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가장 많은 학교는 어디?

입력 2015.09.20 (23:47) 수정 2015.09.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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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아이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데 튀어나오면 어쩔 수 없이 식겁하죠."

<녹취> "영어 학원 가려고 급하게 친구랑 뛰어가다가 차가 오는 걸 못보고 제가 그대로 그냥 박았어요."

<녹취> "6,7미터밖에 안되는 좁은 이면도로인데 결국은 아이가 차 사이에서 곡예 보행을 하고 있고요."

<오프닝>

초등학교나 유치원 주변도로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출입구 반경 300미터까지 이렇게 스쿨존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국의 만 5천여 곳에서 스쿨존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 스쿨존에서 지난해 5백 건이 넘는 어린이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매일 평균 한 건에서 두 건씩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난 셈입니다.

최근 5년 사이 어느 곳에서 스쿨존 사고가 잦았는지, 또 이들 지역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택가 한복판에 있는 한 초등학교입니다.

가까운 거리에 시장이 있어서 학교 주변 이면도로는 차와 오토바이로 늘 북적입니다.

<인터뷰> 이화자(초등학생 할머니) : "여기가 다니면서 보니까 항상 위험했어요. 차하고 아이들하고 섞여서 다녀요."

두 달 전, 이 학교 방학식이 있던 날 등교시간에 교통 사고가 났습니다.

<녹취> 사고 경험 초등학생 : "이쪽으로 건너면서 저기 차가 느리게 오는 거예요. 그런데 못 보고...여기까지 왔는데 차가 이쪽 발 위로 지나갔어요."

학교 정문 앞에서 길을 건너다가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내리막길 끝에 있는 학교 옆 교차로는 상습 사고 지역입니다.

<인터뷰> 임지원(문방구 주인) : "우리 아들도 오토바이하고, 자전거 타다 부딪쳐서 사고 난 적 있어요. 많이 위험해요. (여기 차들이 많이 다니나요?) 엄청 많이 와요. 빨리 엄청 빨리."

사고가 난 지점 모두 어린이 보호구역이었지만 속도를 제한하는 과속방지턱 등의 시설은 없습니다.

속도 제한 표시도 석 달 전에야 노면에 그려졌습니다.

<녹취> 임지원(문방구 주인) : "저희가 계속 전화로 민원 넣어서 여기 30km(속도 제한)이라는 숫자 쓴 지 얼마 안됐어요."

스쿨존으로 지정할 수 있는 거리인 이 학교 반경 300미터에서 지난 5년간 일어난 어린이 보행자 사고는 28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습니다.

이 가운데 5건이 실제 어린이보호구역으로 묶인 지역에서 일어났는데 인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에 사고가 집중됐습니다.

<인터뷰> 이상영(초등학교 4학년) : "차가 끽 와서 이렇게 저 치일 뻔한 적도 있어요."

<인터뷰> 최윤정(초등학교 2학년) : "차 오면 이쪽으로(차 뒤로) 들어가서 이렇게 있어요. (얼마나 자주 그렇게 피해야 돼요?) 저 그냥 매일. 차 오면 이쪽으로 피하는데요."

수업이 끝난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집으로 돌아갑니다.

<녹취> "야, 차! 이놈의 자식."

자전거를 타던 어린이가 달리는 화물차 바로 앞에 멈춰섭니다.

사고로 이어질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정문 바로 옆 이 도로에서, 지난해에도 한 학생이 화물차에 치여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났습니다.

<인터뷰> 정진(학교안전 지킴이) : "(주차금지 펜스 잡으며)이게 옛날에는 없었어요. 없었는데 사고 나고. (그 때는 어떤 사고였나요?) 여기에 차가 막혀 있으니까(주차돼 있으니까) 차가 내려오고 있는 상태에서 아이가 뛰어버렸어. 오는 차 있고 그래서 부딪혔어요."

이 학교 정문 앞에서만 지난 5년간 4건의 사고가 났습니다.

횡단보도는 있지만 신호등이 없어 혼자 길을 건너던 어린이들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인터뷰> 선현무(초등학교 4학년) : "혼자서 방과 후(학습) 하고 갔는데요. 차가 쌩쌩 달려서 몇 분 기다렸다가 (건너)갔어요."

특히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약 10미터 떨어진 교차로 신호가 이곳의 사고 위험을 더 높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녹취> 강수철(도로교통공단 연구원) : "저기가 (운전자) 녹색 신호이고, 여기에 더 이상의 어쨌든 다른 신호가 없기 때문에 빨리 지나가려고 하는 마음에 이런 보호구역 이런 거 신경 안 쓰고 굉장히 과속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요."

