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몰아가기’ 보도…문제는?

입력 2015.11.01 (17:08) 수정 2015.11.0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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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달 초 아파트 주변의 길고양이를 돌보던 50대 여성이 위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숨진 사건이 있었죠.

언론은 이 사건을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을 일컫는 이른바 ‘캣맘’에 대한 혐오 범죄로 추정하고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확인되지 않은 범죄의 원인을 추측해 한 쪽으로 몰아간 언론 보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먼저, 이 문제를 박현진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박 기자. 먼저 사건 전개 과정부터 간략히 살펴볼까요?

네. 지난달 8일이었죠.

길고양이 집을 만들던 여성이 벽돌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언론의 관심도 점차 커져갔습니다.

<리포트>

<녹취> KBS 뉴스9(10.9) : “한 50대 여성이 아파트 화단에서 길고양이들을 위한 집을 지어주다가 아파트 높은 곳에서 날아온 벽돌에 맞아 숨졌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일단 이 사건의 고의성 여부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YTN 뉴스나이트(10.9) : “(최관석 경찰) 벽돌이 실질적으로 바람에 의해 떨어졌다기보다는 고의로 다른 사람이 던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발생 이틀이 지나도록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자 경찰은 제보 전단을 배포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했습니다.

벽돌 DNA 검사에 벽돌의 투척 가능 지점을 추정해 볼 수 있는 3차원 스캐너 시뮬레이션을 동원했고 주민들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계획됐습니다.

언론의 관심도 커져 갔습니다.

발생 직후에는 사건 내용을 간략히 다뤘지만,

<녹취> 동아(10.9) : “아파트 위층서 떨어진 벽돌 맞아 50대女 숨져”

이후, 점차 ‘캣맘’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기획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녹취> 경향신문(10.10) : “벽돌 맞아 숨진 용인 ‘캣맘’ 타살 가능성”

<녹취> 한국일보(10.14) : “캣맘 사망 일주일...‘보호론’ vs ‘민폐론’ 사회 갈등 키워드 된 길고양이”

사건 발생 이후 8일 동안 네이버에 올라온 관련 기사만 1,600여 건.

시간이 흐를수록 기사량도 급격히 늘어갔습니다.

그런데 사건 발생 9일째, 언론의 추측과 전혀 다른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녹취> MBC 뉴스(10.16) : “용인의 길고양이를 돌보던 주부가 날아든 벽돌에 맞아 숨진 사건, 초등학생들끼리 놀다가 발생한 참극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 SBS 뉴스(10.16) : “어린이들은 3~4호 라인 옥상에서 무게 1.8kg가량의 벽돌을 집어 이곳 5~6호 라인 옥상으로 넘어와 아래로 떨어뜨렸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질문> 대다수 언론의 추측이 빗나간 결론이었죠?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는데요.

언론이 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던 겁니까?

<답변> 네, 고양이 집을 만들다 변을 당했다는 사실에 지나치게 집중한 건데요.

언론들은 피해 여성을 곧바로 길고양이를 돌보는‘캣맘’으로 호칭하고, 이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누군가가 저지른 범죄라고 추정하며 과거의 관련 기사들까지 보도했습니다.

경찰이 피해자와 길고양이 문제로 다툰 사람을 찾는다는 전단을 배포한 이후 언론들은 일제히 '캣맘 혐오 범죄’라고 추정해 보도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과거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에 대한 범죄를 관련 기사로 보도했고,

<녹취> 조선닷컴(10.12) : “도 넘은 캣맘 혐오증...3년 전 인천 캣맘 사건 재조명. A씨는...이웃주민 J씨를 때리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거꾸로 집어넣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생명 경시 풍조가 살인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10.15) : “생명 존중의 공동체 가치 위협하는 캣맘 사망 사건. 이런 혐오범죄의 범인은 반드시 검거한다는 각오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혐오범죄가 급증하는 지금 시점에 매우 중요하다”

방송 출연자들의 추측성 발언도 잇따랐습니다.

