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잇단 수상…과학 강국 입증

입력 2015.10.10 (08:21) 수정 2015.10.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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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 노벨상이 잇따라 발표됐는데, 자국민이 상을 받게 된 일본과 중국,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입니다.

특히 일본은 올해 2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무려 21명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했는데요,

일본이 기초 과학 강국임을 노벨상이 입증해 주고 있는 셈입니다.

일본의 단단한 기초 과학의 아성, 배경에는 어떤 게 있는지, 또 우리에겐 무엇이 부족한 지 살펴보겠습니다.

박재우 특파원!

<질문>
일본의 잇단 노벨상 수상 소식은 국내에서도 반향이 컸는데, 일본의 축하 분위기, 지금도 대단하죠?

<답변>
네,일본 열도는 잔치 분위깁니다.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연일 노벨상 수상 소식을 호외로 뿌렸고,

NHK 등 주요 방송사들도 매 시간 톱 뉴스로 관련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일본 국민들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투자의 결과라며 자부심에 한껏 들떠있습니다.

<질문>
올해 수상자 2명인데 먼저 발표된 노벨 생리의학상의 `오무라 사토시` 교수,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됐죠?

<답변>
네, 올해 만으로 80살인 `오무라` 교수는 시골 할아버지처럼 순박했습니다.

기생충 치료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은 오무라 교수는 `미생물의 힘을 빌렸을 뿐인데' 라며 겸손해 했습니다.

<인터뷰> 오무라 사토시(기타사토대 특별 영예 교수) : "제 연구는 미생물의 힘을 빌렸을 뿐입니다. 제가 상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무라 교수는 경력도 화제가 됐는데 대학 때까지는 스키 선수로 활동을 했고 한 때는 도쿄의 한 공업 고등학교 야간부에서 교사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사진이 야간부 교사 때 모습인데, 당시 `오무라` 교수는 주경 야독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는 대학까지 나왔는데 왜 공부를 안했던가'라며 반성을 했고, 이 반성이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고 합니다.

<질문>
이번에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가지타 다카아키` 교수 얘기를 해볼까요?

우주 탄생의 신비를 담은 `중성미자`의 질량을 발견해 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는데, 대규모 실험실이 주목을 받았죠?

<답변>
일본 기후현에 있는 이 실험실은 원래 폐광산이었는데, 옛 광산의 이름인 `카미오카`를 따 `카미오칸데`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카미오칸데`는 지하 천 미터에 `중성미자`를 관측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 놓은 것인데, 황금빛 구슬 모양의 `중성미자` 검출 장치 6천 개와 5만 톤의 물을 담은 거대한 물탱크로 이뤄져 있습니다.

`중성미자`는 관측이 곤란한 데 물 분자와 충돌할 때에는 약한 빛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관측을 위해 거대한 물탱크가 있는 이윱니다.

<질문>

그런데 이 시설은 가지타 교수의 스승이 처음 만들었다구요?

스승도 노벨상을 받았으니까 이 실험실이 노벨상의 산실이 된 셈이네요?

<답변>
`카미오칸데`는 지난 1983년에 가지타 교수의 스승인 `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 특별 명예 교수가 국비 천억 원을 받아 처음 설치했습니다.

`고시바` 교수는 이 곳에서 세계 최초로 `중성미자` 관측에 성공하면서 지난 2002년 먼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제자인 `가지타` 교수는 지난 1996년에 천억 원을 더 들여 스승이 만든 시설을 대폭 확장해, `중성미자`가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했습니다.

소립자 물리학의 신기원을 이룬 역사적 발견들이 스승과 제자를 거쳐 이 `카미오칸데` 시설에서 이뤄진 겁니다.

<질문>
스승에서 제자로 대를 이어 연구를 정진해 가는 학문적 장인 정신이 실감나는데요,

우리에게 시사하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답변>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중성미자 연구시설 카미오칸데를 예로 들어보죠.

