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시선] ‘태권 V’의 2위 기록은 언제 깨질까

입력 2015.12.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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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평론가: 연말 즘에서 극장가에 애니메이션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강승화씨는 혹시 애니메이션 한국 애니메이션 가운데 최고 흥행작품 뭔지 아십니까

강승화 엠씨: 갑자기 여쭤보시니까 선뜻 기억나는 건 없어요. 뽀로로 정도? 티비에서 봤던 거 같은데요

최: 그렇게 따지면 저도 아기공룡 둘리는 수십번 봤습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말하는 건데요.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가운데 이렇다할만한 흥행성적을 낸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엠: 반대로 할리우드나 이런데 보면 겨울왕국도 천만관객이 돌파했고 최근에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도 굉장히 좋았잖아요

최: 500만명 정도의 관객을 불러 모았죠. 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흥행이 잘 안되는 걸까요. 오늘 까칠한 시선에서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 최고 흥행 '마당을 나온 암탉'...220만이 최고? ]

자 앞서 제가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작품 물어봤는데 정답 나갑니다. 바로 이 작품입니다.

엠: 왜 이 작품이 생각이 안 났을까요. 마당을 나온 암탉 맞죠

최: 네 맞습니다 지난 2011년 여름에 개봉했죠. 동원 관객수는 220만명입니다

엠: 아니 최고기록이라고 해서 저는 500만 명은 넘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오진 않았어요.

최: 네 220만명도 따지고 보면 엄청난 겁니다. 이 작품 전까지 한국 애니메이션 가운데 100만 명을 넘는 작품은 단 한편도 없었습니다.

엠: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 작품이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기록일 뿐만 아니라 최초의 백만 돌파 영화군요

최: 맞습니다. 이 작품 전에 최고 흥행기록은 어떤 작품이 가지고 있었을까요

엠: 뽀로로?

최: 아시는 애니메이션이 그거밖에 없죠?

엠: 아니에요?

[ 한국 애니 흥행 2위는 무려 9년 전! ]

최: 아닙니다. 바로 이 작품 로봇 태권V 되겠습니다.

엠: 정말 고색창연한 애니메이션이네요

최: 원래는 1976년에 김청기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었는데요. 지난 2007년에 재개봉했죠. 그 때 당시 70만 명이 이 영화를 봤고요. 당시까지는 최고기록이었습니다.

엠: 그렇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흥행 성적이 그만큼 저조했다는 말씀이네요.

최: 네 맞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참신한 시도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이를테면 94년에는 한국 최초의 성인용 애니메이션 블루시걸이라는 작품이 나와서 당시 약 45만 명 정도의 관객을 모았으니까요 꽤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엠: 성인용 애니메이션 좋아요.

최: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달하면서 디지털 애니메이션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원더풀 데이즈같은 SF 애니메이션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야심찬 도약을 시도했습니다만 도약만 시도하고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엠: 실패의 원인이 뭐였어요

최: 일단 우리나라 애니메이터들의 작화실력은요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사실 할리우드에서도요 적지않은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일하고 있고요. 세계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이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도 많은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할 정도죠.

엠: 그렇게 실력이 좋은데 왜 관객들을 매료시킬만한 국산 애니메이션 나오지 않고 있는 겁니까

[ '스토리라인'의 후진성...빈약한 투자 구조의 악순환 ]


최: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일단 그림은 잘 그려요. 근데 애니메이션다운 스토리라인을 짜내는데 있어서 여전히 후진적인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요. 이렇다할 흥행작이 없으니까 또 투자도 잘 안되는 악순환인거죠

엠: 그러고보니까 지난주에 한국 애니메이션 한 편이 개봉을 했던데 타이밍이라는 작품이거든요. 이 작품 어떻게 보시나요

최: 앞서 말씀드린대로 애니메이션다운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내는데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봤습니다

엠: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잖아요 그런데도 그런가요

최: 웹툰은 연재에 따라서 독자들이 시차를 두고 보기 때문에 에피소드마다 강렬한 뭔가가 있죠. 근데 그 강렬함이 애니메이션으로 쭉 이어지다보면 이게 거꾸로 이상해집니다. 그러니까 러닝타임에 따라서 완급 조절을 해줘야 되는데 타이밍은 아쉽게도 완급조절을 잘 못했다 이런 아쉬움을 남깁니다.

[ 인재들은 우수한데...'멍석'이 안 깔려 ]

엠: 애니메이터의 실력은 세계적인데 그 훌륭한 인재들이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굉장히 아쉬운 현실이에요

최: 현실이 그렇다 보니까 국내에 그 사람들이 남아있지 않고 자꾸 밖으로 나갑니다. 이를테면 할리우드에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죠. 픽사라든가 드림웍스같은데는 적지 않은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다시 한국에 와서 작품 활동을 해야되는데 그게 안되니까 안타깝습니다.

엠: 멍석이 깔려 있어야 되는데 제대로 안 깔려있다 저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다라는 그런 말씀이죠

최: 그쵸 멍석. 중요한 말씀 하셨습니다. KBS에서도 저한테 이런 멍석을 깔아주시니까 제가 이렇게 다른 데서 못하는 말 다 하잖습니까.

