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위기의 청소년 ‘가출팸’…범죄 유혹까지

입력 2015.08.25 (08:31) 수정 2015.08.2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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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새벽 시간, 괴한들이 마트 출입문을 부순 뒤 계산대의 현금을 빼내 달아납니다.

며칠 뒤, 한 아파트 주차장에선 차량을 도둑 맞았습니다.

이런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

알고보니 10대 가출 청소년들, 이른바 ‘가출팸’ 들이었습니다.

‘가출팸’ 좀 생소한 단어인데요,

가출과 영어 패밀리의 합성어로 집을 나와 가족처럼 함께 모여 사는 청소년들을 일컫습니다.

문제는 이 가출팸 청소년들이 각종 범죄의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사회문제로까지 떠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이 가출팸의 실태를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네온사인 불빛이 번쩍이는 서울의 한 유흥가입니다.

밤늦은 시각.

앳된 얼굴의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곳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워 무는 청소년들.

취재팀이 만난 18살 김 모 군은 집을 나온 지 이제 10개월 째라고 했습니다.

김 군은 같은 처지의 또래 친구들과 함께, 이른바 ‘가출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00(가출청소년/음성변조) : “혼자 있으면 불안하잖아요. 같이 있으면 그래도 좀 뭔가 마음이 진정되잖아요.”

불안함 때문에 함께 모여 살고 있다는 아이들.

취재팀은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 살고 있는 곳을 한번 찾아가 가봤습니다.

인터넷 가출 카페 등을 통해 알게 된 이들은, 처음엔 모텔에서 함께 지내다, 얼마 전 고시원 방을 하나 구했다고 했는데요,

<인터뷰> 김00(가출청소년/음성변조) : “여기 무보증에 한 달 40만 원. 차라리 같이 돈 모아서 방 잡아서 살자고 생각해서 오게 됐어요.”

월세 40만 원의 고시원 방은 세 명이 들어가자, 움직일 틈 없이 꽉 들어 찹니다.

천장에 걸려 있는 빨래줄.

재떨이로 변해버린 냄비.

종이컵에는 담배꽁초가 수두룩합니다.

제대로 눕기조차 힘든 이 좁은 공간에서, 많을 땐 여섯 명까지 함께 지냅니다.

그리고 때에 따라 여학생까지 혼숙합니다.

<인터뷰> 김00(가출청소년/음성변조) : “여섯 명이 쓰는데 그냥 솔직히 1인실은 여섯 명이 쓰기에 너무 힘들고요. 그리고 생활용품도 사야 하는데 돈이 없고 먹을 것 같은 것도 지금 먹어야 하는데 돈이 없어요. 돈이 문제에요. 그냥.”

김 군의 말처럼, 문제는 돈.

마땅한 벌이가 없는 아이들은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만큼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기도 쉬워집니다.

<인터뷰> 김00(가출청소년/음성변조) : “술 취한 사람 때려요. 그리고 지갑에 있는 휴대전화랑 지갑을 가져가요. 그리고 지갑은 버리고 돈만 챙겨서 나와요. 휴대전화랑.”

<인터뷰> 이00(가출청소년/음성변조) : “물건 판다고 하고서는 입금 받으면 물건 안 보내면 돼요.”

실제 이달 초, 경기도 부천에서는 취객을 상대로 지갑 털이를 하던 가출팸 청소년들이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 4월 울산에서는 20여 명의 가출 청소년들이 조직적으로 차량을 훔친 뒤 이를 팔아 오다 덜미를 잡히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오상팔(울산 남부경찰서 강력4팀) : “2인 1조로 해서 차량 털이, 상점털이 범행을 했는데 범행을 주도한 애들의 지시로 범행을 한 거로 밝혀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을 하면서, 범죄에 대해 점점 더 무감각해 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기남(소장/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 “집단화되기 시작하면 그 안에서 죄책감 같은 부분들이 상당 부분 나뉘어요. 10명 20명이 행인을 한 번씩 때린다고 하면 본인은 20분의 1의 죄책감밖에 안 갖는다는 거죠. ‘남들도 다 했는데’ 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죠.”

여학생들의 경우 거리의 환경은 더 열악하기만 합니다.

특히,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아이들.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또 성매매에 이용이 되기도 합니다.

<인터뷰> 제용범(팀장/울산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 : “집에서 나와서 따로 독립해서 다니다가 이런 피해 여학생들 만나면 자기 숙소로 데려가서 성폭행도 하고 성매매 알선도 시키고…….”

취재팀은 거리를 떠돌며 가출팸 생활을 했던 여학생의 얘기를 어렵게 들을 수 있었는데요,

또래의 남학생들과 함께 생활을 했다는 여학생.

