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열흘에 한 번꼴로 훔친 새 옷이 무려…

입력 2015.10.27 (08:31) 수정 2015.10.27 (09:5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대강당 바닥을 가득 메운 옷들..

옷 공장이나 대형 매장 물류 창고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이 옷들은 모두 한 절도범의 집에서 나온 것입니다.

경찰이 세어 봤더니 무려 1,320벌이나 됐습니다.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훔쳤던 겁니다.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훔치는 걸 스스로 멈출 수 없었다던 이 남성은 경찰에 붙잡힌 뒤,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했는데요.

무슨 사연인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양산의 의류매장입니다.

한 남성이 종이 가방을 들고 매장 안을 서성거립니다.

잠시 뒤 두둑해진 종이가방을 들고 뛰어 나오는 남성.

종이 가방 안에 진열된 옷을 슬쩍 넣고는 달아나는 장면입니다.

직원이 남성을 쫓아갔지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강철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3팀) : “자연스럽게 걸어 나왔는데 보안 경보음이 울렸던 거죠. 다급한 마음에 막 뛰쳐나가니깐 점원이 그 모습을 보고 쫓아 나가서…….”

매장에서는 옷 세 벌이 사라진 뒤였습니다.

피해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 등을 통해 43살 이 모 씨를 용의자로 추정하고, 조사를 위해 이 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강철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3팀) : “처음 봤을 때 많이 놀랐죠. 처음엔 믿기지가 않았고요.”

이 씨의 아파트 전체가 거대한 의류 창고를 방불케 했던 겁니다.

신발장에는 새 신발이 옷장에는 외투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습니다.

거실이며 방, 베란다 할 것 없이 패딩 점퍼, 정장, 등산복 등 다양한 종류의 옷들이 들어 차,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거의 대부분 상표도 제거하지 않은 새 옷 상태로 보관돼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철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3팀) : “티셔츠는 티셔츠, 점퍼는 점퍼대로 속옷은 속옷대로 신발은 신발대로 분류를 딱 해서 상자 안에담아 놨습니다. 태그가 그대로 붙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 순간 아 이거 훔친 물건이구나 느낌이 왔죠.“

이 씨는 경찰의 추궁에 범행 일체를 순순히 자백했습니다.

이 씨의 도벽이 시작된 건 지난 2012년부터였습니다.

부산과 양산 일대의 대형 마트, 백화점 등을 돌며 옷과 신발 등을 닥치는 대로 훔쳤습니다.

주로 도난 방지 장치가 붙어 있지 않은 상품을 노린 데다 CCTV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범행을 저질러, 매장 관계자들이 도난을 당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녹취>피해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의류 몇 벌하고 속옷밖에 없었다고 얘기를 했고 경찰서에서 와서 그렇게 됐다고 하니까 저희가 그렇게 안 거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었기 때문에…….”

<녹취> 피해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는 몰라요. 잡힌 사람이 실토했겠죠. 경찰들이 와서 훔쳤다고 처벌해도 되느냐고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최근까지 훔친 옷이 경찰에 확인된 것만 1320점, 2톤 트럭 1대 분량으로, 금액으로 치면 4300여만 원어치나 됩니다.

그런데, 이 씨의 행적은 일반적인 절도범들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환한 대낮을 이용했고, 훔친 옷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매장에 가져가 교환하는 대담함도 보였습니다.

<인터뷰> 강철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3팀) : “색깔이 자기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치수도 확인 안 하고 그냥 손이 가 본능적으로 훔치기 때문에 치수가 안 맞는 건 다른 매장 가서 바꾸려는 시도도 몇 번 했습니다.”

무엇보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이 씨가 훔친 물건을 팔아 돈으로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납득이 안 가는 대목입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일부러 팔지 않은 게 아니고 아예 팔 생각 자체를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필요해서 훔친 게 아니라, 그냥 훔치는 행위 자체를 위해 훔쳤다는 겁니다.

