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대지진 뇌관 샌안드레아스 단층을 가다

입력 2015.11.14 (08:25) 수정 2015.11.1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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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 세계에서 지진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이 태평양 주변입니다.

그래서 '불의 고리'라고도 불리는데 미국 캘리포니아도 보시는 것처럼 불의 고리에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는 샌안드레아스라는 이름의 활성 단층, 그러니까 지표면이 조금씩 쪼개지는 지진대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다음 강진은 캘리포니아다’라며 위기감을 나타내고 냈는데, 지진의 핵심축이 될 샌안드레아스 단층, 김성한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땅이 두 쪽으로 갈라지며 도로를 가로지른 깊은 절벽이 생깁니다.

높이 220m의 후버댐이 순식간에 붕괴하고, 도심의 고층 건물도 맥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거대한 쓰나미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로 밀어닥칩니다.

초대형 지진을 소재로 한 영화 '샌안드레아스'입니다.

그런데 영화 속 대지진, 상상력의 산물만은 아닙니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팜스프링 지역.

누렇게 이어지는 사막 한가운데 작은 구릉이 솟아있습니다.

이 구릉, 불길한 지각 움직임의 증거입니다.

<녹취> 모건 레진(자연사학자) : "지각판이 움직이면 쿠키 사이로 반죽 같은 내용물이 나오죠? 저기 있는 회색 구릉이 바로 쿠키의 내용물 같은 것입니다."

차를 타고 구릉으로 가 보니 사방이 바위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바위는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틈들이 생겨 갈라지고 있습니다.

틈이 커지면 이렇게 협곡으로 발달하기도 합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이곳이 바로 샌안드레아스 단층입니다.

지난 2백만 년 동안 오른쪽에 있는 판과 왼쪽에 있는 판이 반대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이면서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냈습니다.

<인터뷰> 모건 레진(자연사학자) : "바위가 무르기 때문에 비가 오면 물이 바위를 깎아내리며 흐릅니다. 단층과 홍수가 이런 경관을 만든 것이지요."

거대한 두 지각판의 충돌면인 샌안드레아스 단층은 하늘에서 보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태평양과 맞닿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해 캘리포니아 남부까지 단층의 길이가 천2백km에 이릅니다.

태평양판과 북미판이 해마다 5cm씩 반대쪽으로 이동하면서 두 개로 층이 나뉘었고, 지각판들이 서로 스치며 부딪히는 면에서 지진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지난 1989년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일어나 피해가 잇달았습니다.

고가도로가 주저앉고,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는가 하면, 샌프란시스코 만에 있는 다리 '베이브리지'의 상판이 뚝 끊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는 샌프란시스코 북부에서 규모 6 강진이 발생해 1명이 숨졌습니다.

올해도 규모 4 이상의 지진만 21차례 발생했습니다.

지진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 어디선가 대형 지진이 반드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브라드 아가르드(미 지질조사국 과학자) : "30년 이내에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규모 6~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99%로 봅니다."

주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건 지진의 핵심축인 샌안드레아스 단층 주변에 수백 개의 작은 단층이 산재해 있다는 겁니다.

최근 들어서는 도심을 통과하는 작은 단층이 추가로 확인되고 있는데, 말하자면 단층이라는 뇌관이 도시 아래에도 깔려있는 겁니다.

버클리대의 미식축구 경기장은 지각이 갈라지는 단층 위에 들어선 것이 새로 확인돼 3년 전 재건축에 들어갔습니다.

지금은 경기장을 7조각으로 나누고 따로 움직이도록 만들어, 경기 중에 강진이 발생해도 관중이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인터뷰> 메리 코메리오(버클리대 건축학과 교수) : "틈이 움직입니다. 건너서 탈출하면 됩니다. 움직일 수 있는 틈이 있어요. 세상에 이런 건축물은 여기밖에 없어요. 지진에 안전한 경기장입니다."

벽에 보이는 갈라진 틈이 경기장 조각들의 경계입니다.

제가 서 있는 바로 이 지점을 중심으로 오른쪽 구조물과 왼쪽 구조물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강진이 나서 건축물이 뒤틀리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 한복판에서도 단층이 확인됐는데, 이 때문에 해당 구역에서는 1년 넘도록 건물을 아예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에릭 가세티(로스앤젤레스 시장) : "중심가나 한인타운, 할리우드 등에 건물이 많은데 지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가 지진에 견딜 만큼 강하지 않습니다.”

