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재 16만여 점, 왜 못 가져오나?

입력 2015.08.15 (09:01) 수정 2015.08.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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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스위스 경매에서 되찾은 범어사 ‘칠성도’


지난 6월, 한국전쟁 당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불화 3점이 국내로 환수됐다. 부산 범어사 극락암에 봉안됐다 사라진 ‘칠성도’가 발견된 곳은 스위스 취리히의 한 경매장. 범어사 측은 잃어버린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최종 9,700만 원에 낙찰받을 수 있었다.

지난달에도 전남 순천 선암사에서 도난당한 조선 불화가 미국 경매에서 모습을 드러내 국내로 돌아왔다.

사라졌던 우리 문화재는 이렇게 지구 반대편, 또는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 발견되곤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근대화 붐이 거셌던 19세기 말부터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 국권의 약화로 귀중한 문화재를 대거 약탈당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멀리 타지로 사라진 우리 문화재는 여전히 기약 없는 광복을 기다리고 있다.

◆ 전세계 곳곳에 16만 점…환수율은 5.9%에 불과

해외반출 문화재 환수를 전담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에 따르면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현재까지 조사된 것만 16만 342점에 이른다. 전 세계 20개 국에 흩어져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동경국립박물관 등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6만 7,708점으로 전체의 42.2%에 달한다. 이어 미국 44,365(27.67%), 독일 10,940(6.82%), 중국 9,806(6.12%) 등의 순이다.

그렇다면 해외에 있는 문화재 환수 현황은 어떨까. 재단은 지난달까지 기준으로 전 세계 11개국에서 10,034점을 환수했다. 환수율로 보면 5.9%에 불과하다. 1950년대부터 이어진 60여 년 간의 실적인 것을 볼 때, 문화재 반환의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별 한국문화재 현황국가별 한국문화재 현황

▲ 국가별 한국문화재 현황


시대별 문화재 환수 현황시대별 문화재 환수 현황

▲ 시대별 문화재 환수 현황


[자료제공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 되찾은 경로…정부 협상 30%, 기증이나 구입 비중 높아

그동안 문화재를 되찾아온 경로는 크게 정부의 협상과 경매 등을 통한 구입, 또 개인 수집가의 기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까지 국외문화재 환수 내역을 보면 수사협조 등 정부 간 협상에 의한 것은 3,282여 점으로, 전체의 32%를 차지한다. 1966년 ‘한·일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에 의해 1,432점을 되찾은 데 이어, 2011년 ‘한일 도서협정’에 의해 일본 궁내청에서 보관하던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한 도서 1,205점 등이 대표적 사례다.

반환 된 조선왕실의궤반환 된 조선왕실의궤

▲ 반환 된 조선왕실의궤


반환 된 외규장각의궤 일부반환 된 외규장각의궤 일부

▲ 반환 된 외규장각의궤 일부


황제지보·어보 반환황제지보·어보 반환

▲ 2014년 반환된 대한제국 국새인 황제지보(맨앞), 공문서용 인장인 준명지보(가운데줄 오른쪽), 고종어보인 수강태황제보(가운데), 유서지보(왼쪽)


미국 정부가 지난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반출됐던 대한제국 국새 등 인장 9점이 반환된 것도 정부 간 협상의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외 문화재는 정부의 협상보다는 민간의 노력이 바탕이 된 경우가 많다. 한·불 정상회담 결과로 국내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도 과거 프랑스국립도서관 직원으로 일하던 고 박병선 박사가 도서관 창고에서 ‘외규장각 의궤’를 발견했기에 가능했다.

1987년 미국 경매시장에서 고종, 순종, 명성황후의 국새를 발견한 것도 고(故) 조창수 박사의 공이다. 국비 유학생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공부한 고인은 문화재를 직접 인수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경로별·국가별 환수 현황경로별·국가별 환수 현황

▲ 경로별·국가별 환수 현황


[자료제공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교포나 개인 수집가, 단체에 의한 기증이 총 6,065점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문화재 반환을 위해 앞장서 온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은 “문화재 환수에는 경매나 기증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면서도 “민족 혼이 담겨 있는 국보급 문화재 환수를 위해서는 주변적인 방법보다 외교적 해결을 위한 정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화재를 돌려달라고 무작정 생떼를 쓸 게 아니라, 정상회담이나 정전 60주년, 경술국치 100년 등 시기적 요소의 활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유출 문화재, 왜 못 가져오나?