이 씨는 이런 자신의 도벽이 4년 전 모친의 사망 이후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단둘이 살다가 어머니 가 돌아가시고 혼자 살게 되다 보니까 헛헛한 마음을 채우려 했는지 모르겠는데 쓰지도 않을 걸 습관적으로 훔쳐서 집에 쌓아두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씨는 직장도, 친구도 없이 혼자서 외롭게 지내온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인터뷰> 강철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3팀) : “은둔형 스타일이죠. 거의 집에 들어오더라도 불을 켜지 않고 꺼진 상태로 TV 소리도 하나도 없고 TV도 없었습니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을 자주 갔던 것도 늘 혼자인 자신의 초라함이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였습니다.

<인터뷰> 강철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3팀) : “그 순간에는 훔치는 순간에는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신발을 신고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달리 봐주지 않을까…….”

자신이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훔칠 때 마음을 졸이고 혹시 걸릴까 싶은 불안감이 있었죠. 성공을해도 이 옷을 내가 입지도 않을 건데 훔쳤다는 후회가 되고 그냥 집에서 상자 채로 쌓아두기만 했기 때문에 그걸 보면 갑갑한 마음밖에 안 들었습니다.”

물건을 팔아 경제적 이익을 얻지도 않고, 훔친 뒤에는 후회를 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상태.

충동조절장애의 대표적 증세 가운데 하나인 병적 도벽입니다.

<인터뷰> 유상우(정신과 전문의) : “병적 도벽에 서는 훔치기 전에 긴장감이 고조돼요. 그리고 훔친 행위 직후에는 도파민이 다량 분비가 되면서 엄청난 쾌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지만 자꾸 반복하는 거죠.”

이 씨는 경찰에 붙잡히고 나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앞으로 사회 복귀 할 수 있을지 해서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지 만 다 내려놓고 하니까 마음은 편하고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희망이 보입니다.”

경찰은 이 씨를 상습 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추가 범행이 있는지 조사할 계획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열흘에 한 번꼴로 훔친 새 옷이 무려…
    • 입력 2015-10-27 08:34:31
    • 수정2015-10-27 09:51:31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대강당 바닥을 가득 메운 옷들..

옷 공장이나 대형 매장 물류 창고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이 옷들은 모두 한 절도범의 집에서 나온 것입니다.

경찰이 세어 봤더니 무려 1,320벌이나 됐습니다.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훔쳤던 겁니다.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훔치는 걸 스스로 멈출 수 없었다던 이 남성은 경찰에 붙잡힌 뒤,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했는데요.

무슨 사연인지,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양산의 의류매장입니다.

한 남성이 종이 가방을 들고 매장 안을 서성거립니다.

잠시 뒤 두둑해진 종이가방을 들고 뛰어 나오는 남성.

종이 가방 안에 진열된 옷을 슬쩍 넣고는 달아나는 장면입니다.

직원이 남성을 쫓아갔지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강철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3팀) : “자연스럽게 걸어 나왔는데 보안 경보음이 울렸던 거죠. 다급한 마음에 막 뛰쳐나가니깐 점원이 그 모습을 보고 쫓아 나가서…….”

매장에서는 옷 세 벌이 사라진 뒤였습니다.

피해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 등을 통해 43살 이 모 씨를 용의자로 추정하고, 조사를 위해 이 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강철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3팀) : “처음 봤을 때 많이 놀랐죠. 처음엔 믿기지가 않았고요.”

이 씨의 아파트 전체가 거대한 의류 창고를 방불케 했던 겁니다.

신발장에는 새 신발이 옷장에는 외투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습니다.

거실이며 방, 베란다 할 것 없이 패딩 점퍼, 정장, 등산복 등 다양한 종류의 옷들이 들어 차,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거의 대부분 상표도 제거하지 않은 새 옷 상태로 보관돼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철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3팀) : “티셔츠는 티셔츠, 점퍼는 점퍼대로 속옷은 속옷대로 신발은 신발대로 분류를 딱 해서 상자 안에담아 놨습니다. 태그가 그대로 붙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 순간 아 이거 훔친 물건이구나 느낌이 왔죠.“

이 씨는 경찰의 추궁에 범행 일체를 순순히 자백했습니다.