미 지질조사국은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규모 7.8 강진이 나면 2분 뒤 로스앤젤레스를 지나 북쪽으로 엄청난 피해가 확대된다는 시나리오를 공개했습니다.

<인터뷰> 루시 존스(미 지질조사국 선임 과학자) : "150년 주기의 샌안드레아스 단층 지진이 발생하면 수천억 달러의 재산 피해와 수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입니다."

최소 사망자가 천8백 명, 다친 사람은 5천여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기반이 취약한 건물이 붕괴하면서 잔해에 깔려 숨지거나 다치는 경우가 제일 많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처럼 경고음이 잇달아 울리면서 연방과 지방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진을 발생 즉시 탐지해 흔들림이 전파되기 최대 1분 전에 알리는 '지진 조기 경보'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1분 동안이면 탈출구를 미리 열어 두고, 책상 밑으로 몸을 피할 수 있어 인명 피해도 줄어든다는 게 이 제도가 기대하는 효과입니다.

주민들도 지진 대비에 관심이 많습니다.

미국의 재난 대응 체계는 개개인의 대비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유사시 혼란스런 상황에서는 정부 기능도 마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자렛 바리오스(로스앤젤레스 적십자사 대표) : "한꺼번에 경찰이나 소방, 적십자로 전화하면 누구도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일단 정부는 어느 지역이 지진에 취약한지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에 따라 개인은 보험에 들거나 다른 대비를 합니다.

재난 상황에서 2~3일 정도 버틸 수 있는 비상용품 마련도 개인적 대비의 하나입니다.

물과 식량, 천막 같은 필수품을 가방 하나에 담아놓은 상품인데, 20년간 비상용품을 팔아온 마이클 씨는 갈수록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마이클 스카일러(비상용품 판매상) : "요즘에는 준비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잦은 지진과 재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서 12번째로 인구 밀집도가 높은 캘리포니아.

평온해 보이는 일상과는 달리 3천8백만 인구가 대형 지진의 위험을 안고 살아갑니다.

정부는 위험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고 주민은 이에 맞춰 스스로 준비하면서 미국은 대형 재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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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대지진 뇌관 샌안드레아스 단층을 가다
    • 입력 2015-11-14 08:39:39
    • 수정2015-11-14 10:05:3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전 세계에서 지진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이 태평양 주변입니다.

그래서 '불의 고리'라고도 불리는데 미국 캘리포니아도 보시는 것처럼 불의 고리에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는 샌안드레아스라는 이름의 활성 단층, 그러니까 지표면이 조금씩 쪼개지는 지진대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다음 강진은 캘리포니아다’라며 위기감을 나타내고 냈는데, 지진의 핵심축이 될 샌안드레아스 단층, 김성한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땅이 두 쪽으로 갈라지며 도로를 가로지른 깊은 절벽이 생깁니다.

높이 220m의 후버댐이 순식간에 붕괴하고, 도심의 고층 건물도 맥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거대한 쓰나미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로 밀어닥칩니다.

초대형 지진을 소재로 한 영화 '샌안드레아스'입니다.

그런데 영화 속 대지진, 상상력의 산물만은 아닙니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팜스프링 지역.

누렇게 이어지는 사막 한가운데 작은 구릉이 솟아있습니다.

이 구릉, 불길한 지각 움직임의 증거입니다.

<녹취> 모건 레진(자연사학자) : "지각판이 움직이면 쿠키 사이로 반죽 같은 내용물이 나오죠? 저기 있는 회색 구릉이 바로 쿠키의 내용물 같은 것입니다."

차를 타고 구릉으로 가 보니 사방이 바위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바위는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틈들이 생겨 갈라지고 있습니다.

틈이 커지면 이렇게 협곡으로 발달하기도 합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이곳이 바로 샌안드레아스 단층입니다.

지난 2백만 년 동안 오른쪽에 있는 판과 왼쪽에 있는 판이 반대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이면서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냈습니다.

<인터뷰> 모건 레진(자연사학자) : "바위가 무르기 때문에 비가 오면 물이 바위를 깎아내리며 흐릅니다. 단층과 홍수가 이런 경관을 만든 것이지요."

거대한 두 지각판의 충돌면인 샌안드레아스 단층은 하늘에서 보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태평양과 맞닿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해 캘리포니아 남부까지 단층의 길이가 천2백km에 이릅니다.