학교 반경 300미터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사고 발생 건수는 30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났습니다.

학교에서 아파트 단지와 학원가로 통하는 이 왕복 4차선 도로는 학교 정문 주변 만큼 사고가 빈발한 곳입니다.

<인터뷰> 이현호(초등학교 5학년) : "(지금 어디 가는 길이야?) 학원이요. (여기 건널 때 기분이 어때요?) 조금 무섭기도 하고, 교통사고 날 것 같고."

그런데 신호등은 점멸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녹취> 해당 지역 경찰 : "(사거리 신호 고장 나서 안 되는 거예요?) 아니요. 원래 점멸이에요. 교통 흐름이(잘 되라고) 저기 점멸을 해놔요."

보신 것처럼 어린이들이 집과 학교를 오가는 길이 그리 안전해보이지 않습니다.

이 지도에 찍힌 수많은 점들은 지난 5년간 전국의 초등학교와 유치원 반경 300미터에서 일어난 어린이 보행자 사고인데요.

만 8천 건이 넘습니다.

교통량과 학생 수가 많은 경기와 서울에 전체 사고의 약 40%가 집중돼있습니다.

그런데 20건 이상 사고가 난 스쿨존만 살펴봤더니, 서울은 단 한 건도 없고, 대구를 제외하고는 순천과 목포, 거제, 성남 등 중소 도시에 있는 학교들입니다.

특히 전남과 경남 지역에 사고 다발 스쿨존이 몰려 있습니다.

<인터뷰> 강수철(도로교통공단 연구원) : "지방으로 갈수록 (차량) 속도가 좀 높은 경향이 있으면서 시설은 이런 대도시에 비해 좀 부족한 감이 있어요."

피해자 연령대별로 볼까요?

초등학교 1학년이 가장 많았고, 2학년과 3학년 순으로 나타나 저학년이 사고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었습니다.

부모가 데려다주는 유치원생과 달리 혼자 등하교하는 초등학교 저학년은 고학년보다는 대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그렇다면 어린이 보행 사고는 언제 많이 일어날까요?

전체 사고의 20%만이 주말에 발생했고, 아이들이 학교를 가는 주중에 4배 많은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시간대별 사고 발생률을 보면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가 8%, 오후 2시부터 저녁 6시 사이는 각각 10% 이상씩으로 나타나 등교 시간보다 하교 시간에 사고가 몰려있었습니다.

<인터뷰> 허억(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 : "상대적으로 보호해주는 분들이 너무 적습니다. 또 끝나는 시간이 다르고 삼삼오오 가다보면 홀로보행시가 사고 위험이 2배나 높습니다."

학교 정문이 아파트 정문과 마주하고 있는 이 학교 주변에서, 5년간 일어난 어린이 사고는 23건.

매일 아침 출근 차량과 등교하는 학생들로 뒤죽박죽이 됩니다.

<인터뷰> 장나리(녹색어머니회) : "교통정리를 해주지 않으면 더 위험할 것 같아요. 저희 아이같은 경우에도 저쪽에서 교통사고 날 뻔도 하고 사고도 많이 났어요."

<인터뷰> 안우빈(초등학교 2학년) : "(혼자서 잘 갈 수 있을까?) 아마도 신호등에서 한 10분 정도 보고 기회를 노려서 가야겠죠. 차들이 좀 높아서 저를 못 볼 수도 있으니까."

등굣길엔 그나마 녹색어머니회가 있지만 문제는 하굣길.

정문 앞에 나란히 있는 두 개의 횡단보도 중 신호등이 없는 쪽에서 주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인터뷰> 조원빈(초등학교 4학년) :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이쪽으로 건너면 뭐가 더 좋아?) 빨라서 좋아요. 신호등이 없으니까요."

이상한 교통 체계가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강수철(도로교통공단 연구원) : "여기는 신호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정지해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이쪽 횡단보도는 전혀 보호가 안될뿐만 아니라 오히려 좌회전하는 사람 때문에 더 위험성이 높아보입니다."

학교 후문 쪽 불법 주차된 차들은 스쿨존 사고를 부추기는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차들 틈에서 어린이들이 불쑥 튀어나오고, 주차 차량들로 좁아진 차로를 아이들이 걸어다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진규선(운전자) : "아이들은 보통 이렇게 대각선으로 건너다보니까 갑자기 튀어버리거든요. 저속주행으로 해도 굉장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실제 사고가 잦은 학교 주변 모두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 표지의 시작점과 끝점이 헷갈리게 돼있거나, 가로수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사고 다발 스쿨존의 공통된 문제점입니다.

