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좁혀진 실력차…투지 앞선 인터내셔널

입력 2015.10.11 (17:10) 수정 2015.10.1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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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골프는 역시 강했다. 하지만, 넘을 수 없던 미국 골프의 벽은 한참 낮아졌다.

2015 프레지던츠컵에서 미국팀은 인터내셔널팀을 따돌리고 또 한 번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1996년 첫 대회가 열린 이후 11차례 대회에서 9번째 우승이다. 2005년 대회부터 6회 연속 우승이기도 하다.

세계랭킹 1위 선수를 보유했을 뿐 아니라 대부분 세계랭킹 20위 이내 선수로 팀을 구성한 미국의 두터움은 세계 골프의 또 다른 축인 유럽 선수가 빠진 인터내셔널팀이 넘기에는 아직 힘이 달렸다.

하지만 미국은 간신히 이겼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싱겁게 프레지던츠컵을 가져간 예전과 달랐다.

승점 1차 승리. 그것도 최종일 싱글 매치플레이 맨 마지막 주자의 승리로 우승을 확정 짓는 진땀 나는 우승이었다.

경기 양상은 첫날만 빼곤 박빙이었다.

미국은 첫날 포섬 경기에서 4승1패로 앞섰지만 둘째날 1승3패1무승부로 밀려 턱밑까지 따라 잡혔다. 셋째 날 8경기에서 3승3패1무승부로 인터내셔널팀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했다.

최종일 싱글매치플레이가 시작되기 전에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했던 지난 대회 때와 달랐다.

2013년 대회 때는 사흘째 경기에서 승점 14-8로 앞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2011년 대회 때는 최종일을 앞두고 13-0로 앞섰다.

미국팀이 객관적으로 크게 앞설 것으로 보였던 싱글매치플레이 12경기에서도 인터내셔널팀은 5승5패2무승부로 버텼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에서 미국팀과 인터내셔널팀의 기량 차이는 분명히 눈에 띄었다고 입을 모았다.

고덕호 SBS 해설위원은 "투어에서 축적된 기록은 선수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는데 기록에서 앞서는 미국 선수들이 확실히 샷과 퍼팅이 낫더라"고 말했다.

실력 차이에서도 이런 초박빙의 접전을 이끌어낸 원동력은 인터내셔널팀 구성원의 단결과 투지, 그리고 닉 프라이스 단장의 리더십이다.

인터내셔널팀은 첫날 1승4패로 참패 위기에 몰리자 오히려 똘똘 뭉쳤다. 프라이스 단장은 1라운드 패인이 선수들끼리 소통이 안 됐다는 사실을 깨닫자 팀 미팅을 통해 서로 마음에 맞는 선수끼리 포섬과 포볼 경기 파트너를 정했다.

호흡이 척척 맞은 루이 우스트히즌과 브랜던 그레이스 '남아공' 듀오는 4경기 연속 밀어붙였고 패전을 거듭한 제이슨 데이와 애덤 스콧은 파트너를 바꿔 가며 출전시켰다.

'신의 한 수'는 배상문(29)을 같은 한국 출신 대니 리(뉴질랜드)와 짝을 지어 출전시킨 데 이어 '미완의 대기'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의 파트너로 기용한 것이었다.

배상문의 파이팅에 대니 리는 물론 마쓰야마의 경기력이 확 살아났다.

첫날 경기에서 주눅이 든 인상이 역력하던 인터내셔널팀은 의기소침해지는 대신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투지를 붙태웠다.

첫날 대패가 오히려 보약이 된 셈이다.

인터내셔널팀 선전에는 '남아공' 듀오의 맹활약이 큰 힘이 됐다. 특히 세계랭킹 22위 그레이스는 5전 전승의 화려한 전적을 올렸다. 그레이스와 짝을 이뤄 포섬, 포볼 경기에서 4전 전승을 올린 우스트히즌은 싱글매치에서 패색이 짙던 18번홀에서 극적인 이글로 무승부를 끌어내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단장 추천 선수로 출전해 2승1무승부1패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린 배상문과 싱글매치플레이에서 귀중한 승리를 챙긴 마쓰야마, 세계랭킹1위 조던 스피스를 싱글매치플레이에서 꺾은 마크 레시먼(호주)의 분전도 인터내셔널팀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믿었던 세계랭킹 2위 제이슨 데이(호주)의 부진과 큰 대회 경험 부족이 아쉬웠다. 데이는 승리 한번 없이 4패를 당했고 1무승부로 겨우 승점 0.5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3차례 패전을 당하며 승점을 전혀 따내지 못한 아니르반 라히리(인도)는 싱글매치플레이에서 다잡은 승리를 1m 퍼트 실수로 날리기도 했다.

