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북 청년들, ‘사회적 기업’으로 뭉쳤다

입력 2015.12.05 (08:19) 수정 2015.12.0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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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남북의 청년들이 사회적 기업을 함께 창업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쳤습니다.

취업은 물론 자립이 쉽지 않은 요즘, 남북 청년들이 같은 꿈을 꾸며 의기투합을 한 건데요,

맛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로 시작해 최근에는 함께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만드는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남북의 청년들이 함께 꿈을 향해 첫 발을 내딛은 현장,

이현정 리포터가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에 있는 한 대형 재래시장.

<녹취> "더 넣어주세요 (사과)알을. 세알, 세알 더 넣어주셔야죠."

얼마나 자주 왔는지 넉살좋게 덤까지 요구하는 한 청년이 있습니다.

<인터뷰> 강남규(서울 가락시장 상인) : "맨 처음에는 (탈북민인 거) 몰랐는데 (시장에) 왔다갔다 몇 번 하다가 열심히 하시는 거 보고 잘 챙겨 줄려고 해요."

매주 월요일마다 이곳을 찾는 탈북 청년 요셉 씨입니다.

<인터뷰> 박요셉(사회적 기업 ‘요벨 대표’) : "신선도를 그런 것들 체크하러 오기도 하고요.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후배들한테 가락시장 가면 이렇게 하면 된다고 얘기할 수 있으니까."

이른 아침부터 꼼꼼히 고른 싱싱한 과일들은 어디로 실려 가는 걸까요?

시내 중심가의 한 건물에 도착한 요셉 씨.

이 건물 11층에는 남북 청년들이 힘을 모아 문을 연 사회적 기업이 있는데요.

바로 ‘요벨’입니다.

<녹취> "원두가 배송이 안 되면 저희는 커피를 못 팔잖아요. 해야 될 일(발주를)을 안 해서요. (제가 안 한 게 아니죠.) 안 했지, 지금."

사업에 서툰 남북 청년들이 모였기에 때론 불협화음도 생기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맞춰가는 재미라고 합니다.

<인터뷰> 김지연(직원) : "이런 기회가 별로 없는데 이렇게 일하게 돼서 뜻깊게 생각하고, 이런 기회가 앞으로도 많아져서 같이 일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함께 할수록 깊어졌을 커피의 맛,

과연 손님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인터뷰> 연재준(기업은행 직원) : "커피도 너무 맛있고요. 친절하게 너무 잘해주셔서 저희 직원들 너무 이용 잘 하고 있고요."

<인터뷰> 이영재(기업은행 직원) : "우리 직원들한테 어떤 게 필요한 건지 조사해서 알아보고 메뉴 추가하는 게 좀 다른 점 같아요. 나중에 (탈북민인걸) 들어보니까 우리랑 다른 게 없구나, 그런 걸 좀 알게 됐죠."

‘요벨’은 지난해 12월 탈북 청년들만으로 이뤄진 카페를 창업하면서 첫 발을 내딛었는데요.

<인터뷰> 송혜영(직원) : "창업은 제가 전에도 가게를 했었어요. 그런데 몇 번 실패를 하고 앞으로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꾸며 나갈 것인가 이런 것에 대한 회의를 되게 많이 한단 말이에요."

탈북 청년들의 수가 만 육천 명에 달하는 요즘!

자립이 쉽지 않은 것이 남북 청년들의 공통 문제라고 생각했던 요벨은 최근 남한의 청년들과 힘을 합쳐 2호점을 열었습니다.

<인터뷰> 최선영(직원) : "저도 창업이 꿈이거든요. 커피숍 창업이요. 같이 하니까 부담도 덜 되고, 힘든 것도 좀 덜 되니까 괜찮죠."

<인터뷰> 박요셉(사회적 기업 ‘요벨’ 대표) : "공간을 조금만 공유해 주면 은행도 좋고 탈북 청년들도 그 공간에서 자립을 할 수 있으니까 좋죠."

그렇게 남북 청년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의기투합했고, 한 은행에서 매장을 무료로 제공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요셉(사회적 기업 ‘요벨’ 대표) : "남북이 통일되면 함께 어울려서 살아야 되잖아요. 그래서 저희부터 함께 남북한 청년들이 어울려서 사업도 해보고 요벨이 창업을 통해서 성공하고 싶어 하는 탈북 청년들의 허브 역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남한 정착의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는 탈북 청년들,

이들은 카페 창업에 이어 탈북민을 위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는데요.

