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4년째 대가뭄…“인간이 부른 재앙”

입력 2015.10.31 (08:26) 수정 2015.10.3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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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 항공우주국 나사가 발표한 올 상반기 전 세계 강우량 지도입니다.

파란색일수록 비가 많이 온 지역, 갈색일수록 비가 안 온 지역인데요.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한반도, 역시 갈색을 띠고 있네요.

우리보다 가뭄이 심한 나라도 많은데, 이곳 미 서부 캘리포니아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네요.

자, 이건 다른 강우량 영상인데, 상반기 누적 강우량을 일자별로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강우량이 많을수록 빨갛게 되는데, 여기 이곳 캘리포니아는 색깔이 아예 변하질 않습니다.

벌써 4년째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캘리포니아, 기후 변화 때문이라서 고통은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오는데.

김성한 순회 특파원이 캘리포니아 가뭄의 실태와 원인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높이 220m 규모의 웅장한 후버댐.

최대 담수량이 320억 톤, 소양강댐 10배에 달해 네바다와 캘리포니아 등 인근 4개 주에 물을 공급합니다.

하지만 4년째 이어진 가뭄에 댐 수위가 43m나 낮아졌습니다.

<인터뷰> 알랜 클래버(후버댐 홍보 담당) : "수위가 기록적으로 낮은 상태입니다. 4개월 전(지난 5월)부터 최저로 내려갔습니다."

후버댐이 만들어지며 생겨난 세계 최대 인공 호수 미드 호는 가뭄의 상징이 됐습니다.

수위가 내려가면서 호수 주변에 수십 미터에 이르는 누런 퇴적층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인터뷰> 스티븐 트라이온(라스베이거스 주민) : "물속에 있던 많은 섬이 지금은 밖으로 드러나 있어요."

'여기서부터가 강물이다.'라는 표지판입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강물이 여기까지 차올랐지만, 지금은 제 뒤로 약 50m 정도까지 강물이 후퇴해 있습니다.

가뭄 전 위성 영상과 비교하면 호수의 면적이 확연히 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드 호뿐 아니라 캘리포니아가 자랑하던 저수지 곳곳이 현저하게 물이 줄거나 바닥을 드러내며 말라가고 있습니다.

가뭄의 1차 피해는 농업부터 시작됐습니다.

물을 끌어오지 못한 땅에서는 농작물이 고사합니다.

미국 채소의 대부분이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지만, 지난해 농업 생산량이 3분이 1 감소했습니다.

총 손실액이 22억 달러에 이르고, 농업 종사자 만 7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귈러모 구티레즈(농장주) : "10~15년간 함께 일한 친구들이었는데, 안됐지만 놓아줄 수밖에 없었어요. 할 일이 없어요."

올해는 가뭄의 위협이 대도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시는 외부에서 끌어온 물을 1차로 저장하는 저수지에 9천6백만 개의 검은 공을 뿌려 덮었습니다.

뙤약볕에 물이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데, 증발을 90%까지 막아냅니다.

녹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해 수질 오염을 미리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저수지 전체를 뒤덮고 있는 이 공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으로 이 안에는 물이 들어 있어서 바람에 날아가지 않습니다.

공을 만드는 데만 우리 돈 410억 원이 들었지만, 물 절약으로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당국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젤모 콜린스(로스앤젤레스시 수자원발전국) : "검은 공을 이용한 이번 특별 계획으로 2억 5천만 달러를 아낄 수 있습니다."

물을 절약하는 정책도 본격화했습니다.

주 정부는 개인당 물 사용량을 25%까지 줄이는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보조금을 주며 녹색 잔디를 뒤집어엎고 물이 필요없는 인조 잔디로 바꾸고 있습니다.

기존 하수 처리 시설도 물 절약에 동참했습니다.

정수 처리한 물을 용수로 제공하는 물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에게 무료로 물을 제공합니다.

<인터뷰> 멜로디 라벨라(정수처리소) : "지금은 기온이 떨어져 찾는 사람이 줄었지만, 여름에 몹시 더울 때는 하루에 5백 명 넘게 찾아와 물을 받아갔습니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정수 처리 하수지만, 물을 받기 위해 차량이 줄을 서야 할 정도입니다.

<인터뷰> 마이클 테일러(캘리포니아 라피엣 주민) : "잔디와 장미 등 집 주변의 식물에 물을 줄 때 이 물을 씁니다."

차로 30분 떨어진 집까지 물을 실어나릅니다.

재활용 물을 사용한 뒤에는 잔디도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마이클 테일러(캘리포니아 라피엣 주민) : "물값이 보통 2달에 300달러였는데, 이 물을 쓰고부터는 150달러가 드니까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이 집 앞에는 재사용한 물을 사용한다는 팻말을 붙여놨습니다.

