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학살자 vs 탐험가…콜럼버스 논쟁

입력 2015.10.14 (18:09) 수정 2015.10.1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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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은 지난 12일이 '콜럼버스 데이'였습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기리자는 취지로 만든 연방 공휴일인데요.

몇 년 전부터 떠들썩한 행사보다는 오히려 콜럼버스란 인물을 재평가하고, 역사를 다시 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살펴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콜럼버스 데이에 대해 좀 알아볼까요?

<답변>
네, 매년 10월의 두번째 월요일이 콜럼버스 데이인데요.

지난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기념해 미 정부가 연방 공휴일로 정한 날입니다.

뉴욕 맨해튼 도심에서는 대형 퍼레이드가 펼쳐졌습니다.

관광객과 주민 수천 명이 모여서 축제 분위기 속에 콜럼버스 데이를 기념했습니다.

특히 콜럼버스의 고국인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열광적입니다.

<녹취> 리사 카마냐 (관중) : "퍼레이드를 사랑해요. 매년 퍼레이드를 보러 오려고 노력하죠. 우리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인데 우리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 바로 앞에는 콜럼버스의 동상이 있고요.

그의 이름을 딴 도로와 학교도 부지기수일 정도로 콜럼버스는 미국에서 추앙받았던 인물입니다.

콜럼버스는 지난 1492년 10월 12일,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바하마 제도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4년에 10월 12일을 콜럼버스데이로 지정했고, 1971년, 닉슨 대통령은 10월 둘째주로 옮겼습니다.

<질문>
그런데 콜럼버스 데이를 점점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요?

<답변>
네, 조금 전에 뉴욕의 퍼레이드를 보셨지만, 다른 도시는 차분한 분위기였고요.

아예 콜럼버스 데이라는 이름을 바꾸는 도시들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영상은 아메리칸 원주민들이 일출식을 치르는 모습인데요.

연방 정부가 정한 콜럼버스의 날을 기념하지 않고 대신 '원주민의 날'로 바꿔서 기념하는 겁니다.

<녹취> 원주민 후손 : "우리가 여기서 기념하는 건 원주민의 생존과 우리 조상의 저항정신입니다. 또 우리가 여전히 우리의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도요."

본토와 떨어진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포함해 오리건주와 사우스다코타는 오래 전부터 콜럼버스의 날을 인정하지 않았고요.

시애틀도 지난해부터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바꿨습니다.

<녹취> 에드 머레이 (시애틀 시장) : "원주민의 날은 젊은이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긍정적인 역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올해에는 포틀랜드와 엘버커키 등이 합류해서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바꾼 도시는 모두 9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질문>
이렇게 콜럼버스의 날을 바꾸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답변>
무엇보다 콜럼버스라는 인물과 역사에 대한 재해석,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백년 동안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한 위대한 탐험가란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 입장에서는 콜럼버스가 침략자인 동시에 대학살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녹취> 로렌스 버드그린 (역사학자) : "그의 신대륙 탐험이 잔인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인디언을 감금하고, 살해하고, 스페인에 노예로 끌고 갔죠."

미국에서는 콜럼버스가 신 대륙에 도착한 뒤 금광을 못 찾자 원주민들을 집단 학살했다는 연구가 오래전부터 나왔고요.

스페인에 수많은 노예들을 데려갔고, 유럽에서 전염병을 옮겨와 원주민들이 대거 숨졌다는게 정설처럼 돼 있습니다.

<질문>
학계 뿐만 아니라 일반 미국인들의 시각도 상당히 궁금한데요.

<답변>
콜럼버스를 깎아내리는게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코미디의 소재가 될 정도인데요, 함께 보시죠.

<녹취>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 콜럼버스 데이요!"

<녹취> "맞아요. 콜럼버스는 스페인 식민지를 만들기 위해 아메리카로 온 이탈리아 탐험가입니다."

<녹취> "저는 영화 '나홀로 집에' 감독인줄 알았는데요..."

영화 '나홀로 집에' 감독 이름이 크리스 콜럼버스거든요.

그만큼 관심도 없고, 별로 중요한 인물로 여기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의 많은 학교들은 이제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이미 원주민 수천만 명이 터를 잡고 살고 있었는데, 어떻게 '발견'이냐는 겁니다.

또 일부 학교들은 콜럼버스의 긍정적·부정적인 면을 모두 가르친 뒤 종종 모의재판까지 여는데요.

몇 년 전 펜실베니아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콜럼버스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화제가 된 일도 있습니다.

<질문>
그야말로 콜럼버스의 굴욕이네요.

스페인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면서요?

<답변>
스페인은 콜럼버스의 후원자이자, 아메리카 대륙 발견으로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었죠.

역시 10월 12일을 국경일로 정해서 큰 행사를 여는데, 많은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콜럼버스의 날 행사 모습입니다.

펠리페 6세 국왕이 군인들의 행진을 사열했고, 하늘에서는 에어쇼도 펼쳐집니다.

하지만 분리독립을 외치는 카탈루냐 지방 등에서는 정부의 이런 행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좌파 정치인인 바르셀로나 시장은 집단 학살 기념도 모자라 행사비로 10억 원을 쓰는 정부가 부끄럽다고 비판했고 카디스의 시장도 우리는 신의 이름으로 한 대륙과 그 문화를 짓밟았다면서 뜻을 함께 했습니다.

어렸을 때 위인전을 읽으면서 콜럼버스가 '위대한 탐험가'라고만 생각했었는데요.

