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속 풀이] ‘솔개’와 ‘한국경제’, 우리 경제 ‘위기’ 수준은?
입력 2015.10.27 (14:15)
수정 2015.10.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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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개 이야기
오늘은 솔개에 대한 우화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말씀드리지만, 이 이야긴 어디까지나 '우화'라는 점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길게는 70년까지 사는 솔개는 40년 정도 되면 선택의 순간이 온다고 합니다. 부리와 발톱은 무뎌져 사냥하기도 힘들고, 깃털까지 너무 무거워져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가 되는 바로 그 순간인데요. 어떤 선택일까요?
바로 이대로 생을 마감할 것이냐, 아니면 고통을 견뎌내고 다시 30년을 더 살 것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후자를 선택하는 순간 솔개는 먼저 무뎌진 부리로 바위를 쪼기 시작합니다. 부리가 다 뭉개질 때까지요. 그럼 새 부리가 돋아나는데요. 그다음엔 새 부리로 발톱을 하나씩 빼기 시작하는 거죠. 이 고통스러운 순간을 넘기면 새 발톱이 난다고 합니다. 이제 남은 건 깃털! 새 부리와 발톱으로 오래돼 무거워진 깃털을 뽑아내면 부드럽고 가벼운 새 깃털이 나면서 솔개는 다시 30년을 살 수 있는 준비를 마치게 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얘기는 우화입니다. 실제 확인된 솔개의 최장 수명은 25년 정도라고 하네요. 그리고 조류가 부리와 발톱이 빠지면 살 수 없다고 합니다.)
수출, 재래시장 대비
■ 우리 경제 현실은?
요즘 우리 경제는 '40년을 산 솔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은 증가세가 꺾였고, 내수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청년실업과 가계빚 같은 걸림돌이 큽니다. 그래서일까요? '한계', '위기', '불황', '저성장' 이런 단어들이 우리 경제를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저녁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최근 십수 년 동안 '외환위기 때보다 경기가 더 안 좋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반복되고 있는데 정말로 그런 걸까?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실질 GDP 성장률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4위'(이하 OECD 회원국 기준), 남유럽발 경제위기설에 시달리던 2012년 성장률 '9위', 지난해 성장률 '4위',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3위', 2013년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율 '2위', 청년실업률 '거꾸로 6위'(낮은 순), 지난해 근로자 연평균 급여 '16위'. OECD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본 우리 경제 성적표입니다. 어떠세요? 그리 나쁘지 않죠? 오히려 상당히 괜찮은 수준입니다. 우리 경제가 안 좋았다고 하더라도 우리만 안 좋은 게 아니었다는 얘기죠. 통계만 보면 세계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선방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입장에선 말이죠.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올해 목표했던 성장률 3.1%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은 물론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들은 진작 2%대 성장으로 전망을 낮췄는데도 '3% 성장'의 끈을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정부마저 그 끈을 놓은 겁니다. 안 좋죠. OECD 전망을 또 살펴봤습니다.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은 2.97%, 36개 회원국 가운데 12위입니다. 역시 우리만 안 좋은 게 아니란 얘깁니다.
G20
■ 전 세계가 '구조개혁' 외치는 이유는?
제가 너무 우리 경제와 관련한 좋은 부분만 골라 쓴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청년취업난, 가계빚, 전세대란, 양극화, 고령화, 출산율 저하 등등 위험 요소들이 너무나 많죠. 저를 비롯한 기자들이 이 문제는 거의 매일 지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OECD 통계를 들어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우리 경제를 나쁘게 보는 것 또한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 참 자주 합니다. 그만큼 심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죠. '뱅크런'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은행이 위험하단 소문이 돕니다. 그럼 예금자들이 예금을 찾으러 몰리겠죠. 그럼 다른 은행에 예금한 사람들도 '그럼 우리 은행은? 혹시 모르니 나도 돈 빼야겠다.' 이러면서 뱅크런이 본격화되는 것이죠. 이런 심리를 풀어주는 건 정부의 몫입니다. 일관된 정책 방향으로 경제주체들이 그 정책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가진 공통된 고민입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G20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바로 '구조개혁'입니다. 구조개혁을 통해 세계 경제의 막힌 곳을 뚫지 않으면 지지부진한 회복세를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죠.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제 정책의 방향을 틀면서 과도기의 고통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공공, 노동, 교육, 금융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윱니다. 길게 보면 저출산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이대로는 그 위험성을 상쇄하기가 녹록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솔개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물론 우화이긴 하지만 그 메시지는 분명하죠.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선 노력과 고통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경제도 이른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노력과 고통이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 고통과 노력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나뉘게 조정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섭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국민들의 '심리'를 다독이는 일 일데요. 우리 정부와 국회는 그 '심리'가 어떤지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오늘은 솔개에 대한 우화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말씀드리지만, 이 이야긴 어디까지나 '우화'라는 점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길게는 70년까지 사는 솔개는 40년 정도 되면 선택의 순간이 온다고 합니다. 부리와 발톱은 무뎌져 사냥하기도 힘들고, 깃털까지 너무 무거워져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가 되는 바로 그 순간인데요. 어떤 선택일까요?
