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6㎏ 11살 소녀…“집에 가기 싫어요”

입력 2015.12.22 (08:34) 수정 2015.12.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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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몸무게 16kg, 키 120cm.

만 11살 여자아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심각한 영양 부족 상태로 탈출한 한 소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들이 가슴 아파 했는데요.

소녀는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 건강 상태가 호전되고 있습니다.

아이를 학대한 친아버지와 동거녀 등 세 명은 구속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보호자를 찾아야 하는데, 친어머니를 비롯해 다른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앙상한 몸으로 얇은 셔츠와 반바지, 맨발 차림으로 슈퍼 앞을 기웃거리는 아이.

만 11살, 박모 양이 처음으로 목격된 건 지난 12일입니다.

한참을 기웃거리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과자를 고르기 시작합니다.

<녹취> 슈퍼마켓 주인(음성변조) : "계절에 맞지 않게 반바지 차림, 얇은 옷을 입고 있어서 느낌이 이상했는데 신발을 안 신은 걸 본 거예요. 머리가 싹둑싹둑 잘려 있었어요."

몰래 과자 하나를 꺼내 먹는 소녀..

<녹취> 슈퍼마켓 주인(음성변조) : "과자를 못 뜯더라고요. 힘들게 먹죠, 과자를."

<녹취> 슈퍼마켓 주인(음성변조) : "(과자) 깐 거니까 우선 먹으라고 줬죠. "추워요. 도망쳐 나왔어요." 그러더라고요. "배가 너무 고파서…… 배가 고파요." 그 말을 세 번 (했어요.)"

아이의 행색을 수상히 여긴 주인이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멍 자국도 있었고 약간의 찰과상, 몸에 긁힌 자국 있잖아요. (아이의) 외관이 너무 비정상적으로 야위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경찰서에 간 아이는 처음엔 거짓말을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처음에는 보호시설에서 나왔다고 얘기했거든요. 집에서 나왔다고 하면 집을 찾아서 엄마, 아빠랑 다시 만나야 되는 그런 상황이 되니까…… 아이들은 거짓말하면 표시가 나잖아요."

‘사실대로 말하면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겠다‘라고 약속한 뒤에야, 아이는 말문을 열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사실은 엄마, 아빠한테 구타를 당했다. 손으로도 맞고 발로도 맞고, 옷걸이(용) 지름 1.5cm 되는 쇠 파이프로도 맞았다……."

친아버지와 동거녀, 동거녀의 친구까지 세 명의 어른으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했고, 일주일 넘게 굶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애가 배가 고파서 음식을 (찾아) 먹으면 맞았다, 밥을 안 주니까 어른들 몰래 먹으면 그걸 가지고 나무라는 거예요. "네가 도둑이냐, 왜 몰래 마시느냐. 먹느냐." 이런 식으로……."

아이가 굶주리는 동안 어른들은 풍족하게 생활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슈퍼마켓 주인(음성변조) : "담배, 먹는 것, 쌀, 커피…… 식재료를 많이 사갔어요. 자기가 그랬다니까요, 나 여기 VIP(손님이)라고……."

동거녀가 키우는 강아지도 튼실하게 살이 올라 있었습니다.

<녹취> 슈퍼마켓 주인(음성변조) : "강아지를 안고 가는데 나는 처음에 아기를 안고 가는 줄 알았어요. 보니까 강아지더라고요. 강아지를 되게 아꼈어요."

배고픔을 견디다 못 해 목숨 건 탈출을 감행한 박 양.

역설적이게도, 앙상한 몸 덕분에 작은 세탁실 창문을 통해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큰 창문은 방범창이 돼 있잖아요. 작은 창문으로 (도망쳤어요.) 어찌 보면 생사기로에서 탈출구를 선택한 것이고…… ."

박 양은 이 곳에서 2년을 살았는데도, 이웃 누구도 아이의 존재를 알지 못 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못 봤어요, 한 번도. 우리는 믿기지가 않는 거예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아이를 때렸으면 소리가 나고 애가 우는 소리라도 났을 텐데 어떻게 그런 소리가 하나도 안 날 수가 있나……. 그래서 더 아이가 있었다는 걸 믿을 수 없는 거죠."

뒤늦게 경찰이 아이를 데려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세 사람은 아이를 찾을 생각은커녕, 도망칠 궁리부터 했습니다.

<녹취> 슈퍼마켓 주인 : "(동거녀가) 애를 찾으러 왔는데 "그 엄마의 아이일까?" 하고 남편하고 둘이 이야기를 했죠. (그랬더니) 파출소에서 신고해서 (아이를) 데려간 것 CCTV를 보여 달라고……."

