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파리 테러’ 충격파…난민에 불똥 ‘혼란’

입력 2015.11.16 (21:13) 수정 2015.11.1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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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2001년 9월 11일, 알 카에다는 미국 한복판에서 전대 미문의 테러를 저질렀습니다.

14년 후 IS는 유럽의 한복판인 파리에서 동시다발테러를 자행했습니다.

여객기를 동원하지 않았고 희생자 수도 상대적으로 적지만 이번 테러는 9.11 테러에 못지 않은 충격을 유럽에 주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테러의 특징 살펴봅니다.

양지우 기자입니다.

▼세계 뒤흔든 파리 테러, 특징은?▼

<리포트>

테러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정부나 공공기관, 군이면 '하드 타깃'.

민간인이면 '소프트 타깃'입니다.

파리 동시 다발 테러에서 테러범들은 전형적인 소프트 타깃, 즉 민간인을 노렸습니다.

이런 유형의 테러는 시민들 사이에 불안감을 확산시킬 수 있고, 또 정부에는 압력 요인이 된다는 점을 노립니다.

<인터뷰> 파리 시민 : "이번 테러가 (지난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다른 점은 거리에 있는 누구라도 총에 맞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소프트 타깃' 테러는 테러범이 자연스럽게 군중에 섞여 있을 때 엄청난 피해를 낼 수 있습니다.

파리 테러에서 보듯 경계를 하지 않는 군중을 가까운 거리에서 쉽게 공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스티브 무어(전 FBI 특별조사관) : "(작은 공간에) 천5백 명 정도 있으면 사람들이 밖으로 빨리 나오지 못합니다. 그러면 테러범들은 사람들을 살해하기 시작합니다."

테러범들이 난민을 위장해 유럽에 들어온 것도 이번 테러의 큰 특징입니다.

한꺼번에 몰려든 난민 속에 섞여 유럽에 쉽게 발을 디딜 수 있었습니다.

▼새 위협 ‘난민 위장 테러리스트’▼

이번 파리 테러를 저지른 테러범 8명 중 2명은 시리아 여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대 남성인 한 테러범은 지난 달 초 60여 명의 난민들과 함께 보트를 타고 그리스 레로스 섬에 들어와 난민 등록을 했습니다.

이후 세르비아와 헝가리, 독일 등을 거쳐 프랑스 파리로 들어온 걸로 보입니다.

테러범이 그리스에서 난민으로 등록될 수 있었던 건 시리아 여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은 난민이 도착한 첫번째 국가에서 출신 국가별로 난민 등록을 받아주고 있는데,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온 난민은 다른 국가 출신보다 난민 등록이 훨씬 쉽습니다.

테러범은 이 점을 노려 시리아 여권을 가지고 난민 등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허점이 드러난 난민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의 난민 등록 절차로는 테러범을 밝혀낼 수 없고, 오히려 테러범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합법적으로 승인해준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

밀려드는 난민과 언제든 또 터질 수 있는 테러, 유럽이 더 이상 해결을 늦출 수 없는 절박한 과제가 됐습니다.

이민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난민 통제 가속화…깊어지는 혼란▼

<리포트>

독일과 함께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프랑스.

그러나 '난민 위장 테러'가 현실화되자, 당장, 난민 수용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녹취> 르펜(프랑스국민전선 대표) : "조국에 증오를 전파하는 외국인들과 이 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불법 난민들을 추방해야 합니다."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 등 난민에 우호적이던 국가들마저 밀려드는 난민을 감당 못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던 상황.

여기에 파리 테러까지 겹치며 유럽의 국경은 점점 굳게 닫히고 있습니다.

갈 곳 없는 진짜 난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모흐드 자헤드(시리아 난민) : "무슬림은 테러를 저지르지 않아요. 그들은 테러리스트일 뿐이에요. 우리는 아닙니다."

불똥은 미국에까지 튀었습니다.

내년부터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이 거센 반발에 직면한 것입니다.

<인터뷰> 젭 부시(공화당 대선 후보) : "난민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심사를 통해서 난민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난민 통제 강화가 예상되지만, 이같은 조치가 테러를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난민에 대한 배타적 정서와 혐오가, 극우 범죄와 추가 테러 등 더 심각한 분열과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파리에서 KBS 뉴스 이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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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파리 테러’ 충격파…난민에 불똥 ‘혼란’
    • 입력 2015-11-16 21:14:56
    • 수정2015-11-16 22: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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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2001년 9월 11일, 알 카에다는 미국 한복판에서 전대 미문의 테러를 저질렀습니다.