이런 팻말이 없이 잔디에 물을 주다가는 이웃 주민들이 물을 함부로 쓴다고 신고하기 때문입니다.

사막에 도시를 세운 캘리포니아는 전 세계에서 관개 시스템이 가장 발달한 곳입니다.

6개의 대형 수로와 통합 물관리 체계로 물을 주고받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인터뷰> 캄야르 구이벳치(캘리포니아주 수자원국) : "우리는 물이 생기는 곳에서 쓰는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지속해서 신경 써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50년간 캘리포니아의 인구가 두 배 증가하며 물 사용량도 크게 늘었습니다.

사막에 주택가와 골프장이 들어서고, 수영장까지 갖추며 물을 그야말로 물쓰듯했습니다.

이제는 자연이 주는 물 공급량이 한계에 도달한 겁니다.

<인터뷰> 제닌 존스(캘리포니아주 수자원국) :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좋은 장소에는 이미 최대한도까지 저수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연 강수량이 500mm 정도에 불과해 겨울철 로키 산맥에 내리는 눈이 수자원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겨울에 눈이 적게 내리자 원천 수자원이 부족하게 된 것입니다.

한겨울에도 로키 산맥에 눈보다는 비가 내려 위성 영상으로 봐도 흰색으로 보이는 눈 면적이 줄어들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올해는 눈의 양이 예년의 20%로 줄었는데, 주 지사는 눈이 없는 산에서 위기 극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제리 브라운(캘리포니아 주지사) : "주 전체에 걸쳐 물 사용을 근본적으로 줄이도록 의무화해야 합니다. 캘리포니아는 물 절약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물 사용 증가에 기후 변화가 더해지며 나타나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물 부족.

유일한 해결책은 물 사용량을 줄이는 것뿐입니다.

<인터뷰> 아미르 아가코착(어바인대 도시공학과 교수) : “인류가 초래한 가뭄으로 불러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물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이 주는 혜택은 한계가 있지만, 인간의 분별없는 남용이 지금의 물 부족 사태를 낳았다는 분석입니다.

자연의 역습을 받은 캘리포니아, 생활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자연과 공존할 수 없다는 경고를 인류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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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4년째 대가뭄…“인간이 부른 재앙”
    • 입력 2015-10-31 09:33:23
    • 수정2015-10-31 10:23:19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미 항공우주국 나사가 발표한 올 상반기 전 세계 강우량 지도입니다.

파란색일수록 비가 많이 온 지역, 갈색일수록 비가 안 온 지역인데요.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한반도, 역시 갈색을 띠고 있네요.

우리보다 가뭄이 심한 나라도 많은데, 이곳 미 서부 캘리포니아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네요.

자, 이건 다른 강우량 영상인데, 상반기 누적 강우량을 일자별로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강우량이 많을수록 빨갛게 되는데, 여기 이곳 캘리포니아는 색깔이 아예 변하질 않습니다.

벌써 4년째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캘리포니아, 기후 변화 때문이라서 고통은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오는데.

김성한 순회 특파원이 캘리포니아 가뭄의 실태와 원인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높이 220m 규모의 웅장한 후버댐.

최대 담수량이 320억 톤, 소양강댐 10배에 달해 네바다와 캘리포니아 등 인근 4개 주에 물을 공급합니다.

하지만 4년째 이어진 가뭄에 댐 수위가 43m나 낮아졌습니다.

<인터뷰> 알랜 클래버(후버댐 홍보 담당) : "수위가 기록적으로 낮은 상태입니다. 4개월 전(지난 5월)부터 최저로 내려갔습니다."

후버댐이 만들어지며 생겨난 세계 최대 인공 호수 미드 호는 가뭄의 상징이 됐습니다.

수위가 내려가면서 호수 주변에 수십 미터에 이르는 누런 퇴적층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인터뷰> 스티븐 트라이온(라스베이거스 주민) : "물속에 있던 많은 섬이 지금은 밖으로 드러나 있어요."

'여기서부터가 강물이다.'라는 표지판입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강물이 여기까지 차올랐지만, 지금은 제 뒤로 약 50m 정도까지 강물이 후퇴해 있습니다.

가뭄 전 위성 영상과 비교하면 호수의 면적이 확연히 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드 호뿐 아니라 캘리포니아가 자랑하던 저수지 곳곳이 현저하게 물이 줄거나 바닥을 드러내며 말라가고 있습니다.

가뭄의 1차 피해는 농업부터 시작됐습니다.