<녹취> 경찰 관계자 : "경찰서에서 수사 들어오니까 다들 도망가자, 도망가라 그렇게 하고 (한 명은) 광명으로 가고 (두 명은) 모텔로 가거든요. 옷도 안 들고 그대로 다 도망가거든요."

박 양의 사연이 알려진 뒤, 어린이 보호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 양은 독서대회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똘똘한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가 2년 동안이나 의무 교육 과정에서 사라져 있었는데도, 교육 당국과 지자체는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부천교육지원청 관계자(음성변조) : "보통은 학부모님이 (아이가) 전학을 간다고 말하면 (전입신고를 해) 학교에서 정보 접수가 되니까……."

보호자가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건데, 아동 학대 가해자의 80%가 친부모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른 보완책이 절실합니다.

특히 박 양은 1학년 때인 2011년, 무려 65일을 무단결석했을 만큼, 오래 전부터 학대 정황이 있었습니다.

당시 담임교사가 면담을 요청하자, 박 양 아버지는 ‘박 양의 정신 상태가 온전치 않아 돌봐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엉뚱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부천교육지원청 관계자(음성변조) : "아이를 일단 학교로 좀 보내달라고 요청을 하니까 (그런 대답을 했어요). 굉장히 특이한 답변이죠."

2012년, 아버지와도 연락이 끊기자, 담임교사가 실종 신고를 하려 했지만, 신고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인터뷰> 부천교육지원청 관계자(음성변조) : "친권자가 아니면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부모랑 같이 있다는 게 증명이 되니까."

결국 박 양은 스스로 탈출하고 나서야 도움의 손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박 양은 아동보호 전문 기관을 통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다행히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습니다.

<녹취> 인천 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영양에 대한 부분(을 보충하고), 감염 주사 못 맞았던 것 주사 맞고 그래서 지금 건강해요."

<녹취> 경찰 관계자 : "3kg 이상 (살이) 쪘대요. 경찰관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도 하고 약간의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안정이 돼가는 것 같고……."

경찰은 박 양을 보살필 다른 보호자를 수소문하는 한편, 아버지의 친권을 박탈하는 절차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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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6㎏ 11살 소녀…“집에 가기 싫어요”
    • 입력 2015-12-22 08:55:41
    • 수정2015-12-22 10: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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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몸무게 16kg, 키 120cm.

만 11살 여자아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심각한 영양 부족 상태로 탈출한 한 소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들이 가슴 아파 했는데요.

소녀는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 건강 상태가 호전되고 있습니다.

아이를 학대한 친아버지와 동거녀 등 세 명은 구속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보호자를 찾아야 하는데, 친어머니를 비롯해 다른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앙상한 몸으로 얇은 셔츠와 반바지, 맨발 차림으로 슈퍼 앞을 기웃거리는 아이.

만 11살, 박모 양이 처음으로 목격된 건 지난 12일입니다.

한참을 기웃거리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과자를 고르기 시작합니다.

<녹취> 슈퍼마켓 주인(음성변조) : "계절에 맞지 않게 반바지 차림, 얇은 옷을 입고 있어서 느낌이 이상했는데 신발을 안 신은 걸 본 거예요. 머리가 싹둑싹둑 잘려 있었어요."

몰래 과자 하나를 꺼내 먹는 소녀..

<녹취> 슈퍼마켓 주인(음성변조) : "과자를 못 뜯더라고요. 힘들게 먹죠, 과자를."

<녹취> 슈퍼마켓 주인(음성변조) : "(과자) 깐 거니까 우선 먹으라고 줬죠. "추워요. 도망쳐 나왔어요." 그러더라고요. "배가 너무 고파서…… 배가 고파요." 그 말을 세 번 (했어요.)"

아이의 행색을 수상히 여긴 주인이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멍 자국도 있었고 약간의 찰과상, 몸에 긁힌 자국 있잖아요. (아이의) 외관이 너무 비정상적으로 야위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경찰서에 간 아이는 처음엔 거짓말을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처음에는 보호시설에서 나왔다고 얘기했거든요. 집에서 나왔다고 하면 집을 찾아서 엄마, 아빠랑 다시 만나야 되는 그런 상황이 되니까…… 아이들은 거짓말하면 표시가 나잖아요."

‘사실대로 말하면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겠다‘라고 약속한 뒤에야, 아이는 말문을 열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사실은 엄마, 아빠한테 구타를 당했다. 손으로도 맞고 발로도 맞고, 옷걸이(용) 지름 1.5cm 되는 쇠 파이프로도 맞았다……."

