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모래판 위의 탈북 소년 장사, 이신’

입력 2015.12.19 (08:20) 수정 2015.12.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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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빼어난 씨름 실력으로 모래판을 휩쓸고 있는 한 탈북 소년 장사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3년 전 엄마를 따라 한국 땅을 밟은 탈북 2세 출신인데요,

씨름으로 성공해 아픈 엄마와 쌍둥이 여동생을 돌보는 게 이 소년의 꿈이라고 합니다.

홍은지 리포터가 들배지기가 특기라는 이 탈북 소년 장사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전 지금 씨름을 하고 있고요."

현재 시간 7시 15분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등교하기에는 살짝 이른 시각인데요.

이 중학교 씨름부에는 매일 이 시간, 홀로 체육관을 찾아 운동 하는 선수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선수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지금 바로 만나러 가보시죠.

부산 한 중학교에 있는 체력단련장.

얼마나 열심히 운동을 했는지, 중학교 1학년이라곤 믿기 힘든 단단한 몸!

<인터뷰> 이신(신곡중학교 1학년) : "내년에 전국체전 시합이 있어서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연습 벌레, 이신 선수입니다.

탈북민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3년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신이.

친구들과 어울릴 땐 영락없는 중학교 1학년 장난꾸러기입니다.

<인터뷰> 박주연(신곡중학교 1학년) :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차별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서 딱히 꺼리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수업이 끝난 후, 연습에 돌입하니 눈빛부터 달라진 이신 선수.

처음 한국에 왔을 땐 낯선 환경 때문에 친구들과 싸우기 일쑤였다는데요.

<인터뷰> 이신(신곡중학교 1학년) : "친구 사이에서 나쁜 (일 있었던) 거 다 씨름하면서 잊어버리고 또 집에서 무슨 일 있으면 씨름장에 와서 씨름하면서 잊어버리고. 그게 좋아요."

당시 초등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한 씨름이 신이의 삶을 바꿔놨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강민(신곡중학교 2학년) : "(신이가) 평상시에 운동을 엄청 열심히 하고. 저희보다도 많이 하고, 더 노력도 많이 하는 것 같고요. 생각 외로 착하고."

지난 12일 부산시의 한 씨름 경기장.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초조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이신 선수가 보이는데요.

<인터뷰> "다음 소장급 결승전입니다. 청샅바 이민석, 홍샅바 이신."

막상 모래판을 밟으니 매섭게 상대 선수를 몰아붙이는 이신 선수!

시원하게 상대 선수를 내다 꽂으며 올해 마지막 참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요.

대회가 끝나자마자 기뻐할 새도 없이 내년에 있을 전국소년체전 준비로 다시 바쁜 나날이 시작됐습니다.

하루에 훈련만 여섯 시간.

들배지기가 특기라는 이신 선수의 목표는 단지 천하장사가 아니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신 선수의 최종목표는 무엇일까요?

훈련이 끝난 뒤 병원을 찾은 이신 선수.

<녹취> "엄마 괜찮아? (응, 괜찮아)"

어디가 아픈가 했더니, 혼자 병실에 있던 엄마가 걱정됐던 모양입니다.

<인터뷰> 박봉숙(이신 엄마) : "허리가 많이 아파서 제가 좀 고생을 하고 있어요."

15년 전, 신이와 쌍둥이 동생 민이를 임신한 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한 엄마...

엄마는 강제송환의 공포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이들을 남겨둔 채 지난 2009년 한국행을 택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봉숙(이신 엄마) : "(신이가) ‘엄마 우리 한국에 언제 데려 가냐’고 이 소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신아 네가 마음의 준비를 해라. 엄마는 중국에서 있을 때 모습이 아니다. '엄마 내가 돌봐줄게’ 딱 이 한마디 하더라고요."

후에 어렵사리 아이들을 데려왔지만 그간의 고생으로 인해 망가지고 만 엄마의 몸...

게다가 편견을 갖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또 다른 상처로 남았습니다.

<인터뷰> 박봉숙(이신 엄마) : "북한 빨갱이이라는 소리까지 해서 신이가 그 말을 모르니까 그 말을 며칠 만에 (마음에) 안고 들어왔더라고요. 엄마 북한 빨갱이이가 무슨 소리인가 묻더라고요. 그때 가슴이 너무 내가 앞에서 울지를 못했어요."

엄마와 신이, 그리고 동생까지 세 식구가 함께 하기 위해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와야 했던 걸까요.

하늘이 캄캄해지고 나서야 집에 도착한 신이,

또래 친구들은 가족들과 저녁을 먹을 시간이지만, 신이와 동생 민이는 병원에 있는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민(이신 동생) : "엄마가 (힘들었던 거) 말 안 해줘요. 엄마가 아픈데도 저희 키워줘서 고맙고요."

<인터뷰> 이신(신곡중학교 1학년) : "(중국에서 엄마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한국에) 가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옆에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었어요."

중국을 떠나 엄마 곁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되찾은 아이들의 미소.

<인터뷰> 이민(이신 동생) : "보고 싶었어요. 데려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엄마의 아픈 몸과 마음을 헤아리는 남매는 이제 엄마의 웃음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인터뷰> 이신(신곡중학교 1학년) : "성공해서 엄마한테 더 좋은 집 사주고 싶어요."

어려운 여건을 딛고 이제는 함께할 수 있게 된 신이네 세 식구.