선수층이 두꺼운 미국은 팀 구성원들이 대체로 고른 활약을 펼쳤다. 세계랭킹 1위 스피스는 2패를 당하기는 했어도 3승을 책임졌다.

특히 필 미컬슨과 잭 존슨 두 40대 노장의 활약은 눈부셨다. 미컬슨과 존슨은 나란히 3승1무승부로 미국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둘은 포섬, 포볼에서 짝을 이뤄 2승1무승부를 거뒀고 싱글매치플레이에서도 나란히 승전보를 전했다.

둘은 또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해냈다.

고참 스콧이 선수들을 필드에서 이끌 구심점 역할을 해내지 못한 인터내셔널팀과 대조적이었다.

미국팀은 고른 선수들의 기량과 안정된 플레이에서 여전히 강했다. 다만 인터내셔널팀 선수들이 보인 투지와 달리 미국팀 선수들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버바 왓슨은 사흘째 포섬경기와 최종일 싱글매치플레이에서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는 1m 버디 퍼트를 두 번이나 실패했다.

대회를 지켜본 전문가들 상당수는 "2년 뒤 대회 때는 인터내셔널팀이 이길 가능성이 더 커졌다"면서 "기량차이가 좁혀진 만큼 미국 선수들이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대회장에는 궂은 날씨에도 2만4천918명의 갤러리가 들어와 성황을 이뤘다.

연습 라운드가 일반에 공개된 6일부터 집계해 총 10만205명의 갤러리가 입장했다. 9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연속 2만 명이 넘는 팬들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보기 위해 대회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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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11 17:10:13
    • 수정2015-10-11 20:39:33
    연합뉴스
미국 골프는 역시 강했다. 하지만, 넘을 수 없던 미국 골프의 벽은 한참 낮아졌다.

2015 프레지던츠컵에서 미국팀은 인터내셔널팀을 따돌리고 또 한 번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1996년 첫 대회가 열린 이후 11차례 대회에서 9번째 우승이다. 2005년 대회부터 6회 연속 우승이기도 하다.

세계랭킹 1위 선수를 보유했을 뿐 아니라 대부분 세계랭킹 20위 이내 선수로 팀을 구성한 미국의 두터움은 세계 골프의 또 다른 축인 유럽 선수가 빠진 인터내셔널팀이 넘기에는 아직 힘이 달렸다.

하지만 미국은 간신히 이겼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싱겁게 프레지던츠컵을 가져간 예전과 달랐다.

승점 1차 승리. 그것도 최종일 싱글 매치플레이 맨 마지막 주자의 승리로 우승을 확정 짓는 진땀 나는 우승이었다.

경기 양상은 첫날만 빼곤 박빙이었다.

미국은 첫날 포섬 경기에서 4승1패로 앞섰지만 둘째날 1승3패1무승부로 밀려 턱밑까지 따라 잡혔다. 셋째 날 8경기에서 3승3패1무승부로 인터내셔널팀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했다.

최종일 싱글매치플레이가 시작되기 전에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했던 지난 대회 때와 달랐다.

2013년 대회 때는 사흘째 경기에서 승점 14-8로 앞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2011년 대회 때는 최종일을 앞두고 13-0로 앞섰다.

미국팀이 객관적으로 크게 앞설 것으로 보였던 싱글매치플레이 12경기에서도 인터내셔널팀은 5승5패2무승부로 버텼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에서 미국팀과 인터내셔널팀의 기량 차이는 분명히 눈에 띄었다고 입을 모았다.

고덕호 SBS 해설위원은 "투어에서 축적된 기록은 선수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는데 기록에서 앞서는 미국 선수들이 확실히 샷과 퍼팅이 낫더라"고 말했다.

