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시집 잘 간(?) 박인비, ‘그랜드 슬래머’로 우뚝

입력 2015.08.04 (09:51) 수정 2015.08.0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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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랜드 슬래머 박인비, 더 강해진 비결은?

LPGA를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어가고 있는 박인비의 우승 행진은 놀라울 정도다. 브리티시오프까지 4개의 메이저 대회를 품에 안으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룬 아시아 최초의 선수로 우뚝 선 박인비...현재의 박인비를 완성한 사람은 다름아닌 남편 남기협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인비는 지난해 10월 프로골퍼 출신 남기협 씨와 결혼한 이후 플레이에 안정감이 더해졌다는 평가다. 2008년 최연소 US 오픈 우승자로 혜성처럼 등장한 박인비도 손목 부상 후유증으로 2009년 심각한 부진을 겪었지만 이듬해 현재의 남편인 남기협 씨를 만난 이후로 정상궤도에 다시 올랐고, 2013년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이란 믿기힘든 업적을 함께 이뤄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침묵의 암살자'다운 클래스를 되찾게 된 것도 남기협 씨의 살뜰한 외조 덕분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남편 남기협 씨는 박인비의 동반자이자 응원군이면서, 코치로도 박인비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남기협 씨는 언제 어디서든 예의바르고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이런 남편이 박인비의 스트레스를 해결해주는 덕분에, 박인비로선 압박감 없이 편하게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란 분석이다. KLPGA 강춘자 수석 부회장은 박인비가 왜 더 강해졌는지 한마디로 정리했다.

"박인비가 시집을 잘 갔죠. 남기협 씨는 절대 잘난 척하는 걸 본적이 없는 정말 최고의 남편입니다."

백스윙백스윙


2. 교과서와는 다른 스윙 폼, 손목의 힘으로 극복

아마추어 골퍼들이 보기에도 박인비의 스윙은 왠지 어색해보이는, 정석과는 다른 형태의 궤도를 그린다. 백스윙 시 약간 업라이트한 궤도로 급하게 천천히 올라가고, 임팩트 이후 헤드업이 되는 독특한 피니시를 보인다. 몸통의 꼬임이 충분치 않은데도 거리는 물론 정확성이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손목의 힘에 있다. 허리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천부적인 손목의 힘을 이용해 공을 때리는 순간 임팩트 만큼은 강하다는 얘기다. 자신만의 특화된 스윙 동작으로 LPGA를 평정해가고 있는 것이다. 일관성 있고 부드러운 스윙 템포로 클럽을 임팩트까지 점점 가속시키는 건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독창적인 루틴이다.

또 다른 강점은 바로 컴퓨터 퍼팅이다. 올해 투어 라운드 당 퍼팅 수는 29.28개로 14위다. 하지만 온 그린 뒤 퍼팅 수는 1.760개로 4위다. 1위 스테이스 루이스와 0.33개 차이로 거의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그린 적중률은 75.4%로 4위에 올라 있으니, 평균 타수가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

박인비는 올 시즌 상금에서도 218만 달러로 선두,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도 235점으로 리디아 고에 앞선 선두, 평균 타수에서도 69.391타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생애 첫 3관왕의 가능성도 눈앞에 왔다. 2015년은 그야말로 박인비를 위한, 박인비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리티시 우승 트로피 들고 있는 박인비브리티시 우승 트로피 들고 있는 박인비


3. 다음 목표는 슈퍼 그랜드 슬램!

이미 이룰 것은 다 이룬 박인비의 다음 목표는 자연스레 에비앙 챔피언십으로 모아진다. 다음달 10일부터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제5의 메이저 대회마저 우승한다면 전대미문의 슈퍼 그랜드 슬램이란 새 역사가 쓰여진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세계 최고의 여자 골퍼로 공인 받을 날이 머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3년부터 메이저 대회로 승격한 이 대회 때문에 박인비의 업적을 두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고 불러도 되는가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AP 통신 등 일부 언론이 에비앙까지 우승해야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딴죽을 놓았지만, LPGA는 5개의 메이저 대회 가운데 4개만 우승하면 그랜드 슬램으로 인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5번째 메이저대회를 만든 것은 그랜드슬램 용어 사용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LPGA는 설명했다. 박인비의 다음 목표는 에비앙을 포함해 박세리가 갖고 있는 LPGA 통산 25승을 넘는 것이다. LPGA 통산 최다승의 주인공, 미국의 캐시 위트워스의 88승까지는 아직 까마득하지만, 박인비는 이미 아시아 최고의 선수를 넘어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다. 브리티시오픈 우승 인터뷰에서 박인비는 다음 목표를 이렇게 밝히면서 턴베리 골프장을 빠져나갔다.