<인터뷰> 운전자 : "(어린이보호구역인 거 아셨어요?) 깜박했는데요. (표지가 딱 눈에 들어오는 게 뭐가 있었나요?) 내가 볼 때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어린이들이 불법 주차된 차들 사이로 왕복 4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합니다.

<인터뷰> 초등학생 : "(횡단보도로 안 건넜던데?) 횡단보도로 건너면 시간이 좀 그래서 피아노학원 늦어서."

횡단보도 신호등도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반경 300미터 기준 스쿨존 사고가 전국에서 세 번째 많은 지역입니다.

<인터뷰> 황서순,강금순(지역주민) : "여기서 사고 자주 나죠. 크고 작은 게. 여기 아파트 있다보니까. (무단횡단 할 수 있잖아요. 여기는 많이.)"

이 지역의 경우 학교를 중심으로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사고가 적은 반면, 학교에서 150미터 떨어진 이 교차로 일대가 어린이 보행 사고의 온상입니다.

십여 개의 학원이 밀집해 있어 학생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지만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홍민희(화순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장) : "학원 같은 경우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타 시,도를 봐도 학원이 개인 시설이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현행법상, "스쿨존은 300미터까지 지정할 수 있고, 각종 안전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다"는 권고 사항으로 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 대다수의 어린이보호구역이 학교 담을 둘러싼 범위 정도로 좁게 설정돼 있거나, 안전 시설물이 미비한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 반경 300미터 안에서 어린이보호구역을 벗어난 통학로가 사고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허억(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 : "이거를 획일적으로 정하지 말고 아이들의 동선을 기준으로 해야됩니다. 아이들의 동신이 길면 그만큼 스쿨존도 길게 지어야 하는 겁니다."

전체 어린이 보행 사고의 75%가 학교 반경 300미터 이내 스쿨존에서 발생했습니다.

<인터뷰> 이상영(초등학교 4학년) : "어린이들이 다니는 길하고 차들이 다니는 길, 그것 좀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도입 이후 20년간 1조 5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스쿨존.

안전한 통학로가 되고 있는지 실효성을 재검토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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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사고 가장 많은 학교는 어디?
    • 입력 2015-09-20 23:16:54
    • 수정2015-09-21 00:05:59
    취재파일K
<녹취> "아이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데 튀어나오면 어쩔 수 없이 식겁하죠."

<녹취> "영어 학원 가려고 급하게 친구랑 뛰어가다가 차가 오는 걸 못보고 제가 그대로 그냥 박았어요."

<녹취> "6,7미터밖에 안되는 좁은 이면도로인데 결국은 아이가 차 사이에서 곡예 보행을 하고 있고요."

<오프닝>

초등학교나 유치원 주변도로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출입구 반경 300미터까지 이렇게 스쿨존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국의 만 5천여 곳에서 스쿨존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 스쿨존에서 지난해 5백 건이 넘는 어린이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매일 평균 한 건에서 두 건씩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난 셈입니다.

최근 5년 사이 어느 곳에서 스쿨존 사고가 잦았는지, 또 이들 지역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택가 한복판에 있는 한 초등학교입니다.

가까운 거리에 시장이 있어서 학교 주변 이면도로는 차와 오토바이로 늘 북적입니다.

<인터뷰> 이화자(초등학생 할머니) : "여기가 다니면서 보니까 항상 위험했어요. 차하고 아이들하고 섞여서 다녀요."

두 달 전, 이 학교 방학식이 있던 날 등교시간에 교통 사고가 났습니다.

<녹취> 사고 경험 초등학생 : "이쪽으로 건너면서 저기 차가 느리게 오는 거예요. 그런데 못 보고...여기까지 왔는데 차가 이쪽 발 위로 지나갔어요."

학교 정문 앞에서 길을 건너다가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내리막길 끝에 있는 학교 옆 교차로는 상습 사고 지역입니다.

<인터뷰> 임지원(문방구 주인) : "우리 아들도 오토바이하고, 자전거 타다 부딪쳐서 사고 난 적 있어요. 많이 위험해요. (여기 차들이 많이 다니나요?) 엄청 많이 와요. 빨리 엄청 빨리."

사고가 난 지점 모두 어린이 보호구역이었지만 속도를 제한하는 과속방지턱 등의 시설은 없습니다.

속도 제한 표시도 석 달 전에야 노면에 그려졌습니다.

