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자살 예방의 날…언제까지 우리는?

입력 2015.09.10 (07:34) 수정 2015.09.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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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누구나 눈 질끈 감는 순간이 있습니다. 애써 못 본 척 지나칩니다.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위안합니다. 불편한 진실은 마주하고 싶지 않지요, 우리 사회에도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스스로 삶을 거둬들이는 비율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11년째 OECD 국가 가운데 압도적인 자살률 1위에 있습니다. 희망, 행복, 통합… 이런 단어들은 이 숫자 앞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손바닥에서 모든 걸 살피는 현란한 문명의 시대입니다. 인간적 소통이 사라진다는 탄식이 들립니다. 웬만하면 끼니를 염려 않는 풍요로운 세상입니다. 상대적 빈곤이 주는 박탈감은 더 깊습니다. 이른바 1% 소수는 몸집을 키우고 가지까지 치면서 영속화됩니다. 사다리는 걷어치워지고 개천 바닥은 메말랐습니다. 용틀임해도 고꾸라진다는 무력감은 삼포, 칠포 세대라는 절망을 낳습니다. 불공정한 규칙은 승자독식을 강화합니다. 숱한 이들이 넘어지고 기어이 쓰러집니다. 지금 날마다 40여 명이 스스로 삶을 접습니다. 젊은이들까지 번집니다. 이들을 덮친 절망은 단지 그들만의 문제일까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란 명제는 곧 구성원들에 대한 사회 공동체의 책무를 강조함에 다름 아닙니다.
오늘이 자살예방의 날이라고 합니다. 많은 행사가 있지만 잠깐의 관심에 그칠 것입니다. 결국 우리 사회의 거대한 방향 전환이 없다면 이런 궁극적인 문제는 풀리지 않습니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지금보다 훨씬 넓고 촘촘하게 껴안는 사회안전망이 기본 조건입니다. 경쟁보다는 공생이 상위 가치여서 어떤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든 존중받고 살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구축돼야 합니다. 그런 곳에선 누구도 한 번뿐인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멀고도 참 험난한 길입니다. 우리 사회가 일찍이 가지 못한 길입니다. 그 길을 갈 수 있을까요? 간다면 언제일까요? 아직일까요, 지금 당장 가야 할까요? 내가 줄곧 못 본 척했더니 그들이 덮쳤을 땐 날 동정할 그 누구도 남지 않았다는 어떤 서늘한 구절은 그저 독백일 뿐일까요?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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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자살 예방의 날…언제까지 우리는?
    • 입력 2015-09-10 07:37:10
    • 수정2015-09-10 07: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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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누구나 눈 질끈 감는 순간이 있습니다. 애써 못 본 척 지나칩니다.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위안합니다. 불편한 진실은 마주하고 싶지 않지요, 우리 사회에도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스스로 삶을 거둬들이는 비율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11년째 OECD 국가 가운데 압도적인 자살률 1위에 있습니다. 희망, 행복, 통합… 이런 단어들은 이 숫자 앞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손바닥에서 모든 걸 살피는 현란한 문명의 시대입니다. 인간적 소통이 사라진다는 탄식이 들립니다. 웬만하면 끼니를 염려 않는 풍요로운 세상입니다. 상대적 빈곤이 주는 박탈감은 더 깊습니다. 이른바 1% 소수는 몸집을 키우고 가지까지 치면서 영속화됩니다. 사다리는 걷어치워지고 개천 바닥은 메말랐습니다. 용틀임해도 고꾸라진다는 무력감은 삼포, 칠포 세대라는 절망을 낳습니다. 불공정한 규칙은 승자독식을 강화합니다. 숱한 이들이 넘어지고 기어이 쓰러집니다. 지금 날마다 40여 명이 스스로 삶을 접습니다. 젊은이들까지 번집니다. 이들을 덮친 절망은 단지 그들만의 문제일까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란 명제는 곧 구성원들에 대한 사회 공동체의 책무를 강조함에 다름 아닙니다.
오늘이 자살예방의 날이라고 합니다. 많은 행사가 있지만 잠깐의 관심에 그칠 것입니다. 결국 우리 사회의 거대한 방향 전환이 없다면 이런 궁극적인 문제는 풀리지 않습니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지금보다 훨씬 넓고 촘촘하게 껴안는 사회안전망이 기본 조건입니다. 경쟁보다는 공생이 상위 가치여서 어떤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든 존중받고 살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구축돼야 합니다. 그런 곳에선 누구도 한 번뿐인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멀고도 참 험난한 길입니다. 우리 사회가 일찍이 가지 못한 길입니다. 그 길을 갈 수 있을까요? 간다면 언제일까요? 아직일까요, 지금 당장 가야 할까요? 내가 줄곧 못 본 척했더니 그들이 덮쳤을 땐 날 동정할 그 누구도 남지 않았다는 어떤 서늘한 구절은 그저 독백일 뿐일까요?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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