태평양판과 북미판이 해마다 5cm씩 반대쪽으로 이동하면서 두 개로 층이 나뉘었고, 지각판들이 서로 스치며 부딪히는 면에서 지진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지난 1989년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일어나 피해가 잇달았습니다.

고가도로가 주저앉고,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는가 하면, 샌프란시스코 만에 있는 다리 '베이브리지'의 상판이 뚝 끊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는 샌프란시스코 북부에서 규모 6 강진이 발생해 1명이 숨졌습니다.

올해도 규모 4 이상의 지진만 21차례 발생했습니다.

지진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 어디선가 대형 지진이 반드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브라드 아가르드(미 지질조사국 과학자) : "30년 이내에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규모 6~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99%로 봅니다."

주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건 지진의 핵심축인 샌안드레아스 단층 주변에 수백 개의 작은 단층이 산재해 있다는 겁니다.

최근 들어서는 도심을 통과하는 작은 단층이 추가로 확인되고 있는데, 말하자면 단층이라는 뇌관이 도시 아래에도 깔려있는 겁니다.

버클리대의 미식축구 경기장은 지각이 갈라지는 단층 위에 들어선 것이 새로 확인돼 3년 전 재건축에 들어갔습니다.

지금은 경기장을 7조각으로 나누고 따로 움직이도록 만들어, 경기 중에 강진이 발생해도 관중이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인터뷰> 메리 코메리오(버클리대 건축학과 교수) : "틈이 움직입니다. 건너서 탈출하면 됩니다. 움직일 수 있는 틈이 있어요. 세상에 이런 건축물은 여기밖에 없어요. 지진에 안전한 경기장입니다."

벽에 보이는 갈라진 틈이 경기장 조각들의 경계입니다.

제가 서 있는 바로 이 지점을 중심으로 오른쪽 구조물과 왼쪽 구조물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강진이 나서 건축물이 뒤틀리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 한복판에서도 단층이 확인됐는데, 이 때문에 해당 구역에서는 1년 넘도록 건물을 아예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에릭 가세티(로스앤젤레스 시장) : "중심가나 한인타운, 할리우드 등에 건물이 많은데 지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가 지진에 견딜 만큼 강하지 않습니다.”

미 지질조사국은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규모 7.8 강진이 나면 2분 뒤 로스앤젤레스를 지나 북쪽으로 엄청난 피해가 확대된다는 시나리오를 공개했습니다.

<인터뷰> 루시 존스(미 지질조사국 선임 과학자) : "150년 주기의 샌안드레아스 단층 지진이 발생하면 수천억 달러의 재산 피해와 수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입니다."

최소 사망자가 천8백 명, 다친 사람은 5천여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기반이 취약한 건물이 붕괴하면서 잔해에 깔려 숨지거나 다치는 경우가 제일 많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처럼 경고음이 잇달아 울리면서 연방과 지방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진을 발생 즉시 탐지해 흔들림이 전파되기 최대 1분 전에 알리는 '지진 조기 경보'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1분 동안이면 탈출구를 미리 열어 두고, 책상 밑으로 몸을 피할 수 있어 인명 피해도 줄어든다는 게 이 제도가 기대하는 효과입니다.

주민들도 지진 대비에 관심이 많습니다.

미국의 재난 대응 체계는 개개인의 대비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유사시 혼란스런 상황에서는 정부 기능도 마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자렛 바리오스(로스앤젤레스 적십자사 대표) : "한꺼번에 경찰이나 소방, 적십자로 전화하면 누구도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일단 정부는 어느 지역이 지진에 취약한지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에 따라 개인은 보험에 들거나 다른 대비를 합니다.

재난 상황에서 2~3일 정도 버틸 수 있는 비상용품 마련도 개인적 대비의 하나입니다.

물과 식량, 천막 같은 필수품을 가방 하나에 담아놓은 상품인데, 20년간 비상용품을 팔아온 마이클 씨는 갈수록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마이클 스카일러(비상용품 판매상) : "요즘에는 준비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잦은 지진과 재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서 12번째로 인구 밀집도가 높은 캘리포니아.

평온해 보이는 일상과는 달리 3천8백만 인구가 대형 지진의 위험을 안고 살아갑니다.

정부는 위험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고 주민은 이에 맞춰 스스로 준비하면서 미국은 대형 재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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