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선거 출발 전부터 위기…정몽준 ‘승부수’

입력 2015.10.06 (10:06) 수정 2015.10.0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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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정 명예회장이 6일 FIFA 윤리위원회가 자신에게 19년 자격정지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각종 의혹을 공개적으로 해명한 것은 현재 상황이 그만큼 불리하다는 방증이다.

FIFA 윤리위는 정 명예회장이 2010년 월드컵 유치전 과정에서 7억7천700만 달러(약 9천184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축구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서한을 국제 축구관계자들에게 발송한 데 대해 15년 자격정지를, 정 명예회장이 윤리위를 비판한 데 대해 추가로 4년의 자격정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리위 제재가 확정된다면 정 명예회장은 이번 달 26일로 예정된 후보등록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 같은 윤리위의 움직임은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을 비판한 데 대한 반격이라는 것이 정 명예회장의 시각이다.

정 명예회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리위 청문회에 어떤 기대도 하고 있지 않다. 이 모든 절차가 사기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시각을 반영한 발언이다.

이 때문에 정 명예회장은 FIFA 내부의 논의절차에 기대를 걸지 않고, 직접 언론을 통해 국제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 명예회장은 이날 "내가 충분한 자격을 갖고 회장 후보직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최종 판단은 결국 국제사회의 건강한 양식에 달려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현재 부패의혹에 휩싸인 FIFA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국제적으로 형성돼 있는 만큼 정 명예회장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 FIFA 윤리위의 제재를 막겠다는 의도가 읽혀지는 발언이다.

정 명예회장이 문제없이 후보등록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장벽을 넘어야 한다. 현재 FIFA 회장 선거구도는 정 명예회장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가장 유력한 차기 FIFA 회장 후보로 꼽혔던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스위스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지만, 반사이익은 정 명예회장이 아닌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보고 있다.

알리 왕자는 지난 5월 FIFA 회장 선거에서 'FIFA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블라터 회장에 맞선 바 있다.

유럽 가맹국들은 지지 후보가 기본적으로 '반 블라터' 성향의 인물이어야 명분이 있다고 여긴다. 알리 왕자는 이 같은 면에서 플라티니 회장의 이탈표를 흡수할 적임자라는 것이 외국 언론의 평가다.

이번 선거에서 플라티니 회장과 양자구도를 만들어가려고 했던 정 명예회장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사태다.

플라티니 회장의 이탈표가 정 명예회장이 아닌 알리 왕자로 향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정 명예회장의 기부금 논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FIFA 윤리위원회는 정 명예회장이 2010년 자연재해가 발생한 파키스탄과 아이티에 보낸 기부금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물론 정 회장 측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보낸 기부금에 대해 FIFA가 문제를 삼는 것은 FIFA 개혁을 공약으로 건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 때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FIFA 윤리위원회가 정 명예회장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FIFA 회원국의 표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FIFA의 부패가 돈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인만큼 주는 측이든 받는 측이든 돈으로 문제를 일으킨 후보가 표를 얻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은 자신을 향한 부당한 의혹부터 분명하게 해명하고, 의혹 제기 자체가 블라터 회장 측의 흑색선전 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을 널리 알린 뒤 반전을 도모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공격목표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내가 FIFA 개혁을 이끌 사람이라는 가장 훌륭한 증거"라는 정 명예회장의 주장에서도 이 같은 의도가 읽혀진다.

[연관기사]
☞ 정몽준 “FIFA 청문회에 참석 못해…피 마른다”

☞ [인터뷰] 정몽준 “FIFA윤리위는 ‘살인청부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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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IFA 선거 출발 전부터 위기…정몽준 ‘승부수’
    • 입력 2015-10-06 10:06:44
    • 수정2015-10-06 19:04:00
    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정 명예회장이 6일 FIFA 윤리위원회가 자신에게 19년 자격정지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각종 의혹을 공개적으로 해명한 것은 현재 상황이 그만큼 불리하다는 방증이다.

FIFA 윤리위는 정 명예회장이 2010년 월드컵 유치전 과정에서 7억7천700만 달러(약 9천184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축구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서한을 국제 축구관계자들에게 발송한 데 대해 15년 자격정지를, 정 명예회장이 윤리위를 비판한 데 대해 추가로 4년의 자격정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리위 제재가 확정된다면 정 명예회장은 이번 달 26일로 예정된 후보등록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 같은 윤리위의 움직임은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을 비판한 데 대한 반격이라는 것이 정 명예회장의 시각이다.

정 명예회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리위 청문회에 어떤 기대도 하고 있지 않다. 이 모든 절차가 사기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시각을 반영한 발언이다.

이 때문에 정 명예회장은 FIFA 내부의 논의절차에 기대를 걸지 않고, 직접 언론을 통해 국제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 명예회장은 이날 "내가 충분한 자격을 갖고 회장 후보직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최종 판단은 결국 국제사회의 건강한 양식에 달려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현재 부패의혹에 휩싸인 FIFA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국제적으로 형성돼 있는 만큼 정 명예회장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 FIFA 윤리위의 제재를 막겠다는 의도가 읽혀지는 발언이다.

정 명예회장이 문제없이 후보등록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장벽을 넘어야 한다. 현재 FIFA 회장 선거구도는 정 명예회장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가장 유력한 차기 FIFA 회장 후보로 꼽혔던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스위스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지만, 반사이익은 정 명예회장이 아닌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보고 있다.

알리 왕자는 지난 5월 FIFA 회장 선거에서 'FIFA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블라터 회장에 맞선 바 있다.

유럽 가맹국들은 지지 후보가 기본적으로 '반 블라터' 성향의 인물이어야 명분이 있다고 여긴다. 알리 왕자는 이 같은 면에서 플라티니 회장의 이탈표를 흡수할 적임자라는 것이 외국 언론의 평가다.

이번 선거에서 플라티니 회장과 양자구도를 만들어가려고 했던 정 명예회장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사태다.

플라티니 회장의 이탈표가 정 명예회장이 아닌 알리 왕자로 향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정 명예회장의 기부금 논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FIFA 윤리위원회는 정 명예회장이 2010년 자연재해가 발생한 파키스탄과 아이티에 보낸 기부금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물론 정 회장 측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보낸 기부금에 대해 FIFA가 문제를 삼는 것은 FIFA 개혁을 공약으로 건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 때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FIFA 윤리위원회가 정 명예회장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FIFA 회원국의 표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FIFA의 부패가 돈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인만큼 주는 측이든 받는 측이든 돈으로 문제를 일으킨 후보가 표를 얻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은 자신을 향한 부당한 의혹부터 분명하게 해명하고, 의혹 제기 자체가 블라터 회장 측의 흑색선전 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을 널리 알린 뒤 반전을 도모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공격목표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내가 FIFA 개혁을 이끌 사람이라는 가장 훌륭한 증거"라는 정 명예회장의 주장에서도 이 같은 의도가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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