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가족 “더 늦기 전에”…애틋한 마음 담는다

입력 2015.08.31 (12:16) 수정 2015.08.3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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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영화 '국제시장'에서 가장 뭉클했던 장면은 처음과 끝이었습니다.

주인공 덕수가 피란길에서 여동생 막순이의 손목을 놓치던 순간, 수십 년이 흘러 동생과 극적 상봉한 뒤 그간의 한맺힌 응어리를 토하던 장면입니다.

사실 이산가족 한 분 한 분이 주인공 덕수 못지 않은 스토리를 가지고 계실텐데요.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의 후속 조치로, 다음달 7일 이산 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 접촉을 갖자는 우리측 제안에 북한이 선뜻 동의하면서 상봉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무협의에서 준비까지 한 달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상봉은 10월 중순 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행사에서 장소는 금강산이었지만, 이번엔 고향 상호 방문 나아가 상봉 정례화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도 관심입니다.

상봉 대상자 선정도 곧 시작됩니다.

다음달 실무접촉에서 상봉 일정 등이 확정되면 1차로 무작위 컴퓨터 추첨을 통해 3~5배수를 뽑습니다.

고령자와 직계가족을 우선으로 합니다.

다음으로, 상봉 의사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 후보자를 2배 수로 압축합니다.

이 단계에서 남북은 후보자들의 생사 확인 의뢰서를 교환하고 결과를 주고 받은 뒤 마지막 최종 대상자를 선정합니다.

당장 내일, 이산가족 생사 확인과 명단 교환을 위한 이산가족 생사확인 추진센터가 문을 열 예정입니다.

6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이산가족들이 하나 둘 세상을 뜨셨고, 생존해 계신 분들도 이젠,흐릿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요,

이런 기억을 더듬어 헤어진 가족들을 되찾으려는 절절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흔두 살, 하얗게 센 머리를 곱게 빗질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습니다.

황해도 해주 고향 집 가족들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헤어진 지 65년…. 부모님과 동생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녹취> "부모님과 형제분들 봤던 모습을 얘기해 주세요."

<녹취> "그 모습은 지금은 기억할 수가 없어요."

고향 땅을 꼭 한번 밟고 싶다는 마음만은 간절합니다.

<녹취> 박연흥(이산가족) : "빨리 통일돼서 고향에 가 보고 죽었으면 해요. 이제 죽을 날밖에 안 남았으니까요."

이제는 노인이 된 두 자매가 21살 대학생이던 오빠의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6·25 전쟁 때, 오빠는 북한군에게 끌려간 뒤 연락이 끊겼습니다.

혹시라도 돌아올까, 피난도 못 가고 기다렸지만 오빠는 오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규순(이산가족) : "꿈에라도 보고 싶은데 꿈에도 안 보이더라 아이고 오빠. 오빠 살아계시면 나하고 한 번 만나요."

이렇게 영상편지를 만들다 보면 적십자사 단원들의 마음도 먹먹해집니다.

<인터뷰> 이지훈(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 영상편지팀) : "기억나서 찾을 수 있도록 한 마디 한 마디 질문할 때 최대한 맞는 대답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이산가족들의 기억을 영상 편지로나마 되살리며 애틋한 상봉의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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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산 가족 “더 늦기 전에”…애틋한 마음 담는다
    • 입력 2015-08-31 12:19:29
    • 수정2015-08-31 13:00:59
    뉴스 12
<앵커 멘트>

영화 '국제시장'에서 가장 뭉클했던 장면은 처음과 끝이었습니다.

주인공 덕수가 피란길에서 여동생 막순이의 손목을 놓치던 순간, 수십 년이 흘러 동생과 극적 상봉한 뒤 그간의 한맺힌 응어리를 토하던 장면입니다.

사실 이산가족 한 분 한 분이 주인공 덕수 못지 않은 스토리를 가지고 계실텐데요.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의 후속 조치로, 다음달 7일 이산 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 접촉을 갖자는 우리측 제안에 북한이 선뜻 동의하면서 상봉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무협의에서 준비까지 한 달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상봉은 10월 중순 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행사에서 장소는 금강산이었지만, 이번엔 고향 상호 방문 나아가 상봉 정례화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도 관심입니다.

상봉 대상자 선정도 곧 시작됩니다.

다음달 실무접촉에서 상봉 일정 등이 확정되면 1차로 무작위 컴퓨터 추첨을 통해 3~5배수를 뽑습니다.

고령자와 직계가족을 우선으로 합니다.

다음으로, 상봉 의사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 후보자를 2배 수로 압축합니다.

이 단계에서 남북은 후보자들의 생사 확인 의뢰서를 교환하고 결과를 주고 받은 뒤 마지막 최종 대상자를 선정합니다.

당장 내일, 이산가족 생사 확인과 명단 교환을 위한 이산가족 생사확인 추진센터가 문을 열 예정입니다.

6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이산가족들이 하나 둘 세상을 뜨셨고, 생존해 계신 분들도 이젠,흐릿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요,

이런 기억을 더듬어 헤어진 가족들을 되찾으려는 절절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흔두 살, 하얗게 센 머리를 곱게 빗질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습니다.

황해도 해주 고향 집 가족들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헤어진 지 65년…. 부모님과 동생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녹취> "부모님과 형제분들 봤던 모습을 얘기해 주세요."

<녹취> "그 모습은 지금은 기억할 수가 없어요."

고향 땅을 꼭 한번 밟고 싶다는 마음만은 간절합니다.

<녹취> 박연흥(이산가족) : "빨리 통일돼서 고향에 가 보고 죽었으면 해요. 이제 죽을 날밖에 안 남았으니까요."

이제는 노인이 된 두 자매가 21살 대학생이던 오빠의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6·25 전쟁 때, 오빠는 북한군에게 끌려간 뒤 연락이 끊겼습니다.

혹시라도 돌아올까, 피난도 못 가고 기다렸지만 오빠는 오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규순(이산가족) : "꿈에라도 보고 싶은데 꿈에도 안 보이더라 아이고 오빠. 오빠 살아계시면 나하고 한 번 만나요."

이렇게 영상편지를 만들다 보면 적십자사 단원들의 마음도 먹먹해집니다.

<인터뷰> 이지훈(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 영상편지팀) : "기억나서 찾을 수 있도록 한 마디 한 마디 질문할 때 최대한 맞는 대답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이산가족들의 기억을 영상 편지로나마 되살리며 애틋한 상봉의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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