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사도’ 매력은 정공법…직구 정통으로 날리려 했죠”

입력 2015.09.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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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사석에서 유아인을 캐스팅한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송강호가 현란한 변화구를 던질 텐데, 그걸 받아내려면 유아인이 좋겠다고. 그걸 들은 저는 '어라, 난 직구 던지려고 했는데?' 했죠."

영화 '사도' 개봉을 이틀 앞둔 14일 오후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48)는 이 영화를 쓰고 만든 이준익 감독과 사석에서 나눈 대화를 전하며 웃었다.

'사도'는 영조와 사도세자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끝내 비극에 이르는 모습을 자잘한 기교 없이 묵직하게 그려낸다.

영조의 탕평책과 당파 문제를 건드리기는 하지만,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엇갈린 부자관계가 크게 다뤄진다.

자연스럽게 영조의 뒤틀린 내면과 점점 광기를 품는 사도세자의 내면이 부딪히다가 한쪽이 철저히 부서져 깨져나가는 모습이 집요하게 그려졌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정공법이 아닌가 해요. 임오화변을 다룰 때 화려하고 인위적인 기교를 부리는 게 아니고 가장 정직하게 접근하는 거죠. 그래서 나도 정통으로 돌직구를 던져야 하는 게 아닌가 했어요. 그러고 보니 제 역할을 왜 변화구라고 표현했는지 감독님한테 물어봐야겠네요. (웃음)"

조선시대 왕실의 이야기를 다룬 TV드라마나 영화, 역사 다큐멘터리는 숱하게 만들어졌고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는 그 극적인 요소 때문에 특히나 자주 대중을 만났다.

그럼에도 '사도'에서 영조의 모습은 대단히 '일상적'으로 묘사돼 시선을 떼기 어렵다. 아들을 대할 때 "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루에 몇 번이나 하니?" 같은 현대극의 말투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에 익숙해진 관객에게 당황스럽게 들릴 법도 하다.

"사료를 보면 실제로 영조가 반말도 하고 욕도 하고 했다고 하죠. 우리가 아는 왕의 말투라는 게 드라마를 통해 고정관념으로 박히지 않았나 싶어요. 관객이 낯설 수도 있지만, 그게 맞다고 생각하면 그 낯섦을 뻔뻔스럽게 깨야하는 게 배우의 본질적인 모습이 아닐까요?"

송강호는 '변호인'의 흥행 대박 이후 쉬고 있을 때 '사도'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연기해야 하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나 배우의 실제 나이와 수십 살 차이 등 모든 것을 봤을 때 배우의 노력이 상당히 필요한 배역이지만, 그는 그래서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부담은 있겠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영조의 개인적 고통이 시나리오에 깔려 있었으니까요. 저부터 영조라는 인물의 변화무쌍한 심리가 궁금해서 탐구해보고 싶었어요.

이준익 감독과 송강호라는 두 영화인의 이름이 지니는 무게감을 생각하면, 둘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놀랍다.

"변주를 많이 하는 현장이 있는가 하면, 정한 대로 쭉 밀고 가는 현장이 있는데 이 감독님 현장은 후자더라고요. 배우들이 완벽하게 준비한 상태로 들어가야 해요. 영조라는 어마어마한 캐릭터를 현장에서 연기할 때 제가 준비가 안 된 상태일까 두렵기도 했죠."

송강호가 해석한 영조는 "평생 외롭게 산 사람"이었다고 한다.

"태생에서 오는 콤플렉스, 주변의 도전에 맞서 정통성을 지켜야 하는 내적 고통은 감히 상상을 하지 못할 정도였겠죠. 그게 발현된 부분이 뒤늦게 얻은 아들에 대한 집착이 아니었을까요. 70세 노인 영조를 연기하면서 갈라지는 목소리를 낸 것도 단순히 나이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외로운 군주이자 아비로서 고단한 인생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송강호는 사도세자를 연기한 유아인에 대해서 "이 영화의 문법을 깨우치고 있더라"고 칭찬했다. 송강호와 유아인의 나이 차는 19살이다.

"대단히 정직하구나, 싶었어요. 사도세자의 광기라는 건 테크닉으로써 연기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경계하고 진심을 믿고 연기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저의 영조 연기와도 호흡이 잘 맞는 것이고요."

송강호라는 이름은 현재 한국영화에서 대체 불가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암살'과 '베테랑'이 연이어 1천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송강호라는 배우가 출연한 '사도'가 올해 한국영화 중 세 번째 천만 영화가 될지 이목이 쏠려 있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겸손의 미덕을 강조했다.

