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 시대, 독립·예술 영화는?

입력 2015.11.22 (17:35) 수정 2015.11.22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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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 우리나라 영화산업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올해도 천만 관객 넘는 한국 영화가 이미 세 편이나 나오는 등 외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상업적 자본과 흥행 위주의 소재에서 벗어난 다양한 시도로 영화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우리 독립·예술영화들은 점점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상업영화의 호황 속에 가리워진 우리 독립·예술영화계의 어려운 현실을 김진희 기자가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일터의 모습은 바뀌었지만, 근로자들의 고단한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1970~8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성 근로자들의 애환을 담아낸 이 독립영화는 한국영화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2위인 은사자상까지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도 상영관을 잡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상업 영화에 밀려, 개봉 첫날부터 하나의 상영관에서 다른 영화와 번갈아 상영되는 이른바 ‘퐁당퐁당' 상영을 해야 했던 겁니다.

감독의 마음고생은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수상 소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인터뷰>임흥순(‘위로공단’ 감독) : "독립영화가 개봉하기도 힘들거든요. 차기작같은 경우도 60% 정도 촬영을 했는데, 개봉이 어려울 거라 예측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을 마련해준 주최측과 평론가 분들께 굉장히 감사드립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한해 제작된 독립영화는 810편.

하지만, 이 가운데 상영관에서 개봉된 독립영화는 61편으로, 7.5%에 불과합니다.

기존의 상업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독립영화는, 상업 영화에 비해 제작비는 물론 홍보, 마케팅 비용도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상영관을 잡기가 그만큼 어려운 겁니다.

독립영화의 개봉은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영화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우려가 나오게 된 걸까?

바로‘예술영화전용관’ 지원 방식이 바뀐데다 지원을 받는 전용관의 수도 대폭 줄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쳤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전국의 예술영화전용관 약 25곳에 지원금을 주겠다고 하는 등 해마다 수천만 원씩 보조하는 방식으로, 관객점유율이 낮아 운영난을 겪는 전용관들을 지원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전용관' 별로 지원하던 방식을 '영화’별 지원으로 바꿨습니다.

영진위에서 사업을 위탁받은 단체가 한국 독립,예술영화 48편을 선정하면, 이 가운데 24편을 골라 주말에 전 회차를 상영하는 등 성실하게 상영하는 15개 전용관과 지방 복합 상영관 10개에 지원금을 주겠다는 겁니다.

<인터뷰>김도선(영화진흥위원회 기반조성본부장) : "(이 정책이) 10년간 지속되면서, 일부 극장들이 지원금을 극장 운영비 위주로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극장 연명책이란 비판을 듣기도 합니다. 극장 지원 중심에서 관객 지원 중심으로 개편한 사업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독립,예술영화 관계자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전용관 지원을 축소한 것이나 다름없는데다 연간 수백 편 가운데 48편만 선택 지원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독립, 예술영화의 다양성을 위축시킬뿐더러, 적은 횟수나마 주어지던 상영 기회마저 앗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자료 녹취> 전국독립예술영화전용관모임 호소문 : "개별 예술영화전용관들의 고유성격과 지향성이 무시되어 프로그램 편성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며, 예술영화전용관 관객들은 다양한 영화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말 것이다."

이 가운데 대기업의 ‘독립영화계’ 진출에 대한 논란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개봉한 독립,예술영화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영화 ‘소셜포비아’입니다.

‘소셜포비아’와 같은 달에 개봉한 다른 한국 독립.예술영화는 모두 7편.

그러나, 소셜포비아가 만오천 번 넘게 상영되는 동안, 다른 독립,예술영화의 상영횟수는 많아야 천 9백번, 적게는 고작 16번에 그쳤습니다.

‘소셜 포비아’는 CJ 계열사인 CGV아트하우스가 투자,배급을 맡아 CGV를 중심으로 상영된 반면, 다른 영화들은 대부분 첫날부터 교차상영으로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독립,예술영화 흥행 순위 5위 안에도 CGV아트하우스가 배급을 맡은 영화가 3편이나 포진해 있습니다.