좋은 연구 성과가 나오자 `카미오칸데`는 `슈퍼 카미오칸데`로 확장됐고, 이제는 세번째 시설인 `하이퍼 카미오칸데` 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대를 이은 꾸준한 연구, 즉 '한 우물 파기' 말고도 일본이 우리와 다른 것은 연구비 규몹니다.

슈퍼카미오칸데에 천억 원이 들었고 하이퍼카미오칸데에 1조 원 투입될 걸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지난 2010년 비슷한 중성미자 연구가 있었는데 연구비가 100억원 규모에 불과했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정부가 연구비를 주면서 3년 혹은 5년 후에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는데 과학 연구는 이런 짧은 기간에 획기적인 성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선진국에서 이른바 '뜨고 있는' 분야를 쫓아가게 되고, 결국 깊이 있고 진득한 연구는 언감생심이 되고 마는 겁니다.

<질문>
이런 배경 속에 발전된 일본의 기초 과학이다보니 기술 개발도 활발하고 과학 인력의 저변도 넓은 것 같은데요,

지난 200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라는 저 분, 대학원도 다니지 않았던 학사 출신에 평범한 회사 엔지니어여서 당시 세계적으로 큰 화제였지 않았습니까?

<답변>
네. 일본에는 100년 넘게 한 우물을 파면서 핵심 원천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7만 개가 넘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이 10여 개가 넘는 등 학문적 기반은 지방대라고 할 지라도 탄탄합니다.

자연히 지방 중소 기업들도 기술적 기반을 잘 구축하고 있죠.

앞서 말씀하신 `다나카 고이치` 씨도 노벨 화학상 수상 당시 일본 교토에 있는 시마즈 제작소라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죠.

반면 우리나라는 지방 대학이나 지방 중소기업이 연구와 기술 개발을 하기 어렵습니다.

중앙 지향과 간판 따기, 돈 되는 학과로 인재가 몰리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노벨상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 잡는 건 당분간 요원한 일처럼 보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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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잇단 수상…과학 강국 입증
    • 입력 2015-10-10 09:24:42
    • 수정2015-10-10 09:49:3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올해 노벨상이 잇따라 발표됐는데, 자국민이 상을 받게 된 일본과 중국,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입니다.

특히 일본은 올해 2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무려 21명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했는데요,

일본이 기초 과학 강국임을 노벨상이 입증해 주고 있는 셈입니다.

일본의 단단한 기초 과학의 아성, 배경에는 어떤 게 있는지, 또 우리에겐 무엇이 부족한 지 살펴보겠습니다.

박재우 특파원!

<질문>
일본의 잇단 노벨상 수상 소식은 국내에서도 반향이 컸는데, 일본의 축하 분위기, 지금도 대단하죠?

<답변>
네,일본 열도는 잔치 분위깁니다.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연일 노벨상 수상 소식을 호외로 뿌렸고,

NHK 등 주요 방송사들도 매 시간 톱 뉴스로 관련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일본 국민들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투자의 결과라며 자부심에 한껏 들떠있습니다.

<질문>
올해 수상자 2명인데 먼저 발표된 노벨 생리의학상의 `오무라 사토시` 교수,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됐죠?

<답변>
네, 올해 만으로 80살인 `오무라` 교수는 시골 할아버지처럼 순박했습니다.

기생충 치료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은 오무라 교수는 `미생물의 힘을 빌렸을 뿐인데' 라며 겸손해 했습니다.

<인터뷰> 오무라 사토시(기타사토대 특별 영예 교수) : "제 연구는 미생물의 힘을 빌렸을 뿐입니다. 제가 상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무라 교수는 경력도 화제가 됐는데 대학 때까지는 스키 선수로 활동을 했고 한 때는 도쿄의 한 공업 고등학교 야간부에서 교사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사진이 야간부 교사 때 모습인데, 당시 `오무라` 교수는 주경 야독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는 대학까지 나왔는데 왜 공부를 안했던가'라며 반성을 했고, 이 반성이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고 합니다.