바로 이대로 생을 마감할 것이냐, 아니면 고통을 견뎌내고 다시 30년을 더 살 것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후자를 선택하는 순간 솔개는 먼저 무뎌진 부리로 바위를 쪼기 시작합니다. 부리가 다 뭉개질 때까지요. 그럼 새 부리가 돋아나는데요. 그다음엔 새 부리로 발톱을 하나씩 빼기 시작하는 거죠. 이 고통스러운 순간을 넘기면 새 발톱이 난다고 합니다. 이제 남은 건 깃털! 새 부리와 발톱으로 오래돼 무거워진 깃털을 뽑아내면 부드럽고 가벼운 새 깃털이 나면서 솔개는 다시 30년을 살 수 있는 준비를 마치게 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얘기는 우화입니다. 실제 확인된 솔개의 최장 수명은 25년 정도라고 하네요. 그리고 조류가 부리와 발톱이 빠지면 살 수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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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경제 현실은?
요즘 우리 경제는 '40년을 산 솔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은 증가세가 꺾였고, 내수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청년실업과 가계빚 같은 걸림돌이 큽니다. 그래서일까요? '한계', '위기', '불황', '저성장' 이런 단어들이 우리 경제를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저녁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최근 십수 년 동안 '외환위기 때보다 경기가 더 안 좋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반복되고 있는데 정말로 그런 걸까?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실질 GDP 성장률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4위'(이하 OECD 회원국 기준), 남유럽발 경제위기설에 시달리던 2012년 성장률 '9위', 지난해 성장률 '4위',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3위', 2013년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율 '2위', 청년실업률 '거꾸로 6위'(낮은 순), 지난해 근로자 연평균 급여 '16위'. OECD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본 우리 경제 성적표입니다. 어떠세요? 그리 나쁘지 않죠? 오히려 상당히 괜찮은 수준입니다. 우리 경제가 안 좋았다고 하더라도 우리만 안 좋은 게 아니었다는 얘기죠. 통계만 보면 세계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선방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입장에선 말이죠.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올해 목표했던 성장률 3.1%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은 물론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들은 진작 2%대 성장으로 전망을 낮췄는데도 '3% 성장'의 끈을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정부마저 그 끈을 놓은 겁니다. 안 좋죠. OECD 전망을 또 살펴봤습니다.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은 2.97%, 36개 회원국 가운데 12위입니다. 역시 우리만 안 좋은 게 아니란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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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가 '구조개혁' 외치는 이유는?
제가 너무 우리 경제와 관련한 좋은 부분만 골라 쓴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청년취업난, 가계빚, 전세대란, 양극화, 고령화, 출산율 저하 등등 위험 요소들이 너무나 많죠. 저를 비롯한 기자들이 이 문제는 거의 매일 지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OECD 통계를 들어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우리 경제를 나쁘게 보는 것 또한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 참 자주 합니다. 그만큼 심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죠. '뱅크런'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은행이 위험하단 소문이 돕니다. 그럼 예금자들이 예금을 찾으러 몰리겠죠. 그럼 다른 은행에 예금한 사람들도 '그럼 우리 은행은? 혹시 모르니 나도 돈 빼야겠다.' 이러면서 뱅크런이 본격화되는 것이죠. 이런 심리를 풀어주는 건 정부의 몫입니다. 일관된 정책 방향으로 경제주체들이 그 정책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가진 공통된 고민입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G20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바로 '구조개혁'입니다. 구조개혁을 통해 세계 경제의 막힌 곳을 뚫지 않으면 지지부진한 회복세를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죠.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제 정책의 방향을 틀면서 과도기의 고통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공공, 노동, 교육, 금융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윱니다. 길게 보면 저출산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이대로는 그 위험성을 상쇄하기가 녹록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솔개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물론 우화이긴 하지만 그 메시지는 분명하죠.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선 노력과 고통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경제도 이른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노력과 고통이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 고통과 노력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나뉘게 조정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섭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국민들의 '심리'를 다독이는 일 일데요. 우리 정부와 국회는 그 '심리'가 어떤지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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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개 이야기
오늘은 솔개에 대한 우화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말씀드리지만, 이 이야긴 어디까지나 '우화'라는 점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길게는 70년까지 사는 솔개는 40년 정도 되면 선택의 순간이 온다고 합니다. 부리와 발톱은 무뎌져 사냥하기도 힘들고, 깃털까지 너무 무거워져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가 되는 바로 그 순간인데요. 어떤 선택일까요?
