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목숨 건 난민 탈출…들썩이는 유럽

입력 2015.09.09 (21:15) 수정 2015.09.0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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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 세살배기 시리아 꼬마 난민 '아일란 쿠르디'입니다.

쿠르디처럼 많은 난민들은 목숨을 걸고 지중해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첫발을 내딛는 유럽의 섬들은 아름다운 휴양지로 이름난 곳들인데요.

이런 유럽의 모습을 그리며 새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올해만 2천7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난민들의 비극적 실태를 먼저 우정화 기자가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비극의 바다, 지중해를 가다▼

<리포트>

<녹취> 난민들 고함 지르는 소리

늦은 밤, 난민들이 항구에 몰려들었습니다.

노숙 생활을 하던 섬을 떠나 유럽 다른 곳으로 가는 배를 태워 달라는 요구입니다.

경찰과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고, 부상자가 속출했습니다.

<녹취> 하젬 알비(시리아 난민) : "경찰이 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어요. 야만적으로!"

임시 허가증을 받은 난민만 배를 탈 수 있는데, 난민 수에 비해 허가증은 터무니 없이 적습니다.

날이 밝자 허가증 발급 창구 앞은 몰려든 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질서를 잡으려 구호단체가 나섰지만 역부족입니다.

<인터뷰> 자이드(이라크 난민) : "임시허가증을 받으려고 섬에서 10일을 기다렸습니다. 허가증을 받아서 이 섬을 떠나 아테네로 가고 싶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허가증을 받고 배를 기다리는 난민의 얼굴엔 안도감이 비칩니다.

그리스 정부는 난민의 출신 나라 별로 다른 유럽국가로 갈 수 있는 임시 허가증을 발급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임시허가증을 못 받으면 이 곳에서 기약 없는 노숙생활을 해야 합니다.

허가증을 받은 난민은 전체의 절반도 안 됩니다.

<인터뷰> 다비드 제라스크리스(그리스 코스섬 부시장) : "난민 문제는 섬 자체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청소하고, 구호 물품을 제공하는 정도죠."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왔지만, 난민들은 또다른 생존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정치·경제 불안이 난민 양산▼

<기자 멘트>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건너는 바다, 지중해입니다.

그리스 등 가까운 유럽 땅으로 가기 위해 이 지중해를 건넌 난민이 올해만 벌써 36만여 명.

내년까지는 85만 명에 이를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난민들 가운데는 IS의 격전지,시리아 출신이 가장 많습니다.

에리트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출신도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모두 내전이 잦고 정세가 불안한 나라죠.

가난과 불안을 더 이어갈 수 없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면서 일자리가 있고 복지제도가 갖춰진 독일이나 프랑스, 스웨덴에 집중적으로 망명 신청을 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뒤늦게 난민 수용 규모를 대폭 늘리는 계획을 세웠는데요.

하지만 국가들간에 입장이 엇갈리고 있고 난민을 받기로 한 국가안에서도 내부 반발이 큽니다.

유럽의 고민과 전망, 이민우 특파원이 짚어 봤습니다.

▼난민 대책 서두르는 EU…장애물과 한계는?▼

<리포트>

헝가리 남부 국경지대.

난민촌 수용을 거부하는 난민들이 도주하기 시작합니다.

쫓고 쫓기는 혼란스런 와중, 아이를 안고 달아나는 난민을 한 여성이 넘어뜨립니다.

극우 성향의 헝가리 방송사 카메라우먼입니다.

세계의 비난이 빗발쳤지만, 난민을 향한 유럽 일각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인터뷰> 오르반(헝가리 총리) : "독일로 가려는 사람들은 생명이 위태로운 난민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겁니다."

난민 수용을 놓고 경제적 여건에 따라 유럽 내 동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여기에 일부 국가가 기독교인만 받겠다고 밝히면서 종교적 갈등까지 더했습니다.

유럽연합이 맞느냐는 탄식이 나옵니다.

<인터뷰> 융커(유럽연합 집행위원장) : "유럽연합에 유럽도 없고, 연합도 없습니다."

유럽연합은 EU 회원국에 난민 16만 명을 분산 수용할 것을 제의하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올해 몰려올 40만 명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오는 14일 EU 회원국은 분산 수용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합의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베를린에서 KBS 뉴스 이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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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목숨 건 난민 탈출…들썩이는 유럽
    • 입력 2015-09-09 21:19:18
    • 수정2015-09-09 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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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 세살배기 시리아 꼬마 난민 '아일란 쿠르디'입니다.