엠: 멍석이 아니라 저희는 소파를 깔아드리는데 좀 저렴한 소파 위에서도 항상 좋은 말씀 해주시는 최평론가님 감사드립니다. 최광희의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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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칠한 시선] ‘태권 V’의 2위 기록은 언제 깨질까
    • 입력 2015-12-22 17:40:14
    까칠한 시선
  최광희 평론가: 연말 즘에서 극장가에 애니메이션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강승화씨는 혹시 애니메이션 한국 애니메이션 가운데 최고 흥행작품 뭔지 아십니까 강승화 엠씨: 갑자기 여쭤보시니까 선뜻 기억나는 건 없어요. 뽀로로 정도? 티비에서 봤던 거 같은데요 최: 그렇게 따지면 저도 아기공룡 둘리는 수십번 봤습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말하는 건데요.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가운데 이렇다할만한 흥행성적을 낸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엠: 반대로 할리우드나 이런데 보면 겨울왕국도 천만관객이 돌파했고 최근에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도 굉장히 좋았잖아요 최: 500만명 정도의 관객을 불러 모았죠. 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흥행이 잘 안되는 걸까요. 오늘 까칠한 시선에서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 최고 흥행 '마당을 나온 암탉'...220만이 최고? ] 자 앞서 제가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작품 물어봤는데 정답 나갑니다. 바로 이 작품입니다. 엠: 왜 이 작품이 생각이 안 났을까요. 마당을 나온 암탉 맞죠 최: 네 맞습니다 지난 2011년 여름에 개봉했죠. 동원 관객수는 220만명입니다 엠: 아니 최고기록이라고 해서 저는 500만 명은 넘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오진 않았어요. 최: 네 220만명도 따지고 보면 엄청난 겁니다. 이 작품 전까지 한국 애니메이션 가운데 100만 명을 넘는 작품은 단 한편도 없었습니다. 엠: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 작품이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기록일 뿐만 아니라 최초의 백만 돌파 영화군요 최: 맞습니다. 이 작품 전에 최고 흥행기록은 어떤 작품이 가지고 있었을까요 엠: 뽀로로? 최: 아시는 애니메이션이 그거밖에 없죠? 엠: 아니에요? [ 한국 애니 흥행 2위는 무려 9년 전! ] 최: 아닙니다. 바로 이 작품 로봇 태권V 되겠습니다. 엠: 정말 고색창연한 애니메이션이네요 최: 원래는 1976년에 김청기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었는데요. 지난 2007년에 재개봉했죠. 그 때 당시 70만 명이 이 영화를 봤고요. 당시까지는 최고기록이었습니다. 엠: 그렇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흥행 성적이 그만큼 저조했다는 말씀이네요. 최: 네 맞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참신한 시도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이를테면 94년에는 한국 최초의 성인용 애니메이션 블루시걸이라는 작품이 나와서 당시 약 45만 명 정도의 관객을 모았으니까요 꽤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엠: 성인용 애니메이션 좋아요. 최: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달하면서 디지털 애니메이션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원더풀 데이즈같은 SF 애니메이션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야심찬 도약을 시도했습니다만 도약만 시도하고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엠: 실패의 원인이 뭐였어요 최: 일단 우리나라 애니메이터들의 작화실력은요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사실 할리우드에서도요 적지않은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일하고 있고요. 세계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이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도 많은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할 정도죠. 엠: 그렇게 실력이 좋은데 왜 관객들을 매료시킬만한 국산 애니메이션 나오지 않고 있는 겁니까 [ '스토리라인'의 후진성...빈약한 투자 구조의 악순환 ] 최: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일단 그림은 잘 그려요. 근데 애니메이션다운 스토리라인을 짜내는데 있어서 여전히 후진적인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요. 이렇다할 흥행작이 없으니까 또 투자도 잘 안되는 악순환인거죠 엠: 그러고보니까 지난주에 한국 애니메이션 한 편이 개봉을 했던데 타이밍이라는 작품이거든요. 이 작품 어떻게 보시나요 최: 앞서 말씀드린대로 애니메이션다운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내는데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봤습니다 엠: 강풀 작가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잖아요 그런데도 그런가요 최: 웹툰은 연재에 따라서 독자들이 시차를 두고 보기 때문에 에피소드마다 강렬한 뭔가가 있죠. 근데 그 강렬함이 애니메이션으로 쭉 이어지다보면 이게 거꾸로 이상해집니다. 그러니까 러닝타임에 따라서 완급 조절을 해줘야 되는데 타이밍은 아쉽게도 완급조절을 잘 못했다 이런 아쉬움을 남깁니다. [ 인재들은 우수한데...'멍석'이 안 깔려 ] 엠: 애니메이터의 실력은 세계적인데 그 훌륭한 인재들이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굉장히 아쉬운 현실이에요 최: 현실이 그렇다 보니까 국내에 그 사람들이 남아있지 않고 자꾸 밖으로 나갑니다. 이를테면 할리우드에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죠. 픽사라든가 드림웍스같은데는 적지 않은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다시 한국에 와서 작품 활동을 해야되는데 그게 안되니까 안타깝습니다. 엠: 멍석이 깔려 있어야 되는데 제대로 안 깔려있다 저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다라는 그런 말씀이죠 최: 그쵸 멍석. 중요한 말씀 하셨습니다. KBS에서도 저한테 이런 멍석을 깔아주시니까 제가 이렇게 다른 데서 못하는 말 다 하잖습니까. 엠: 멍석이 아니라 저희는 소파를 깔아드리는데 좀 저렴한 소파 위에서도 항상 좋은 말씀 해주시는 최평론가님 감사드립니다. 최광희의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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