일본에 되돌려준 통일신라 불상 ‘동조여래입상’일본에 되돌려준 통일신라 불상 ‘동조여래입상’

▲ 일본에 되돌려준 통일신라 불상 ‘동조여래입상’


사실, 빼앗긴 물건이니 환수를 요구하는 게 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문화재 반환이 쉽지 않은 현실을 말해준다.

발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10월 문화재 절도단이 일본 대마도의 카이진 신사와 관음사에서 각각 동조여래입상과 관세음보살좌상을 훔쳤다. 국내에서 판매하려던 이들의 계획은 경찰의 수사로 무산되고, 훔쳐온 불상은 모두 몰수됐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애당초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훔쳐간 것이니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의견과 불법적으로 가져온 만큼 다시 반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검찰은 두 개의 불상 중, 동조여래입상을 일본으로 반환하기로 했다. 일본 반출 경로가 드러나지 않았고, 소유권을 내세운 사찰이나 단체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관세음보살좌상은 결정을 보류했다. 일본 관음사와 충남 서산 부석사가 소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고, 법원이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문화재가 맞더라도 이것이 어떻게 유출됐고,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를 입증하지 못하면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렵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해외 박물관에 있는 우리 문화재도 대부분 개인 기증에 의한 것”이라며 “기증자가 어떤 경로로 유출했는지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에 문화재 반환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돈과 인력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도 있다.

올해 문화재환수 관련 예산은 문화재청이 4억600만 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32억 8,800만 원이다. 재단 측 예산은 기관운영비가 포함된 예산으로, 실제 문화재환수에 쓰이는 돈은 17억 2,000만 원 정도다.

문화재 환산을 위해서는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각 문화재의 제조 시기나 상태, 가치 분석을 위한 것이다. 현재까지 실태조사를 마친 문화제는 총 4만 5,000점으로 전체의 28.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재단 측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직원 3명이 담당한다”며 “실태조사는 현지를 방문해서 이루어지는 만큼 시간과 비용에 많은 제약이 있어 1년에 최대 5,000점 이상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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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문화재 16만여 점, 왜 못 가져오나?
    • 입력 2015-08-15 09:01:01
    • 수정2015-08-17 11:37:18
    문화
▲ 지난 6월 스위스 경매에서 되찾은 범어사 ‘칠성도’


지난 6월, 한국전쟁 당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불화 3점이 국내로 환수됐다. 부산 범어사 극락암에 봉안됐다 사라진 ‘칠성도’가 발견된 곳은 스위스 취리히의 한 경매장. 범어사 측은 잃어버린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최종 9,700만 원에 낙찰받을 수 있었다.

지난달에도 전남 순천 선암사에서 도난당한 조선 불화가 미국 경매에서 모습을 드러내 국내로 돌아왔다.

사라졌던 우리 문화재는 이렇게 지구 반대편, 또는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 발견되곤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근대화 붐이 거셌던 19세기 말부터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 국권의 약화로 귀중한 문화재를 대거 약탈당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멀리 타지로 사라진 우리 문화재는 여전히 기약 없는 광복을 기다리고 있다.

◆ 전세계 곳곳에 16만 점…환수율은 5.9%에 불과

해외반출 문화재 환수를 전담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에 따르면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현재까지 조사된 것만 16만 342점에 이른다. 전 세계 20개 국에 흩어져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동경국립박물관 등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6만 7,708점으로 전체의 42.2%에 달한다. 이어 미국 44,365(27.67%), 독일 10,940(6.82%), 중국 9,806(6.12%) 등의 순이다.

