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지만 유혹에 빠지지 않은 ‘초보 감독’ 김태형

입력 2015.10.3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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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48) 두산 베어스 감독이 사령탑 부임 첫해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대업을 이뤘다.

부임 첫해 우승을 차지한 건 1983년 해태 타이거즈 김응용 감독, 2005년 선동열 삼성 라이온즈 감독, 2011년 류중일 삼성 감독 이후 4번째다.

사실 두산은 아쉬움을 안고 정규시즌을 마쳤다.

79승 65패로 정규시즌 3위. '우승 후보'로 꼽히던 두산으로서는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초보 사령탑' 김태형 감독이 경기를 복기하며 "내가 생각해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모두 감독 책임"이라고 자책하는 일도 잦았다.

김 감독은 "경험이 부족해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정규시즌을 돌아봤다.

하지만 사실 정규시즌 막판부터 김태형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꽃피우고 있었다.

김 감독은 넥센과 치열한 3위 다툼을 펼쳤고, 10월 4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승리하며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했다.

4, 5위가 단판 승부를 펼치는 와일드카드제가 도입된 올 시즌, 3위와 4위의 행복지수는 매우 달랐다.

포스트시즌에 돌입하면서 김태형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미디어데이에서 여유 있는 농담을 던지며 긴장을 푼 김태형 감독은 과감한 결단력으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뚫었다.

두산은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모두 한 점차 승부를 펼치며 승리했다. 마무리 이현승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김태형 감독의 결단력이 돋보였다.

행운도 따랐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 5-9로 뒤진 9회초 대거 6점을 뽑으며 11-9 역전승을 거뒀다.

필승조 조상우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준 넥센이 자멸한 경기였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투수 운용을 한 김태형 감독이 이겼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활용법은 김태형 감독의 결단력을 드러내는 좋은 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 니퍼트를 내세운 김 감독은 4차전에서 다시 니퍼트를 선발로 예고했다. 1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투수를 3일 휴식 마운드에 서게 하는 다소 무리한 운용이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전적 1승 2패로 밀린 상황에서 두산은 반전이 필요했고, 김 감독은 니퍼트의 조기 투입을 분위기 전환 카드로 썼다.

두산은 니퍼트의 호투로 4차전에서 승리했고 여세를 몰아 5차전에서도 승리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니퍼트는 이번 가을 최고 투수였다. 구위가 좋은 투수를 최대한 자주 쓰고 싶은 건, 단기전에 나서는 사령탑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유희관은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내보내며 니퍼트에게 하루 더 휴식을 줬다.

두산은 1차전에서 8-9로 패했지만 니퍼트가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2차전에서는 두산이 6-1로 이겼다.

때론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만, 독이 될 수 있는 승부수는 반복하지 않는 김태형 감독의 뚝심이 드러난 장면이다.

삼성이 알프레도 피가로, 장원삼의 등판 일정을 당기는 강수를 두는 상황에서도 김태형 감독은 유희관·니퍼트·장원준·이현호의 4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선발진의 체력을 아꼈다.

니퍼트는 한국시리즈 최종전이 된 5차전에서 구원 등판해 팀 승리를 지켰다.

두산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매 경기 선발 투수 싸움에서 이겼다. 참고 기다릴 줄 아는 김태형 감독의 뚝심 덕에 두산 선발진은 더 강한 공을 뿌렸다.

한국시리즈 승자는 김태형 감독과 두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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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감하지만 유혹에 빠지지 않은 ‘초보 감독’ 김태형
    • 입력 2015-10-31 19:25:34
    연합뉴스
김태형(48) 두산 베어스 감독이 사령탑 부임 첫해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대업을 이뤘다. 부임 첫해 우승을 차지한 건 1983년 해태 타이거즈 김응용 감독, 2005년 선동열 삼성 라이온즈 감독, 2011년 류중일 삼성 감독 이후 4번째다. 사실 두산은 아쉬움을 안고 정규시즌을 마쳤다. 79승 65패로 정규시즌 3위. '우승 후보'로 꼽히던 두산으로서는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초보 사령탑' 김태형 감독이 경기를 복기하며 "내가 생각해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모두 감독 책임"이라고 자책하는 일도 잦았다. 김 감독은 "경험이 부족해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정규시즌을 돌아봤다. 하지만 사실 정규시즌 막판부터 김태형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꽃피우고 있었다. 김 감독은 넥센과 치열한 3위 다툼을 펼쳤고, 10월 4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승리하며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했다. 4, 5위가 단판 승부를 펼치는 와일드카드제가 도입된 올 시즌, 3위와 4위의 행복지수는 매우 달랐다. 포스트시즌에 돌입하면서 김태형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미디어데이에서 여유 있는 농담을 던지며 긴장을 푼 김태형 감독은 과감한 결단력으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뚫었다. 두산은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모두 한 점차 승부를 펼치며 승리했다. 마무리 이현승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김태형 감독의 결단력이 돋보였다. 행운도 따랐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 5-9로 뒤진 9회초 대거 6점을 뽑으며 11-9 역전승을 거뒀다. 필승조 조상우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준 넥센이 자멸한 경기였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투수 운용을 한 김태형 감독이 이겼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활용법은 김태형 감독의 결단력을 드러내는 좋은 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 니퍼트를 내세운 김 감독은 4차전에서 다시 니퍼트를 선발로 예고했다. 1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투수를 3일 휴식 마운드에 서게 하는 다소 무리한 운용이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전적 1승 2패로 밀린 상황에서 두산은 반전이 필요했고, 김 감독은 니퍼트의 조기 투입을 분위기 전환 카드로 썼다. 두산은 니퍼트의 호투로 4차전에서 승리했고 여세를 몰아 5차전에서도 승리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니퍼트는 이번 가을 최고 투수였다. 구위가 좋은 투수를 최대한 자주 쓰고 싶은 건, 단기전에 나서는 사령탑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했던 유희관은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내보내며 니퍼트에게 하루 더 휴식을 줬다. 두산은 1차전에서 8-9로 패했지만 니퍼트가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2차전에서는 두산이 6-1로 이겼다. 때론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만, 독이 될 수 있는 승부수는 반복하지 않는 김태형 감독의 뚝심이 드러난 장면이다. 삼성이 알프레도 피가로, 장원삼의 등판 일정을 당기는 강수를 두는 상황에서도 김태형 감독은 유희관·니퍼트·장원준·이현호의 4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선발진의 체력을 아꼈다. 니퍼트는 한국시리즈 최종전이 된 5차전에서 구원 등판해 팀 승리를 지켰다. 두산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매 경기 선발 투수 싸움에서 이겼다. 참고 기다릴 줄 아는 김태형 감독의 뚝심 덕에 두산 선발진은 더 강한 공을 뿌렸다. 한국시리즈 승자는 김태형 감독과 두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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