바로 이대로 생을 마감할 것이냐, 아니면 고통을 견뎌내고 다시 30년을 더 살 것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후자를 선택하는 순간 솔개는 먼저 무뎌진 부리로 바위를 쪼기 시작합니다. 부리가 다 뭉개질 때까지요. 그럼 새 부리가 돋아나는데요. 그다음엔 새 부리로 발톱을 하나씩 빼기 시작하는 거죠. 이 고통스러운 순간을 넘기면 새 발톱이 난다고 합니다. 이제 남은 건 깃털! 새 부리와 발톱으로 오래돼 무거워진 깃털을 뽑아내면 부드럽고 가벼운 새 깃털이 나면서 솔개는 다시 30년을 살 수 있는 준비를 마치게 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얘기는 우화입니다. 실제 확인된 솔개의 최장 수명은 25년 정도라고 하네요. 그리고 조류가 부리와 발톱이 빠지면 살 수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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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경제 현실은?
요즘 우리 경제는 '40년을 산 솔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은 증가세가 꺾였고, 내수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청년실업과 가계빚 같은 걸림돌이 큽니다. 그래서일까요? '한계', '위기', '불황', '저성장' 이런 단어들이 우리 경제를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저녁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최근 십수 년 동안 '외환위기 때보다 경기가 더 안 좋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반복되고 있는데 정말로 그런 걸까?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실질 GDP 성장률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4위'(이하 OECD 회원국 기준), 남유럽발 경제위기설에 시달리던 2012년 성장률 '9위', 지난해 성장률 '4위',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3위', 2013년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율 '2위', 청년실업률 '거꾸로 6위'(낮은 순), 지난해 근로자 연평균 급여 '16위'. OECD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본 우리 경제 성적표입니다. 어떠세요? 그리 나쁘지 않죠? 오히려 상당히 괜찮은 수준입니다. 우리 경제가 안 좋았다고 하더라도 우리만 안 좋은 게 아니었다는 얘기죠. 통계만 보면 세계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선방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입장에선 말이죠.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올해 목표했던 성장률 3.1%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은 물론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들은 진작 2%대 성장으로 전망을 낮췄는데도 '3% 성장'의 끈을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정부마저 그 끈을 놓은 겁니다. 안 좋죠. OECD 전망을 또 살펴봤습니다.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은 2.97%, 36개 회원국 가운데 12위입니다. 역시 우리만 안 좋은 게 아니란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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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가 '구조개혁' 외치는 이유는?
제가 너무 우리 경제와 관련한 좋은 부분만 골라 쓴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청년취업난, 가계빚, 전세대란, 양극화, 고령화, 출산율 저하 등등 위험 요소들이 너무나 많죠. 저를 비롯한 기자들이 이 문제는 거의 매일 지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OECD 통계를 들어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우리 경제를 나쁘게 보는 것 또한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 참 자주 합니다. 그만큼 심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죠. '뱅크런'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은행이 위험하단 소문이 돕니다. 그럼 예금자들이 예금을 찾으러 몰리겠죠. 그럼 다른 은행에 예금한 사람들도 '그럼 우리 은행은? 혹시 모르니 나도 돈 빼야겠다.' 이러면서 뱅크런이 본격화되는 것이죠. 이런 심리를 풀어주는 건 정부의 몫입니다. 일관된 정책 방향으로 경제주체들이 그 정책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가진 공통된 고민입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G20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바로 '구조개혁'입니다. 구조개혁을 통해 세계 경제의 막힌 곳을 뚫지 않으면 지지부진한 회복세를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죠.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제 정책의 방향을 틀면서 과도기의 고통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공공, 노동, 교육, 금융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윱니다. 길게 보면 저출산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이대로는 그 위험성을 상쇄하기가 녹록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솔개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물론 우화이긴 하지만 그 메시지는 분명하죠.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선 노력과 고통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경제도 이른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노력과 고통이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 고통과 노력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나뉘게 조정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섭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국민들의 '심리'를 다독이는 일 일데요. 우리 정부와 국회는 그 '심리'가 어떤지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오늘은 솔개에 대한 우화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말씀드리지만, 이 이야긴 어디까지나 '우화'라는 점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길게는 70년까지 사는 솔개는 40년 정도 되면 선택의 순간이 온다고 합니다. 부리와 발톱은 무뎌져 사냥하기도 힘들고, 깃털까지 너무 무거워져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가 되는 바로 그 순간인데요. 어떤 선택일까요?
