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꺼짐 위험 지역’…전국 144곳 공개

입력 2015.09.06 (23:23) 수정 2018.07.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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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당연히 불안하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그러일이 있을 거라는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었죠."

<인터뷰> 이대영(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 "대규모 굴착공사로 인해서도 발생하고요. 하수관로 누수 그리고 균열 등으로 인해서 손상돼서도 발생하고요."

<오프닝>

도로가 함몰되고 지반이 내려앉는 이른바 땅꺼짐 현상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나와있는 부산의 한 도로에서도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해 보시는 것처럼 시추장비를 이용해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지난해 실시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태풍,홍수에 이어서 땅꺼짐 현상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두번째 재난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발밑에 자리잡은 새로운 재난, 땅꺼짐 현상이 어디에서 시작됐고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미터 너비의 구멍에 구청 청소차량이 아슬아슬하게 걸쳐있습니다.

지난달 16일 저녁 7시쯤 서울시 무악동의 한 도로에서 흔히 '싱크홀'이라고 불리는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인터뷰> 정영택(서울 서대문구) : "쾅 소리가 나서 내려서 보니까 청소차가 깊은 그 구멍에 빠져 있더라고요."

하루 뒤인 지난달 17일에는 서울 여의도 여의나루 지하철역 근처 도로에서도 비슷한 크기의 구멍이 뚫렸습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집중 호우입니다.

지난달 16일에는 수도권에 시간당 30밀리미터가 넘는 큰 비가 쏟아졌습니다.

그렇다면 빗물이 땅꺼짐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일까?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여의도 '땅꺼짐' 현장을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땅이 꺼졌던 지반의 하부를 굴착해 내려가자 하수도관이 나옵니다.

이 하수도관의 연결부위를 살펴보니 커다란 구멍이 눈에 띕니다.

<녹취> 서울 영등포구청 관계자 : "하수관이 깨져서 파손돼서, 누수가 돼서 (땅꺼짐이)된 것 같아요."

이처럼 파손된 하수관로의 균열사이로 토사가 계속 유입되면서 지반 아래에 빈 공간, 즉 동공이 형성되거나 땅꺼짐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땅꺼짐과 도로함몰 등 지반침하 사고 3천3백여건 가운데 80% 이상은 낡은 하수관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 상황이 어떤지 서울 영등포구의 한 박스형 대형 하수관로에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녹취>홍성일(영등포구청 안전치수과) : "골재가 완전히 열화현상이 나서 이게 다 드러난 거죠."

하수관 벽면 곳곳이 부식돼 녹슨 철근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건드리기만 해도 철근과 콘크리트가 뚝뚝 떨어져 나갈 정도입니다.

제가 지금 들어와 있는 곳은 만들어진지 50년이 넘은 노후 하수관로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상부에 균열이 나 있는 등 노후 정도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관로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천공, 관로에 난 구멍이 발견됩니다.

<녹취> "토사가 위에서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 부분 때문에 위에 동공이 나는 거에요."

이 구멍으로 관로 바깥의 토사가 쓸려 들어오기 때문에 관로 주변에 빈공간이 생기는 겁니다.

서울 시내 전체 하수관 만 킬로미터 가운데 절반이 설치한 지 30년이 넘은 낡은 하수관입니다.

<인터뷰> 박송한(서울 영등포구 안천치수과장) :"(하수관로)노후 속도에 비해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해서 예산을 지원해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이 됩니다."

토사가 관 내부로 유입되는 하수도관과는 반대로 상수도관의 경우 균열 사이로 강한 물살이 새어나오면서 토사가 쓸려 나갑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의 한 인도의 지반이 내려앉은 것도 상수관로 균열이 원인이었습니다.

지반 침하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은 대형 공사현장의 지하수 유출입니다.

대형 건축물의 신축공사나 지하철 등 토목 공사의 경우 공사현장 내부로 지하수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차수벽을 세웁니다.

하지만 이 차수벽의 마감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지하수와 토사가 유입될 경우 마찬가지로 동공이나 땅꺼짐 현상이 발생합니다.

<인터뷰> 손강희(지반탐사전문업체 대표) :"대규모 공사현장에서 공사를 할 때 그 때 지하수 유출의 속도를 조절하면 이런 문제가 덜 일어나는데 훨씬 빠른 속도로 유출을 하면 토양과 함께 물이 나가는데 그 빈 공간을 채워주지 못할 때 (땅꺼짐이 발생합니다.)"

이 밖에도 관로 매설 등의 공사를 한뒤 흙을 제대로 다지지 않았을 경우 지반침하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여러가지 이유로 '땅꺼짐' 현상이 빈발하자 국토부는 지반침하 우려지역에 대한 전국적인 조사에 나섰습니다.