<녹취> 가출팸 경험 여학생 A(음성변조) : “남자 3명에 여자 2명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껴서 3명 3명 됐었어요. 맨날 술판이었고 맨날 담배피우는 아이들뿐이었고. 돈도 벌게 되고 그러니까 그러다 보면 나쁜 상황까지 (가는 거죠).”

역시 돈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습니다.

가출팸의 생활비를 구하기 위해, 조건 만남과 성매매에 내몰리는 또래 여학생들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가출팸 경험 여학생 B(음성변조) : “스물 몇 살 오빠가 여자애들 우리 데리고 와서 숙식제공 해 주면서…. 몸 팔아서 돈 받아서 원조하거나 그것밖에 없잖아요. 나이가 어리면 안 되니까 아르바이트를 못하니까.”

<녹취> 가출팸 경험 여학생 A(음성변조) : “싫지만 일단 짧은 시간에 큰돈이 쥐어지니까.”

사실, 가출 청소년들이 머물 곳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가출 청소년들이 머물 수 있도록 마련된 청소년 쉼터.

전국 곳곳에 마련된 쉼터는 집을 나온 아이들에게 잠을 잘 곳과, 또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기남(소장/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 “그물망이라고 하죠. 거리로 그냥 흘러나가지 않고 보호체계 안에 담가놓게 할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은 사실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쉼터마저 그 숫자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난 한 해에만 경찰에 집계된 청소년 가출 신고 건수가 무려 1만 천 2백여 건,

하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쉼터는 전국적으로 고작 119개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쉼터에 머물 경우, 가출 청소년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 보니, 아이들로부터 외면을 받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희재(사업팀장/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 “쉼터라고 하면 가출이라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 때문에 굉장히 낙인 효과가 있거나 아이들에게 인식이 좋지 않습니다.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전문 기관에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별다른 대안 없이 밤거리를 떠돌고 있는 아이들.

취재 기간 내내, 취재팀을 안타깝게 했던건, 거리의 험난함을 알면서도, 집으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아이들의 말이었습니다.

<녹취> 가출청소년(음성변조) : "어렸을 때부터 아빠도 새아빠였고 가족이 많아서 가운데 치어있어서 힘들었어요."

<녹취> 가출청소년(음성변조) : "(집에서) 별로 신경 안 쓰니까요. 연락하든 말든 어차피 찾지도 않아요."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조사를 보면, 국내 가출 청소년의 누적 추산 숫자는 무려 22만 명.

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좀 더 현실적인 대책 마련과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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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위기의 청소년 ‘가출팸’…범죄 유혹까지
    • 입력 2015-08-25 08:32:59
    • 수정2015-08-25 09: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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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새벽 시간, 괴한들이 마트 출입문을 부순 뒤 계산대의 현금을 빼내 달아납니다.

며칠 뒤, 한 아파트 주차장에선 차량을 도둑 맞았습니다.

이런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

알고보니 10대 가출 청소년들, 이른바 ‘가출팸’ 들이었습니다.

‘가출팸’ 좀 생소한 단어인데요,

가출과 영어 패밀리의 합성어로 집을 나와 가족처럼 함께 모여 사는 청소년들을 일컫습니다.

문제는 이 가출팸 청소년들이 각종 범죄의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사회문제로까지 떠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이 가출팸의 실태를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네온사인 불빛이 번쩍이는 서울의 한 유흥가입니다.

밤늦은 시각.

앳된 얼굴의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곳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워 무는 청소년들.

취재팀이 만난 18살 김 모 군은 집을 나온 지 이제 10개월 째라고 했습니다.

김 군은 같은 처지의 또래 친구들과 함께, 이른바 ‘가출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00(가출청소년/음성변조) : “혼자 있으면 불안하잖아요. 같이 있으면 그래도 좀 뭔가 마음이 진정되잖아요.”

불안함 때문에 함께 모여 살고 있다는 아이들.

취재팀은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 살고 있는 곳을 한번 찾아가 가봤습니다.

인터넷 가출 카페 등을 통해 알게 된 이들은, 처음엔 모텔에서 함께 지내다, 얼마 전 고시원 방을 하나 구했다고 했는데요,

<인터뷰> 김00(가출청소년/음성변조) : “여기 무보증에 한 달 40만 원. 차라리 같이 돈 모아서 방 잡아서 살자고 생각해서 오게 됐어요.”

월세 40만 원의 고시원 방은 세 명이 들어가자, 움직일 틈 없이 꽉 들어 찹니다.

천장에 걸려 있는 빨래줄.

재떨이로 변해버린 냄비.

종이컵에는 담배꽁초가 수두룩합니다.

제대로 눕기조차 힘든 이 좁은 공간에서, 많을 땐 여섯 명까지 함께 지냅니다.

그리고 때에 따라 여학생까지 혼숙합니다.

