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수입차 수리비는 정비소 마음대로?

입력 2015.10.28 (00:01) 수정 2015.10.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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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6 앞범퍼 교체 수리…269만 원 VS 105만 원

외제차 수리비외제차 수리비


사례1) 아우디 A6 승용차를 모는 A씨는 얼마 전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 오던 차와 살짝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A씨는 보험사에 사고 처리 접수를 한 뒤 서울의 한 정비업체에서 긁힌 앞범퍼를 새것으로 교체했습니다. 이 정비업체는 보험사에 전체 수리 비용으로 269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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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 역시 아우디 A6 운전자인 B씨도 A씨와 비슷한 접촉 사고로 서울의 또 다른 정비업체에서 앞범퍼를 교체했습니다. 그런데 수리 비용은 105만 원, A씨의 차량 수리비의 1/2에도 못 미치는 비용이었습니다.
같은 차량, 비슷한 수리를 받았는데 이렇게 비용 차이가 크게 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 비슷한 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10배나 차이?

A씨 차량을 수리한 정비업체가 보험사에 보낸 견적서를 살펴봤습니다. 범퍼 탈부착 작업에 걸린 시간이 1560TU, 즉 15.6시간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순수하게 범퍼 탈부착 작업은 4시간이지만 범퍼와 연동된 감지 센서 탈부착 작업 등을 모두 합하면 15.6시간이 걸렸다는 겁니다.
반면, B씨 차량을 수리한 정비업체의 견적서에는 범퍼 탈부착 시간이 150TU, 즉 1.5시간에 불과했습니다. A씨 차량을 정비한 업체가 청구한 시간과 10배나 차이가 납니다. 총 작업 시간도 A씨 차량 정비 업체는 23.8시간, 거의 만 하루 치 비용을 청구했지만, B씨 차량 정비업체는 5시간 15분만을 청구했습니다.
결국, 비슷한 작업에 걸린 시간이 정비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보니 수리 비용에도 큰 차이가 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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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차 정비업계의 공공연한 비밀: 작업 시간 부풀리기

취재진이 A6 앞범퍼 탈부착에 걸린 시간을 실제로 측정해보니 한 시간가량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선 정비사들의 말도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숙련된 정비사일수록 시간이 더 짧게 걸리지만 대체로 한 시간 정도면 앞범퍼를 탈부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범퍼 탈부착 작업에 무려 15.6시간이 걸렸다는 A씨 차량 정비업체의 견적서는 뭘까요? 수리 비용을 더 많이 청구하기 위해 작업 시간을 의도적으로 부풀려 청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선 정비사들의 말입니다. 수입차 정비업계에선 범퍼 교체뿐만 아니라 다른 수리 작업 과정에서도 이런 시간 부풀리기는 비일비재하다는 증언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표준 정비 매뉴얼 비공개가 원인"

수입차 정비업체들이 이렇게 터무니없는 수리비 부풀리기를 할 수 있는 건, 표준화된 정비 매뉴얼이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입차 제조사들은 자체 A/S에 활용하기 위해 저마다 표준 정비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체 A/S에만 활용될 뿐 보험 수리 시에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험사들에게 표준 정비 매뉴얼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들이 고객 요구 등을 이유로 실제보다 작업시간을 부풀리더라도 보험사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물론 너무 심하게 수리 시간을 부풀리면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의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 역시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런 비용은 자동차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수입차 제조사들이 표준 정비 매뉴얼을 공개하고 이를 근거로 수리 시간 등을 공정하게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늘어 조만간 20%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수입차로 인한 전체 보험료 부담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입차 수리비 산정에 대한 투명한 기준 마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연관 기사]
☞ [뉴스9] 수입차 수리비 ‘제멋대로’…작업 시간 10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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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수입차 수리비는 정비소 마음대로?
    • 입력 2015-10-28 00:01:48
    • 수정2015-10-28 00:03:18
    취재후·사건후
■ A6 앞범퍼 교체 수리…269만 원 VS 105만 원
외제차 수리비
사례1) 아우디 A6 승용차를 모는 A씨는 얼마 전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 오던 차와 살짝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A씨는 보험사에 사고 처리 접수를 한 뒤 서울의 한 정비업체에서 긁힌 앞범퍼를 새것으로 교체했습니다. 이 정비업체는 보험사에 전체 수리 비용으로 269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외제차 수리비
사례2) 역시 아우디 A6 운전자인 B씨도 A씨와 비슷한 접촉 사고로 서울의 또 다른 정비업체에서 앞범퍼를 교체했습니다. 그런데 수리 비용은 105만 원, A씨의 차량 수리비의 1/2에도 못 미치는 비용이었습니다. 같은 차량, 비슷한 수리를 받았는데 이렇게 비용 차이가 크게 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 비슷한 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10배나 차이? A씨 차량을 수리한 정비업체가 보험사에 보낸 견적서를 살펴봤습니다. 범퍼 탈부착 작업에 걸린 시간이 1560TU, 즉 15.6시간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순수하게 범퍼 탈부착 작업은 4시간이지만 범퍼와 연동된 감지 센서 탈부착 작업 등을 모두 합하면 15.6시간이 걸렸다는 겁니다. 반면, B씨 차량을 수리한 정비업체의 견적서에는 범퍼 탈부착 시간이 150TU, 즉 1.5시간에 불과했습니다. A씨 차량을 정비한 업체가 청구한 시간과 10배나 차이가 납니다. 총 작업 시간도 A씨 차량 정비 업체는 23.8시간, 거의 만 하루 치 비용을 청구했지만, B씨 차량 정비업체는 5시간 15분만을 청구했습니다. 결국, 비슷한 작업에 걸린 시간이 정비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보니 수리 비용에도 큰 차이가 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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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차 정비업계의 공공연한 비밀: 작업 시간 부풀리기 취재진이 A6 앞범퍼 탈부착에 걸린 시간을 실제로 측정해보니 한 시간가량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선 정비사들의 말도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숙련된 정비사일수록 시간이 더 짧게 걸리지만 대체로 한 시간 정도면 앞범퍼를 탈부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범퍼 탈부착 작업에 무려 15.6시간이 걸렸다는 A씨 차량 정비업체의 견적서는 뭘까요? 수리 비용을 더 많이 청구하기 위해 작업 시간을 의도적으로 부풀려 청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선 정비사들의 말입니다. 수입차 정비업계에선 범퍼 교체뿐만 아니라 다른 수리 작업 과정에서도 이런 시간 부풀리기는 비일비재하다는 증언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표준 정비 매뉴얼 비공개가 원인" 수입차 정비업체들이 이렇게 터무니없는 수리비 부풀리기를 할 수 있는 건, 표준화된 정비 매뉴얼이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입차 제조사들은 자체 A/S에 활용하기 위해 저마다 표준 정비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체 A/S에만 활용될 뿐 보험 수리 시에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험사들에게 표준 정비 매뉴얼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들이 고객 요구 등을 이유로 실제보다 작업시간을 부풀리더라도 보험사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물론 너무 심하게 수리 시간을 부풀리면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의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 역시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런 비용은 자동차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수입차 제조사들이 표준 정비 매뉴얼을 공개하고 이를 근거로 수리 시간 등을 공정하게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늘어 조만간 20%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수입차로 인한 전체 보험료 부담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입차 수리비 산정에 대한 투명한 기준 마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연관 기사] ☞ [뉴스9] 수입차 수리비 ‘제멋대로’…작업 시간 10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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