자치단체의 의뢰를 받아 지반침하 징후가 겉으로 드러난 지역을 대상으로 GPR 탐사를 벌인 겁니다.

GPR 이란 지면에서 땅밑으로 전파를 쏘아보내 지반의 상태를 파악하는 기법입니다.

취재파일K는 자치단체가 선정한 지반침하 탐사 요청지역의 주소와 이에 대한 조사 결과를 입수했습니다.

취재진이 국토부의 조사결과를 재구성해 만든 '지반침하 우려지도'입니다.

지도에 점으로 표시된 부분이 지반침하 현상이 예상되는 곳입니다.

모두 144곳 입니다.

광역자치단체에서는 부산이 가장 많은 37곳에 대해 탐사요청을 했습니다.

지반이 연약하고 지하철 등 대형 공사가 많은 특징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기초자치단체 중에는 하수관거 부실시공으로 몇 해 전 홍역을 치렀던 전북 군산시가 17곳으로 제일 많았습니다.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는 대부분 지반침하와 도로 균열 등이었습니다.

이 144곳의 우려지역 가운데 국토부가 올해 상반기에 조사를 마친 지역은 38곳입니다.

지도에서는 노란색 원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지반상태 불량으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 지역이 27곳에 달했는데요.

문제가 발견된 현장을 직접 점검해봤습니다.

20층 높이의 대형 빌딩을 건설 중인 경기도 고양시의 한 공사 현장.

공사장을 둘러싼 도로 수십 미터에서 심각한 균열이 발견됩니다.

10cm이상 움푹 주저앉은 인도는 육안으로만 봐도 충분히 위험해 보입니다.

<인터뷰> 이강수(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청) : "원인은 지하 터파기를 하면서 연약지반이다 보니까 지하수가 누수가 돼서 도로가 일부 분열 균열 현상이 발생하게 됐는데.."

인천 계양구에서 조사된 지반침하 우려지역 역시 주변 고층아파트 건설공사의 영향을 받은 경우입니다.

GPR 탐사를 해 보니 도로 하부 지층선의 처진 모습이 드러납니다.

<인터뷰> 손강희(지반탐사전문업체 대표) : "초기에 터파기와 흙막이를 할 때 지하수 유출이 좀 있었다면 그 때 지반에 기울임이 조금 생겼을 것으로.."

부산의 상황은 어떨까.

대학병원과 초등학교가 모여있는 부산진구의 한 거리입니다.

탐사 결과 지반상태가 매우 불량해 동공발생 직전의 상태로 조사됐습니다.

땅밑의 상황을 알 수 없는 주민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천무상(부산광역시 부산진구) : "조금씩 전체적으로 훅 꺼지니까, 동사무소에 신고하고 나서부터 사람들이 못 다니게 일단은 띠를 둘러놓고 한 3,4일 정도 두고 공사를 하시더라고요."

이 곳뿐만이 아닙니다.

주변부보다 10센티미터 가까운 도로가 광범위하게 주저 앉거나, 땜질한 도로 위로 차량들이 지나고, 지반이 침하된 상부의 도로 노면에는 여기저기에서 균열과 구멍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인교(택시기사) : "굉장하죠. 그쪽에는 지반이 약하다보니까 그런 토사가 많고 많을 거예요. 어쩌다 한 번 가면 다대포 다니기가 겁이 나요. 차 몰고 다니기가.. 차가 달리거나 어디로 처박힐지 모르니까 겁이 난다고요"

부산 녹산산단 인근 도로.

시추장비로 구멍을 뚫어 땅밑 상황을 직접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도로 균열과 지반침하가 심각한 중앙차선을 따라서 3미터 깊이의 구멍을 6개 뚫은 뒤 내시경 카메라를 넣었습니다.

원통형으로 깎여나간 구멍을 타고 1미터 정도 내려가자 주변부가 무너진 흔적과 함께 갑자기 확 넓어지는 빈 공간이 나타납니다.

동공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김규경(부산 강서구 도로계장) : "(탐사) 결과에 따라서 우리가 포장만 할 것인지 아니면 전체 포장을 싹 걷어내고 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기울어지고 있다면 옆에 차수벽를 세운다든지 그런 사업 규모를 어느 정도까지 대상을 할 것인지 그런 것들을 결정하게 될 거죠."

지하에 이런 동공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땅꺼짐으로 이어지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건설기술연구원과 함께 실험을 해 봤습니다.

땅 속에 직경 57센미터, 길이 15미터의 하수관로를 매설합니다.