<녹취> 채널A 뉴스뱅크(10.11) : “고양이 집을 지어주다가 테러를 당한 거거든요. 그래서 분명히 의도성이 있는 공격이었기 때문에..”

<녹취> TV조선 ‘사건을 쏘다’(10.12) : “13가구에 20명이 있었어요. 참고인 조사를 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모른다예요. 그런데 가능성은 그 중에 한명, 범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죠”

그러나 정작 기본적인 사실 확인에는 소홀했습니다.

상당수 언론들은 피해 여성을 인터넷 고양이 동호회 회원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피해자 가족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용의자 특정후 피해자 딸 게시 글 엄마 동호회 절대 아니야. 그냥 개인적으로 돌봤어.”

자신이 인터뷰한 내용을 왜곡해 보도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딸 : “게시 글 내가 원하는 건 잘못된 부분 정정하는 기사 내보내 달라는 거였거든. 근데 고양이 보살핀 내용만 편집해서 나갔다 하더라구. 기사를 있는 그대로 내보내주는 곳이 별로 없어..”

<인터뷰> 강미은(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 “고양이 집을 만들고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캣맘이고 또 캣맘을 혐오하는 사람의 범행이다 이렇게 몰고 갔잖아요. 주목을 받을만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뭔가 포장이 필요한데 그것을 캣맘으로 몰고 간 거죠.”

언론이 ‘캣맘 혐오‘ 라는 추측에만 집중하는 가운데 사건 초기 제기됐던 또 다른 가능성들은 묻혀버렸습니다.

<인터뷰>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 :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대중의 관심을 끌만한 그런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요소가 발견됐을 때 언론 미디어에서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 부분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현상들이 발생합니다. 그 이외의 작은 가능성, 작은 단서, 작은 정황들이 제기된 것들은 너무 쉽게 버려졌다는 겁니다”

<질문> 그런데 박 기자! 이번 사건 같은 경우,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불필요한 갈등을 부각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답변>

네. 언론은 일단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집중한 뒤, 선정적인 내용의 기사들을 계속해서 쏟아내며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인터넷에는 자극적인 제목의 글과 사진들이 떠돌았습니다.

이 중에서도 ‘캣맘 괴롭히는 방법’으로 소개된 내용은 그대로 기사화돼 확산됐습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가 도를 넘었다는 취지의 보도였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내용은 또 다른 논쟁을 불렀습니다.

<녹취> 연합(10.12) : “댓글들 동물 좀 시끄럽다고 부동액 먹이고 쥐약 놓아서 죽일 만한 일인가?”

<녹취> “1동물도 사랑하지만 가릴 건 가려야지. 자꾸 주거 지역에 밥 놓고..”

길고양이 보호에 대한 찬반 논란을 다룬 보도도 쏟아졌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10.12) : “길고양이 문제로 주민들 간의 갈등을 빚은 동네들. 크게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수두룩할 겁니다. (기자) 밤길에 갑자기 고양이가 달려들어 혼비백산했다거나 심지어 놀라 유산했다는 증언까지 이어집니다”

<녹취> 중앙일보(10.14) : “일부 주민 “먹이 줄 거면 똥도 치워라” 애니맘들 “먹이 줘야 쓰레기 안 뒤져””

동물보호단체들은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언론들이 예전부터 제기된 논란을 반복해 보도하는데 집중하면서 대립만 부추겼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전진경(동물보호시민단체) : “'카라' 상임이사 옛날 원론적인 문제로 돌아가서 고양이 밥을 주는게 맞냐, 죽이는 게 맞냐.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으니까 답답한 거죠. 어떤 균형 잡힌 그런 근거 없이 그냥 자극적인 양극단의 의견들이 무차별 기사를 통해서 생성되면서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고..”

<질문> 박 기자. 언론이 범죄 사건을 보도할 때 사건의 본질보다는 주목을 끌 만한 하나의 소재에 집중해 몰아가는 건 이번 경우만은 아니죠?

