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우리 차례’…케냐 육상, 도핑 스캔들에 ‘벌벌’

도핑 스캔들에 휘청이는 러시아 육상을 바라보며 케냐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

AP통신은 13일(이하 한국시간) "케냐 육상은 '우리가 다음 도핑 스캔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고 전했다.

킵 케이노 케냐체육회 의장은 "케냐가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육상계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지금도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계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최근 러시아 육상 선수들의 광범위한 금지약물 사례를 적발해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 출전금지 등 중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WADA는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과정에서 러시아반도핑기구 소속 의사와 직원, 육상연맹 코치 등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WADA가 주목하는 또 다른 '도핑 위험 지대'는 케냐다.

WADA는 케냐에 지속적으로 '국가가 반도핑기구를 설립하고 운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케냐 반도핑기구는 아직 사무실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케냐육상경기연맹은 일단 도핑을 부인하고 있다.

케냐육상경기연맹을 이끄는 아이작 음왕기 회장은 "케냐 육상이 조직적으로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을 권하고 도핑 테스트를 돕는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왜 WADA가 케냐 육상을 주목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세계 육상 최강국 중 하나이며, 그만큼 많은 선수가 도핑테스트를 받기 때문에 양성 반응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항변했다.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는 단 2명이었고, 모두 케냐 선수였다.

여자 400m 조이스 자카리(29)와 여자 400m허들 코키 마눈가(24)가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을 보였다.

아직은 혐의만 있는 상태다. 하지만 곧 IAAF와 WADA가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두 선수의 금지약물 복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상 처음으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종합 우승을 차지한 케냐 육상의 자부심은 상처를 입는다.

케냐에서는 '마라톤 여제' 리타 젭투가 2011년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이는 등 꾸준히 마라톤, 중장거리 선수가 약물 문제로 징계를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케이노 의장은 "지금이라도 금지약물에 대한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