이 하수관로 위에 넓이 1미터, 높이 50센치미티짜리 얼음을 올려 놓은뒤 땅을 다시 메웁니다.

4일이 지난 뒤 GPR 탐사를 실시하자 이상 징후가 감지됩니다.

땅 속을 직접 들여다보니 얼음이 녹은 자리에 동공이 생겨났습니다.

<녹취> "동공입니다. 이게 하수관로 상부에 발생한.."

실물 실험에서 동공 발생 재연에 성공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터뷰> 이대영(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 " 현장 실험이 중요한 이유는 발생하는 지반조건이 (모형 실험과) 다르고요.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하수관로와 똑같이, 묻는것과 같게 하기 때문에 실제로 공동이 발생하고 위험성을 가장 정확히 알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이번 실험에서는 구멍이 난 하수관으로 흙이 쓸려내가려는 현상 역시 확인됐습니다.

연구원에서는 이같은 실험을 바탕으로 어디가 무너질 위험이 높은지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대영(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 "저희는 CCTV를 조사와 GPR 조사 연계를 통해서 CCTV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형 부분의 신호들을 좀 더 많이 데이터 베이스화해서 좀 더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는 게 저희 연구입니다."

이처럼 땅꺼짐 우려 지역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인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도 연구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미흡합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땅꺼짐 우려지역을 관리할 역량이 부족하다고 진단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일본의 전문 탐사업체와 손잡고 올해에만 서울 도심의 도로 구간 5백 킬로미터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자치단체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김경협(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 "장기적으로 광역자치단체에서 수시로 지반탐사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준비를 해야 할 것 같고요. 우선 국토부가 긴급하게 이 분야에 대해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서 이를 지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토부의 경우 각종 지하 매설물 정보를 한데 모은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데이터를 측정하는 데만도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발밑을 위협하는 지반침하와 땅꺼짐 현상에 대해서 시민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고를 미리 막는 대응책이 절실합니다.

지반침하 우려지역 지도지반침하 우려지역 지도
☞ 지반침하 우려지역 지도 링크 : https://www.google.com/maps/d/edit?mid=z1SH1Vit25sA.k17BYl7EYtLY&gl=kr