14년 후 IS는 유럽의 한복판인 파리에서 동시다발테러를 자행했습니다.

여객기를 동원하지 않았고 희생자 수도 상대적으로 적지만 이번 테러는 9.11 테러에 못지 않은 충격을 유럽에 주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테러의 특징 살펴봅니다.

양지우 기자입니다.

▼세계 뒤흔든 파리 테러, 특징은?▼

<리포트>

테러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정부나 공공기관, 군이면 '하드 타깃'.

민간인이면 '소프트 타깃'입니다.

파리 동시 다발 테러에서 테러범들은 전형적인 소프트 타깃, 즉 민간인을 노렸습니다.

이런 유형의 테러는 시민들 사이에 불안감을 확산시킬 수 있고, 또 정부에는 압력 요인이 된다는 점을 노립니다.

<인터뷰> 파리 시민 : "이번 테러가 (지난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다른 점은 거리에 있는 누구라도 총에 맞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소프트 타깃' 테러는 테러범이 자연스럽게 군중에 섞여 있을 때 엄청난 피해를 낼 수 있습니다.

파리 테러에서 보듯 경계를 하지 않는 군중을 가까운 거리에서 쉽게 공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스티브 무어(전 FBI 특별조사관) : "(작은 공간에) 천5백 명 정도 있으면 사람들이 밖으로 빨리 나오지 못합니다. 그러면 테러범들은 사람들을 살해하기 시작합니다."

테러범들이 난민을 위장해 유럽에 들어온 것도 이번 테러의 큰 특징입니다.

한꺼번에 몰려든 난민 속에 섞여 유럽에 쉽게 발을 디딜 수 있었습니다.

▼새 위협 ‘난민 위장 테러리스트’▼

이번 파리 테러를 저지른 테러범 8명 중 2명은 시리아 여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대 남성인 한 테러범은 지난 달 초 60여 명의 난민들과 함께 보트를 타고 그리스 레로스 섬에 들어와 난민 등록을 했습니다.

이후 세르비아와 헝가리, 독일 등을 거쳐 프랑스 파리로 들어온 걸로 보입니다.

테러범이 그리스에서 난민으로 등록될 수 있었던 건 시리아 여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은 난민이 도착한 첫번째 국가에서 출신 국가별로 난민 등록을 받아주고 있는데,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온 난민은 다른 국가 출신보다 난민 등록이 훨씬 쉽습니다.

테러범은 이 점을 노려 시리아 여권을 가지고 난민 등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허점이 드러난 난민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의 난민 등록 절차로는 테러범을 밝혀낼 수 없고, 오히려 테러범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합법적으로 승인해준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

밀려드는 난민과 언제든 또 터질 수 있는 테러, 유럽이 더 이상 해결을 늦출 수 없는 절박한 과제가 됐습니다.

이민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난민 통제 가속화…깊어지는 혼란▼

<리포트>

독일과 함께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프랑스.

그러나 '난민 위장 테러'가 현실화되자, 당장, 난민 수용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녹취> 르펜(프랑스국민전선 대표) : "조국에 증오를 전파하는 외국인들과 이 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불법 난민들을 추방해야 합니다."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 등 난민에 우호적이던 국가들마저 밀려드는 난민을 감당 못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던 상황.

여기에 파리 테러까지 겹치며 유럽의 국경은 점점 굳게 닫히고 있습니다.

갈 곳 없는 진짜 난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모흐드 자헤드(시리아 난민) : "무슬림은 테러를 저지르지 않아요. 그들은 테러리스트일 뿐이에요. 우리는 아닙니다."

불똥은 미국에까지 튀었습니다.

내년부터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이 거센 반발에 직면한 것입니다.

<인터뷰> 젭 부시(공화당 대선 후보) : "난민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심사를 통해서 난민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난민 통제 강화가 예상되지만, 이같은 조치가 테러를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난민에 대한 배타적 정서와 혐오가, 극우 범죄와 추가 테러 등 더 심각한 분열과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파리에서 KBS 뉴스 이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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