<질문>
이번에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가지타 다카아키` 교수 얘기를 해볼까요?

우주 탄생의 신비를 담은 `중성미자`의 질량을 발견해 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는데, 대규모 실험실이 주목을 받았죠?

<답변>
일본 기후현에 있는 이 실험실은 원래 폐광산이었는데, 옛 광산의 이름인 `카미오카`를 따 `카미오칸데`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카미오칸데`는 지하 천 미터에 `중성미자`를 관측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 놓은 것인데, 황금빛 구슬 모양의 `중성미자` 검출 장치 6천 개와 5만 톤의 물을 담은 거대한 물탱크로 이뤄져 있습니다.

`중성미자`는 관측이 곤란한 데 물 분자와 충돌할 때에는 약한 빛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관측을 위해 거대한 물탱크가 있는 이윱니다.

<질문>

그런데 이 시설은 가지타 교수의 스승이 처음 만들었다구요?

스승도 노벨상을 받았으니까 이 실험실이 노벨상의 산실이 된 셈이네요?

<답변>
`카미오칸데`는 지난 1983년에 가지타 교수의 스승인 `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 특별 명예 교수가 국비 천억 원을 받아 처음 설치했습니다.

`고시바` 교수는 이 곳에서 세계 최초로 `중성미자` 관측에 성공하면서 지난 2002년 먼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제자인 `가지타` 교수는 지난 1996년에 천억 원을 더 들여 스승이 만든 시설을 대폭 확장해, `중성미자`가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했습니다.

소립자 물리학의 신기원을 이룬 역사적 발견들이 스승과 제자를 거쳐 이 `카미오칸데` 시설에서 이뤄진 겁니다.

<질문>
스승에서 제자로 대를 이어 연구를 정진해 가는 학문적 장인 정신이 실감나는데요,

우리에게 시사하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답변>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중성미자 연구시설 카미오칸데를 예로 들어보죠.

좋은 연구 성과가 나오자 `카미오칸데`는 `슈퍼 카미오칸데`로 확장됐고, 이제는 세번째 시설인 `하이퍼 카미오칸데` 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대를 이은 꾸준한 연구, 즉 '한 우물 파기' 말고도 일본이 우리와 다른 것은 연구비 규몹니다.

슈퍼카미오칸데에 천억 원이 들었고 하이퍼카미오칸데에 1조 원 투입될 걸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지난 2010년 비슷한 중성미자 연구가 있었는데 연구비가 100억원 규모에 불과했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정부가 연구비를 주면서 3년 혹은 5년 후에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는데 과학 연구는 이런 짧은 기간에 획기적인 성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선진국에서 이른바 '뜨고 있는' 분야를 쫓아가게 되고, 결국 깊이 있고 진득한 연구는 언감생심이 되고 마는 겁니다.

<질문>
이런 배경 속에 발전된 일본의 기초 과학이다보니 기술 개발도 활발하고 과학 인력의 저변도 넓은 것 같은데요,

지난 200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라는 저 분, 대학원도 다니지 않았던 학사 출신에 평범한 회사 엔지니어여서 당시 세계적으로 큰 화제였지 않았습니까?

<답변>
네. 일본에는 100년 넘게 한 우물을 파면서 핵심 원천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7만 개가 넘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이 10여 개가 넘는 등 학문적 기반은 지방대라고 할 지라도 탄탄합니다.

자연히 지방 중소 기업들도 기술적 기반을 잘 구축하고 있죠.

앞서 말씀하신 `다나카 고이치` 씨도 노벨 화학상 수상 당시 일본 교토에 있는 시마즈 제작소라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죠.

반면 우리나라는 지방 대학이나 지방 중소기업이 연구와 기술 개발을 하기 어렵습니다.

중앙 지향과 간판 따기, 돈 되는 학과로 인재가 몰리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노벨상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 잡는 건 당분간 요원한 일처럼 보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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