[연관 기사] ☞ [디·퍼] 우리 동네 ‘땅꺼짐’ 위험 지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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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꺼짐 위험 지역’…전국 144곳 공개
    • 입력 2015-09-06 23:09:35
    • 수정2018-07-20 11:00:22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당연히 불안하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그러일이 있을 거라는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었죠." <인터뷰> 이대영(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 "대규모 굴착공사로 인해서도 발생하고요. 하수관로 누수 그리고 균열 등으로 인해서 손상돼서도 발생하고요." <오프닝> 도로가 함몰되고 지반이 내려앉는 이른바 땅꺼짐 현상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나와있는 부산의 한 도로에서도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해 보시는 것처럼 시추장비를 이용해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지난해 실시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태풍,홍수에 이어서 땅꺼짐 현상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두번째 재난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발밑에 자리잡은 새로운 재난, 땅꺼짐 현상이 어디에서 시작됐고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미터 너비의 구멍에 구청 청소차량이 아슬아슬하게 걸쳐있습니다. 지난달 16일 저녁 7시쯤 서울시 무악동의 한 도로에서 흔히 '싱크홀'이라고 불리는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인터뷰> 정영택(서울 서대문구) : "쾅 소리가 나서 내려서 보니까 청소차가 깊은 그 구멍에 빠져 있더라고요." 하루 뒤인 지난달 17일에는 서울 여의도 여의나루 지하철역 근처 도로에서도 비슷한 크기의 구멍이 뚫렸습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집중 호우입니다. 지난달 16일에는 수도권에 시간당 30밀리미터가 넘는 큰 비가 쏟아졌습니다. 그렇다면 빗물이 땅꺼짐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일까?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여의도 '땅꺼짐' 현장을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땅이 꺼졌던 지반의 하부를 굴착해 내려가자 하수도관이 나옵니다. 이 하수도관의 연결부위를 살펴보니 커다란 구멍이 눈에 띕니다. <녹취> 서울 영등포구청 관계자 : "하수관이 깨져서 파손돼서, 누수가 돼서 (땅꺼짐이)된 것 같아요." 이처럼 파손된 하수관로의 균열사이로 토사가 계속 유입되면서 지반 아래에 빈 공간, 즉 동공이 형성되거나 땅꺼짐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땅꺼짐과 도로함몰 등 지반침하 사고 3천3백여건 가운데 80% 이상은 낡은 하수관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 상황이 어떤지 서울 영등포구의 한 박스형 대형 하수관로에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녹취>홍성일(영등포구청 안전치수과) : "골재가 완전히 열화현상이 나서 이게 다 드러난 거죠." 하수관 벽면 곳곳이 부식돼 녹슨 철근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건드리기만 해도 철근과 콘크리트가 뚝뚝 떨어져 나갈 정도입니다. 제가 지금 들어와 있는 곳은 만들어진지 50년이 넘은 노후 하수관로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상부에 균열이 나 있는 등 노후 정도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관로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천공, 관로에 난 구멍이 발견됩니다. <녹취> "토사가 위에서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 부분 때문에 위에 동공이 나는 거에요." 이 구멍으로 관로 바깥의 토사가 쓸려 들어오기 때문에 관로 주변에 빈공간이 생기는 겁니다. 서울 시내 전체 하수관 만 킬로미터 가운데 절반이 설치한 지 30년이 넘은 낡은 하수관입니다. <인터뷰> 박송한(서울 영등포구 안천치수과장) :"(하수관로)노후 속도에 비해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해서 예산을 지원해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이 됩니다." 토사가 관 내부로 유입되는 하수도관과는 반대로 상수도관의 경우 균열 사이로 강한 물살이 새어나오면서 토사가 쓸려 나갑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의 한 인도의 지반이 내려앉은 것도 상수관로 균열이 원인이었습니다. 지반 침하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은 대형 공사현장의 지하수 유출입니다. 대형 건축물의 신축공사나 지하철 등 토목 공사의 경우 공사현장 내부로 지하수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차수벽을 세웁니다. 하지만 이 차수벽의 마감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지하수와 토사가 유입될 경우 마찬가지로 동공이나 땅꺼짐 현상이 발생합니다. <인터뷰> 손강희(지반탐사전문업체 대표) :"대규모 공사현장에서 공사를 할 때 그 때 지하수 유출의 속도를 조절하면 이런 문제가 덜 일어나는데 훨씬 빠른 속도로 유출을 하면 토양과 함께 물이 나가는데 그 빈 공간을 채워주지 못할 때 (땅꺼짐이 발생합니다.)" 이 밖에도 관로 매설 등의 공사를 한뒤 흙을 제대로 다지지 않았을 경우 지반침하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여러가지 이유로 '땅꺼짐' 현상이 빈발하자 국토부는 지반침하 우려지역에 대한 전국적인 조사에 나섰습니다. 자치단체의 의뢰를 받아 지반침하 징후가 겉으로 드러난 지역을 대상으로 GPR 탐사를 벌인 겁니다. GPR 이란 지면에서 땅밑으로 전파를 쏘아보내 지반의 상태를 파악하는 기법입니다. 취재파일K는 자치단체가 선정한 지반침하 탐사 요청지역의 주소와 이에 대한 조사 결과를 입수했습니다. 취재진이 국토부의 조사결과를 재구성해 만든 '지반침하 우려지도'입니다. 지도에 점으로 표시된 부분이 지반침하 현상이 예상되는 곳입니다. 모두 144곳 입니다. 광역자치단체에서는 부산이 가장 많은 37곳에 대해 탐사요청을 했습니다. 지반이 연약하고 지하철 등 대형 공사가 많은 특징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기초자치단체 중에는 하수관거 부실시공으로 몇 해 전 홍역을 치렀던 전북 군산시가 17곳으로 제일 많았습니다.