"천만은 정말 생각도 못하죠. 이제까지 그 어떤 영화도 천만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나오지는 않았을 거예요. 부족하고 미흡하지만, 우리가 열정을 쏟아 최선을 다했다면 관객들이 좋아해줄 거라는 생각일 뿐인 거죠. 배우로서 제 무게감에 대한 말씀도 감사하지만, 격려라고 계속 생각해요. 20여 년간 제 영화 봐 준 분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건 부담이면서 힘도 돼요. 저는 늘 작품마다 부단히 노련해야 하는 일개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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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강호 “‘사도’ 매력은 정공법…직구 정통으로 날리려 했죠”
    • 입력 2015-09-14 19:59:57
    연합뉴스
"감독님이 사석에서 유아인을 캐스팅한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송강호가 현란한 변화구를 던질 텐데, 그걸 받아내려면 유아인이 좋겠다고. 그걸 들은 저는 '어라, 난 직구 던지려고 했는데?' 했죠." 영화 '사도' 개봉을 이틀 앞둔 14일 오후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48)는 이 영화를 쓰고 만든 이준익 감독과 사석에서 나눈 대화를 전하며 웃었다. '사도'는 영조와 사도세자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끝내 비극에 이르는 모습을 자잘한 기교 없이 묵직하게 그려낸다. 영조의 탕평책과 당파 문제를 건드리기는 하지만,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엇갈린 부자관계가 크게 다뤄진다. 자연스럽게 영조의 뒤틀린 내면과 점점 광기를 품는 사도세자의 내면이 부딪히다가 한쪽이 철저히 부서져 깨져나가는 모습이 집요하게 그려졌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정공법이 아닌가 해요. 임오화변을 다룰 때 화려하고 인위적인 기교를 부리는 게 아니고 가장 정직하게 접근하는 거죠. 그래서 나도 정통으로 돌직구를 던져야 하는 게 아닌가 했어요. 그러고 보니 제 역할을 왜 변화구라고 표현했는지 감독님한테 물어봐야겠네요. (웃음)" 조선시대 왕실의 이야기를 다룬 TV드라마나 영화, 역사 다큐멘터리는 숱하게 만들어졌고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는 그 극적인 요소 때문에 특히나 자주 대중을 만났다. 그럼에도 '사도'에서 영조의 모습은 대단히 '일상적'으로 묘사돼 시선을 떼기 어렵다. 아들을 대할 때 "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루에 몇 번이나 하니?" 같은 현대극의 말투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에 익숙해진 관객에게 당황스럽게 들릴 법도 하다. "사료를 보면 실제로 영조가 반말도 하고 욕도 하고 했다고 하죠. 우리가 아는 왕의 말투라는 게 드라마를 통해 고정관념으로 박히지 않았나 싶어요. 관객이 낯설 수도 있지만, 그게 맞다고 생각하면 그 낯섦을 뻔뻔스럽게 깨야하는 게 배우의 본질적인 모습이 아닐까요?" 송강호는 '변호인'의 흥행 대박 이후 쉬고 있을 때 '사도'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연기해야 하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나 배우의 실제 나이와 수십 살 차이 등 모든 것을 봤을 때 배우의 노력이 상당히 필요한 배역이지만, 그는 그래서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부담은 있겠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영조의 개인적 고통이 시나리오에 깔려 있었으니까요. 저부터 영조라는 인물의 변화무쌍한 심리가 궁금해서 탐구해보고 싶었어요. 이준익 감독과 송강호라는 두 영화인의 이름이 지니는 무게감을 생각하면, 둘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놀랍다. "변주를 많이 하는 현장이 있는가 하면, 정한 대로 쭉 밀고 가는 현장이 있는데 이 감독님 현장은 후자더라고요. 배우들이 완벽하게 준비한 상태로 들어가야 해요. 영조라는 어마어마한 캐릭터를 현장에서 연기할 때 제가 준비가 안 된 상태일까 두렵기도 했죠." 송강호가 해석한 영조는 "평생 외롭게 산 사람"이었다고 한다. "태생에서 오는 콤플렉스, 주변의 도전에 맞서 정통성을 지켜야 하는 내적 고통은 감히 상상을 하지 못할 정도였겠죠. 그게 발현된 부분이 뒤늦게 얻은 아들에 대한 집착이 아니었을까요. 70세 노인 영조를 연기하면서 갈라지는 목소리를 낸 것도 단순히 나이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외로운 군주이자 아비로서 고단한 인생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송강호는 사도세자를 연기한 유아인에 대해서 "이 영화의 문법을 깨우치고 있더라"고 칭찬했다. 송강호와 유아인의 나이 차는 19살이다. "대단히 정직하구나, 싶었어요. 사도세자의 광기라는 건 테크닉으로써 연기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경계하고 진심을 믿고 연기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저의 영조 연기와도 호흡이 잘 맞는 것이고요." 송강호라는 이름은 현재 한국영화에서 대체 불가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암살'과 '베테랑'이 연이어 1천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송강호라는 배우가 출연한 '사도'가 올해 한국영화 중 세 번째 천만 영화가 될지 이목이 쏠려 있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겸손의 미덕을 강조했다. "천만은 정말 생각도 못하죠. 이제까지 그 어떤 영화도 천만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나오지는 않았을 거예요. 부족하고 미흡하지만, 우리가 열정을 쏟아 최선을 다했다면 관객들이 좋아해줄 거라는 생각일 뿐인 거죠. 배우로서 제 무게감에 대한 말씀도 감사하지만, 격려라고 계속 생각해요. 20여 년간 제 영화 봐 준 분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건 부담이면서 힘도 돼요. 저는 늘 작품마다 부단히 노련해야 하는 일개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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