씨름으로 성공해 가족들의 행복을 지키겠다는 신이의 꿈이 이뤄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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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모래판 위의 탈북 소년 장사, 이신’
    • 입력 2015-12-19 08:56:58
    • 수정2015-12-19 09: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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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통일로 미래로]입니다.

빼어난 씨름 실력으로 모래판을 휩쓸고 있는 한 탈북 소년 장사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3년 전 엄마를 따라 한국 땅을 밟은 탈북 2세 출신인데요,

씨름으로 성공해 아픈 엄마와 쌍둥이 여동생을 돌보는 게 이 소년의 꿈이라고 합니다.

홍은지 리포터가 들배지기가 특기라는 이 탈북 소년 장사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전 지금 씨름을 하고 있고요."

현재 시간 7시 15분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등교하기에는 살짝 이른 시각인데요.

이 중학교 씨름부에는 매일 이 시간, 홀로 체육관을 찾아 운동 하는 선수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선수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지금 바로 만나러 가보시죠.

부산 한 중학교에 있는 체력단련장.

얼마나 열심히 운동을 했는지, 중학교 1학년이라곤 믿기 힘든 단단한 몸!

<인터뷰> 이신(신곡중학교 1학년) : "내년에 전국체전 시합이 있어서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연습 벌레, 이신 선수입니다.

탈북민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3년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신이.

친구들과 어울릴 땐 영락없는 중학교 1학년 장난꾸러기입니다.

<인터뷰> 박주연(신곡중학교 1학년) :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차별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서 딱히 꺼리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수업이 끝난 후, 연습에 돌입하니 눈빛부터 달라진 이신 선수.

처음 한국에 왔을 땐 낯선 환경 때문에 친구들과 싸우기 일쑤였다는데요.

<인터뷰> 이신(신곡중학교 1학년) : "친구 사이에서 나쁜 (일 있었던) 거 다 씨름하면서 잊어버리고 또 집에서 무슨 일 있으면 씨름장에 와서 씨름하면서 잊어버리고. 그게 좋아요."

당시 초등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한 씨름이 신이의 삶을 바꿔놨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강민(신곡중학교 2학년) : "(신이가) 평상시에 운동을 엄청 열심히 하고. 저희보다도 많이 하고, 더 노력도 많이 하는 것 같고요. 생각 외로 착하고."

지난 12일 부산시의 한 씨름 경기장.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초조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이신 선수가 보이는데요.

<인터뷰> "다음 소장급 결승전입니다. 청샅바 이민석, 홍샅바 이신."

막상 모래판을 밟으니 매섭게 상대 선수를 몰아붙이는 이신 선수!

시원하게 상대 선수를 내다 꽂으며 올해 마지막 참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요.

대회가 끝나자마자 기뻐할 새도 없이 내년에 있을 전국소년체전 준비로 다시 바쁜 나날이 시작됐습니다.

하루에 훈련만 여섯 시간.

들배지기가 특기라는 이신 선수의 목표는 단지 천하장사가 아니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신 선수의 최종목표는 무엇일까요?

훈련이 끝난 뒤 병원을 찾은 이신 선수.

<녹취> "엄마 괜찮아? (응, 괜찮아)"

어디가 아픈가 했더니, 혼자 병실에 있던 엄마가 걱정됐던 모양입니다.

<인터뷰> 박봉숙(이신 엄마) : "허리가 많이 아파서 제가 좀 고생을 하고 있어요."

15년 전, 신이와 쌍둥이 동생 민이를 임신한 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한 엄마...

엄마는 강제송환의 공포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이들을 남겨둔 채 지난 2009년 한국행을 택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봉숙(이신 엄마) : "(신이가) ‘엄마 우리 한국에 언제 데려 가냐’고 이 소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신아 네가 마음의 준비를 해라. 엄마는 중국에서 있을 때 모습이 아니다. '엄마 내가 돌봐줄게’ 딱 이 한마디 하더라고요."

후에 어렵사리 아이들을 데려왔지만 그간의 고생으로 인해 망가지고 만 엄마의 몸...

게다가 편견을 갖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또 다른 상처로 남았습니다.

<인터뷰> 박봉숙(이신 엄마) : "북한 빨갱이이라는 소리까지 해서 신이가 그 말을 모르니까 그 말을 며칠 만에 (마음에) 안고 들어왔더라고요. 엄마 북한 빨갱이이가 무슨 소리인가 묻더라고요. 그때 가슴이 너무 내가 앞에서 울지를 못했어요."

엄마와 신이, 그리고 동생까지 세 식구가 함께 하기 위해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와야 했던 걸까요.

하늘이 캄캄해지고 나서야 집에 도착한 신이,

또래 친구들은 가족들과 저녁을 먹을 시간이지만, 신이와 동생 민이는 병원에 있는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민(이신 동생) : "엄마가 (힘들었던 거) 말 안 해줘요. 엄마가 아픈데도 저희 키워줘서 고맙고요."

<인터뷰> 이신(신곡중학교 1학년) : "(중국에서 엄마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한국에) 가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옆에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었어요."

중국을 떠나 엄마 곁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되찾은 아이들의 미소.

<인터뷰> 이민(이신 동생) : "보고 싶었어요. 데려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엄마의 아픈 몸과 마음을 헤아리는 남매는 이제 엄마의 웃음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인터뷰> 이신(신곡중학교 1학년) : "성공해서 엄마한테 더 좋은 집 사주고 싶어요."

어려운 여건을 딛고 이제는 함께할 수 있게 된 신이네 세 식구.

씨름으로 성공해 가족들의 행복을 지키겠다는 신이의 꿈이 이뤄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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