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는 대부분 지반침하와 도로 균열 등이었습니다. 이 144곳의 우려지역 가운데 국토부가 올해 상반기에 조사를 마친 지역은 38곳입니다. 지도에서는 노란색 원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지반상태 불량으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 지역이 27곳에 달했는데요. 문제가 발견된 현장을 직접 점검해봤습니다. 20층 높이의 대형 빌딩을 건설 중인 경기도 고양시의 한 공사 현장. 공사장을 둘러싼 도로 수십 미터에서 심각한 균열이 발견됩니다. 10cm이상 움푹 주저앉은 인도는 육안으로만 봐도 충분히 위험해 보입니다. <인터뷰> 이강수(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청) : "원인은 지하 터파기를 하면서 연약지반이다 보니까 지하수가 누수가 돼서 도로가 일부 분열 균열 현상이 발생하게 됐는데.." 인천 계양구에서 조사된 지반침하 우려지역 역시 주변 고층아파트 건설공사의 영향을 받은 경우입니다. GPR 탐사를 해 보니 도로 하부 지층선의 처진 모습이 드러납니다. <인터뷰> 손강희(지반탐사전문업체 대표) : "초기에 터파기와 흙막이를 할 때 지하수 유출이 좀 있었다면 그 때 지반에 기울임이 조금 생겼을 것으로.." 부산의 상황은 어떨까. 대학병원과 초등학교가 모여있는 부산진구의 한 거리입니다. 탐사 결과 지반상태가 매우 불량해 동공발생 직전의 상태로 조사됐습니다. 땅밑의 상황을 알 수 없는 주민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천무상(부산광역시 부산진구) : "조금씩 전체적으로 훅 꺼지니까, 동사무소에 신고하고 나서부터 사람들이 못 다니게 일단은 띠를 둘러놓고 한 3,4일 정도 두고 공사를 하시더라고요." 이 곳뿐만이 아닙니다. 주변부보다 10센티미터 가까운 도로가 광범위하게 주저 앉거나, 땜질한 도로 위로 차량들이 지나고, 지반이 침하된 상부의 도로 노면에는 여기저기에서 균열과 구멍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인교(택시기사) : "굉장하죠. 그쪽에는 지반이 약하다보니까 그런 토사가 많고 많을 거예요. 어쩌다 한 번 가면 다대포 다니기가 겁이 나요. 차 몰고 다니기가.. 차가 달리거나 어디로 처박힐지 모르니까 겁이 난다고요" 부산 녹산산단 인근 도로. 시추장비로 구멍을 뚫어 땅밑 상황을 직접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도로 균열과 지반침하가 심각한 중앙차선을 따라서 3미터 깊이의 구멍을 6개 뚫은 뒤 내시경 카메라를 넣었습니다. 원통형으로 깎여나간 구멍을 타고 1미터 정도 내려가자 주변부가 무너진 흔적과 함께 갑자기 확 넓어지는 빈 공간이 나타납니다. 동공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김규경(부산 강서구 도로계장) : "(탐사) 결과에 따라서 우리가 포장만 할 것인지 아니면 전체 포장을 싹 걷어내고 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기울어지고 있다면 옆에 차수벽를 세운다든지 그런 사업 규모를 어느 정도까지 대상을 할 것인지 그런 것들을 결정하게 될 거죠." 지하에 이런 동공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땅꺼짐으로 이어지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건설기술연구원과 함께 실험을 해 봤습니다. 땅 속에 직경 57센미터, 길이 15미터의 하수관로를 매설합니다. 이 하수관로 위에 넓이 1미터, 높이 50센치미티짜리 얼음을 올려 놓은뒤 땅을 다시 메웁니다. 4일이 지난 뒤 GPR 탐사를 실시하자 이상 징후가 감지됩니다. 땅 속을 직접 들여다보니 얼음이 녹은 자리에 동공이 생겨났습니다. <녹취> "동공입니다. 이게 하수관로 상부에 발생한.." 실물 실험에서 동공 발생 재연에 성공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터뷰> 이대영(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 " 현장 실험이 중요한 이유는 발생하는 지반조건이 (모형 실험과) 다르고요.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하수관로와 똑같이, 묻는것과 같게 하기 때문에 실제로 공동이 발생하고 위험성을 가장 정확히 알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이번 실험에서는 구멍이 난 하수관으로 흙이 쓸려내가려는 현상 역시 확인됐습니다. 연구원에서는 이같은 실험을 바탕으로 어디가 무너질 위험이 높은지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대영(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 "저희는 CCTV를 조사와 GPR 조사 연계를 통해서 CCTV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형 부분의 신호들을 좀 더 많이 데이터 베이스화해서 좀 더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는 게 저희 연구입니다." 이처럼 땅꺼짐 우려 지역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인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도 연구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미흡합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땅꺼짐 우려지역을 관리할 역량이 부족하다고 진단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일본의 전문 탐사업체와 손잡고 올해에만 서울 도심의 도로 구간 5백 킬로미터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자치단체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김경협(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 "장기적으로 광역자치단체에서 수시로 지반탐사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준비를 해야 할 것 같고요. 우선 국토부가 긴급하게 이 분야에 대해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서 이를 지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토부의 경우 각종 지하 매설물 정보를 한데 모은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데이터를 측정하는 데만도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발밑을 위협하는 지반침하와 땅꺼짐 현상에 대해서 시민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고를 미리 막는 대응책이 절실합니다.
지반침하 우려지역 지도
☞ 지반침하 우려지역 지도 링크 : https://www.google.com/maps/d/edit?mid=z1SH1Vit25sA.k17BYl7EYtLY&gl=kr [연관 기사] ☞ [디·퍼] 우리 동네 ‘땅꺼짐’ 위험 지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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