<녹취> 임지원(문방구 주인) : "저희가 계속 전화로 민원 넣어서 여기 30km(속도 제한)이라는 숫자 쓴 지 얼마 안됐어요."

스쿨존으로 지정할 수 있는 거리인 이 학교 반경 300미터에서 지난 5년간 일어난 어린이 보행자 사고는 28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습니다.

이 가운데 5건이 실제 어린이보호구역으로 묶인 지역에서 일어났는데 인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에 사고가 집중됐습니다.

<인터뷰> 이상영(초등학교 4학년) : "차가 끽 와서 이렇게 저 치일 뻔한 적도 있어요."

<인터뷰> 최윤정(초등학교 2학년) : "차 오면 이쪽으로(차 뒤로) 들어가서 이렇게 있어요. (얼마나 자주 그렇게 피해야 돼요?) 저 그냥 매일. 차 오면 이쪽으로 피하는데요."

수업이 끝난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집으로 돌아갑니다.

<녹취> "야, 차! 이놈의 자식."

자전거를 타던 어린이가 달리는 화물차 바로 앞에 멈춰섭니다.

사고로 이어질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정문 바로 옆 이 도로에서, 지난해에도 한 학생이 화물차에 치여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났습니다.

<인터뷰> 정진(학교안전 지킴이) : "(주차금지 펜스 잡으며)이게 옛날에는 없었어요. 없었는데 사고 나고. (그 때는 어떤 사고였나요?) 여기에 차가 막혀 있으니까(주차돼 있으니까) 차가 내려오고 있는 상태에서 아이가 뛰어버렸어. 오는 차 있고 그래서 부딪혔어요."

이 학교 정문 앞에서만 지난 5년간 4건의 사고가 났습니다.

횡단보도는 있지만 신호등이 없어 혼자 길을 건너던 어린이들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인터뷰> 선현무(초등학교 4학년) : "혼자서 방과 후(학습) 하고 갔는데요. 차가 쌩쌩 달려서 몇 분 기다렸다가 (건너)갔어요."

특히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약 10미터 떨어진 교차로 신호가 이곳의 사고 위험을 더 높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녹취> 강수철(도로교통공단 연구원) : "저기가 (운전자) 녹색 신호이고, 여기에 더 이상의 어쨌든 다른 신호가 없기 때문에 빨리 지나가려고 하는 마음에 이런 보호구역 이런 거 신경 안 쓰고 굉장히 과속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요."

학교 반경 300미터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사고 발생 건수는 30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났습니다.

학교에서 아파트 단지와 학원가로 통하는 이 왕복 4차선 도로는 학교 정문 주변 만큼 사고가 빈발한 곳입니다.

<인터뷰> 이현호(초등학교 5학년) : "(지금 어디 가는 길이야?) 학원이요. (여기 건널 때 기분이 어때요?) 조금 무섭기도 하고, 교통사고 날 것 같고."

그런데 신호등은 점멸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녹취> 해당 지역 경찰 : "(사거리 신호 고장 나서 안 되는 거예요?) 아니요. 원래 점멸이에요. 교통 흐름이(잘 되라고) 저기 점멸을 해놔요."

보신 것처럼 어린이들이 집과 학교를 오가는 길이 그리 안전해보이지 않습니다.

이 지도에 찍힌 수많은 점들은 지난 5년간 전국의 초등학교와 유치원 반경 300미터에서 일어난 어린이 보행자 사고인데요.

만 8천 건이 넘습니다.

교통량과 학생 수가 많은 경기와 서울에 전체 사고의 약 40%가 집중돼있습니다.

그런데 20건 이상 사고가 난 스쿨존만 살펴봤더니, 서울은 단 한 건도 없고, 대구를 제외하고는 순천과 목포, 거제, 성남 등 중소 도시에 있는 학교들입니다.

특히 전남과 경남 지역에 사고 다발 스쿨존이 몰려 있습니다.

<인터뷰> 강수철(도로교통공단 연구원) : "지방으로 갈수록 (차량) 속도가 좀 높은 경향이 있으면서 시설은 이런 대도시에 비해 좀 부족한 감이 있어요."

피해자 연령대별로 볼까요?

초등학교 1학년이 가장 많았고, 2학년과 3학년 순으로 나타나 저학년이 사고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었습니다.

부모가 데려다주는 유치원생과 달리 혼자 등하교하는 초등학교 저학년은 고학년보다는 대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그렇다면 어린이 보행 사고는 언제 많이 일어날까요?