쿠르디처럼 많은 난민들은 목숨을 걸고 지중해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첫발을 내딛는 유럽의 섬들은 아름다운 휴양지로 이름난 곳들인데요.

이런 유럽의 모습을 그리며 새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올해만 2천7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난민들의 비극적 실태를 먼저 우정화 기자가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비극의 바다, 지중해를 가다▼

<리포트>

<녹취> 난민들 고함 지르는 소리

늦은 밤, 난민들이 항구에 몰려들었습니다.

노숙 생활을 하던 섬을 떠나 유럽 다른 곳으로 가는 배를 태워 달라는 요구입니다.

경찰과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고, 부상자가 속출했습니다.

<녹취> 하젬 알비(시리아 난민) : "경찰이 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어요. 야만적으로!"

임시 허가증을 받은 난민만 배를 탈 수 있는데, 난민 수에 비해 허가증은 터무니 없이 적습니다.

날이 밝자 허가증 발급 창구 앞은 몰려든 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질서를 잡으려 구호단체가 나섰지만 역부족입니다.

<인터뷰> 자이드(이라크 난민) : "임시허가증을 받으려고 섬에서 10일을 기다렸습니다. 허가증을 받아서 이 섬을 떠나 아테네로 가고 싶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허가증을 받고 배를 기다리는 난민의 얼굴엔 안도감이 비칩니다.

그리스 정부는 난민의 출신 나라 별로 다른 유럽국가로 갈 수 있는 임시 허가증을 발급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임시허가증을 못 받으면 이 곳에서 기약 없는 노숙생활을 해야 합니다.

허가증을 받은 난민은 전체의 절반도 안 됩니다.

<인터뷰> 다비드 제라스크리스(그리스 코스섬 부시장) : "난민 문제는 섬 자체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청소하고, 구호 물품을 제공하는 정도죠."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왔지만, 난민들은 또다른 생존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정치·경제 불안이 난민 양산▼

<기자 멘트>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건너는 바다, 지중해입니다.

그리스 등 가까운 유럽 땅으로 가기 위해 이 지중해를 건넌 난민이 올해만 벌써 36만여 명.

내년까지는 85만 명에 이를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난민들 가운데는 IS의 격전지,시리아 출신이 가장 많습니다.

에리트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출신도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모두 내전이 잦고 정세가 불안한 나라죠.

가난과 불안을 더 이어갈 수 없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면서 일자리가 있고 복지제도가 갖춰진 독일이나 프랑스, 스웨덴에 집중적으로 망명 신청을 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뒤늦게 난민 수용 규모를 대폭 늘리는 계획을 세웠는데요.

하지만 국가들간에 입장이 엇갈리고 있고 난민을 받기로 한 국가안에서도 내부 반발이 큽니다.

유럽의 고민과 전망, 이민우 특파원이 짚어 봤습니다.

▼난민 대책 서두르는 EU…장애물과 한계는?▼

<리포트>

헝가리 남부 국경지대.

난민촌 수용을 거부하는 난민들이 도주하기 시작합니다.

쫓고 쫓기는 혼란스런 와중, 아이를 안고 달아나는 난민을 한 여성이 넘어뜨립니다.

극우 성향의 헝가리 방송사 카메라우먼입니다.

세계의 비난이 빗발쳤지만, 난민을 향한 유럽 일각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인터뷰> 오르반(헝가리 총리) : "독일로 가려는 사람들은 생명이 위태로운 난민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겁니다."

난민 수용을 놓고 경제적 여건에 따라 유럽 내 동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여기에 일부 국가가 기독교인만 받겠다고 밝히면서 종교적 갈등까지 더했습니다.

유럽연합이 맞느냐는 탄식이 나옵니다.

<인터뷰> 융커(유럽연합 집행위원장) : "유럽연합에 유럽도 없고, 연합도 없습니다."

유럽연합은 EU 회원국에 난민 16만 명을 분산 수용할 것을 제의하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올해 몰려올 40만 명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오는 14일 EU 회원국은 분산 수용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합의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베를린에서 KBS 뉴스 이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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