바로 이대로 생을 마감할 것이냐, 아니면 고통을 견뎌내고 다시 30년을 더 살 것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후자를 선택하는 순간 솔개는 먼저 무뎌진 부리로 바위를 쪼기 시작합니다. 부리가 다 뭉개질 때까지요. 그럼 새 부리가 돋아나는데요. 그다음엔 새 부리로 발톱을 하나씩 빼기 시작하는 거죠. 이 고통스러운 순간을 넘기면 새 발톱이 난다고 합니다. 이제 남은 건 깃털! 새 부리와 발톱으로 오래돼 무거워진 깃털을 뽑아내면 부드럽고 가벼운 새 깃털이 나면서 솔개는 다시 30년을 살 수 있는 준비를 마치게 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얘기는 우화입니다. 실제 확인된 솔개의 최장 수명은 25년 정도라고 하네요. 그리고 조류가 부리와 발톱이 빠지면 살 수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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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경제 현실은?
요즘 우리 경제는 '40년을 산 솔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은 증가세가 꺾였고, 내수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청년실업과 가계빚 같은 걸림돌이 큽니다. 그래서일까요? '한계', '위기', '불황', '저성장' 이런 단어들이 우리 경제를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저녁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최근 십수 년 동안 '외환위기 때보다 경기가 더 안 좋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반복되고 있는데 정말로 그런 걸까?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실질 GDP 성장률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4위'(이하 OECD 회원국 기준), 남유럽발 경제위기설에 시달리던 2012년 성장률 '9위', 지난해 성장률 '4위',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3위', 2013년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율 '2위', 청년실업률 '거꾸로 6위'(낮은 순), 지난해 근로자 연평균 급여 '16위'. OECD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본 우리 경제 성적표입니다. 어떠세요? 그리 나쁘지 않죠? 오히려 상당히 괜찮은 수준입니다. 우리 경제가 안 좋았다고 하더라도 우리만 안 좋은 게 아니었다는 얘기죠. 통계만 보면 세계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선방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입장에선 말이죠.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올해 목표했던 성장률 3.1%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은 물론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들은 진작 2%대 성장으로 전망을 낮췄는데도 '3% 성장'의 끈을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정부마저 그 끈을 놓은 겁니다. 안 좋죠. OECD 전망을 또 살펴봤습니다.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은 2.97%, 36개 회원국 가운데 12위입니다. 역시 우리만 안 좋은 게 아니란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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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가 '구조개혁' 외치는 이유는?
제가 너무 우리 경제와 관련한 좋은 부분만 골라 쓴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청년취업난, 가계빚, 전세대란, 양극화, 고령화, 출산율 저하 등등 위험 요소들이 너무나 많죠. 저를 비롯한 기자들이 이 문제는 거의 매일 지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OECD 통계를 들어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우리 경제를 나쁘게 보는 것 또한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 참 자주 합니다. 그만큼 심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죠. '뱅크런'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은행이 위험하단 소문이 돕니다. 그럼 예금자들이 예금을 찾으러 몰리겠죠. 그럼 다른 은행에 예금한 사람들도 '그럼 우리 은행은? 혹시 모르니 나도 돈 빼야겠다.' 이러면서 뱅크런이 본격화되는 것이죠. 이런 심리를 풀어주는 건 정부의 몫입니다. 일관된 정책 방향으로 경제주체들이 그 정책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가진 공통된 고민입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G20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바로 '구조개혁'입니다. 구조개혁을 통해 세계 경제의 막힌 곳을 뚫지 않으면 지지부진한 회복세를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죠.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제 정책의 방향을 틀면서 과도기의 고통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공공, 노동, 교육, 금융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윱니다. 길게 보면 저출산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이대로는 그 위험성을 상쇄하기가 녹록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솔개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물론 우화이긴 하지만 그 메시지는 분명하죠.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선 노력과 고통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경제도 이른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노력과 고통이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 고통과 노력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나뉘게 조정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섭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국민들의 '심리'를 다독이는 일 일데요. 우리 정부와 국회는 그 '심리'가 어떤지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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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창 기자 sc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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