독립,예술 영화를 더 많이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계열 기업이 투자 배급한 영화를 집중 상영하는 등, 상업영화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독립,예술영화로 옮겨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터뷰>고영재(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 "본인들이 직접 배급,투자한 영화들만 진열장에 채우기 시작한 거예요. 그리고 나서, 우리가 이렇게 하니까 잘 되지 않느냐. 그 얘기는 달리 보면, ‘줄세우기’입니다. 본인들이 투자,제작,배급,상영까지 수직계열화한 형태의 모습으로 만약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한다면 이건 문제가 있는거죠."

이런 가운데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은 까페 안. 십여 명의 관객들이 임시로 설치된 스크린 앞에 모여 앉았습니다.

회의실 공간도 어느새 작은 영화관으로 변했습니다.

상영관을 찾지 못한 영화와 이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을 연결해주는 이른바 ‘공정영화 협동조합’입니다.

재작년 결성된 이 협동조합은 지금까지 30여 편의 독립,예술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최근엔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신청’ 절차를 보다 간소화했습니다. 더 많은 영화와 관객을 이어주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김선미(‘모두를 위한 극장’ 프로그래머) : "배급사를 구할 수 없었던 독립영화의 수많은 감독님들, 혹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하는 관객분들. 그렇게 봤을 때 문화 다양성도 소외자가 발생한다고 생각하고요. 관객과 생산자 두가지 모두를 위한 어떤 생태계를 만들어보고자 하는게 목적인 것 같아요."

인터넷을 통한 영화 시청이 늘어나면서, 독립.예술영화 다운로드 사이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극장 위주의 개봉에서 벗어나 대안을 모색해 보겠다는 시도들입니다.

<인터뷰>고영재(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 "저희 내부의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더 관객들을 만나려는 노력들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려진 밥상에, 그럴듯한 밥상이 차려지기 원하는 식의 계획은 사실 독립영화 정신이 아니거든요."

전체 한국영화 관객은 3년 연속 1억 명을 넘어섰고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도 해마다 2-3편씩 나오고 있습니다.

이 화려한 성적표는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게 아닙니다.

올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 충무로 대표배우로 자리매김한 유아인도 시작은 독립영화였습니다.

독립,예술 영화가 없었다면 지금의 한국영화도 없었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이달 26일부터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출품작은 모두 973편.

서로 다른 색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973개의 영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영화를 즐길 관객의 권리를 위해, 또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해 독립,예술 영화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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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11-22 22: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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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영화산업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올해도 천만 관객 넘는 한국 영화가 이미 세 편이나 나오는 등 외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상업적 자본과 흥행 위주의 소재에서 벗어난 다양한 시도로 영화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우리 독립·예술영화들은 점점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상업영화의 호황 속에 가리워진 우리 독립·예술영화계의 어려운 현실을 김진희 기자가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일터의 모습은 바뀌었지만, 근로자들의 고단한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1970~8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성 근로자들의 애환을 담아낸 이 독립영화는 한국영화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2위인 은사자상까지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도 상영관을 잡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상업 영화에 밀려, 개봉 첫날부터 하나의 상영관에서 다른 영화와 번갈아 상영되는 이른바 ‘퐁당퐁당' 상영을 해야 했던 겁니다.

감독의 마음고생은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수상 소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인터뷰>임흥순(‘위로공단’ 감독) : "독립영화가 개봉하기도 힘들거든요. 차기작같은 경우도 60% 정도 촬영을 했는데, 개봉이 어려울 거라 예측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을 마련해준 주최측과 평론가 분들께 굉장히 감사드립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한해 제작된 독립영화는 810편.

하지만, 이 가운데 상영관에서 개봉된 독립영화는 61편으로, 7.5%에 불과합니다.

기존의 상업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독립영화는, 상업 영화에 비해 제작비는 물론 홍보, 마케팅 비용도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상영관을 잡기가 그만큼 어려운 겁니다.

독립영화의 개봉은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영화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우려가 나오게 된 걸까?

바로‘예술영화전용관’ 지원 방식이 바뀐데다 지원을 받는 전용관의 수도 대폭 줄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쳤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전국의 예술영화전용관 약 25곳에 지원금을 주겠다고 하는 등 해마다 수천만 원씩 보조하는 방식으로, 관객점유율이 낮아 운영난을 겪는 전용관들을 지원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전용관' 별로 지원하던 방식을 '영화’별 지원으로 바꿨습니다.