<인터뷰> 김00(가출청소년/음성변조) : “여섯 명이 쓰는데 그냥 솔직히 1인실은 여섯 명이 쓰기에 너무 힘들고요. 그리고 생활용품도 사야 하는데 돈이 없고 먹을 것 같은 것도 지금 먹어야 하는데 돈이 없어요. 돈이 문제에요. 그냥.”

김 군의 말처럼, 문제는 돈.

마땅한 벌이가 없는 아이들은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만큼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기도 쉬워집니다.

<인터뷰> 김00(가출청소년/음성변조) : “술 취한 사람 때려요. 그리고 지갑에 있는 휴대전화랑 지갑을 가져가요. 그리고 지갑은 버리고 돈만 챙겨서 나와요. 휴대전화랑.”

<인터뷰> 이00(가출청소년/음성변조) : “물건 판다고 하고서는 입금 받으면 물건 안 보내면 돼요.”

실제 이달 초, 경기도 부천에서는 취객을 상대로 지갑 털이를 하던 가출팸 청소년들이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 4월 울산에서는 20여 명의 가출 청소년들이 조직적으로 차량을 훔친 뒤 이를 팔아 오다 덜미를 잡히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오상팔(울산 남부경찰서 강력4팀) : “2인 1조로 해서 차량 털이, 상점털이 범행을 했는데 범행을 주도한 애들의 지시로 범행을 한 거로 밝혀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을 하면서, 범죄에 대해 점점 더 무감각해 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기남(소장/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 “집단화되기 시작하면 그 안에서 죄책감 같은 부분들이 상당 부분 나뉘어요. 10명 20명이 행인을 한 번씩 때린다고 하면 본인은 20분의 1의 죄책감밖에 안 갖는다는 거죠. ‘남들도 다 했는데’ 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죠.”

여학생들의 경우 거리의 환경은 더 열악하기만 합니다.

특히,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아이들.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또 성매매에 이용이 되기도 합니다.

<인터뷰> 제용범(팀장/울산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 : “집에서 나와서 따로 독립해서 다니다가 이런 피해 여학생들 만나면 자기 숙소로 데려가서 성폭행도 하고 성매매 알선도 시키고…….”

취재팀은 거리를 떠돌며 가출팸 생활을 했던 여학생의 얘기를 어렵게 들을 수 있었는데요,

또래의 남학생들과 함께 생활을 했다는 여학생.

<녹취> 가출팸 경험 여학생 A(음성변조) : “남자 3명에 여자 2명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껴서 3명 3명 됐었어요. 맨날 술판이었고 맨날 담배피우는 아이들뿐이었고. 돈도 벌게 되고 그러니까 그러다 보면 나쁜 상황까지 (가는 거죠).”

역시 돈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습니다.

가출팸의 생활비를 구하기 위해, 조건 만남과 성매매에 내몰리는 또래 여학생들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가출팸 경험 여학생 B(음성변조) : “스물 몇 살 오빠가 여자애들 우리 데리고 와서 숙식제공 해 주면서…. 몸 팔아서 돈 받아서 원조하거나 그것밖에 없잖아요. 나이가 어리면 안 되니까 아르바이트를 못하니까.”

<녹취> 가출팸 경험 여학생 A(음성변조) : “싫지만 일단 짧은 시간에 큰돈이 쥐어지니까.”

사실, 가출 청소년들이 머물 곳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가출 청소년들이 머물 수 있도록 마련된 청소년 쉼터.

전국 곳곳에 마련된 쉼터는 집을 나온 아이들에게 잠을 잘 곳과, 또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기남(소장/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 “그물망이라고 하죠. 거리로 그냥 흘러나가지 않고 보호체계 안에 담가놓게 할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은 사실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쉼터마저 그 숫자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난 한 해에만 경찰에 집계된 청소년 가출 신고 건수가 무려 1만 천 2백여 건,

하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쉼터는 전국적으로 고작 119개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쉼터에 머물 경우, 가출 청소년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 보니, 아이들로부터 외면을 받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희재(사업팀장/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 “쉼터라고 하면 가출이라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 때문에 굉장히 낙인 효과가 있거나 아이들에게 인식이 좋지 않습니다.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전문 기관에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별다른 대안 없이 밤거리를 떠돌고 있는 아이들.

취재 기간 내내, 취재팀을 안타깝게 했던건, 거리의 험난함을 알면서도, 집으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아이들의 말이었습니다.

<녹취> 가출청소년(음성변조) : "어렸을 때부터 아빠도 새아빠였고 가족이 많아서 가운데 치어있어서 힘들었어요."

<녹취> 가출청소년(음성변조) : "(집에서) 별로 신경 안 쓰니까요. 연락하든 말든 어차피 찾지도 않아요."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조사를 보면, 국내 가출 청소년의 누적 추산 숫자는 무려 22만 명.

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좀 더 현실적인 대책 마련과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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