실력 차이에서도 이런 초박빙의 접전을 이끌어낸 원동력은 인터내셔널팀 구성원의 단결과 투지, 그리고 닉 프라이스 단장의 리더십이다.

인터내셔널팀은 첫날 1승4패로 참패 위기에 몰리자 오히려 똘똘 뭉쳤다. 프라이스 단장은 1라운드 패인이 선수들끼리 소통이 안 됐다는 사실을 깨닫자 팀 미팅을 통해 서로 마음에 맞는 선수끼리 포섬과 포볼 경기 파트너를 정했다.

호흡이 척척 맞은 루이 우스트히즌과 브랜던 그레이스 '남아공' 듀오는 4경기 연속 밀어붙였고 패전을 거듭한 제이슨 데이와 애덤 스콧은 파트너를 바꿔 가며 출전시켰다.

'신의 한 수'는 배상문(29)을 같은 한국 출신 대니 리(뉴질랜드)와 짝을 지어 출전시킨 데 이어 '미완의 대기'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의 파트너로 기용한 것이었다.

배상문의 파이팅에 대니 리는 물론 마쓰야마의 경기력이 확 살아났다.

첫날 경기에서 주눅이 든 인상이 역력하던 인터내셔널팀은 의기소침해지는 대신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투지를 붙태웠다.

첫날 대패가 오히려 보약이 된 셈이다.

인터내셔널팀 선전에는 '남아공' 듀오의 맹활약이 큰 힘이 됐다. 특히 세계랭킹 22위 그레이스는 5전 전승의 화려한 전적을 올렸다. 그레이스와 짝을 이뤄 포섬, 포볼 경기에서 4전 전승을 올린 우스트히즌은 싱글매치에서 패색이 짙던 18번홀에서 극적인 이글로 무승부를 끌어내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단장 추천 선수로 출전해 2승1무승부1패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린 배상문과 싱글매치플레이에서 귀중한 승리를 챙긴 마쓰야마, 세계랭킹1위 조던 스피스를 싱글매치플레이에서 꺾은 마크 레시먼(호주)의 분전도 인터내셔널팀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믿었던 세계랭킹 2위 제이슨 데이(호주)의 부진과 큰 대회 경험 부족이 아쉬웠다. 데이는 승리 한번 없이 4패를 당했고 1무승부로 겨우 승점 0.5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3차례 패전을 당하며 승점을 전혀 따내지 못한 아니르반 라히리(인도)는 싱글매치플레이에서 다잡은 승리를 1m 퍼트 실수로 날리기도 했다.

선수층이 두꺼운 미국은 팀 구성원들이 대체로 고른 활약을 펼쳤다. 세계랭킹 1위 스피스는 2패를 당하기는 했어도 3승을 책임졌다.

특히 필 미컬슨과 잭 존슨 두 40대 노장의 활약은 눈부셨다. 미컬슨과 존슨은 나란히 3승1무승부로 미국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둘은 포섬, 포볼에서 짝을 이뤄 2승1무승부를 거뒀고 싱글매치플레이에서도 나란히 승전보를 전했다.

둘은 또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해냈다.

고참 스콧이 선수들을 필드에서 이끌 구심점 역할을 해내지 못한 인터내셔널팀과 대조적이었다.

미국팀은 고른 선수들의 기량과 안정된 플레이에서 여전히 강했다. 다만 인터내셔널팀 선수들이 보인 투지와 달리 미국팀 선수들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버바 왓슨은 사흘째 포섬경기와 최종일 싱글매치플레이에서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는 1m 버디 퍼트를 두 번이나 실패했다.

대회를 지켜본 전문가들 상당수는 "2년 뒤 대회 때는 인터내셔널팀이 이길 가능성이 더 커졌다"면서 "기량차이가 좁혀진 만큼 미국 선수들이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대회장에는 궂은 날씨에도 2만4천918명의 갤러리가 들어와 성황을 이뤘다.

연습 라운드가 일반에 공개된 6일부터 집계해 총 10만205명의 갤러리가 입장했다. 9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연속 2만 명이 넘는 팬들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보기 위해 대회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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