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민주화 큰 별 지다

입력 2015.11.23 (07:34) 수정 2015.11.2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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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해설위원]

한국 현대사 또 하나의 큰 별이 졌습니다. 정계에 몸담아 온 지 60여 년, 그는 바로 한국 현대 정치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뚝심과 열정으로 살아온 88년의 인생이었지만 결국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족적은 오래도록 기억되고 또 기억될 것입니다.

금융실명제 실시와 하나회 척결, 누구도 감히 손대지 못 했던 과거의 적폐를 한순간 허물어트리며 30여 년 만에 맞이한 문민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청와대 앞길을 과감하게 개방하고 주변의 안가들을 남김없이 철거했습니다.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90%가 넘는 지지율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기록입니다. 그는 기록의 사나이였습니다. 최연소 국회의원, 최다선 의원, 최초의 의원직 제명, 그러나 기록만큼 굴곡도 많았습니다. 두 차례의 가택연금과 23일간의 단식, 3당 합당과 IMF, 그리고 아들의 구속, 그렇게 다시 재야의 정치인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여전히 정치계의 거목이었습니다. 2009년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화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가장 오랜 경쟁관계이자 협력 관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특수 관계로 두 사람의 관계를 규정했습니다. 그랬던 두 사람이 모두 떠난 지금 한국 현대 정치사를 받쳐왔던 이른바 양김 시대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애증으로 점철된 두 거목의 화해는 영호남으로 나눠진 한국 정치사의 커다란 유산으로 기억돼야 할 것입니다.

역사의 격랑 속에 누구든 공과가 없을 순 없을 겁니다. 그러나 하나 분명히 기억돼야 할 것은 고인의 민주화를 위한 처절한 희생과 헌신일 것입니다. 자유당의 3선 개헌, 공화당의 3선 개헌과 유신, 그리고 신군부의 부조리에 두려움 없이 온몸으로 항거한 숭고한 뜻은 우리 헌정사에 깊이 새겨져야 할 덕목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빕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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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또 하나의 큰 별이 졌습니다. 정계에 몸담아 온 지 60여 년, 그는 바로 한국 현대 정치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뚝심과 열정으로 살아온 88년의 인생이었지만 결국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족적은 오래도록 기억되고 또 기억될 것입니다.

금융실명제 실시와 하나회 척결, 누구도 감히 손대지 못 했던 과거의 적폐를 한순간 허물어트리며 30여 년 만에 맞이한 문민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청와대 앞길을 과감하게 개방하고 주변의 안가들을 남김없이 철거했습니다.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90%가 넘는 지지율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기록입니다. 그는 기록의 사나이였습니다. 최연소 국회의원, 최다선 의원, 최초의 의원직 제명, 그러나 기록만큼 굴곡도 많았습니다. 두 차례의 가택연금과 23일간의 단식, 3당 합당과 IMF, 그리고 아들의 구속, 그렇게 다시 재야의 정치인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여전히 정치계의 거목이었습니다. 2009년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화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가장 오랜 경쟁관계이자 협력 관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특수 관계로 두 사람의 관계를 규정했습니다. 그랬던 두 사람이 모두 떠난 지금 한국 현대 정치사를 받쳐왔던 이른바 양김 시대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애증으로 점철된 두 거목의 화해는 영호남으로 나눠진 한국 정치사의 커다란 유산으로 기억돼야 할 것입니다.

역사의 격랑 속에 누구든 공과가 없을 순 없을 겁니다. 그러나 하나 분명히 기억돼야 할 것은 고인의 민주화를 위한 처절한 희생과 헌신일 것입니다. 자유당의 3선 개헌, 공화당의 3선 개헌과 유신, 그리고 신군부의 부조리에 두려움 없이 온몸으로 항거한 숭고한 뜻은 우리 헌정사에 깊이 새겨져야 할 덕목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빕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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