친아버지와 동거녀, 동거녀의 친구까지 세 명의 어른으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했고, 일주일 넘게 굶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애가 배가 고파서 음식을 (찾아) 먹으면 맞았다, 밥을 안 주니까 어른들 몰래 먹으면 그걸 가지고 나무라는 거예요. "네가 도둑이냐, 왜 몰래 마시느냐. 먹느냐." 이런 식으로……."

아이가 굶주리는 동안 어른들은 풍족하게 생활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슈퍼마켓 주인(음성변조) : "담배, 먹는 것, 쌀, 커피…… 식재료를 많이 사갔어요. 자기가 그랬다니까요, 나 여기 VIP(손님이)라고……."

동거녀가 키우는 강아지도 튼실하게 살이 올라 있었습니다.

<녹취> 슈퍼마켓 주인(음성변조) : "강아지를 안고 가는데 나는 처음에 아기를 안고 가는 줄 알았어요. 보니까 강아지더라고요. 강아지를 되게 아꼈어요."

배고픔을 견디다 못 해 목숨 건 탈출을 감행한 박 양.

역설적이게도, 앙상한 몸 덕분에 작은 세탁실 창문을 통해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 "큰 창문은 방범창이 돼 있잖아요. 작은 창문으로 (도망쳤어요.) 어찌 보면 생사기로에서 탈출구를 선택한 것이고…… ."

박 양은 이 곳에서 2년을 살았는데도, 이웃 누구도 아이의 존재를 알지 못 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못 봤어요, 한 번도. 우리는 믿기지가 않는 거예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아이를 때렸으면 소리가 나고 애가 우는 소리라도 났을 텐데 어떻게 그런 소리가 하나도 안 날 수가 있나……. 그래서 더 아이가 있었다는 걸 믿을 수 없는 거죠."

뒤늦게 경찰이 아이를 데려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세 사람은 아이를 찾을 생각은커녕, 도망칠 궁리부터 했습니다.

<녹취> 슈퍼마켓 주인 : "(동거녀가) 애를 찾으러 왔는데 "그 엄마의 아이일까?" 하고 남편하고 둘이 이야기를 했죠. (그랬더니) 파출소에서 신고해서 (아이를) 데려간 것 CCTV를 보여 달라고……."

<녹취> 경찰 관계자 : "경찰서에서 수사 들어오니까 다들 도망가자, 도망가라 그렇게 하고 (한 명은) 광명으로 가고 (두 명은) 모텔로 가거든요. 옷도 안 들고 그대로 다 도망가거든요."

박 양의 사연이 알려진 뒤, 어린이 보호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 양은 독서대회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똘똘한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가 2년 동안이나 의무 교육 과정에서 사라져 있었는데도, 교육 당국과 지자체는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부천교육지원청 관계자(음성변조) : "보통은 학부모님이 (아이가) 전학을 간다고 말하면 (전입신고를 해) 학교에서 정보 접수가 되니까……."

보호자가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건데, 아동 학대 가해자의 80%가 친부모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른 보완책이 절실합니다.

특히 박 양은 1학년 때인 2011년, 무려 65일을 무단결석했을 만큼, 오래 전부터 학대 정황이 있었습니다.

당시 담임교사가 면담을 요청하자, 박 양 아버지는 ‘박 양의 정신 상태가 온전치 않아 돌봐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엉뚱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부천교육지원청 관계자(음성변조) : "아이를 일단 학교로 좀 보내달라고 요청을 하니까 (그런 대답을 했어요). 굉장히 특이한 답변이죠."

2012년, 아버지와도 연락이 끊기자, 담임교사가 실종 신고를 하려 했지만, 신고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인터뷰> 부천교육지원청 관계자(음성변조) : "친권자가 아니면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부모랑 같이 있다는 게 증명이 되니까."

결국 박 양은 스스로 탈출하고 나서야 도움의 손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박 양은 아동보호 전문 기관을 통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다행히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습니다.

<녹취> 인천 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영양에 대한 부분(을 보충하고), 감염 주사 못 맞았던 것 주사 맞고 그래서 지금 건강해요."

<녹취> 경찰 관계자 : "3kg 이상 (살이) 쪘대요. 경찰관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도 하고 약간의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안정이 돼가는 것 같고……."

경찰은 박 양을 보살필 다른 보호자를 수소문하는 한편, 아버지의 친권을 박탈하는 절차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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