그렇다면 해외에 있는 문화재 환수 현황은 어떨까. 재단은 지난달까지 기준으로 전 세계 11개국에서 10,034점을 환수했다. 환수율로 보면 5.9%에 불과하다. 1950년대부터 이어진 60여 년 간의 실적인 것을 볼 때, 문화재 반환의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별 한국문화재 현황
▲ 국가별 한국문화재 현황


시대별 문화재 환수 현황
▲ 시대별 문화재 환수 현황


[자료제공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 되찾은 경로…정부 협상 30%, 기증이나 구입 비중 높아

그동안 문화재를 되찾아온 경로는 크게 정부의 협상과 경매 등을 통한 구입, 또 개인 수집가의 기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까지 국외문화재 환수 내역을 보면 수사협조 등 정부 간 협상에 의한 것은 3,282여 점으로, 전체의 32%를 차지한다. 1966년 ‘한·일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에 의해 1,432점을 되찾은 데 이어, 2011년 ‘한일 도서협정’에 의해 일본 궁내청에서 보관하던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한 도서 1,205점 등이 대표적 사례다.

반환 된 조선왕실의궤
▲ 반환 된 조선왕실의궤


반환 된 외규장각의궤 일부
▲ 반환 된 외규장각의궤 일부


황제지보·어보 반환
▲ 2014년 반환된 대한제국 국새인 황제지보(맨앞), 공문서용 인장인 준명지보(가운데줄 오른쪽), 고종어보인 수강태황제보(가운데), 유서지보(왼쪽)


미국 정부가 지난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반출됐던 대한제국 국새 등 인장 9점이 반환된 것도 정부 간 협상의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외 문화재는 정부의 협상보다는 민간의 노력이 바탕이 된 경우가 많다. 한·불 정상회담 결과로 국내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도 과거 프랑스국립도서관 직원으로 일하던 고 박병선 박사가 도서관 창고에서 ‘외규장각 의궤’를 발견했기에 가능했다.

1987년 미국 경매시장에서 고종, 순종, 명성황후의 국새를 발견한 것도 고(故) 조창수 박사의 공이다. 국비 유학생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공부한 고인은 문화재를 직접 인수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경로별·국가별 환수 현황
▲ 경로별·국가별 환수 현황


[자료제공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교포나 개인 수집가, 단체에 의한 기증이 총 6,065점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문화재 반환을 위해 앞장서 온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은 “문화재 환수에는 경매나 기증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면서도 “민족 혼이 담겨 있는 국보급 문화재 환수를 위해서는 주변적인 방법보다 외교적 해결을 위한 정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화재를 돌려달라고 무작정 생떼를 쓸 게 아니라, 정상회담이나 정전 60주년, 경술국치 100년 등 시기적 요소의 활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유출 문화재, 왜 못 가져오나?

일본에 되돌려준 통일신라 불상 ‘동조여래입상’
▲ 일본에 되돌려준 통일신라 불상 ‘동조여래입상’


사실, 빼앗긴 물건이니 환수를 요구하는 게 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문화재 반환이 쉽지 않은 현실을 말해준다.

발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10월 문화재 절도단이 일본 대마도의 카이진 신사와 관음사에서 각각 동조여래입상과 관세음보살좌상을 훔쳤다. 국내에서 판매하려던 이들의 계획은 경찰의 수사로 무산되고, 훔쳐온 불상은 모두 몰수됐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애당초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훔쳐간 것이니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의견과 불법적으로 가져온 만큼 다시 반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검찰은 두 개의 불상 중, 동조여래입상을 일본으로 반환하기로 했다. 일본 반출 경로가 드러나지 않았고, 소유권을 내세운 사찰이나 단체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관세음보살좌상은 결정을 보류했다. 일본 관음사와 충남 서산 부석사가 소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고, 법원이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문화재가 맞더라도 이것이 어떻게 유출됐고,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를 입증하지 못하면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렵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해외 박물관에 있는 우리 문화재도 대부분 개인 기증에 의한 것”이라며 “기증자가 어떤 경로로 유출했는지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에 문화재 반환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돈과 인력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도 있다.

올해 문화재환수 관련 예산은 문화재청이 4억600만 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32억 8,800만 원이다. 재단 측 예산은 기관운영비가 포함된 예산으로, 실제 문화재환수에 쓰이는 돈은 17억 2,000만 원 정도다.

문화재 환산을 위해서는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각 문화재의 제조 시기나 상태, 가치 분석을 위한 것이다. 현재까지 실태조사를 마친 문화제는 총 4만 5,000점으로 전체의 28.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재단 측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직원 3명이 담당한다”며 “실태조사는 현지를 방문해서 이루어지는 만큼 시간과 비용에 많은 제약이 있어 1년에 최대 5,000점 이상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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