<답변>

네. 이슈가 될 만한 사건이 발생하면, 사실을 확인해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하기보다, 추측이더라도 당장 눈길을 끌만한 내용에 집중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한 아빠가 생후 28개월 된 아기를 살해한 사건이 보도됐습니다.

경찰은 생활고와 부인과의 별거, 게임 중독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저지른 범죄로 추정했지만 많은 언론은 게임 중독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뷰>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 :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에게 게임 몰입, 과몰입 증상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이 되죠. 그러면 바로 이 게임 과몰입, 게임 중독이 살인의 원인이구나라는 지나친 단정과 단계를 건너 뛴 추정을 하게 되고요. 이것이 보도가 되면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미디어들이 앞 다퉈서 게임 중독 살인이라는, 제목만 들어도 흥미 있고 관심이 집중되고 게임이라는 사회적인 일탈 행위 이 부분에 대해서 집중하게 되는 그런 현상이 불러일으켜 지게 되죠.”

지난해 12월 발생한 ‘수원 팔달산 시신 유기’ 사건.

시신에 장기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상당수 언론은 장기 밀매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 결과, 50대 남성이 내연녀를 살해해 유기한 사건일 뿐, 장기 밀매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범죄가 발생하면 언론은 관심을 끌만한 소재를 찾아내고 이와 관련된 자극적인 기사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냅니다.

이 과정에서 사실 확인에는 소홀해지고 때로는 잘못된 정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 재생산되기도 합니다.

<인터뷰> 강미은(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 “팩트 확인. 그것 밖에는 기사를 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하면 밋밋한 기사가 되니까 쓸 수가 없다? 쓸 수 없으면 안 써야 되는 게 맞는 것이고. 그것을 쓰기 위해서 팩트보다 지나친, 팩트 위에 추측을 덧붙여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범죄 사건의 경우 사건의 피해자가 있는 만큼,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섣부른 보도는 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또 사건의 본질을 벗어나 자극적 소재에만 주목한 기사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부르기도 합니다.

때문에, 범죄 사건 보도는 추측이 아닌 사실 확인, 무엇보다 정확성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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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의 ‘몰아가기’ 보도…문제는?
    • 입력 2015-11-01 17:47:58
    • 수정2015-11-02 13:12:26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지난달 초 아파트 주변의 길고양이를 돌보던 50대 여성이 위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숨진 사건이 있었죠.

언론은 이 사건을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을 일컫는 이른바 ‘캣맘’에 대한 혐오 범죄로 추정하고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확인되지 않은 범죄의 원인을 추측해 한 쪽으로 몰아간 언론 보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먼저, 이 문제를 박현진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박 기자. 먼저 사건 전개 과정부터 간략히 살펴볼까요?

네. 지난달 8일이었죠.

길고양이 집을 만들던 여성이 벽돌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언론의 관심도 점차 커져갔습니다.

<리포트>

<녹취> KBS 뉴스9(10.9) : “한 50대 여성이 아파트 화단에서 길고양이들을 위한 집을 지어주다가 아파트 높은 곳에서 날아온 벽돌에 맞아 숨졌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일단 이 사건의 고의성 여부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YTN 뉴스나이트(10.9) : “(최관석 경찰) 벽돌이 실질적으로 바람에 의해 떨어졌다기보다는 고의로 다른 사람이 던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발생 이틀이 지나도록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자 경찰은 제보 전단을 배포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했습니다.

벽돌 DNA 검사에 벽돌의 투척 가능 지점을 추정해 볼 수 있는 3차원 스캐너 시뮬레이션을 동원했고 주민들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계획됐습니다.

언론의 관심도 커져 갔습니다.

발생 직후에는 사건 내용을 간략히 다뤘지만,

<녹취> 동아(10.9) : “아파트 위층서 떨어진 벽돌 맞아 50대女 숨져”

이후, 점차 ‘캣맘’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기획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녹취> 경향신문(10.10) : “벽돌 맞아 숨진 용인 ‘캣맘’ 타살 가능성”

<녹취> 한국일보(10.14) : “캣맘 사망 일주일...‘보호론’ vs ‘민폐론’ 사회 갈등 키워드 된 길고양이”

사건 발생 이후 8일 동안 네이버에 올라온 관련 기사만 1,600여 건.