전체 사고의 20%만이 주말에 발생했고, 아이들이 학교를 가는 주중에 4배 많은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시간대별 사고 발생률을 보면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가 8%, 오후 2시부터 저녁 6시 사이는 각각 10% 이상씩으로 나타나 등교 시간보다 하교 시간에 사고가 몰려있었습니다.

<인터뷰> 허억(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 : "상대적으로 보호해주는 분들이 너무 적습니다. 또 끝나는 시간이 다르고 삼삼오오 가다보면 홀로보행시가 사고 위험이 2배나 높습니다."

학교 정문이 아파트 정문과 마주하고 있는 이 학교 주변에서, 5년간 일어난 어린이 사고는 23건.

매일 아침 출근 차량과 등교하는 학생들로 뒤죽박죽이 됩니다.

<인터뷰> 장나리(녹색어머니회) : "교통정리를 해주지 않으면 더 위험할 것 같아요. 저희 아이같은 경우에도 저쪽에서 교통사고 날 뻔도 하고 사고도 많이 났어요."

<인터뷰> 안우빈(초등학교 2학년) : "(혼자서 잘 갈 수 있을까?) 아마도 신호등에서 한 10분 정도 보고 기회를 노려서 가야겠죠. 차들이 좀 높아서 저를 못 볼 수도 있으니까."

등굣길엔 그나마 녹색어머니회가 있지만 문제는 하굣길.

정문 앞에 나란히 있는 두 개의 횡단보도 중 신호등이 없는 쪽에서 주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인터뷰> 조원빈(초등학교 4학년) :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이쪽으로 건너면 뭐가 더 좋아?) 빨라서 좋아요. 신호등이 없으니까요."

이상한 교통 체계가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강수철(도로교통공단 연구원) : "여기는 신호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정지해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이쪽 횡단보도는 전혀 보호가 안될뿐만 아니라 오히려 좌회전하는 사람 때문에 더 위험성이 높아보입니다."

학교 후문 쪽 불법 주차된 차들은 스쿨존 사고를 부추기는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차들 틈에서 어린이들이 불쑥 튀어나오고, 주차 차량들로 좁아진 차로를 아이들이 걸어다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진규선(운전자) : "아이들은 보통 이렇게 대각선으로 건너다보니까 갑자기 튀어버리거든요. 저속주행으로 해도 굉장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실제 사고가 잦은 학교 주변 모두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 표지의 시작점과 끝점이 헷갈리게 돼있거나, 가로수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사고 다발 스쿨존의 공통된 문제점입니다.

<인터뷰> 운전자 : "(어린이보호구역인 거 아셨어요?) 깜박했는데요. (표지가 딱 눈에 들어오는 게 뭐가 있었나요?) 내가 볼 때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어린이들이 불법 주차된 차들 사이로 왕복 4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합니다.

<인터뷰> 초등학생 : "(횡단보도로 안 건넜던데?) 횡단보도로 건너면 시간이 좀 그래서 피아노학원 늦어서."

횡단보도 신호등도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반경 300미터 기준 스쿨존 사고가 전국에서 세 번째 많은 지역입니다.

<인터뷰> 황서순,강금순(지역주민) : "여기서 사고 자주 나죠. 크고 작은 게. 여기 아파트 있다보니까. (무단횡단 할 수 있잖아요. 여기는 많이.)"

이 지역의 경우 학교를 중심으로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사고가 적은 반면, 학교에서 150미터 떨어진 이 교차로 일대가 어린이 보행 사고의 온상입니다.

십여 개의 학원이 밀집해 있어 학생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지만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홍민희(화순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장) : "학원 같은 경우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타 시,도를 봐도 학원이 개인 시설이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현행법상, "스쿨존은 300미터까지 지정할 수 있고, 각종 안전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다"는 권고 사항으로 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 대다수의 어린이보호구역이 학교 담을 둘러싼 범위 정도로 좁게 설정돼 있거나, 안전 시설물이 미비한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 반경 300미터 안에서 어린이보호구역을 벗어난 통학로가 사고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허억(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 : "이거를 획일적으로 정하지 말고 아이들의 동선을 기준으로 해야됩니다. 아이들의 동신이 길면 그만큼 스쿨존도 길게 지어야 하는 겁니다."

전체 어린이 보행 사고의 75%가 학교 반경 300미터 이내 스쿨존에서 발생했습니다.

<인터뷰> 이상영(초등학교 4학년) : "어린이들이 다니는 길하고 차들이 다니는 길, 그것 좀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도입 이후 20년간 1조 5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스쿨존.

안전한 통학로가 되고 있는지 실효성을 재검토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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