고 공원 조성 계획을 만들기에 앞서서 남북이 공동으로 DMZ 생태를 조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오충현(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 "남북의 대치상황이 해소되지 않는 한 사실은 누가 들어가서 조사를 하더라도 그것은 부분적인 조사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 보다는 남과 북이 협력해서 우선 그 지역에 대한 정확한 자연환경 조사가 선행이 되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개발이나 보전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됩니다."

60여 년 전, 죽음의 땅이었던 이곳은 이제 역동하는 생명이 가득한 땅으로 변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도, DMZ 생태계 보존도,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비무장지대의 환경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이 곳을 평화의 땅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추진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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