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으로 남게 된 ‘이산가족 생방송’

입력 2015.10.12 (12:28) 수정 2015.10.1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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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할 가치를 인정받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우리의 소중한 기록물 두 건이 새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문집과 역사서 등을 간행하기 위한 목판, '유교 책판'과 KBS 이산가족찾기 생방송 관련 기록물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앞서 등재된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 동의보감 난중일기 등 11건에 이어 우리는 모두 13건의 세계 기록 유산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전쟁과 분단의 아픔이 담긴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이 국경을 초월해 세계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록물로 인정받았다는 점입니다.

1983년 6월 30일 밤 10시15분부터 11월 14일 새벽 4시까지 장장 138일간, 총 453시간 45분 동안 생방송한 비디오 녹화원본 테이프, 담당 프로듀서의 업무 수첩과 이산가족들의 절절한 사연이 적힌 신청서 등이 2만5백여 건의 자료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유네스코는 이 생방송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인권과 보편적 인류애를 고취시킨 생생한 기록물임을 평가했습니다.

조금 전 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진행됐습니다.

1983년 방송 당시 출연했던 이산가족과 황교안 국무총리 등이 참석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축하하고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온 국민이 함께 울었던 그 날의 감동은 지금도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고 회상하며 이산가족 전원의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 정례적인 만남과 고향 방문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KBS는 오늘 오후 6시부터 세계기록유산 등재 과정을 다룬 특별생방송을 보내드리고, 이산가족들의 못다 한 말을 담은 특집방송을 제작하는 등 이산가족 상봉을 돕기 위한 후속 사업도 진행할 예정인데요,

이제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기억으로 남게 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의 의미를 유동엽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몇 년 만에?) 33년 만에 (왜 헤어졌어요?) 영등포역에서 기차 타다 헤어졌어요."

전쟁 통에 헤어졌던 남매는 만세를 불렀고

<녹취> "(어머님이세요?) 네, 모자가 만나셨어요."

죽은 줄만 알았던 아들을 어머니는 하염없이 끌어 안았습니다.

당초 95분으로 끝날 예정이었던 방송은 다음 날부터 밀물처럼 몰려든 이산 가족들의 사연으로 138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가족을 찾는 애타는 사연들이 KBS의 벽과 바닥을 뒤덮고...수만 장의 벽보 사이에서 기적적인 만남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녹취> "제가 먼저 붙였는데 어떤 분이 떼는 거예요, 제 거를. 서로 만나서 대조를 해보니까 똑같아요, 틀림없어요."

이산가족 찾기 방송은 TV라는 매체를 통해 생방송으로 가족을 그리워하는 인류 보편적인 정서를 담았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경호(前 유네스코 자문위원/서울대 교수) : "단순히 그냥 정서의 문제가 아니고 TV방송과 결합해서 아주 전통적인 정서를 가장 현대적인 모습으로 만들어낸 하나의 작품이죠."

시대와 전쟁의 아픔이 담긴 450여 시간의 방송과 십만여 건의 사연들은 이제 인류 모두의 문화적 자산으로 남게 됐습니다.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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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유산으로 남게 된 ‘이산가족 생방송’
    • 입력 2015-10-12 12:29:50
    • 수정2015-10-12 22: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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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할 가치를 인정받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우리의 소중한 기록물 두 건이 새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문집과 역사서 등을 간행하기 위한 목판, '유교 책판'과 KBS 이산가족찾기 생방송 관련 기록물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앞서 등재된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 동의보감 난중일기 등 11건에 이어 우리는 모두 13건의 세계 기록 유산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전쟁과 분단의 아픔이 담긴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이 국경을 초월해 세계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록물로 인정받았다는 점입니다.

1983년 6월 30일 밤 10시15분부터 11월 14일 새벽 4시까지 장장 138일간, 총 453시간 45분 동안 생방송한 비디오 녹화원본 테이프, 담당 프로듀서의 업무 수첩과 이산가족들의 절절한 사연이 적힌 신청서 등이 2만5백여 건의 자료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유네스코는 이 생방송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인권과 보편적 인류애를 고취시킨 생생한 기록물임을 평가했습니다.

조금 전 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진행됐습니다.

1983년 방송 당시 출연했던 이산가족과 황교안 국무총리 등이 참석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축하하고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온 국민이 함께 울었던 그 날의 감동은 지금도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고 회상하며 이산가족 전원의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 정례적인 만남과 고향 방문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KBS는 오늘 오후 6시부터 세계기록유산 등재 과정을 다룬 특별생방송을 보내드리고, 이산가족들의 못다 한 말을 담은 특집방송을 제작하는 등 이산가족 상봉을 돕기 위한 후속 사업도 진행할 예정인데요,

이제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기억으로 남게 된 이산가족 찾기 방송의 의미를 유동엽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몇 년 만에?) 33년 만에 (왜 헤어졌어요?) 영등포역에서 기차 타다 헤어졌어요."

전쟁 통에 헤어졌던 남매는 만세를 불렀고

<녹취> "(어머님이세요?) 네, 모자가 만나셨어요."

죽은 줄만 알았던 아들을 어머니는 하염없이 끌어 안았습니다.

당초 95분으로 끝날 예정이었던 방송은 다음 날부터 밀물처럼 몰려든 이산 가족들의 사연으로 138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가족을 찾는 애타는 사연들이 KBS의 벽과 바닥을 뒤덮고...수만 장의 벽보 사이에서 기적적인 만남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녹취> "제가 먼저 붙였는데 어떤 분이 떼는 거예요, 제 거를. 서로 만나서 대조를 해보니까 똑같아요, 틀림없어요."

이산가족 찾기 방송은 TV라는 매체를 통해 생방송으로 가족을 그리워하는 인류 보편적인 정서를 담았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경호(前 유네스코 자문위원/서울대 교수) : "단순히 그냥 정서의 문제가 아니고 TV방송과 결합해서 아주 전통적인 정서를 가장 현대적인 모습으로 만들어낸 하나의 작품이죠."

시대와 전쟁의 아픔이 담긴 450여 시간의 방송과 십만여 건의 사연들은 이제 인류 모두의 문화적 자산으로 남게 됐습니다.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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