시간이 흐를수록 기사량도 급격히 늘어갔습니다.

그런데 사건 발생 9일째, 언론의 추측과 전혀 다른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녹취> MBC 뉴스(10.16) : “용인의 길고양이를 돌보던 주부가 날아든 벽돌에 맞아 숨진 사건, 초등학생들끼리 놀다가 발생한 참극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 SBS 뉴스(10.16) : “어린이들은 3~4호 라인 옥상에서 무게 1.8kg가량의 벽돌을 집어 이곳 5~6호 라인 옥상으로 넘어와 아래로 떨어뜨렸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질문> 대다수 언론의 추측이 빗나간 결론이었죠?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는데요.

언론이 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던 겁니까?

<답변> 네, 고양이 집을 만들다 변을 당했다는 사실에 지나치게 집중한 건데요.

언론들은 피해 여성을 곧바로 길고양이를 돌보는‘캣맘’으로 호칭하고, 이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누군가가 저지른 범죄라고 추정하며 과거의 관련 기사들까지 보도했습니다.

경찰이 피해자와 길고양이 문제로 다툰 사람을 찾는다는 전단을 배포한 이후 언론들은 일제히 '캣맘 혐오 범죄’라고 추정해 보도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과거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에 대한 범죄를 관련 기사로 보도했고,

<녹취> 조선닷컴(10.12) : “도 넘은 캣맘 혐오증...3년 전 인천 캣맘 사건 재조명. A씨는...이웃주민 J씨를 때리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거꾸로 집어넣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생명 경시 풍조가 살인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10.15) : “생명 존중의 공동체 가치 위협하는 캣맘 사망 사건. 이런 혐오범죄의 범인은 반드시 검거한다는 각오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혐오범죄가 급증하는 지금 시점에 매우 중요하다”

방송 출연자들의 추측성 발언도 잇따랐습니다.

<녹취> 채널A 뉴스뱅크(10.11) : “고양이 집을 지어주다가 테러를 당한 거거든요. 그래서 분명히 의도성이 있는 공격이었기 때문에..”

<녹취> TV조선 ‘사건을 쏘다’(10.12) : “13가구에 20명이 있었어요. 참고인 조사를 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모른다예요. 그런데 가능성은 그 중에 한명, 범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죠”

그러나 정작 기본적인 사실 확인에는 소홀했습니다.

상당수 언론들은 피해 여성을 인터넷 고양이 동호회 회원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피해자 가족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용의자 특정후 피해자 딸 게시 글 엄마 동호회 절대 아니야. 그냥 개인적으로 돌봤어.”

자신이 인터뷰한 내용을 왜곡해 보도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딸 : “게시 글 내가 원하는 건 잘못된 부분 정정하는 기사 내보내 달라는 거였거든. 근데 고양이 보살핀 내용만 편집해서 나갔다 하더라구. 기사를 있는 그대로 내보내주는 곳이 별로 없어..”

<인터뷰> 강미은(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 “고양이 집을 만들고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캣맘이고 또 캣맘을 혐오하는 사람의 범행이다 이렇게 몰고 갔잖아요. 주목을 받을만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뭔가 포장이 필요한데 그것을 캣맘으로 몰고 간 거죠.”

언론이 ‘캣맘 혐오‘ 라는 추측에만 집중하는 가운데 사건 초기 제기됐던 또 다른 가능성들은 묻혀버렸습니다.

<인터뷰>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 :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대중의 관심을 끌만한 그런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요소가 발견됐을 때 언론 미디어에서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 부분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현상들이 발생합니다. 그 이외의 작은 가능성, 작은 단서, 작은 정황들이 제기된 것들은 너무 쉽게 버려졌다는 겁니다”

<질문> 그런데 박 기자! 이번 사건 같은 경우,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불필요한 갈등을 부각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답변>

네. 언론은 일단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집중한 뒤, 선정적인 내용의 기사들을 계속해서 쏟아내며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인터넷에는 자극적인 제목의 글과 사진들이 떠돌았습니다.