어쩌면 주입된 역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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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학살자 vs 탐험가…콜럼버스 논쟁
    • 입력 2015-10-14 18:11:44
    • 수정2015-10-14 19:27:13
    글로벌24
<앵커 멘트>

미국은 지난 12일이 '콜럼버스 데이'였습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기리자는 취지로 만든 연방 공휴일인데요.

몇 년 전부터 떠들썩한 행사보다는 오히려 콜럼버스란 인물을 재평가하고, 역사를 다시 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부 김시원 기자와 살펴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콜럼버스 데이에 대해 좀 알아볼까요?

<답변>
네, 매년 10월의 두번째 월요일이 콜럼버스 데이인데요.

지난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기념해 미 정부가 연방 공휴일로 정한 날입니다.

뉴욕 맨해튼 도심에서는 대형 퍼레이드가 펼쳐졌습니다.

관광객과 주민 수천 명이 모여서 축제 분위기 속에 콜럼버스 데이를 기념했습니다.

특히 콜럼버스의 고국인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열광적입니다.

<녹취> 리사 카마냐 (관중) : "퍼레이드를 사랑해요. 매년 퍼레이드를 보러 오려고 노력하죠. 우리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인데 우리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 바로 앞에는 콜럼버스의 동상이 있고요.

그의 이름을 딴 도로와 학교도 부지기수일 정도로 콜럼버스는 미국에서 추앙받았던 인물입니다.

콜럼버스는 지난 1492년 10월 12일,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바하마 제도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4년에 10월 12일을 콜럼버스데이로 지정했고, 1971년, 닉슨 대통령은 10월 둘째주로 옮겼습니다.

<질문>
그런데 콜럼버스 데이를 점점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요?

<답변>
네, 조금 전에 뉴욕의 퍼레이드를 보셨지만, 다른 도시는 차분한 분위기였고요.

아예 콜럼버스 데이라는 이름을 바꾸는 도시들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영상은 아메리칸 원주민들이 일출식을 치르는 모습인데요.

연방 정부가 정한 콜럼버스의 날을 기념하지 않고 대신 '원주민의 날'로 바꿔서 기념하는 겁니다.

<녹취> 원주민 후손 : "우리가 여기서 기념하는 건 원주민의 생존과 우리 조상의 저항정신입니다. 또 우리가 여전히 우리의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도요."

본토와 떨어진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포함해 오리건주와 사우스다코타는 오래 전부터 콜럼버스의 날을 인정하지 않았고요.

시애틀도 지난해부터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바꿨습니다.

<녹취> 에드 머레이 (시애틀 시장) : "원주민의 날은 젊은이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긍정적인 역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올해에는 포틀랜드와 엘버커키 등이 합류해서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바꾼 도시는 모두 9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질문>
이렇게 콜럼버스의 날을 바꾸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답변>
무엇보다 콜럼버스라는 인물과 역사에 대한 재해석,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백년 동안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한 위대한 탐험가란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 입장에서는 콜럼버스가 침략자인 동시에 대학살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녹취> 로렌스 버드그린 (역사학자) : "그의 신대륙 탐험이 잔인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인디언을 감금하고, 살해하고, 스페인에 노예로 끌고 갔죠."

미국에서는 콜럼버스가 신 대륙에 도착한 뒤 금광을 못 찾자 원주민들을 집단 학살했다는 연구가 오래전부터 나왔고요.

스페인에 수많은 노예들을 데려갔고, 유럽에서 전염병을 옮겨와 원주민들이 대거 숨졌다는게 정설처럼 돼 있습니다.

<질문>
학계 뿐만 아니라 일반 미국인들의 시각도 상당히 궁금한데요.

<답변>
콜럼버스를 깎아내리는게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코미디의 소재가 될 정도인데요, 함께 보시죠.

<녹취>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 콜럼버스 데이요!"

<녹취> "맞아요. 콜럼버스는 스페인 식민지를 만들기 위해 아메리카로 온 이탈리아 탐험가입니다."

<녹취> "저는 영화 '나홀로 집에' 감독인줄 알았는데요..."

영화 '나홀로 집에' 감독 이름이 크리스 콜럼버스거든요.

그만큼 관심도 없고, 별로 중요한 인물로 여기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의 많은 학교들은 이제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이미 원주민 수천만 명이 터를 잡고 살고 있었는데, 어떻게 '발견'이냐는 겁니다.

또 일부 학교들은 콜럼버스의 긍정적·부정적인 면을 모두 가르친 뒤 종종 모의재판까지 여는데요.

몇 년 전 펜실베니아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콜럼버스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화제가 된 일도 있습니다.

<질문>
그야말로 콜럼버스의 굴욕이네요.

스페인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면서요?

<답변>
스페인은 콜럼버스의 후원자이자, 아메리카 대륙 발견으로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었죠.

역시 10월 12일을 국경일로 정해서 큰 행사를 여는데, 많은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콜럼버스의 날 행사 모습입니다.

펠리페 6세 국왕이 군인들의 행진을 사열했고, 하늘에서는 에어쇼도 펼쳐집니다.

하지만 분리독립을 외치는 카탈루냐 지방 등에서는 정부의 이런 행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좌파 정치인인 바르셀로나 시장은 집단 학살 기념도 모자라 행사비로 10억 원을 쓰는 정부가 부끄럽다고 비판했고 카디스의 시장도 우리는 신의 이름으로 한 대륙과 그 문화를 짓밟았다면서 뜻을 함께 했습니다.

어렸을 때 위인전을 읽으면서 콜럼버스가 '위대한 탐험가'라고만 생각했었는데요.

어쩌면 주입된 역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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