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기업의 위기’…사과의 기술

입력 2015.10.07 (18:07) 수정 2015.10.0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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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폭스바겐 사태로 떠들썩합니다만, 어느 기업이나 위기를 맞게 마련입니다.

의도적인 조작이든, 아니면 우발적인 사고이든 말이죠.

그런데 그 위기를 대처하는 방식은 제각각이고, 결과도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오늘은 이 내용을,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살펴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지난 2010년,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부터 살펴볼까요?

<답변>
네, 우리에게는 기름을 뒤집어 쓴 펠리컨으로 더 각인이 돼 있는 사건입니다.

이 사고로 세계 최대 석유업체 중 하나였던 영국 BP사는 대혼란에 빠졌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여파를 겪고 있습니다.

<녹취> "역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였습니다."

지난 2010년 4월, 미국 루이지애나 앞바다에서 석유 시추시설인 딥워터 호라이즌호가 대폭발을 일으켰습니다.

무려 5억 리터의 원유가 쏟아져 인근 바다를 오염시켰고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새와 어류, 거북들도 폐사했습니다.

하지만 BP의 초기 대응은 사건 축소와 거짓말로 얼룩졌습니다.

특히 CEO의 입은 이런 회사의 위기를 부채질했습니다.

<녹취> 토니 헤이워드(전 BP CEO) : "이 난리가 끝나길 나보다 더 절실하게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나도 내 인생을 되찾고 싶어요."

미국인들은 이 발언에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헤이워드를 '미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사람'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BP는 당시 왠만한 국가 GDP보다 많은 250조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해가 지지 않는 기업'으로 불렸거든요.

그런데 이 사건 이후 주가는 2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업계 순위도 2위에서 4위로 떨어졌습니다.

5년여가 지난 어제, 미국 법무부는 23조 원의 벌금을 확정했습니다.

<질문>
초기 대응의 실패가 결국은 회사를 존립 위기로 몰고 갔다 이거군요?

<답변>
맞습니다.

특히 요즘은 소셜 미디어 시대죠.

더 빨리, 더 많은 사람에게 소식이 전파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정말 중요해졌습니다.

이 영상을 한 번 보실까요?

나른한 오후, 한 직장인이 네슬레 초콜릿을 꺼내 깨물자 피가 뚝뚝 떨어집니다.

좀 끔찍한 영상인데요.

네슬레가 팜유를 생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원시림을 벌목하면서 오랑우탄이 살 곳을 잃고 있다고 비판하는 영상입니다.

당신이 먹는 초콜릿은 바로 오랑우탄이라고 말이죠.

네슬레는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먼저 동영상을 삭제했고요.

회원수가 75만 명이나 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닫아버렸습니다.

그러자 관심이 더 커지면서 동영상은 마구 확산됐고 본사 앞에서는 연일 퍼포먼스와 항의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네슬레는 뒤늦게 팜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질문>
반면에 이런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낸 경우도 적지 않다고요?

<답변>
네, 에어아시아라는 저가 항공사 잘 아실 겁니다.

지난해 말에 큰 사고가 일어나서 위기를 맞았는데, 어떻게 대처했는지 보시죠.

지난해 12월, 싱가포르로 가던 에어아시아 항공기가 자바 근처에서 추락해 탑승자 162명이 숨졌습니다.

CEO인 토니 페르난데스는 탑승객과 승무원 가족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건 없다면서 즉각 사고 원인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녹취> 토니 페르난데스(에어아시아 CEO) : "저는 유족들이 겪는 아픔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저는 이 회사의 대표이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제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입니다."

유족들에게는 자기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면서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습니다.

모든 조사 과정은 트위터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했죠.

비슷한 시기, 땅콩 회항 사태가 있었는데 그때 대한항공이 어떻게 대응했고 사람들이 얼마나 분노했는 지 기억해보면 참 비교가 되죠?

<질문>
이런 사례들을 보면 CEO의 대처가 참 중요하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답변>
네, 한 가지 사례만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피자회사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함께 보시죠.

지난 200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도미노 피자 매장입니다.

직원들이 재채기를 해 샌드위치 빵에 침을 튀기는가 하면 햄을 엉덩이 쪽으로 가져가는 등 온갖 지저분한 짓을 다 합니다.

사흘 만에 백만 명 이상이 이 동영상을 봤고, 도미노 피자는 순식간에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식품회사에서 위생은 생명이니까요.

도미노 피자 CEO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습니다.

최고 경영자가 직접 나서서 사과 동영상을 내보냈습니다

<녹취> 페트릭 도일(도미노 피자 CEO) :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서 우리에게 빠르게 알려주신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빨리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남 탓하지 않고, 오히려 고맙다고 말합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도미노 피자는 빠르게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았고, 페트릭 도일 CEO는 지금도 최고 경영자를 맡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기업의 적절한 위기 대처 방식, 어떻게 정리해 볼 수 있을까요?

<답변>
앞서 소개해 드렸던 영국 BP와 에어아시아, 이 두 기업 CEO의 말을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옵니다.

BP사의 토니 헤이워드는 대형 사고가 났는데도,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죠.

반면 에어아시아 CEO는 내 의무로부터 도망치지 않겠다며 책임감과 진정성을 보여줬습니다.