영진위에서 사업을 위탁받은 단체가 한국 독립,예술영화 48편을 선정하면, 이 가운데 24편을 골라 주말에 전 회차를 상영하는 등 성실하게 상영하는 15개 전용관과 지방 복합 상영관 10개에 지원금을 주겠다는 겁니다.

<인터뷰>김도선(영화진흥위원회 기반조성본부장) : "(이 정책이) 10년간 지속되면서, 일부 극장들이 지원금을 극장 운영비 위주로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극장 연명책이란 비판을 듣기도 합니다. 극장 지원 중심에서 관객 지원 중심으로 개편한 사업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독립,예술영화 관계자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전용관 지원을 축소한 것이나 다름없는데다 연간 수백 편 가운데 48편만 선택 지원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독립, 예술영화의 다양성을 위축시킬뿐더러, 적은 횟수나마 주어지던 상영 기회마저 앗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자료 녹취> 전국독립예술영화전용관모임 호소문 : "개별 예술영화전용관들의 고유성격과 지향성이 무시되어 프로그램 편성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며, 예술영화전용관 관객들은 다양한 영화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말 것이다."

이 가운데 대기업의 ‘독립영화계’ 진출에 대한 논란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개봉한 독립,예술영화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영화 ‘소셜포비아’입니다.

‘소셜포비아’와 같은 달에 개봉한 다른 한국 독립.예술영화는 모두 7편.

그러나, 소셜포비아가 만오천 번 넘게 상영되는 동안, 다른 독립,예술영화의 상영횟수는 많아야 천 9백번, 적게는 고작 16번에 그쳤습니다.

‘소셜 포비아’는 CJ 계열사인 CGV아트하우스가 투자,배급을 맡아 CGV를 중심으로 상영된 반면, 다른 영화들은 대부분 첫날부터 교차상영으로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독립,예술영화 흥행 순위 5위 안에도 CGV아트하우스가 배급을 맡은 영화가 3편이나 포진해 있습니다.

독립,예술 영화를 더 많이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계열 기업이 투자 배급한 영화를 집중 상영하는 등, 상업영화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독립,예술영화로 옮겨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터뷰>고영재(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 "본인들이 직접 배급,투자한 영화들만 진열장에 채우기 시작한 거예요. 그리고 나서, 우리가 이렇게 하니까 잘 되지 않느냐. 그 얘기는 달리 보면, ‘줄세우기’입니다. 본인들이 투자,제작,배급,상영까지 수직계열화한 형태의 모습으로 만약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한다면 이건 문제가 있는거죠."

이런 가운데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은 까페 안. 십여 명의 관객들이 임시로 설치된 스크린 앞에 모여 앉았습니다.

회의실 공간도 어느새 작은 영화관으로 변했습니다.

상영관을 찾지 못한 영화와 이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을 연결해주는 이른바 ‘공정영화 협동조합’입니다.

재작년 결성된 이 협동조합은 지금까지 30여 편의 독립,예술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최근엔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신청’ 절차를 보다 간소화했습니다. 더 많은 영화와 관객을 이어주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김선미(‘모두를 위한 극장’ 프로그래머) : "배급사를 구할 수 없었던 독립영화의 수많은 감독님들, 혹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하는 관객분들. 그렇게 봤을 때 문화 다양성도 소외자가 발생한다고 생각하고요. 관객과 생산자 두가지 모두를 위한 어떤 생태계를 만들어보고자 하는게 목적인 것 같아요."

인터넷을 통한 영화 시청이 늘어나면서, 독립.예술영화 다운로드 사이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극장 위주의 개봉에서 벗어나 대안을 모색해 보겠다는 시도들입니다.

<인터뷰>고영재(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 "저희 내부의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더 관객들을 만나려는 노력들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려진 밥상에, 그럴듯한 밥상이 차려지기 원하는 식의 계획은 사실 독립영화 정신이 아니거든요."

전체 한국영화 관객은 3년 연속 1억 명을 넘어섰고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도 해마다 2-3편씩 나오고 있습니다.

이 화려한 성적표는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게 아닙니다.

올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 충무로 대표배우로 자리매김한 유아인도 시작은 독립영화였습니다.

독립,예술 영화가 없었다면 지금의 한국영화도 없었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이달 26일부터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출품작은 모두 973편.

서로 다른 색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973개의 영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영화를 즐길 관객의 권리를 위해, 또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해 독립,예술 영화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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