이 중에서도 ‘캣맘 괴롭히는 방법’으로 소개된 내용은 그대로 기사화돼 확산됐습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가 도를 넘었다는 취지의 보도였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내용은 또 다른 논쟁을 불렀습니다.

<녹취> 연합(10.12) : “댓글들 동물 좀 시끄럽다고 부동액 먹이고 쥐약 놓아서 죽일 만한 일인가?”

<녹취> “1동물도 사랑하지만 가릴 건 가려야지. 자꾸 주거 지역에 밥 놓고..”

길고양이 보호에 대한 찬반 논란을 다룬 보도도 쏟아졌습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10.12) : “길고양이 문제로 주민들 간의 갈등을 빚은 동네들. 크게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수두룩할 겁니다. (기자) 밤길에 갑자기 고양이가 달려들어 혼비백산했다거나 심지어 놀라 유산했다는 증언까지 이어집니다”

<녹취> 중앙일보(10.14) : “일부 주민 “먹이 줄 거면 똥도 치워라” 애니맘들 “먹이 줘야 쓰레기 안 뒤져””

동물보호단체들은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언론들이 예전부터 제기된 논란을 반복해 보도하는데 집중하면서 대립만 부추겼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전진경(동물보호시민단체) : “'카라' 상임이사 옛날 원론적인 문제로 돌아가서 고양이 밥을 주는게 맞냐, 죽이는 게 맞냐.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으니까 답답한 거죠. 어떤 균형 잡힌 그런 근거 없이 그냥 자극적인 양극단의 의견들이 무차별 기사를 통해서 생성되면서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고..”

<질문> 박 기자. 언론이 범죄 사건을 보도할 때 사건의 본질보다는 주목을 끌 만한 하나의 소재에 집중해 몰아가는 건 이번 경우만은 아니죠?

<답변>

네. 이슈가 될 만한 사건이 발생하면, 사실을 확인해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하기보다, 추측이더라도 당장 눈길을 끌만한 내용에 집중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한 아빠가 생후 28개월 된 아기를 살해한 사건이 보도됐습니다.

경찰은 생활고와 부인과의 별거, 게임 중독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저지른 범죄로 추정했지만 많은 언론은 게임 중독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뷰>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 :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에게 게임 몰입, 과몰입 증상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이 되죠. 그러면 바로 이 게임 과몰입, 게임 중독이 살인의 원인이구나라는 지나친 단정과 단계를 건너 뛴 추정을 하게 되고요. 이것이 보도가 되면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미디어들이 앞 다퉈서 게임 중독 살인이라는, 제목만 들어도 흥미 있고 관심이 집중되고 게임이라는 사회적인 일탈 행위 이 부분에 대해서 집중하게 되는 그런 현상이 불러일으켜 지게 되죠.”

지난해 12월 발생한 ‘수원 팔달산 시신 유기’ 사건.

시신에 장기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상당수 언론은 장기 밀매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 결과, 50대 남성이 내연녀를 살해해 유기한 사건일 뿐, 장기 밀매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범죄가 발생하면 언론은 관심을 끌만한 소재를 찾아내고 이와 관련된 자극적인 기사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냅니다.

이 과정에서 사실 확인에는 소홀해지고 때로는 잘못된 정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 재생산되기도 합니다.

<인터뷰> 강미은(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 “팩트 확인. 그것 밖에는 기사를 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하면 밋밋한 기사가 되니까 쓸 수가 없다? 쓸 수 없으면 안 써야 되는 게 맞는 것이고. 그것을 쓰기 위해서 팩트보다 지나친, 팩트 위에 추측을 덧붙여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범죄 사건의 경우 사건의 피해자가 있는 만큼,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섣부른 보도는 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또 사건의 본질을 벗어나 자극적 소재에만 주목한 기사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부르기도 합니다.

때문에, 범죄 사건 보도는 추측이 아닌 사실 확인, 무엇보다 정확성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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