소비자들도 기업들이 위기에 빠지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진심이 담긴 사과와 투명한 정보 공개를 바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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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기업의 위기’…사과의 기술
    • 입력 2015-10-07 18:11:04
    • 수정2015-10-07 19:44:50
    글로벌24
<앵커 멘트>

최근 폭스바겐 사태로 떠들썩합니다만, 어느 기업이나 위기를 맞게 마련입니다.

의도적인 조작이든, 아니면 우발적인 사고이든 말이죠.

그런데 그 위기를 대처하는 방식은 제각각이고, 결과도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오늘은 이 내용을,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살펴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지난 2010년,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부터 살펴볼까요?

<답변>
네, 우리에게는 기름을 뒤집어 쓴 펠리컨으로 더 각인이 돼 있는 사건입니다.

이 사고로 세계 최대 석유업체 중 하나였던 영국 BP사는 대혼란에 빠졌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여파를 겪고 있습니다.

<녹취> "역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였습니다."

지난 2010년 4월, 미국 루이지애나 앞바다에서 석유 시추시설인 딥워터 호라이즌호가 대폭발을 일으켰습니다.

무려 5억 리터의 원유가 쏟아져 인근 바다를 오염시켰고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새와 어류, 거북들도 폐사했습니다.

하지만 BP의 초기 대응은 사건 축소와 거짓말로 얼룩졌습니다.

특히 CEO의 입은 이런 회사의 위기를 부채질했습니다.

<녹취> 토니 헤이워드(전 BP CEO) : "이 난리가 끝나길 나보다 더 절실하게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나도 내 인생을 되찾고 싶어요."

미국인들은 이 발언에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헤이워드를 '미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사람'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BP는 당시 왠만한 국가 GDP보다 많은 250조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해가 지지 않는 기업'으로 불렸거든요.

그런데 이 사건 이후 주가는 2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업계 순위도 2위에서 4위로 떨어졌습니다.

5년여가 지난 어제, 미국 법무부는 23조 원의 벌금을 확정했습니다.

<질문>
초기 대응의 실패가 결국은 회사를 존립 위기로 몰고 갔다 이거군요?

<답변>
맞습니다.

특히 요즘은 소셜 미디어 시대죠.

더 빨리, 더 많은 사람에게 소식이 전파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정말 중요해졌습니다.

이 영상을 한 번 보실까요?

나른한 오후, 한 직장인이 네슬레 초콜릿을 꺼내 깨물자 피가 뚝뚝 떨어집니다.

좀 끔찍한 영상인데요.

네슬레가 팜유를 생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원시림을 벌목하면서 오랑우탄이 살 곳을 잃고 있다고 비판하는 영상입니다.

당신이 먹는 초콜릿은 바로 오랑우탄이라고 말이죠.

네슬레는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먼저 동영상을 삭제했고요.

회원수가 75만 명이나 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닫아버렸습니다.

그러자 관심이 더 커지면서 동영상은 마구 확산됐고 본사 앞에서는 연일 퍼포먼스와 항의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네슬레는 뒤늦게 팜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질문>
반면에 이런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낸 경우도 적지 않다고요?

<답변>
네, 에어아시아라는 저가 항공사 잘 아실 겁니다.

지난해 말에 큰 사고가 일어나서 위기를 맞았는데, 어떻게 대처했는지 보시죠.

지난해 12월, 싱가포르로 가던 에어아시아 항공기가 자바 근처에서 추락해 탑승자 162명이 숨졌습니다.

CEO인 토니 페르난데스는 탑승객과 승무원 가족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건 없다면서 즉각 사고 원인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녹취> 토니 페르난데스(에어아시아 CEO) : "저는 유족들이 겪는 아픔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저는 이 회사의 대표이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제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입니다."

유족들에게는 자기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면서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습니다.

모든 조사 과정은 트위터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했죠.

비슷한 시기, 땅콩 회항 사태가 있었는데 그때 대한항공이 어떻게 대응했고 사람들이 얼마나 분노했는 지 기억해보면 참 비교가 되죠?

<질문>
이런 사례들을 보면 CEO의 대처가 참 중요하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답변>
네, 한 가지 사례만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피자회사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함께 보시죠.

지난 200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도미노 피자 매장입니다.

직원들이 재채기를 해 샌드위치 빵에 침을 튀기는가 하면 햄을 엉덩이 쪽으로 가져가는 등 온갖 지저분한 짓을 다 합니다.

사흘 만에 백만 명 이상이 이 동영상을 봤고, 도미노 피자는 순식간에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식품회사에서 위생은 생명이니까요.

도미노 피자 CEO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습니다.

최고 경영자가 직접 나서서 사과 동영상을 내보냈습니다

<녹취> 페트릭 도일(도미노 피자 CEO) :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서 우리에게 빠르게 알려주신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빨리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남 탓하지 않고, 오히려 고맙다고 말합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도미노 피자는 빠르게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았고, 페트릭 도일 CEO는 지금도 최고 경영자를 맡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기업의 적절한 위기 대처 방식, 어떻게 정리해 볼 수 있을까요?

<답변>
앞서 소개해 드렸던 영국 BP와 에어아시아, 이 두 기업 CEO의 말을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옵니다.

BP사의 토니 헤이워드는 대형 사고가 났는데도,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죠.

반면 에어아시아 CEO는 내 의무로부터 도망치지 않겠다며 책임감과 진정성을 보여줬습니다.

소비자들도 기업들이 위기에 빠지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진심이 담긴 사과와 투명한 정보 공개를 바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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