과연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지, 함께 확인하러 가시죠.

다음날 오후,

<녹취> "(여러 군데 돌아다니시는 것 같은데 몇 번째 보시는 건가요?) 지금 스무 번째 집이고요, 아마 올해로는 마지막 집일 것 같습니다."

카페 일은 제쳐두고 빈집을 보러 다니는 요벨의 대표 요셉 씨.

<녹취> "아마 이쪽을 커뮤니티룸(공용 공간)으로 쓸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최근 요벨은 청년들을 위한 두 번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요.

서울시가 빈집을 고쳐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빈집 살리기’에 참여한 겁니다.

<인터뷰> 박요셉(사회적 기업 ‘요벨’ 대표) : "지금까지 한 몇 십 개의 빈집들을 돌아다녀 봤는데, (여기가) 딱 남북한 청년들이 어울려서 살아갈 수 있는 소셜하우징 모델(공공임대주택)을 만들고 싶은 집이에요."

오랜 시간 버려져 있던 건물들이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걸까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따라간 곳은 NGO단체 ‘해비타트’의 사무실.

<녹취> " (제가 사이트(현장)도 몇 군데 봤어요. 실제로 리모델링하고 그런 곳들. 저희가 굳이 이쪽이 아니더라도 다른 쪽으로, 유사 여관 쪽으로 (어떠세요)?) (제가 본) 거기도 여관을 하다가 한 7~8년 정도 계속 빈집이었더라고요.:

‘해비타트’는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민간단체인데요.

두 단체가 힘을 합쳐 주거가 불안한 남북 청년들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소셜하우징’, 즉 공공임대주택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변성진(해비타트 사업관리본부 건축사업실 대리) : "사업적인 면을 떠나서 저희 동포고 앞으로 감싸 안아야 되고 함께 만들어 나가야될 한국인데요. 그런 것에 있어서 초석이 되는 사업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요셉(사회적 기업 ‘요벨’ 대표) : "주거 문제가 (해결이) 필요한 북한 청년들, 남한 청년들이 같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하우스를 지금 만들려고 (합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만나 서로를 도우며 성장해가는 남북 청년들,

지금의 노력들이 자립의 기반이 되고 훗날 통일을 위한 발판이 될 날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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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남북 청년들, ‘사회적 기업’으로 뭉쳤다
    • 입력 2015-12-05 08:45:09
    • 수정2015-12-05 09:41:57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남북의 청년들이 사회적 기업을 함께 창업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쳤습니다.

취업은 물론 자립이 쉽지 않은 요즘, 남북 청년들이 같은 꿈을 꾸며 의기투합을 한 건데요,

맛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로 시작해 최근에는 함께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만드는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남북의 청년들이 함께 꿈을 향해 첫 발을 내딛은 현장,

이현정 리포터가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에 있는 한 대형 재래시장.

<녹취> "더 넣어주세요 (사과)알을. 세알, 세알 더 넣어주셔야죠."

얼마나 자주 왔는지 넉살좋게 덤까지 요구하는 한 청년이 있습니다.

<인터뷰> 강남규(서울 가락시장 상인) : "맨 처음에는 (탈북민인 거) 몰랐는데 (시장에) 왔다갔다 몇 번 하다가 열심히 하시는 거 보고 잘 챙겨 줄려고 해요."

매주 월요일마다 이곳을 찾는 탈북 청년 요셉 씨입니다.

<인터뷰> 박요셉(사회적 기업 ‘요벨 대표’) : "신선도를 그런 것들 체크하러 오기도 하고요.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후배들한테 가락시장 가면 이렇게 하면 된다고 얘기할 수 있으니까."

이른 아침부터 꼼꼼히 고른 싱싱한 과일들은 어디로 실려 가는 걸까요?

시내 중심가의 한 건물에 도착한 요셉 씨.

이 건물 11층에는 남북 청년들이 힘을 모아 문을 연 사회적 기업이 있는데요.

바로 ‘요벨’입니다.

<녹취> "원두가 배송이 안 되면 저희는 커피를 못 팔잖아요. 해야 될 일(발주를)을 안 해서요. (제가 안 한 게 아니죠.) 안 했지, 지금."

사업에 서툰 남북 청년들이 모였기에 때론 불협화음도 생기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맞춰가는 재미라고 합니다.