이 씨의 도벽이 시작된 건 지난 2012년부터였습니다.

부산과 양산 일대의 대형 마트, 백화점 등을 돌며 옷과 신발 등을 닥치는 대로 훔쳤습니다.

주로 도난 방지 장치가 붙어 있지 않은 상품을 노린 데다 CCTV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범행을 저질러, 매장 관계자들이 도난을 당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녹취>피해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의류 몇 벌하고 속옷밖에 없었다고 얘기를 했고 경찰서에서 와서 그렇게 됐다고 하니까 저희가 그렇게 안 거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었기 때문에…….”

<녹취> 피해 매장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는 몰라요. 잡힌 사람이 실토했겠죠. 경찰들이 와서 훔쳤다고 처벌해도 되느냐고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최근까지 훔친 옷이 경찰에 확인된 것만 1320점, 2톤 트럭 1대 분량으로, 금액으로 치면 4300여만 원어치나 됩니다.

그런데, 이 씨의 행적은 일반적인 절도범들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환한 대낮을 이용했고, 훔친 옷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매장에 가져가 교환하는 대담함도 보였습니다.

<인터뷰> 강철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3팀) : “색깔이 자기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치수도 확인 안 하고 그냥 손이 가 본능적으로 훔치기 때문에 치수가 안 맞는 건 다른 매장 가서 바꾸려는 시도도 몇 번 했습니다.”

무엇보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이 씨가 훔친 물건을 팔아 돈으로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납득이 안 가는 대목입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일부러 팔지 않은 게 아니고 아예 팔 생각 자체를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필요해서 훔친 게 아니라, 그냥 훔치는 행위 자체를 위해 훔쳤다는 겁니다.

이 씨는 이런 자신의 도벽이 4년 전 모친의 사망 이후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단둘이 살다가 어머니 가 돌아가시고 혼자 살게 되다 보니까 헛헛한 마음을 채우려 했는지 모르겠는데 쓰지도 않을 걸 습관적으로 훔쳐서 집에 쌓아두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씨는 직장도, 친구도 없이 혼자서 외롭게 지내온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인터뷰> 강철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3팀) : “은둔형 스타일이죠. 거의 집에 들어오더라도 불을 켜지 않고 꺼진 상태로 TV 소리도 하나도 없고 TV도 없었습니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을 자주 갔던 것도 늘 혼자인 자신의 초라함이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였습니다.

<인터뷰> 강철희(경남 양산경찰서 강력3팀) : “그 순간에는 훔치는 순간에는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신발을 신고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달리 봐주지 않을까…….”

자신이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훔칠 때 마음을 졸이고 혹시 걸릴까 싶은 불안감이 있었죠. 성공을해도 이 옷을 내가 입지도 않을 건데 훔쳤다는 후회가 되고 그냥 집에서 상자 채로 쌓아두기만 했기 때문에 그걸 보면 갑갑한 마음밖에 안 들었습니다.”

물건을 팔아 경제적 이익을 얻지도 않고, 훔친 뒤에는 후회를 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상태.

충동조절장애의 대표적 증세 가운데 하나인 병적 도벽입니다.

<인터뷰> 유상우(정신과 전문의) : “병적 도벽에 서는 훔치기 전에 긴장감이 고조돼요. 그리고 훔친 행위 직후에는 도파민이 다량 분비가 되면서 엄청난 쾌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지만 자꾸 반복하는 거죠.”

이 씨는 경찰에 붙잡히고 나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습니다.

<녹취> 피의자(음성변조) : “앞으로 사회 복귀 할 수 있을지 해서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지 만 다 내려놓고 하니까 마음은 편하고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희망이 보입니다.”

경찰은 이 씨를 상습 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추가 범행이 있는지 조사할 계획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