물을 끌어오지 못한 땅에서는 농작물이 고사합니다.

미국 채소의 대부분이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지만, 지난해 농업 생산량이 3분이 1 감소했습니다.

총 손실액이 22억 달러에 이르고, 농업 종사자 만 7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귈러모 구티레즈(농장주) : "10~15년간 함께 일한 친구들이었는데, 안됐지만 놓아줄 수밖에 없었어요. 할 일이 없어요."

올해는 가뭄의 위협이 대도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시는 외부에서 끌어온 물을 1차로 저장하는 저수지에 9천6백만 개의 검은 공을 뿌려 덮었습니다.

뙤약볕에 물이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데, 증발을 90%까지 막아냅니다.

녹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해 수질 오염을 미리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저수지 전체를 뒤덮고 있는 이 공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으로 이 안에는 물이 들어 있어서 바람에 날아가지 않습니다.

공을 만드는 데만 우리 돈 410억 원이 들었지만, 물 절약으로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당국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젤모 콜린스(로스앤젤레스시 수자원발전국) : "검은 공을 이용한 이번 특별 계획으로 2억 5천만 달러를 아낄 수 있습니다."

물을 절약하는 정책도 본격화했습니다.

주 정부는 개인당 물 사용량을 25%까지 줄이는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보조금을 주며 녹색 잔디를 뒤집어엎고 물이 필요없는 인조 잔디로 바꾸고 있습니다.

기존 하수 처리 시설도 물 절약에 동참했습니다.

정수 처리한 물을 용수로 제공하는 물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에게 무료로 물을 제공합니다.

<인터뷰> 멜로디 라벨라(정수처리소) : "지금은 기온이 떨어져 찾는 사람이 줄었지만, 여름에 몹시 더울 때는 하루에 5백 명 넘게 찾아와 물을 받아갔습니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정수 처리 하수지만, 물을 받기 위해 차량이 줄을 서야 할 정도입니다.

<인터뷰> 마이클 테일러(캘리포니아 라피엣 주민) : "잔디와 장미 등 집 주변의 식물에 물을 줄 때 이 물을 씁니다."

차로 30분 떨어진 집까지 물을 실어나릅니다.

재활용 물을 사용한 뒤에는 잔디도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마이클 테일러(캘리포니아 라피엣 주민) : "물값이 보통 2달에 300달러였는데, 이 물을 쓰고부터는 150달러가 드니까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이 집 앞에는 재사용한 물을 사용한다는 팻말을 붙여놨습니다.

이런 팻말이 없이 잔디에 물을 주다가는 이웃 주민들이 물을 함부로 쓴다고 신고하기 때문입니다.

사막에 도시를 세운 캘리포니아는 전 세계에서 관개 시스템이 가장 발달한 곳입니다.

6개의 대형 수로와 통합 물관리 체계로 물을 주고받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인터뷰> 캄야르 구이벳치(캘리포니아주 수자원국) : "우리는 물이 생기는 곳에서 쓰는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지속해서 신경 써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50년간 캘리포니아의 인구가 두 배 증가하며 물 사용량도 크게 늘었습니다.

사막에 주택가와 골프장이 들어서고, 수영장까지 갖추며 물을 그야말로 물쓰듯했습니다.

이제는 자연이 주는 물 공급량이 한계에 도달한 겁니다.

<인터뷰> 제닌 존스(캘리포니아주 수자원국) :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좋은 장소에는 이미 최대한도까지 저수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연 강수량이 500mm 정도에 불과해 겨울철 로키 산맥에 내리는 눈이 수자원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겨울에 눈이 적게 내리자 원천 수자원이 부족하게 된 것입니다.

한겨울에도 로키 산맥에 눈보다는 비가 내려 위성 영상으로 봐도 흰색으로 보이는 눈 면적이 줄어들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올해는 눈의 양이 예년의 20%로 줄었는데, 주 지사는 눈이 없는 산에서 위기 극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제리 브라운(캘리포니아 주지사) : "주 전체에 걸쳐 물 사용을 근본적으로 줄이도록 의무화해야 합니다. 캘리포니아는 물 절약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물 사용 증가에 기후 변화가 더해지며 나타나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물 부족.

유일한 해결책은 물 사용량을 줄이는 것뿐입니다.

<인터뷰> 아미르 아가코착(어바인대 도시공학과 교수) : “인류가 초래한 가뭄으로 불러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물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이 주는 혜택은 한계가 있지만, 인간의 분별없는 남용이 지금의 물 부족 사태를 낳았다는 분석입니다.

자연의 역습을 받은 캘리포니아, 생활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자연과 공존할 수 없다는 경고를 인류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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