<인터뷰> 김지연(직원) : "이런 기회가 별로 없는데 이렇게 일하게 돼서 뜻깊게 생각하고, 이런 기회가 앞으로도 많아져서 같이 일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함께 할수록 깊어졌을 커피의 맛,

과연 손님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인터뷰> 연재준(기업은행 직원) : "커피도 너무 맛있고요. 친절하게 너무 잘해주셔서 저희 직원들 너무 이용 잘 하고 있고요."

<인터뷰> 이영재(기업은행 직원) : "우리 직원들한테 어떤 게 필요한 건지 조사해서 알아보고 메뉴 추가하는 게 좀 다른 점 같아요. 나중에 (탈북민인걸) 들어보니까 우리랑 다른 게 없구나, 그런 걸 좀 알게 됐죠."

‘요벨’은 지난해 12월 탈북 청년들만으로 이뤄진 카페를 창업하면서 첫 발을 내딛었는데요.

<인터뷰> 송혜영(직원) : "창업은 제가 전에도 가게를 했었어요. 그런데 몇 번 실패를 하고 앞으로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꾸며 나갈 것인가 이런 것에 대한 회의를 되게 많이 한단 말이에요."

탈북 청년들의 수가 만 육천 명에 달하는 요즘!

자립이 쉽지 않은 것이 남북 청년들의 공통 문제라고 생각했던 요벨은 최근 남한의 청년들과 힘을 합쳐 2호점을 열었습니다.

<인터뷰> 최선영(직원) : "저도 창업이 꿈이거든요. 커피숍 창업이요. 같이 하니까 부담도 덜 되고, 힘든 것도 좀 덜 되니까 괜찮죠."

<인터뷰> 박요셉(사회적 기업 ‘요벨’ 대표) : "공간을 조금만 공유해 주면 은행도 좋고 탈북 청년들도 그 공간에서 자립을 할 수 있으니까 좋죠."

그렇게 남북 청년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의기투합했고, 한 은행에서 매장을 무료로 제공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요셉(사회적 기업 ‘요벨’ 대표) : "남북이 통일되면 함께 어울려서 살아야 되잖아요. 그래서 저희부터 함께 남북한 청년들이 어울려서 사업도 해보고 요벨이 창업을 통해서 성공하고 싶어 하는 탈북 청년들의 허브 역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남한 정착의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는 탈북 청년들,

이들은 카페 창업에 이어 탈북민을 위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는데요.

과연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지, 함께 확인하러 가시죠.

다음날 오후,

<녹취> "(여러 군데 돌아다니시는 것 같은데 몇 번째 보시는 건가요?) 지금 스무 번째 집이고요, 아마 올해로는 마지막 집일 것 같습니다."

카페 일은 제쳐두고 빈집을 보러 다니는 요벨의 대표 요셉 씨.

<녹취> "아마 이쪽을 커뮤니티룸(공용 공간)으로 쓸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최근 요벨은 청년들을 위한 두 번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요.

서울시가 빈집을 고쳐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빈집 살리기’에 참여한 겁니다.

<인터뷰> 박요셉(사회적 기업 ‘요벨’ 대표) : "지금까지 한 몇 십 개의 빈집들을 돌아다녀 봤는데, (여기가) 딱 남북한 청년들이 어울려서 살아갈 수 있는 소셜하우징 모델(공공임대주택)을 만들고 싶은 집이에요."

오랜 시간 버려져 있던 건물들이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걸까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따라간 곳은 NGO단체 ‘해비타트’의 사무실.

<녹취> " (제가 사이트(현장)도 몇 군데 봤어요. 실제로 리모델링하고 그런 곳들. 저희가 굳이 이쪽이 아니더라도 다른 쪽으로, 유사 여관 쪽으로 (어떠세요)?) (제가 본) 거기도 여관을 하다가 한 7~8년 정도 계속 빈집이었더라고요.:

‘해비타트’는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민간단체인데요.

두 단체가 힘을 합쳐 주거가 불안한 남북 청년들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소셜하우징’, 즉 공공임대주택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변성진(해비타트 사업관리본부 건축사업실 대리) : "사업적인 면을 떠나서 저희 동포고 앞으로 감싸 안아야 되고 함께 만들어 나가야될 한국인데요. 그런 것에 있어서 초석이 되는 사업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요셉(사회적 기업 ‘요벨’ 대표) : "주거 문제가 (해결이) 필요한 북한 청년들, 남한 청년들이 같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하우스를 지금 만들려고 (합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만나 서로를 도우며 성장해가는 남북 청년들,

지금의 노력들이 자립의 기반이 되고 훗날 통일을 위한 발판이 될 날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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