"그랜드 슬램 말고는 다른 걸 목표로는 생각해본 게 없어서 아직 뭘 정해야 될지는 모르겠어요. 레전드급 선수 중엔 저보다 승수가 훨씬 많은 선수가 많기 때문에 그렇게 위대한 선수들을 보면서 자꾸 목표를 세워나가면, 더 큰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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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시집 잘 간(?) 박인비, ‘그랜드 슬래머’로 우뚝
    • 입력 2015-08-04 09:51:03
    • 수정2015-08-04 13:18:53
    취재후·사건후
1. 그랜드 슬래머 박인비, 더 강해진 비결은? LPGA를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어가고 있는 박인비의 우승 행진은 놀라울 정도다. 브리티시오프까지 4개의 메이저 대회를 품에 안으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룬 아시아 최초의 선수로 우뚝 선 박인비...현재의 박인비를 완성한 사람은 다름아닌 남편 남기협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인비는 지난해 10월 프로골퍼 출신 남기협 씨와 결혼한 이후 플레이에 안정감이 더해졌다는 평가다. 2008년 최연소 US 오픈 우승자로 혜성처럼 등장한 박인비도 손목 부상 후유증으로 2009년 심각한 부진을 겪었지만 이듬해 현재의 남편인 남기협 씨를 만난 이후로 정상궤도에 다시 올랐고, 2013년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이란 믿기힘든 업적을 함께 이뤄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침묵의 암살자'다운 클래스를 되찾게 된 것도 남기협 씨의 살뜰한 외조 덕분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남편 남기협 씨는 박인비의 동반자이자 응원군이면서, 코치로도 박인비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남기협 씨는 언제 어디서든 예의바르고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이런 남편이 박인비의 스트레스를 해결해주는 덕분에, 박인비로선 압박감 없이 편하게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란 분석이다. KLPGA 강춘자 수석 부회장은 박인비가 왜 더 강해졌는지 한마디로 정리했다. "박인비가 시집을 잘 갔죠. 남기협 씨는 절대 잘난 척하는 걸 본적이 없는 정말 최고의 남편입니다."
백스윙
2. 교과서와는 다른 스윙 폼, 손목의 힘으로 극복 아마추어 골퍼들이 보기에도 박인비의 스윙은 왠지 어색해보이는, 정석과는 다른 형태의 궤도를 그린다. 백스윙 시 약간 업라이트한 궤도로 급하게 천천히 올라가고, 임팩트 이후 헤드업이 되는 독특한 피니시를 보인다. 몸통의 꼬임이 충분치 않은데도 거리는 물론 정확성이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손목의 힘에 있다. 허리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천부적인 손목의 힘을 이용해 공을 때리는 순간 임팩트 만큼은 강하다는 얘기다. 자신만의 특화된 스윙 동작으로 LPGA를 평정해가고 있는 것이다. 일관성 있고 부드러운 스윙 템포로 클럽을 임팩트까지 점점 가속시키는 건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독창적인 루틴이다. 또 다른 강점은 바로 컴퓨터 퍼팅이다. 올해 투어 라운드 당 퍼팅 수는 29.28개로 14위다. 하지만 온 그린 뒤 퍼팅 수는 1.760개로 4위다. 1위 스테이스 루이스와 0.33개 차이로 거의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그린 적중률은 75.4%로 4위에 올라 있으니, 평균 타수가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 박인비는 올 시즌 상금에서도 218만 달러로 선두,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도 235점으로 리디아 고에 앞선 선두, 평균 타수에서도 69.391타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생애 첫 3관왕의 가능성도 눈앞에 왔다. 2015년은 그야말로 박인비를 위한, 박인비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리티시 우승 트로피 들고 있는 박인비
3. 다음 목표는 슈퍼 그랜드 슬램! 이미 이룰 것은 다 이룬 박인비의 다음 목표는 자연스레 에비앙 챔피언십으로 모아진다. 다음달 10일부터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제5의 메이저 대회마저 우승한다면 전대미문의 슈퍼 그랜드 슬램이란 새 역사가 쓰여진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세계 최고의 여자 골퍼로 공인 받을 날이 머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3년부터 메이저 대회로 승격한 이 대회 때문에 박인비의 업적을 두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고 불러도 되는가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AP 통신 등 일부 언론이 에비앙까지 우승해야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딴죽을 놓았지만, LPGA는 5개의 메이저 대회 가운데 4개만 우승하면 그랜드 슬램으로 인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5번째 메이저대회를 만든 것은 그랜드슬램 용어 사용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LPGA는 설명했다. 박인비의 다음 목표는 에비앙을 포함해 박세리가 갖고 있는 LPGA 통산 25승을 넘는 것이다. LPGA 통산 최다승의 주인공, 미국의 캐시 위트워스의 88승까지는 아직 까마득하지만, 박인비는 이미 아시아 최고의 선수를 넘어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다. 브리티시오픈 우승 인터뷰에서 박인비는 다음 목표를 이렇게 밝히면서 턴베리 골프장을 빠져나갔다. "그랜드 슬램 말고는 다른 걸 목표로는 생각해본 게 없어서 아직 뭘 정해야 될지는 모르겠어요. 레전드급 선수 중엔 저보다 승수가 훨씬 많은 선수가 많기 때문에 그렇게 위대한 선수들을 보면서 자꾸 목표를 세워나가면, 더 큰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관 기사] ☞ [뉴스9] 승부처서 빛난 박인비의 ‘강심장·완벽 퍼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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