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요”…‘16kg’ 11살 소녀 맨발로 탈출

입력 2015.12.21 (12:17) 수정 2015.12.2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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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1살 여자아이를 집 안에 가둬놓고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폭행해 온 친아버지와 동거녀가 구속됐습니다.

배가 고파서 맨발로 탈출한 아이는 몸무게가 4살 수준이었고, 갈비뼈에 금이 가 있었습니다.

김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1살 소녀가 슈퍼 안을 서성입니다.

한겨울인데도 신발도 신지 않고 셔츠와 반바지만 입었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소녀는 배가 고픈지 엉거주춤 바닥에 앉아 과자를 꺼내 먹습니다.

소녀의 키는 120cm, 초등학교 5학년 나이인데도 몸무게는 4살 평균인 16kg에 불과했습니다.

다리와 팔 곳곳이 멍들었고 갈비뼈는 금이 가 있었습니다.

<녹취> 슈퍼 주인 : "(애가) '추워요. 제가 너무 배고파서 그랬어요. 빵 먹고 싶어요' 그래서 빵 하나 갖다줬어요."

소녀는 지난 12일 낮 자신의 집인 빌라 2층의 세탁실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했습니다.

소녀는 2학년까지는 학교에 다녔지만, 아버지는 2년전 인천으로 이사한 뒤 집에 가뒀습니다.

집 안 욕실과 세탁실에 갇히길 수십 차례, 동거녀와 살며 인터넷 게임에 빠져 산 아버지는 딸을 자주 때렸습니다.

딸이 남은 음식을 찾아 먹으면 매질을 했고, 일주일 넘게 밥을 주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32살 아버지와 35살 동거녀는 딸이 도망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채고 달아났다 붙잡혀 구속됐습니다.

<녹취> 김상식(인천 연수경찰서 아동청소년과장) : "애가 탈출한 걸 알고 계모가 '경찰이 수사나올지 모르니까 다들 도망가라' 그렇게 이야기를..."

소녀는 현재 아동보호기관 등의 지원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앵커 멘트>

이렇게 끔찍한 상황에서 스스로 탈출하기 전에, 11살 소녀를 구할 방법은 없었을까요?

소녀가 학교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췄던 게 3년 전인 지난 2012년 여름입니다.

현행법에 따라 학교는 무단결석 사실을 우편으로 두 차례 소녀의 집에 알렸습니다.

그러고도 연락되지 않자 자치단체에 통보했죠.

하지만 그 뒤로는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통보를 한 학교도, 통보를 받은 자치단체에서도 무단결석하는 어린이를 수소문하거나 직접 찾아가 이유를 파악하지 않았습니다.

법이 '통보'로만 끝났을 뿐,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동학대가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같은 허술한 제도에 답답할 뿐입니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0년에 9천 건 정도에서 지난해 만 7천여 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지난 5년을 합치면 무려 6만건이 넘습니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가해자가 친아버지나 친어머니인 경우가 전체의 82%에 이릅니다.

적극적으로 찾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죠.

그런데 어렵게 발견해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된 뒤 3개월 동안 아동학대 신고는 4천2백여 건이었는데, 이 중 약 6%만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가정 내 문제를 사적 영역으로 치부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요, 이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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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가 고파요”…‘16kg’ 11살 소녀 맨발로 탈출
    • 입력 2015-12-21 12:19:40
    • 수정2015-12-21 12:27:29
    뉴스 12
<앵커 멘트>

11살 여자아이를 집 안에 가둬놓고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폭행해 온 친아버지와 동거녀가 구속됐습니다.

배가 고파서 맨발로 탈출한 아이는 몸무게가 4살 수준이었고, 갈비뼈에 금이 가 있었습니다.

김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1살 소녀가 슈퍼 안을 서성입니다.

한겨울인데도 신발도 신지 않고 셔츠와 반바지만 입었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소녀는 배가 고픈지 엉거주춤 바닥에 앉아 과자를 꺼내 먹습니다.

소녀의 키는 120cm, 초등학교 5학년 나이인데도 몸무게는 4살 평균인 16kg에 불과했습니다.

다리와 팔 곳곳이 멍들었고 갈비뼈는 금이 가 있었습니다.

<녹취> 슈퍼 주인 : "(애가) '추워요. 제가 너무 배고파서 그랬어요. 빵 먹고 싶어요' 그래서 빵 하나 갖다줬어요."

소녀는 지난 12일 낮 자신의 집인 빌라 2층의 세탁실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했습니다.

소녀는 2학년까지는 학교에 다녔지만, 아버지는 2년전 인천으로 이사한 뒤 집에 가뒀습니다.

집 안 욕실과 세탁실에 갇히길 수십 차례, 동거녀와 살며 인터넷 게임에 빠져 산 아버지는 딸을 자주 때렸습니다.

딸이 남은 음식을 찾아 먹으면 매질을 했고, 일주일 넘게 밥을 주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32살 아버지와 35살 동거녀는 딸이 도망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채고 달아났다 붙잡혀 구속됐습니다.

<녹취> 김상식(인천 연수경찰서 아동청소년과장) : "애가 탈출한 걸 알고 계모가 '경찰이 수사나올지 모르니까 다들 도망가라' 그렇게 이야기를..."

소녀는 현재 아동보호기관 등의 지원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앵커 멘트>

이렇게 끔찍한 상황에서 스스로 탈출하기 전에, 11살 소녀를 구할 방법은 없었을까요?

소녀가 학교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췄던 게 3년 전인 지난 2012년 여름입니다.

현행법에 따라 학교는 무단결석 사실을 우편으로 두 차례 소녀의 집에 알렸습니다.

그러고도 연락되지 않자 자치단체에 통보했죠.

하지만 그 뒤로는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통보를 한 학교도, 통보를 받은 자치단체에서도 무단결석하는 어린이를 수소문하거나 직접 찾아가 이유를 파악하지 않았습니다.

법이 '통보'로만 끝났을 뿐,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동학대가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같은 허술한 제도에 답답할 뿐입니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0년에 9천 건 정도에서 지난해 만 7천여 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지난 5년을 합치면 무려 6만건이 넘습니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가해자가 친아버지나 친어머니인 경우가 전체의 82%에 이릅니다.

적극적으로 찾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죠.

그런데 어렵게 발견해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된 뒤 3개월 동안 아동학대 신고는 4천2백여 건이었는데, 이 중 약 6%만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가정 내 문제를 사적 영역으로 치부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요, 이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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